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뼈와 플라스틱: 범람의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것

닭뼈와 플라스틱: 범람의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것

$21.00
저자

남종영

저자:남종영
환경저널리스트이자성공회대외래교수.영국브리스틀대학교에서인간-동물관계를공부했다.2001년부터2023년까지한겨레신문에서기자로일했다.북극과남극,적도를오가며기후변화로고통받는인간과동물을기록한‘지구종단3부작’시리즈,그리고수족관에갇혀돌고래쇼를하던남방큰돌고래제돌이를고향바다로돌아가게한기사를쓴것을인생최고의보람으로여긴다.『북극곰은걷고싶다』,『잘있어,생선은고마웠어』,『안녕하세요,비인간동물님들!』,『동물권력』,『다정한거인』등을썼다.2023년한국출판문화상교양부문저술상을받았다.

목차

머리말|범람과은폐의시대
프롤로그|인간,지진을만들다

1부인류세,시작되다

1장인류세의우연한탄생?_새로운시작혹은인류를향한경고
2장거대한가속_폭주뒤에만난새로운영토
3장인류세의기원에대한또다른시각_①플랜테이션과‘싸구려자연’의탄생
4장인류세의기원에대한또다른시각_②8,000년전시작된‘오래된야만’

2부인간의일,지구의일

5장가장외로운나무가들려주는말_잃어버린빙하기와신생대최대의온난화사건
6장흙의착취,생명의연결은어떻게끊겼는가_농업과기후위기의치킨게임
7장흑두루미고난과개척의역사_생물다양성감소와인수공통감염병그리고제6의파국

3부닭뼈와플라스틱

8장인류세부결사건의전말_왜지질학자들은반대표를던졌나?
9장FakePlasticTree_범람의시대에사라지지않는것
10장내일의치킨행성_대가속생물종이점령하다

4부우리에게는행성적관점이필요하다

11장우주선지구호와바이오스피어2_유한함위에서무한히살아가기위해
12장가이아와공생자행성_생물이공생하는인류세의뉴노멀
13장행성적경계와도넛경제학_안전한작동영역에머물려면

5부인류라는말로퉁칠수없는것

14장너무나도중요한0.47퍼센트의책임_‘기후소송’은지구를구할수있을까?
15장국제기후정치와죄수의딜레마_모두의문제,아무도책임지지않는게임
16장우리는지구를길들일수있는가?_가이아2.0에서만난윤리적난관
17장사물의의회가개원했습니다_비인간을위한민주주의

에필로그|미래는천국도지옥도아니다

출판사 서평

“이파괴적인시대는정확히언제,누구에의해시작되었는가?”
인간이창조한지질시대,인류세의기원을찾아서

인류세는언제시작됐을까?2000년대기화학자파울크뤼천이“우리는지금홀로세에사는것이아닙니다.바로인류세에살고있습니다!”라고선언한뒤,학자들은새로운시대의경계를찾기위해시간을거슬러올라갔다.그런데인류세의시작점을정하는일은단순히지질연대에선을긋는문제가아니다.이는곧“지금의지구를이렇게만든책임은누구에게있는가?”라는문제로이어진다.아프리카의빈농과월스트리트의금융가를똑같이‘인류’라부를수있을까?지구를파괴한주체를뭉뚱그려‘인류’라고이름붙이는순간,정작책임져야할이들에게훌륭한알리바이를만들어주는것은아닐까?책은이질문을붙들고인류세의시계를거꾸로돌린다.

저자는소비자본주의가폭발적으로팽창한1950년대의‘거대한가속’,자본주의적‘화석경제’가출발한18세기후반,‘싸구려자연’으로행성적비즈니스를시작한1610년의‘플렌테이션세’와‘자본세’,더멀게는8,000년전농업혁명까지인류세의여러기원설을따라간다.중요한것은어느시점이정답인가를가리는데있지않다.시작점을어디에찍느냐에따라그시대를움직인역사적·정치적맥락에대한해석이바뀌고,따라서인류세언명에대한정치적효과도달라진다.

1950년대를인류세의기점으로삼는‘거대한가속’은인류세가바로‘지금,우리의책임’이라는점을일깨운다.반면인류세의기원을17~18세기근대자본주의나산업자본주의의태동기에서찾는시각은‘인류세위기를유발한근본적원인은유럽제국주의와자본가계급’이라는점을폭로한다.또이미고대사회부터인류가지구의물리적·화학적시스템에개입했다고보는‘초기인류세가설’은자연을길들이고환경을바꾸어온인간의오래된역사까지문제의범위를넓힌다.인간과자연의관계는우리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오래전부터서로얽혀왔다는것을드러내는시각이지만,이주장은‘현대인류’의책임을희석하는효과가있다.저자는서로다른기원설을교차해살펴봄으로써,인류세라는개념을인간과자연이맺어온관계의역사를읽는틀로확장한다.

