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다, 고치다, 지키다 (학교를 지탱하는 노동의 흔적)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 (학교를 지탱하는 노동의 흔적)

$18.50
Description
“학교에 갑니다, 일하러”
35만 노동자들의 일터, ‘학교’를 재구성하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교실만 존재하는 학교는 있을 수 없다”
구성원 누구나 존중받는, ‘모두의 학교’는 어떻게 가능할까

학교에는 누가 있을까? 선생님과 학생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학교는 100여 개의 직종이 얽혀 돌아가는 노동 현장이다. 교육공무직이라 불리는 이들만 약 17만 명, 그 밖에 비정규직 강사 등을 포함하면 약 36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학교를 일터로 삼아 살아간다. 역시 36만 명에 달하는 교사의 숫자와 맞먹는 규모다. ‘일하는 사람들’ 없이는 학교가 단 하루도 굴러갈 리 없는데,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교실 안에만 머물러 있다.
이 책은 교실 안팎의 다양한 노동 현장으로 향한다. 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취재하며 기록해 온 작가 희정이 이번에는 '학교'를 찾아, 우리가 늘 마주치면서도 보지 못하고 매일 스쳐 지나면서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한 ‘학교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렇게 교사와 학생 외에도 많은 이들의 노동과 헌신으로 돌아가는 '모두의 학교'를 재구성한다.
저자

희정

저자:희정
기록노동자.글쓰기를노동삼아일의세계를알고자한다.저서로는『삼성이버린또하나의가족』(2011),『노동자,쓰러지다』(2014),『아름다운한생이다』(2016),『퀴어는당신옆에서일하고있다』(2019),『여기,우리,함께』(2020),『두번째글쓰기』(2021),『문제를문제로만드는사람들』(2022),『일할자격』(2023),『베테랑의몸』(2023),『뒷자리』(2024),『죽은다음』(2025)이있다.

사진:김희지
여성주의활동곁에서사진을찍어왔다.한국여성의전화가정폭력피해자공연프로젝트〈마음대로,점프!〉,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등을기록했다.사각형안에눈길을붙들어두려는이유를아직찾고있다.

목차


들어가며_배우다,가르치다,일하다

1부| 선생님도선생님이에요?
①누구든무엇이든물어보세요_정태영사서교사
②돌봄이라는이름의수업_최은희돌봄전담사
③식단표가식판에담기기까지_이희원영양사
④학교가끝나고난뒤_김누리방과후수업강사
⑤우리그린히어로,선생님_이향자보건교사
*선생님도선생님이에요?

2부|학교,어디에서일하세요?
⑥성실로타인을지키는사람_이덕영학교보안관
⑦쉬워보인다면잘하고있는겁니다_양윤숙교무실무사
⑧K-급식의동상이몽_박화자조리실무사
⑨저절로고쳐지는건없다_정훈록시설기동보수반기사
*학교,어디에서일하세요?

3부|좋은일하시네요
⑩한사람이되어줄게_이성은학교사회복지사
⑪아이들은밉지않은색이다_정성희미술치료사
⑫도전하는일을23년째_김미연특수교사
⑬서로도움을주고받는연습_나현진특수교육실무사
*좋은일하시네요

촬영후기_셔터를누르며되살아난마음들

출판사 서평

교과서너머,배움과가르침의의미를되묻는
‘일터로서의학교’를조명하다

학교를왜가야할까?학생이라면배우러,교사라면가르치러가겠지만,무엇을어떻게배우고가르쳐야하는지는여전히빈칸으로남는다.“학교에서배우는일이무의미하게여겨질때가있다”는저자의말에반박하기란여간어려운일이아니다.

저자희정은‘배우다’라는말의빈틈을파고든다.학교에서무언가를배우려면,우선배움의토대가꾸려져야한다는점에주목한다.학교가제대로기능하려면아이들에게밥을챙겨먹여야하고,보살핌이필요한마음을헤아려주어야한다.고장난시설을고쳐야하고,위험으로부터지켜주어야한다.그러려면‘일’하는사람들이필요하다.학교는배움터이기전에일터다.

학교에는일하러가는사람들이있다.나날의학교를가능하게하면서도정작존재조차잘드러나지않은또다른현장이있다.학교에서일하는사람은무려36만명에달한다.교육공무직과기타비정규직을포함한수치다.역시36만명에이르는교사와맞먹는숫자지만,이들은열악한노동조건에도불구하고좀처럼조명되지못한다.학교에서우리는누구나기본적인존중을받을권리가있다고배우지만교과서속가르침은막상학교현장에서부터제대로적용되지않는다.어쩌면이것이학교가무의미하게여겨지는또다른이유아닐까?배움이공허해지지않으려면,가르침이교과서를넘어학교곳곳에서실현되어야한다.

『돌보다,고치다,지키다』는학교의그늘에서묵묵히일해온사람들에관한이야기다.기록노동자희정이13명의인터뷰이를찾아가이들의보람과애환이섞인‘일터로서의학교’를재조명한다.이들에게학교는그저생계수단에그치지않는다.그것은아마도우리가학교를“다른어떤장소와도다르다고믿기때문”일것이다.어떤이들에게학교는자라나는아이들을지켜보고아이들에게배우기도하면서삶을꾸려나가는장소이기도하다.그렇기때문에그들은학교에간다.일하러.

