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오는 낮

귀신이 오는 낮

$13.80
Description
빛은 공포를 지우지 않는다, 더 선명하게 드러낼 뿐
하나의 귀신날, 서로 다른 곳에서 펼쳐지는 다섯 편의 귀신 이야기 『귀신이 오는 낮』
『귀신이 오는 낮』은 ‘귀신날’이라 불리는 음력 1월 16일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곳에서 펼쳐지는 귀신날 이야기를 써 내려간 호러 단편선이다. 대보름 다음 날, 일을 하거나 외출하면 귀신이 따른다는 민속신앙에서 비롯된 이날은, 한국의 세시풍속 중에서도 독특하게 ‘휴식과 귀신’이 공존하는 날이다. 2022년 출간된 『귀신이 오는 밤』이 먼저 ‘귀신날’의 밤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그 전승을 오늘의 이야기로 불러와 낮에도 그림자가 짙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김이삭의 「심수일기」는 암행어사를 주인공으로 조선 시대 전통 풍습과 민속적 디테일을 촘촘히 그리며 서서히 공포를 끌어올리고, 배명은의 「할머니의 장례식」은 악귀가 스며든 장례식장을 무대로 호러 속에서도 유쾌함과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펼쳐 보인다. 이어 이규락의 「풍등」은 풍등을 과거의 트라우마와 겹쳐 놓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심리적 긴장을 만들며, 전효원의 「곱슬머리 송유진」은 비상식적인 사건 속에 사회적 문제를 녹여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문다. 끝으로 오승현의 「KILL, HEEL」은 귀신날 전승을 바탕으로 스릴러와 호러를 결합해 계급과 욕망이 얽혀 빚어내는 공포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귀신이 오는 낮』은 귀신을 단순한 괴담의 주인공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각 단편은 귀신을 인간의 내면, 사회의 이면, 역사적 기억과 연결된 존재로 다룬다. 그 결과, 독자는 낮에도 서늘하게 스미는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귀신들은 우리가 방심한 한낮에도, 문틈과 시선 끝, 기억 속 빈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귀신날 호러 단편선’ 시리즈는 전승되는 민속과 현대 장르 문학을 잇는 시도이자, 한국적 공포를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기획이다. 한국형 호러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구픽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저자

김이삭,배명은,이규락,전효원,오승현

저자:김이삭
중화권번역가이자작가,한중국제문화교류행사에힘쓰고있다.장편소설『한성부,달밝은밤에』,『감찰무녀전』,단편집『천지신명은여자의말을듣지않지』등을썼다.

저자:배명은
소설『이상한마을청호리』,『계화의여름』과『수상한한의원』을썼다.『절망과열정의시대』,『어느노동자의모험』,『괴이,학원』등여러앤솔러지에참여했다.

저자:이규락
2018년문예지〈영향력〉으로데뷔했으며호러와B급SF중심으로작품활동중이다.『기니피그의뱃살을함부로만지지말라』,『울트라소시지갓』출간.2026년출간목표로공포단편선집필중.

저자:전효원
잘벼려낸칼을쓰는직업을갖고있으며,손에칼이없을때는글을쓴다.대자연속에서의휴식을즐기지만잠은튼튼한지붕아래에서자야하는모순적인취향의소유자이다.

저자:오승현
광고카피라이터로10년,화장품마케터로8년일하다가43세에글쓰기를시작했다.장편소설『꼰대책방』을썼고,SF앤솔러지『책에갇히다』에참여했다.

목차

심수일기김이삭
할머니의장례식배명은
풍등이규락
곱슬머리송유진전효원
KILL,HEEL오승현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마을에들어선나는문밖으로나온사람들이머리카락을태우는모습을보게되었다.이는정월초하루의풍습이었다.한해동안빗질하다가떨어진머리카락을모아놨다가정월초하루저녁에태우는풍습.사람들은머리카락타는냄새가집안귀신을쫓아줄거라고믿었다.가문의노복이내가모아놓은머리카락도태워줬을까?이럴줄알았으면같이태워달라고언질이라도남겼을것을.평소에는신경도쓰지않는풍습이었는데신경이쓰였다.
_「심수일기」중에서

“김천자선생은예부터청수산의정기를받아감이좋아서신묘한것들을보았지.많은귀들이도움을좀받기도했고.그러나마냥선한것들만있는건아닌지라좋은기운이감도는선생의육신을종종아까것들과같은악귀가차지하려고하오.평소산의맑은힘이그삿된것들을막아내지만,장례식이라조문객들을위해산양이모든문을열어놓았거든.내일이마침귀신날이기도해서선생에게은혜를받은조문객들이많이올텐데,앞으로올조문객들틈에섞여저런것들이종종있을테니정신똑바로차려야하오.아시다시피악귀란게험악하고악독하여그남편이죽고그아들과며느리가죽었거든.”
_「할머니의장례식」중에서

우리는할머니의명령에따라소형열기구처럼생긴물건을들고따라갔지.할머니는그소형열기구가바로풍등으로,자신의고향에서는귀신들에게안식을주고소원을비는용도로사용한다고했지.마침음력1월16일인오늘,한국의귀신날에맞춰본인의고향방식대로뒷산에존재하는귀신들을기리겠다고했어.풍습에맞는날을고르되,할머니자신은자신의신기가가장잘발휘될수있는도구를써야한다고했지.
_「풍등」중에서

처음한두명일땐단순히꺼림칙하고피하고싶은정도였지만,이렇게떼로몰려오니상식을초월하는큰일이닥친것같아겁이났다.바닥에달라붙은듯움직이지않는발을깨우려허벅지를손바닥으로내리쳐겨우달아나기시작했다.
조선시대코스프레에진심인시니어군단에게쫓기는것도물론굉장히비상식적인일이긴했지만,그보다훨씬괴상한상황이벌어지고있다는사실을유진이깨달은건그들의위쪽을올려다보았을때였다.
두루미가날고있었다.지하철역내에두루미가웬말이야,이게말이돼?
_「곱슬머리송유진」중에서

“귀신날은머슴들이만들었다는얘기가있어.대보름에실컷논양반놈들뒤치다꺼리하느라힘들었겠지.근데다음날도일할생각하니까까마득한거야.그래서음력1월16일대보름다음날일을하거나밖을돌아다니면귀신에들린다는소문을내고,신발도내놓지못하게했다는거야.방에콕처박혀있으라고.”
“진짜?양반들방에서못나오게하려고?”
“응.그래야머슴들도방에있을수있으니까.”
“재밌는얘기네.그럴듯해.”
“아빤이얘기가재밌어?”
“응?”
“난슬프던데.”
상미의고개가점점옆으로꺾였다.
“머슴들말이야.얼마나쉬고싶었으면귀신부를생각을다했을까.”
_「KILL,HEEL」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