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져야 할 질문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져야 할 질문

$17.50
Description
“편리한데 불편하고, 쾌적한데 불쾌하고, 효율적인데 위험천만하다!”
피임약부터 수세식 변기, 아파트, 에어컨, 플랫폼 노동, 비행기까지
혁신의 끝판왕들이 펼치는 아찔한 사회사
우리 삶은 놀랄 만한 혁신에 기대고 있다. 수세식 변기, 플라스틱, 스마트폰, 에어컨, 플랫폼 노동, 비행기 등 이 책에서 살펴보는 혁신적 기술과 사물은 현대 문명의 거대한 쳇바퀴를 구성하는 일부다. 안락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매끈하게 돌아가는 그 쳇바퀴 위에서 쉽게 내려올 수 없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장밋빛 미래를 선사한다는 기술과 사물 앞에서, 개인들은 그저 편리함에 감탄하기 바쁘다. 단순한 기대와 감탄 수준이 아니다. 현대인의 일상은 ‘이거 없었으면 어찌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은 현대적 삶을 떠받치는 혁신적 기술과 사물의 이면을 사회학이라는 렌즈로 가로지르는 책이다. 일상 속 차별과 혐오의 씨앗을 추적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꾸준히 써 온 사회학자 오찬호가 이번에는 ‘혁신’을 키워드로 여러 질문을 던지며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기술과 사회, 개인의 복잡한 관계를 짚는다.

‘왜’ 그것은 혁신인가? 불편함이 줄었으니, 편리함은 늘었을까? 편리해지면서 불편해진 것은 없을까? 혁신 이후 ‘모두’가 좋아졌을까? 불평등과 차별, 혐오의 맥락은 어떻게 변했을까? 저자는 편리함과 안락함 너머 보이지 않는 것들, 쉽게 간과되는 것들에 시선을 두고, ‘혁신’을 향한 사회적 열광에 우려스러운 지점은 없는지 짚는다.

저자

오찬호

저자:오찬호
사회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여러대학에서오랫동안강의했다.불평등한사회에서차별과혐오가어떻게싹트는지를추적해,개인과사회의관계를입체적으로드러내는글을꾸준히쓰고있다.《경향신문》과《한국일보》등여러매체에서칼럼을연재했다.
『세상멋져보이는것들의사회학』은열다섯번째단독저서다.친숙한것을낯설게바라보는사회학의시선을통해,우리가사는세상이어떤실타래로얽혀있는지를다양한측면에서짚어보고자했다.좋은사회로나아가는질문들이풍성해지길소망한다.
대구와서울,제주를거쳐지금은세종시에서살고있다.반려견‘곤’이를산책시키며아이들과싱거운농담을주고받는게유일한취미이자낙이다.

목차

프롤로그:타임머신은,없다

첫번째이야기:사소하지만,결코하찮지않은

Chapter1.마려우면싼다,마려워도못싼다:수세식변기없는세상을상상할수있는가
Chapter2.(女)괜찮을까?(男)괜찮잖아!:피임약은여성을해방시켰는가
Chapter3.본성일까,예속일까:화장품강국이면마냥좋은가
Chapter4.편리해졌고,끔찍해졌다:지금처럼일하면플라스틱못줄인다
Chapter5.약주고,병주고:진통제를먹었는데,왜마약에중독되나

두번째이야기:은밀하게위대하게,일상을파고든

Chapter6.찍혀서안심이고,찍히니불안하다::CCTV,그다음은무엇일까
Chapter7.진화해서,퇴보하다::스마트폰이인간의생각회로를바꾸다
Chapter8.가게주인인데,가게주인이아니다:프랜차이즈가동네를점령하다
Chapter9.비쌀수록,차별하는:사람위에사람있다,아파트요지경
Chapter10.건강을챙길때,건강이강박이될때:헬스장광고는왜무례한가

세번째이야기:엄청나게빠르고,믿을수없게편리한

Chapter11.나는시원해지고,우리는뜨거워지다:에어컨덕분에,에어컨때문에
Chapter12.음식을통제하고,음식에당하다:냉장고에코끼리가곧들어갑니다
Chapter13.가장효율적이고,가장위험하다:원자력발전이아니라,핵발전입니다
Chapter14.소비자는편해지고,노동자는무너지고:플랫폼노동,컨베이어벨트는멈추지않는다
Chapter15.갈곳이많아지고,간곳은파괴되고:하늘에비행기가빼곡해지니

에필로그:혁신적이고,파괴적이다

출판사 서평

‘인류의위대한발명품’은정말위대할까?
‘세상을놀라게한사물’은정말경이로울까?

“진보는언제나이겨.”(빅터호스킨스)
“그럼한번쯤진보가지면되겠네.”(오웬그래디)
―영화〈쥬라기월드〉에서

이책에서다루는것들은수많은시행착오와우연,오류가축적되면서생겨났고,인간생활을윤택하게만들었다.에어컨을비롯해냉장고·스마트폰·CCTV같은각종전자기기는물론이거니와피임약·화장품·진통제·플라스틱같은화학제품,나아가수세식변기같은비교적단순한도구부터원자력발전·비행기같은거대과학(bigscience)에이르기까지현대적삶을구성하는이기술들에는‘인류의위대한발명품’,혹은‘세상을놀라게한사물’이라는수식어가종종붙는다.처음만들어지는과정에서인간의지혜가고스란히들어갔으며,등장이전과이후가확연히다르기때문이다.

인류는혁신적기술과사물을통해삶의많은조건을새로운차원으로끌어올렸다.분명우리의현재는과거보다엄청난속도로변했다.하지만“빛만있는건아닐거다”.저자는“혁신이란단어는어감부터가긍정적의지와궐기가듬뿍느껴진다”며과학기술과혁신이라는말이자연스레엉켜서부유하는현실을지적한다.이는혁신적인것에는비판을해서는안된다는기운으로이어진다.하지만우리는이미기술이모든것을완벽하게해결해줄수없다는사실을잘알고있다.

