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동물의 탄생 : 동물 통제와 낙인의 정치학

나쁜 동물의 탄생 : 동물 통제와 낙인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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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의 모순에 도전하는 ‘선 넘는 동물들’
‘유해동물’의 몸을 가로지르는
욕망과 문화, 신화와 과학의 자연사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조금 더 평등하다. 어떤 동물은 귀여움받고, 어떤 동물은 미움받는다. 심지어 같은 동물이라도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백팔십도 달라진다. 집에서는 다소곳한 고양이가 밖에서는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공포의 도살자’가 되기도 하며,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이제는 도시의 ‘날개 달린 쥐’ 취급 당하기도 한다.

물론 동물들은 변한 적 없다. 변덕스러운 것은 언제나 동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욕망과 필요, 이데올로기와 과학이 뒤섞여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자연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인간이 정해 놓은 자리를 벗어나는 동물들에게는 가차 없이 ‘악당’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저자는 동물을 쉽게 아끼고 쉽게 미워하는 인간의 이러한 양가적인 관점을 유쾌하고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동물들 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 현장 전문가, 학자들의 이야기를 고루 청취하며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순진한 온정주의나 냉담한 인간중심주의 중 어느 쪽으로도 함부로 기울지 않는 서술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주변의 동물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저자

베서니브룩셔

저자:베서니브룩셔
과학저널리스트.웨이크포리스트대학교의과대학에서생리학및약리학박사학위를받았다.미국신경과학회에서젊은학자에게수여하는차세대상을수상하였으며,2011년에는당해온라인플랫폼에게재된기사중가장뛰어난서너편에주어진스리쿼크스데일리상과학글쓰기부문1등상을수상한바있다.2019년에서2020년까지는과학기자들이선망하는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나이트사이언스저널리즘펠로로활동하였다.
브룩셔는청소년을위한과학잡지작가로일하는등최신과학지식의대중화에애써왔다.인간과동물의갈등,생태학,환경과학및신경과학에이르기까지,다양한부문에관심을두고글쓰기를이어오고있다.《사이언티픽아메리칸ScientificAmerican》,《디애틀랜틱TheAtlantic》,《워싱턴포스트WashingtonPost》등유수의매체에글을실었으며,팟캐스트.사람들을위한과학ScienceforthePeople.의진행자겸프로듀서이기도하다.
『나쁜동물의탄생:동물통제와낙인의정치학Pests:HowHumansCreateAnimalVillains』은과학저널리스트로서저자의그간이력이집약된첫저서다.과학뿐만아니라사회,문화,역사를폭넓게가로지르는이책에는인간이자연과관계맺는방식에관한저자의관심과동물에대한애정이깊게배어있다.
저자는쥐,비둘기,뱀에서부터고양이,사슴,곰에이르기까지숱한동물들을찾아가서만나고,여러분야에서활동하는전문가들의견해를듣고,동물들곁에서부대끼며살아가는평범한사람들의목소리에도세심히귀기울인다.저자는차분하고도유쾌한필치로동물을쉽게아끼고쉽게미워하는인간의양가적인관점을생생하게드러내고,나아가인간-동물의상호작용에대한이해의틀을제공한다.

역자:김명남
카이스트화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에서환경정책을공부했다.인터넷서점알라딘편집팀장을지냈고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제55회한국출판문화상번역부문을수상했다.옮긴책으로『들풀의구원』,『행동』,『우리본성의선한천사』,『명랑한은둔자』,『남자들은자꾸나를가르치려든다』,『재밌다고들하지만나는두번다시하지않을일』등이있다.

목차


1부:공포와혐오
1장역병같은쥐
2장미끄러지는뱀

2부:집이라고부를장소
3장생쥐의둥지
4장비둘기의똥

3부:보는사람의시각에따라
5장코끼리의기억력
6장골치아픈고양이

4부:유해동물의힘
7장코요테무리
8장파닥거리는참새

5부:과거와미래의유해동물
9장사슴무리
10장게으른곰
11장어떤이름으로불러도유해동물

더읽을거리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잘살라고할땐언제고,이제는죽이겠다고?
우리가인간에게‘해’준게뭔데?