이책은단순한노동의기록을넘어,“우리사회가진정소중히여겨야할가치가무엇인지묻는”(이승윤교수추천사)깊은물음을독자에게던진다.

급식실·보건실·도서관부터행정·방과후교실·특수학급까지,
학교라는마을을보살펴온노동의흔적을살피다

학교에는100여개의직종이있다.학교안팎의온갖행정업무를처리하는교무실무사,자리를비우기조심스러워화장실조차조급히다녀오는학교보안관,종일연기를마시고수챗구멍을후비며매일같이1인당100인분의음식을만들어내는조리실무사등이다.보건교사나방과후교실강사처럼직접수업을하는이들도있지만,모두‘선생님이면서도선생님이아닌’신세다.아이들에게는‘선생님’일지언정,어른들은이것이“단순한고용형태를넘어사회적지위와신분의문제”임을안다.

저자희정은이러한현실을의문시한다.“선생님은선생님이다.”라고힘주어말한다.그가만난인터뷰이들은“각자의방식대로배움을나누고있었다.”배움의터전을가꾸는일이란그런것이다.열악한환경과대우에도불구하고이들은모두자신의일을자랑스럽게여긴다.물론힘에부칠때도부지기수다.인터뷰현장을촬영한사진작가김희지가새삼깨달은것처럼,“자기일을긍정하기위해서는자신의인정도중요하지만,타인의인정또한필요”하기때문이다.

사람들은보통이들의일을쉽다고여긴다.도서관에앉아책이나읽었으면좋겠다며사서교사를부러워하고식단표를보면서입맛만다신다.하지만누구나내심알고있듯,“세상에쉬운일은없다.쉬워보이는일이있을뿐이다.”

책을골라구매하고분류하여비치해두는사서교사의기본업무만하더라도아이들의접근성과관심사를일일이알아두어야하는일이고,영양사의업무또한음식이식판에담기기까지수많은서류작업과예산책정,도구및재료검수,레시피개발등의품이드는일이다(2023년도조사에따르면‘매일같이초과근무를한다’고응답한영양사가절반에가까웠다).아이들의영양균형과식습관교육또한고려사항이다.

심지어업무분장이명확하지않은경우도많다.경계가애매한일들이자주,과도하게맡겨진다.이책에소개된거의모든직종에서그렇다.꼭필요한인력수요를부족한공급으로간신히메꾸는실정인데다가,근무환경이제대로규정조차되지않은경우가다반사다.조리실무사의경우민간보다도일이고되다는악명탓에,이미결원율이20퍼센트를넘는다.
평소에우리는이러한노동을당연한배경처럼여기지만,만일이들의노고가사라진다면당장곤란함이이만저만이아닐것이다.

카네이션한송이가권리를대신할수는없다
우리가바라는학교,함께할사회는어떤모습인가

이책은총3부로구성되어있다.“선생님도선생님이에요?”“학교,어디에서일하세요?”“좋은일하시네요”로구성된각부의제목은학교노동자들이일상에서자주맞닥뜨리는말들이다.저자는이말들을화두삼아,우리가잘모르고있는‘그림자노동’의현실을풀어헤친다.각부의끝에는이말들에관한저자의단상이실려있다.13명의인터뷰이들과만나그들의이야기에귀기울이는동시에저자의문제의식을하나씩곱씹다보면,이책을관통하는물음과마주치게된다.‘학교란어떤곳이어야하는가.’그리고이는곧우리사회가어떤곳이어야하느냐는물음으로이어진다.

저자가만난학교에서일하는사람들은모두스승의날학생들에게카네이션을받은경험을소중하게간직하고있었다.저자는“과거의내가무심코스쳐가버린것을기억하는학생들이있다는사실”에위안을받고같이고마워하면서도,“집단의소속감이나성원권이꽃한송이로갈릴순없는일”임을아프게지적한다.

저자는이야기한다.학교에는좋은사람이많아야한다고.학교의역할은아이들에게그저지식을전달하는것으로그치지않는다.다른사람들과함께살아가야하는세상살이를가르치는곳이바로학교다.그러므로고용형태가곧지위고하의표식이되는학교,아이들의‘안녕’을지키기위해애쓰는노동자의‘안전’이보장될수없는학교,다양한존중보다높은시험점수만을요구하는학교는건강하지않다.
이책은학교를지탱하는가려진손들을비춤으로써학교를둘러싼논의의지평을넓힌다.교육은교과서와커리큘럼만으로결정되지않는다.매일아침안전하게교문을열고,따뜻한급식을준비하고,보건실에서아이들을돌보는수많은손길이모일때학교는비로소배움의공간이된다.『돌보다,고치다,지키다』는그손길에담긴마음을,손끝의온기를기록한책이다.그리고우리모두에게질문을던진다.당신이바라는학교는,당신이살고싶은사회는어떤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