지진을만들고,빙하기의문을닫아버린인간!
인간-지구의얽힘에관한행성적탐구

인류세의핵심은인간이하나의‘지질학적힘’이되었다는데있다.실제로인간은지진을만들고,빙하기의문을닫아버렸다.2017년포항에서는지열발전소의물주입이단층의방아쇠를당겨규모5.4의지진을촉발했고,몇몇기후연구는인간이높여놓은이산화탄소농도가수만년동안반복돼온빙기와간빙기의리듬마저뒤흔들었을가능성을제기한다.인간의활동이지구의지질학적기록으로남기시작한것이다.

환경저널리스트인저자는이러한‘인류세적사건’의흔적을따라현장으로들어간다.인류세연구자들이새로운지질시대의대표화석으로주목한캠벨섬의‘랜펄리나무’는인간의역사가어떻게자연의시간속으로침투했는지단적으로보여준다.사람이살지않는남극해외딴섬의나이테에까지핵실험의방사성낙진이‘밤스파이크(bombspike)’로새겨졌다는사실은,인간의역사가이제지구의나이테와지층에기록되는‘행성의사건’이되었음을말하고있다.

탐사는인류세지층깊숙이이어진다.저자는경기도평택의옛쓰레기매립지를시추해지하12미터에묻힌플라스틱을직접끄집어내고,3,500여년전닭가축화의흔적이발견된태국반논왓까지찾아가오늘날지구에서가장많은새가된닭의기원을추적한다.한때하찮은쓰레기와인간이길들인평범한가축에불과했던것들이이제지구의시간을기록하는흔적이되었다.저자는그흔적을따라가며인간의역사가어느순간부터지구의역사속으로깊숙이들어왔는지펼쳐보인다.

“우리는인류세라는이름을‘지질학적으로’연기했다.”
2024년인류세공인안부결의전말

2024년,지질학계는인류세공인안을부결했다.인류세공인이초읽기에들어갔다고여겨지던때였기에뜻밖의결론이었다.이책은부결의전말을비중있게서술하며,‘인류세’라는이름이파국을맞은우리시대에어떤의미를갖는지묻는다.부결과정에서는충분한토론없이표결이빠르게진행되고,인류세논의를이끌던연구자들이‘이해충돌’을이유로심의에서제외되는등절차적논란이불거졌다.그러나저자가주목하는것은그이면의더근본적인충돌이다.

인류세실무단은오랜논의끝에대량생산과대량소비가폭발하고지구환경지표가급격히치솟은‘거대한가속’의시기인1950년대를새로운지질시대의시작점으로정해공인을추진했다.그러나수천년에서수백만년의시간을다뤄온층서학자들에게그로부터불과70여년밖에지나지않은시대를하나의새로운지질시대로선언하는것은쉽게받아들이기어려운일이었다.‘72년은너무짧다’는층서학의오랜‘학문적본능’과,인간이불과수십년사이지구시스템을질적으로바꾸었다는새로운현실이맞부딪힌것이다.이책은이를지질학이오랫동안그려온‘고요한추상화’와새로운패러다임의충돌로읽는다.인간의개입과무관하게장구한시간속에서움직이는자연을관찰해온전통적인지질학이,이제인간을자연의역사로부터떼어놓을수없는시대와마주했다는것이다.

“홀로세라는옛이름으로는지금의파국을진단하고대응할수없다.”인류세부결이후,다시인류세를생각하다

결국‘인류세’라는이름은학계에서시민권을획득하지못했다.하지만저자는오히려“지금이야말로우리가인류세라는개념을훨씬강하게붙들어야할때”라고목소리를높인다.인류세는기후변화하나로환원되지않는지구시스템의복합적인위기를한눈에바라보게한다.“온실가스농도라는숫자를넘어,미세플라스틱의확산,종의멸종,화학적오염그리고생명체간의연결망붕괴라는위기의복잡성을총체적으로직시”하게하는이름이바로인류세인것이다.

책의후반부에서는질문의방향도달라진다.인간이지구를얼마나바꾸었는지를입증하는데서나아가,이미생태적한계에다다른행성에서어떤방식으로살아갈것인가를묻는다.4부는그출발점으로‘행성적관점’을제시한다.우주에서바라본‘푸른구슬’지구,인간이만든폐쇄생태계실험‘바이오스피어2’,지구를생명과환경이서로조절하는시스템으로보는‘가이아이론’,인류가넘지말아야할생태적한계를제시한‘행성적경계’,그한계안에서인간다운삶을모색하는‘도넛경제학’을차례로살피며,지구를인간의삶을받쳐주는배경이아니라생명과대기,토양과바다가서로의존하며움직이는유한한시스템으로다시보게한다.이제질문은얼마나더성장할수있는가가아니라,이행성의한계를넘지않으면서어떻게함께번영할것인가로옮겨간다.

그러나지구를하나의공동운명체로바라보는것만으로는충분하지않다.마지막5부는다시‘인류’라는말속에뭉뚱그려진책임의차이를꺼내놓는다.누가더많이파괴했고누가그피해를먼저감당하는지,책임을어떤방식으로나눌수있는지,더나아가동물·숲과땅·바다등인간이아닌존재에게도정치적목소리를부여할수있는지를묻는다.기후소송과국제기후정치,‘사물의의회’까지이어지는논의를통해인류세는환경위기를설명하는과학적개념에서책임의배분과공동체의범위를다시묻는정치적질문으로확장된다.위기의증후를포착하는데구심점이되어온‘인류세’는이제개인들의철학과윤리의문제로까지내려왔다.저자의표현대로인류세는“행성의다수파인비인간동물과생태약자와어떻게연대할수있는지실천적경로를묻는정치적인개념”이될수있다.파국의시대를어떻게견딜것인가를넘어,누구와관계를맺고어떤세계를함께만들어갈것인가.이책은바로그불편하고도피할수없는질문앞에독자를세운다.