지난2024년은지리산반달가슴곰복원사업이시작된지20년째되는해였다.당시방사되었던세쌍의반달가슴곰은어느덧세대를거듭하여80여마리에이르렀다.지리산반달가슴곰프로젝트는성공적인생물복원사례로평가받고있지만,일각에서는최상위포식자인곰이사람에게해를끼치면어쩌나하는우려를표하기도한다.탐방로에서곰이관찰된경우가10년간140차례에달한다고하니기우는아닌셈이다.

전문가들은반달가슴곰이사람을피하는동물이라인간과‘공존’할수있다고말한다.실제로도아직인명피해가없다고하니다행스러운일이다.하지만이미양봉농가등에서는경제적인피해사례가왕왕보고되고있다.곰의개체수가늘어나고우리가이를효과적으로통제할수없게되는순간,단군신화의주인공이자지리산생태계의깃대종인곰은다시금‘해로운동물’로전락할수도있다.

베서니브룩셔의『나쁜동물의탄생』에는이런사례가가득하다.어제사랑받던동물이오늘미움받는가하면,오늘경멸당하던동물이내일은찬탄의대상이되기도한다.아메리카대륙의초기정착민들에게늑대는소,양,사슴등의고기를두고경쟁하는라이벌이었다.정부는두둑한포상금을내걸었고,사람들은늑대를마구사냥했다.그러다늑대가드물어지자피식동물들의개체수가폭증했다.그제서야사람들은생태계의균형을유지하기위해늑대를재도입했다.심지어현대인들에게“늑대는순수하고,감탄스럽고,고귀한존재가되었다.”

동물은늘그대로였는데...
못된동물을만들어내는어리석은사람들

사람들은우악스럽다.동물을맘대로다루고,멋대로부린다.욕망과필요에따라동물들을이리저리옮기고,생태계에재앙을불러일으키고,그제서야없애려고든다.그러나동물들은인간의손아귀에서손쉽게벗어난다.한눈에봐도위협적인맹수뿐만아니라,얼핏무해하고귀여워보이는동물들도마찬가지다.쥐,뱀,고양이,코끼리부터사슴,토끼,참새,청설모에이르기까지,우리의머리꼭대기로기어올라가부좌를틀고앉은숱한동물들이이책의주인공이다.

1930년대호주에서는농업을보호하기위해해충을먹는사탕수수두꺼비를들여왔다.그러나오히려독이든두꺼비를잡아먹은토착동물들이줄줄이쓰러지기시작했다.과학자들이‘정치적압박’에굴복해생태계에섣불리개입한결과였다.참새의씨를말리려고했으나수천만명이아사하는참사로귀결된중국의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도비슷한케이스다.당은자연에대한통제력을보여줌으로써권위를입증하려했고,과학자들은당의뜻을거스를용기가없었다.이는“중국이스스로무엇이되고싶어하고,무엇을성취하고싶어하는가의문제였다.”

이밖에도인간은경제적효용과문화적학습,심지어단순한선호와같은자의적기준에따라끊임없이‘나쁜동물’을발명해낸다.‘평화의상징’이자우편부이고효율좋은식량이기도했던비둘기는쓸모가사라지자‘날개달린쥐’로전락했다.코끼리는서구인들에게는신성한동물이지만,케냐현지인들에게는사람보다특별대우를받는‘정부의동물’이되었다.고양이는타고난귀여움으로사람들의마음을사로잡지만작은피식동물들에게는‘공포의도살자’다.

