무심한시선에가려져있던여성/퀴어청소년의
지워지지않는존재증명.
선우여자고등학교를배경으로하는이희곡은여성청소년이자퀴어청소년,한부모가정등다양한정체성을지닌인물들의현실을정면으로응시한다.사회와학교의무심한시선속에서이들의존재와목소리는자주지워지거나보이지않는곳으로밀려나기쉽다.그러나『제1강:거절하는방법』은인물들이가진겹겹의정체성을과도하게부각하거나부정하지않고있는그대로위치시킨다.4인의주인공들은빈교실에함께모이고,운동장을뛰고,떡볶이를함께먹으며자신들이이곳에분명히살아숨쉬고있음을증명해낸다.
날카로운소문과어른들의방관속에서,
유약한피해자로머물지않겠다는당당한선언.
학교라는공간안에서청소년들을둘러싼소문은때로폭력적이며,이들을대하는어른들의태도는미묘한방관이나괴롭힘으로다가온다.『제1강:거절하는방법』은인물들이겪는현실의상처를피하지않고가감없이보여준다.동네친구이지만학교에선인사하지않는관계,기꺼운호의가동정으로느껴지는기분,주변의관심이한순간괴로운소문의자양분이될때,어른의기대와그에부응하고싶지않은마음등.
하지만이희곡은이들을단순히동정받아야할유약한피해자로만가두지않는다.주인공들은솔직하게자신의생각을털어놓고,자책하고,고민하고,응원하며다시서로의손을잡고일어선다.그렇게상처에굴복하는대신함께연대하며스스로삶의주체가되어간다.
말이힘을갖지못하던시절을지나,
마침내서로를부르며시작되는이야기.
여성청소년이자소수자라는위치에서이들의‘거절’은쉽게온전한힘을갖지못하곤한다.그래서리아와선주,미소,현,4인의주인공은‘거절하는방법’을연습한다.학교에서도,부모에게서도,배우지못했던,정말필요한것.
그렇게이들은스스로거절을탐구하며,내가진짜원하는것을찾아간다.그렇게자신만의시간표를다시만들어간다.
그리고서른네살이된주인공들은열일곱살이었던자신들을다시돌아보며,그시절의자신을이해한다.거절보다더어려워진것이많아져버린서른넷의주인공들은거절이가장어려웠던시절을떠올리며,그때의자신을,그리고곁의친구들을이해하고응원한다.
서툰마음의가시이면에숨겨진
다정한선함과위로.
극의후반부에이르러서른네살이된주인공들은학창시절자신을지키기위해돋워야했던날카로운가시들을돌아본다.미움받기싫어서주저했던서툰방어와거절들은,사실관계를망치고싶지않았던두려움과누군가의마음을다치게하고싶지않았던‘다정한선함’에서비롯된것이었음을깨닫게된다.과거의미숙했던나를탓하지않고“괜찮아,네가어떻게살아도”라고건네는서른넷의독백은,지난시절의틈새를서투르게통과해온모든이들의나약함을따뜻하게껴안는다.
책속에서
이희곡을처음읽었던때를떠올려본다.여자들.여자애들.나는아주평범한학교와교실,커다란칠판,먼지가적당히이는운동장과무심한사거리같은무대를떠올렸다.그곳에서희곡속인물들을만났다.서른네살여자들이자열일곱살여자애들.그들이각자의현재와과거혹은미래에서자신과서로에게건네는말들을읽는사이,내안에선상상적감각경험이일어났다.단지활자를보며읽을뿐인데,그것이촉발한이미지가보이고목소리가들리는것이다.-[서문]〈희곡-읽기로자신만의〈제1강:거절하는방법〉을만날여러분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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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곡을읽으며당신은열일곱과서른넷사이,혹은그너머어딘가에서기억의좌표들을만나게될것이다.아주오래반짝일처음이서투르게당신에게찾아오던순간,설명할수없어몸이가렵던일들이세밀하고투명하게온몸을휘감던어떤오후,세상의전부같던친구들,지나고보니순간이었건만당시엔영원같던몸의감정들.희곡을읽으며나는내몸에켜켜이쌓여있는느낌과감정들을재경험했다.때론작정하고극속누군가와어깨를부딪쳐보았고,때론이대로다시는좁힐수없어영영멀어질것을두려워하면서도성큼거리를두며미래의나를믿어보기도했다.멀어지지않을거라고.멀어져도괜찮을거라고.
-[서문]〈희곡-읽기로자신만의〈제1강:거절하는방법〉을만날여러분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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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선주에게.미움받을까봐아무가시도세우지못했던,
현:그때의나.현에게.
리아:17살을떠올리면…
현:강리아.그런이름이었어.
미소:학교에서여자좋아한다고소문나있던애.
현:미움받던애.
선주:누구에게나당당하고사랑받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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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근데다시그상황이와도거절할자신이없어.나,내마음을몰랐거든.
현:그렇게말하면안될까?
리아:뭐라고?
현:모르겠다고.
리아:그럼이해해줬을까?나도내가이해가안되는데…….
현:이해해주면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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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그시절,너의가시들.
현:그것이,너의선함이었음을.무언가망치고싶지않았던,누군가의마음을다치고하고싶지않았던,너의선함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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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있잖아.거절을안하면사람들이나를좋아하게되는걸까?거절을안하면안미워하는걸까?
미소:…내가미워.거절을안하는,못하는,그런내가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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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넌몰라.거절안했다고동의한건아니야.
리아:뭐?
선주:하겠다고했다고동의한것도아니야.
리아:그게무슨소리야?거절도안했고,하겠다고했는데,네가동의한게아니라고?야박선주,그걸내가어떻게알아.
선주:넌강리아잖아.넌..너도그랬잖아!
리아:내가?
선주:너도노래방에서!거절안했다고동의한건아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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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그때,좀더현명하게답할줄알았다면좋았겠다고…종종생각해요.사실난반짝거리는사람이아니라고.상처받기싫어서몸집을키우고부풀려서다니는,그냥그저그런애였다고.
선주:리아가너무좋았고,또너무미웠어요.
리아:선주가너무좋았고,또미웠어요.
선주:어떻게이마음들이동시에일어날수있는지.
리아:상처줄필요없었는데상처주고싶었어요.
선주:그런데도항상내곁에있기를.
리아:상처주고있다는걸알았지만몰랐고,몰랐지만알았어요.
현:한번의거절이면,이관계는영영끝나버릴테니까.
선주:리아가무슨말로상처주더라도,학교에서몇번이고나를못본척하고지나가더라도,
미소:내가상처받지않는다면,우리는영원히친구일수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