책속에서

인류세적사건앞에서우리는‘당혹감’을느끼게된다.일반적인자연재난은그우연성에대해우리가아무런의심을품지않는다.그저어찌할수없는운명으로받아들인다.하지만자연재난의커튼뒤에서무대를움직인인간의활동을뒤늦게발견할때,우리는분노를운명에조차돌릴수없어당혹감에빠진다.심지어지구온난화의위기에서벗어나려는방법으로강구한지열발전소조차도지진의원인이되었으니말이다.
인류세적사건에속하는자연재난엔기후변화로인한태풍,홍수,폭염,가뭄,산불등이있다.재난상황특유의압도적광경때문에일반적인자연재난의장면처럼보이지만,실은극장의커튼뒤에선인류가기후시스템의균형을깨뜨린결과다.
본문24~25쪽(프롤로그:인간,지진을만들다)

지구팀이지금환경위기에맞닥뜨린인류라고해보자.세계권력을잡고있는선진국정부와다국적기업이감독과코치진이될것이다.9회말투아웃,그때까지낮잠을자던감독이갑자기일어나‘파이팅’을외치며꺼내든단어가바로‘인류세’아닐까?
산업혁명이후온실가스폭증과숲·바다파괴,생물다양성감소등을일으킨핵심에는거대자본과이를뒷받침한선진국정부가있다.그런데자기들은아무책임도없는것처럼이제와서는우리모두,그러니까인류의책임이니잘해보자고한다.자신들의과오를‘인류세’라는말에넣어떠내려보내는것은아닐까?
이처럼도전적인질문이나올수밖에없기때문에인류세는더는가치중립적인지질학적개념에머물수없게되었다.
본문42~43쪽(1장:인류세의우연한탄생?)

인류세의시작점을두고여전히학계에서는여러견해가있다.앞으로살펴보겠지만,이탈리아의탐험가크리스토퍼콜럼버스가아메리카대륙에도착한1492년,그리고산업혁명이일어난18세기로보는입장이있다.심지어신석기혁명처럼오랜과거에서찾는학자도있다.학술적논쟁은차치하고인류세담론이갖는효과만따져본다면,인류세가오래전에시작했다는주장은‘현대인류’의책임을면제하는효과가있다.
반면에거대한가속은인류세가‘지금,우리의책임’이라는점을일깨운다.당장고속열차에서내리거나속도를늦추지않으면안된다고경고한다
본문55~56쪽(2장:거대한가속)

그렇다면다음빙기는언제시작할까?학자들사이에서‘10만년문제(100-kyrProblem)’라고불리는이수수께끼는미래의지구기후를푸는중요한열쇠다.(…)유럽의기후전문연구기관인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연구팀은2016년이와관련한논문에서인간으로인해빙기를이미놓쳤을수있다고했다.(…)
“우리는지금여름의북반구가태양으로부터가장멀리떨어져있는시기(원일점)에있습니다.정상적인상황이라면간빙기가끝나고새로운빙기가시작될것입니다.200년전이산화탄소농도가240ppm이었다면빙기가시작될수있었지만,우리는그보다높은농도인280ppm을기록했습니다.”
(…)지구는과거에빙기의문으로들어가야했다.그런데빙기로들어가는문이열리지않았다.지금도이문이열릴것이라는아무런징후가없다.
본문98~99쪽(5장:가장외로운나무가들려주는말)

인류세는1950년대라는선을긋고출발한육상선수가아니다.그이전에도자연환경에비가역적인인간영향은존재해왔다.인류세가‘인간에의해발생하는모든것’을의미하지않는다.하지만반박할수없는층서학적흔적,물리적·화학적증거가1950년대들어쏟아지기시작했다.제4기층서소위원회의과학자들이이러한‘사실’을받아들이지못한것이다.얀잘라시에비치는과학전문지《뉴사이언티스트》에서이렇게썼다.
“지질학계가그려온고요한추상화를(인류세주창론자들이)현대의문제와연관시킨것에대해그들은매우불쾌하게생각했을것이다.새로운과학적지식은언제나과거의오래된관점을흔들기때문에인류세가저항에부딪힌것은놀라운일이아니다.”
본문149~150쪽(8장:인류세부결사건의전말)
현재국제표준층서구역을제안하기위해연구하는곳중에는‘쓰레기매립장’은없다.일반적으로지질학자들은자연적으로형성된퇴적층에서표식을찾기때문이다.하지만남욱현박사의생각은다르다.인류세에선지층이자연적으로퇴적되는경우가예외가여겨지는상황이되었기때문이다.그는이렇게말한다.
“지구에서1년동안움직이는퇴적물(흙,모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