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거대기업전성시대
인권,환경,윤리는뒷전인‘반쪽짜리’성공신화
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몸집을불린기업들이전세계를쥐고흔든다.슬로건“JustDoIt”이떠오르는나이키운동화,세계각지에거대한매장을보유한월마트,멋을아는사람들의필수품아이폰.끝없이쏟아지는다양한제품과서비스가일상을빈틈없이꿰차고,정교한광고가세련되고혁신적이며믿음직스러운이미지를소비자의머릿속에주입한다.하지만그‘연출된이미지’이면에는여러‘떳떳하지못한’모습,흑역사가존재한다.저자가말하듯기업의최종목표란결국고객의행복도,세계평화도아닌이윤추구이기때문이다.
이책에서저자는세계경제의얼굴과도같은국내외24개거대기업의흑역사를일목요연하게풀어낸다.대외적이미지를가꾸는데총력을기울이는기업들이기에부정적사건과이미지가한번세상에공개되더라도곧가려지고쉬쉬되기마련이다.인권,환경,시장질서에끼친악영향은막대하지만,그전모를파악하기어렵고결국소비자의기억에서멀어져가기도한다.이완배기자는거대기업이저지른악행의배경부터후일담까지를간결하게정리해생생하게들려주며화려한이미지세탁에가려진기업의본모습을직시하고기억하도록독자를이끈다.
나이키,코카콜라부터대우그룹,폭스콘,도쿄전력까지
당신의삶과우리의세상을위협하는빌런기업열전
이책에서는겉과속이다른기업의위선을성격에따라세부로나누어제시한다.먼저1부「파괴와죽음을생산하다」에서는베트남전쟁에서사용된고엽제의제조사로악명높은몬산토,전세계의곳간을틀어쥐고기아를불러오는4대곡물메이저기업,맹목적인비용감축으로후쿠시마원전참사를초래한도쿄전력등부주의와태만,혹은고의적외면으로건강과환경에돌이킬수없는해악을끼친기업들을다룬다.
2부「삶과존엄을훼손하다」에서는나이키의아동노동착취사례를비롯해억압적근로조건아래잇따라스스로목숨을끊는노동자들을숨기기바쁜폭스콘,업계1위를고수하면서도30년가까운세월동안노조결성을막아온아마존등효율과성과만을좇는과정에서노동권과존엄성을짓밟은기업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
마지막으로3부「세상을속이고뒤흔들다」에서는무책임하고부도덕한비밀주의를고수하며전세계의검은돈을끌어모은UBS,끝을모르는탐욕으로문어발식경영과회계조작을일삼다가무너져내린대우그룹,정권과유착하여여론을조종하고한국가를수렁에빠뜨린메디아셋등비리와부정으로사회를좀먹은기업들의이야기를소개한다.
나이키운동화,애플스마트폰,아마존무료배송…
행복한소비의빈틈을파고드는불편한이야기
“기업은이윤을위해반인륜적인만행을저지르곤한다.그리고역사적으로확인된이를막을방법은단한가지,바로소비자들의뜨거운연대뿐이다.”
운동복,운동화를넘어전세계패션트렌드의최전선에서활약하며식을줄모르는인기를누리는나이키.정정당당한‘스포츠정신’의이미지를차용하여깨끗하고공정한기업이라는인식을널리퍼뜨리고있지만,나이키도1990년대에하청이라는말뒤에숨어아동노동자를시간당6센트에불과한임금으로착취한과거가있다.파키스탄의어린이가바닥에앉아축구공을바느질하는사진이시사잡지《라이프》에실리면서,무관심속에관행적으로이뤄져온아동노동착취가세상에공개되었던것이다.해당보도이후불매운동을비롯한소비자들의적극적반발이일어났고,매출이실제로급락하기시작하자나이키는황급히노동환경개선에나서나름의노력을이어가고있다.
저자는기업이치밀한홍보활동으로덮어둔광경을드러내고기억하는한편,부도덕을응징하고사회적책임의이행을요구함으로써나의삶,나아가온세상을손에쥔기업들에맞서는것은소비자만이해낼수있는일임을상기시킨다.곡물,음료부터의약품,건설,금융에이르는각분야의이권을쥐고흔드는기업들을법과규제의힘만으로통제하기란불가능하기때문이다.이책을읽어나가며소비자의책무를이해하고연대의가능성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어쩌면구매버튼을클릭하는손,마트로향하는발걸음이조금더신중해질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