저자는순간적인쾌적함이주는말초적감각에경도되어‘위대한발명품’이라는표현만남발하면,미래를위해반드시던져야할책임있는질문이사라진다고우려한다.그결과로만들어진세계는지극히‘혁신적’인동시에극도로‘파괴적’이다.대량생산과대량소비의든든한지원군역할을하던‘기적의소재’플라스틱이미래세대가감당하기어려운쓰레기를배출하는오염원이된상황,‘스마트하다’는기계(스마트폰)가엉터리뉴스하나못거르는세상,세련되어보이는디지털시스템이여전히화석에너지를쓰며지구환경을파괴하는현실등을우리는눈앞에서목도하고있다.이책은“세상좋아졌다”는말이놓칠수밖에없는이면이반드시존재한다면서,과거보다나아졌으니모든걸긍정만해야하는건아니라고이야기한다.편리한현재에대한질문과고민이반드시필요하다는것이다.

인류의필요와욕망으로뒤덮인세계
“우리는편리,효율,풍요를얻고무엇을잃었을까?”

이책은혁신적기술이작동하는폭넓고복잡한배후를파고들며,우리의안락한현재를만든혁신의도구를입체적으로조망한다.

1부‘사소하지만,결코하찮지않은’에서는일상을유지시켜주는현대인의유용한사물들을불러내다양한질문을던진다.뒤처리를깔끔하게도와주는수세식변기,덜컥임신하지않도록해주는피임약,자존감을유지시켜주는화장품,아픈나의어제와오늘을견디게해주는진통제,간편한소비생활에필수적인플라스틱등별탈없는하루를위해꼭필요한사물들이다.저자는너무도사소하면그당연함에덮인문제를직시하는것에둔감해진다고지적하며,우리가항상만나는물건을주제삼아편리함에중독된세계의이면을뜯어본다.

2부‘은밀하게위대하게,일상을파고든’에서는획기적이라고찬사받는현대적생활양식의놀랍도록균질한속살을들여다본다.물질문명의세례를풍족하게누리는세상은자유와개성이넘칠것같지만,실상은그렇지않다.현대인들은하나같이똑같은구조의아파트에서잠을자고,전국어디에나있는편의점을방문하고,똑똑하다는스마트폰으로남들다하는것에만접속하고,헬스장을드나들며타인과의비교로우월감과열등감사이를오간다.그리고이모두의하루는예외없이CCTV에찍힌다.우리의일상은더똑똑해졌을까?우리의권리는더보장받고있을까?저자는무덤덤한일상속에숨어있는사회의무서운법칙을짚어본다.

마지막으로3부‘엄청나게빠르고,믿을수없게편리한’에서는효율성과편리함으로무장한신기술의이면을다룬다.냉장고안에먹을거리를잔뜩쌓아두고,에어컨으로더운여름을거뜬히나고,원자력발전소덕택에값싸게전기를쓰고,비행기를타고세계이곳저곳을누비는우리의빠르고편리한삶을되짚으며,삶의편의를위해‘어떤것도마다하지않는’전진이마냥좋은것인지질문한다.

챕터마다주제에대한사회적현황을한눈에파악할수있는인포그래픽이제공된다.이슈와연관된설문조사결과,각종통계자료,중요한의미를지닌년도,언론에보도된사건,관련연구데이터등을직관적이고압축적인이미지로보여주며독자들의이해를돕는다.이는복잡한사회문제에대한감각을키워주는한편,지금까지단편적으로만알고있었던세계의모습을한눈에살필수있는계기가될것이다.

“아무리한쪽이혁신적이라고,
그반대편이지옥이되어서는안된다.”

혁신의미래에대한기대와우려가교차하는시대,우리에게절실한것은기술의힘과속도에압도되지않는자세다.저자는“수백년간끙끙거렸던고민을해결하면서,수천년이지나도해결되지않을고민거리를만들어”내는인류의모습에시선을두고“더잘사는시스템과더못사는시스템을동시에구축하는”혁신의역설을예민하게드러낸다.기발하다는‘수세식변기’를발명해놓고일하다똥도제대로못싸는이들앞에서눈감는사회,여성해방의기폭제가된‘피임약’이여성에게임신과출산의부담을전가하는근거가되어버린모순적인현실,‘화장품’바르는행위를개성의자유로운표현이라칭송하면서정작화장안할자유를외치는이들은곱지않은시선으로바라보는세상,‘진통제’의중독성을제때제어하지못한사회는쏙빼놓고약물남용을오롯이개인탓으로만돌리는현실등을가로지르며혁신의급류를탄세상의이면을거침없이파고든다.

불평등과차별,혐오에예민한사회학자의감각이시종일관책을관통한다.‘혁신’의꼬리표를단것들은하나같이매끈한청사진을제시하면서등장하지만,한겹만벗겨내도불평등의사례가끝없이펼쳐진다.사회적불평등은혁신적인기술이나사물하나로단숨에해결이불가능한근본모순이기때문이다.소수의기업과투자자에게이익을가져다주었지만다수의노동자들을인권의사각지대로내몬‘플랫폼노동’의등장이이를선명하게보여준다.범죄예방의탁월한도구로사람들에게신뢰를얻은CCTV역시이미존재하는사회적차별에기초한감시의도구로악용되고있기도하다.우리삶곳곳을막무가내로밀치고들어오는기술의위세에휘말리지않고,혁신에대한성찰이필요한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아무리한쪽이혁신적이라고,그반대편이지옥이되어서는안”되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