동물은이처럼어떤맥락에놓이느냐에따라인간에게수용되거나배제된다.일단어떤동물이‘유해동물’로간주되면,우리는마치‘살해면허’가발급된것처럼동물들에대한도덕적고려를거리낌없이중단한다.동물을괴롭히는것만큼이나일방적인애호도이러한사태의원인이라는사실을저자는애써감추지않는다.그러면서도특정한입장이나동물들을함부로편들거나비난하기보다는,인간이감수해야할책임과해야할일을주지시킨다.“우리는고양이의삶과그들이일으키는죽음양쪽모두에책임이있다.”

그저최선을다해살아가는생태계이웃들
자연을통제한다는착각너머,이해와상생의길을모색하다

존경과경멸의시선을번갈아받는이동물들의이야기는인간의변덕스러움과어리석음을상기시킨다.“인간이야말로진정한유해동물”이아닌가싶을정도다.하지만저자는그러한단순한결론에머무르지않는다.“다행히인간은끈덕지고,지략이풍부하고,변할수있는존재다.”

앞서이야기한호주의사탕수수두꺼비는어떻게되었을까?두꺼비는호주의생태계에통합되었다.토착동물들이놀라운적응력을발휘한결과이기도했지만,과학자들이동물의습성및생태계그물망을전략적으로활용해끈질기게노력한덕분이기도했다.호주의과학자들은정부와보전단체들을끈질기게설득하여아직두꺼비가침입하지않은지역에두꺼비올챙이를방류했다.토착동물들로하여금독성이약한새끼두꺼비를잡아먹도록하기위함이었다.미리배탈을앓게만드는대신두꺼비를잘못먹었다가는큰일난다는교훈을가르치려는것이었다.‘두꺼비선생’프로그램은성공적이었다.

케냐의활동가들또한코끼리로인한현지인들의피해를줄이고상생을도모하기위한대책들을끊임없이강구하고있다.벌집울타리,지독한냄새를풍기는퇴치제,드론과같은수단으로코끼리를내쫓는가하면,인근지역의수확작물을바꾸고이를지역경제에통합시키는등사람들의생활을돕기위한노력도계속하고있다.코요테살인사건의현장이었던케이프브레턴섬의사례는,우리가동물들의방식을이해할때에야비로소서로를존중할수있음을보여준다.과학자들은코요테의생활은어떠한지,코요테를맞닥뜨렸을때에는어떻게대처해야하는지를주민들에게차분히교육하였다.그결과주민들의공포심은적정수준으로중화되었다.그야말로“아는것이힘이다.”


단순한정답대신끊임없는고민을
혐오와경멸보단애정어린시선을

물론‘하나의해답’은없다.저자는순진한온정주의에호소하거나,냉혹한적자생존논리를들먹이지않는다.생태계의균형을고려하지만,개별동물의복리를함부로무시하는태도도지양한다.서로입장이다른전문가와현장활동가의목소리를폭넓게취재하고,각지의원주민들이오래도록쌓아온지혜와현대과학의발견을조화롭게활용할수있음을역설한다.

저자는말한다.“공존이늘평화롭고달콤할수는없다”고.문제는매번새롭게발생할것이고,우리는그때마다‘겸손한앎’에기반한상생규칙을도출할수있을따름이다.우리가다른사람들과함께살기위하여사회를만들고,규칙을세우는것처럼말이다.서식지에식량이부족한데인간의영역에는먹이가풍부하다면,동물은민가로내려올것이다.특정동물을마구잡이로도살하거나내키는대로도입한다면,생태계의균형은머잖아무너질것이다.저자가‘사후약방문’이아닌‘사전준비’를강조하는이유다.

과학과문화를가로지르고실험실과현장을분주히쏘다니는저자를바쁘게따라다니다보면,우리는“정말로자연을이길길은없다”는당연한사실과새삼마주치게된다.동시에유쾌함과따스함,호기심과엄정함을잃지않는저자의서술을통해,우리는생태계의일원으로서‘비인간이웃들’과살아가는방법을함께고민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