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아, 행진이었다
바지락조개 한 리어카 밀고 끌고 지나간다
팔 걷고 밀어 주면 저녁 반찬 얻는다”
쓸쓸함마저도 올연하게 빛나다−
뻘밭에 깃든 후끈한 생명력을 길어 올리는 시
바지락조개 한 리어카 밀고 끌고 지나간다
팔 걷고 밀어 주면 저녁 반찬 얻는다”
쓸쓸함마저도 올연하게 빛나다−
뻘밭에 깃든 후끈한 생명력을 길어 올리는 시
2006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형권 시인의 신작 시집 『내 눈꺼풀에 소복한 먼지 쌓이리』가 걷는사람 시인선 94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저마다의 고난을 핍진하게 그려낸 이 시집은 “조개 리어카를 밀고 세상을 건너다”(해설 이병철)라는 표현처럼 현대사회 속 도시인의 쓸쓸함을 처연하게 보여 주는 52편의 시를 엮었다.
박형권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은 대부분 시간에 마모되거나 가난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은 힘을 내어 무언가를 해 보려는 몸짓들을 보여 준다. 세상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있는 힘을 다해 현실에 맞서는 사람들이다. 초봄의 추위 속에서 조그맣게 솟아나는 냉이 잎 같은 사람들이다.
“냉이 찾았어! 하는 순간 애가 어른 되고 어른은 늙어 버린다”라는 시 구절이 상징하고 있듯, 힘겨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간의 힘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질 ‘냉이’ 같은 운명이다. “그러므로 냉잇국은 순간의 음식”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은 쏘아 놓은 화살 같아서 향기로운 것”(「냉잇국」)이다. 추위 속에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존재이며, 순식간에 사라질 운명이기에 인생은 짧고 그만큼 간절함이 배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서로의 가난을 바라보며 성장했기에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살아간다. 시인은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를 거울처럼 보듬는 장면들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그 속에 깃든 연민과 인간애를 희망의 싹으로 부려 놓는다.
한편, 시집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바다 풍경은 박형권 시의 원천이자 정신세계의 근원이다. “갯벌은 생명의 징후와 예감으로 우글거리는 태초의 대지이자 삶과 죽음이 상호작용하는 세계, 신생과 소멸의 반복이라는 리듬으로 화음을 이룬 하나의 우주”라는 이병철 평론가의 표현처럼, 박형권이 노래하는 ‘갯벌론’은 의미심장하다. 이를테면 「그리움좌」의 주인공은 “우주를 그려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바지락조개 껍데기에 은하수와 카시오페이아자리와 북두칠성을 그려 넣어” 주고, “우주는 작을수록 크다는 걸, 블랙홀처럼 작은 것들이 우리를 빨아 당긴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가 하면 「비, 포구에서 내리는」이라는 시에서는 “조개잡이 배는 왜 이리 늦게 오나/이 바다 언제까지 우리 먹여 살리려나”라고 혼잣말하다가 “아, 행진이었다/바지락조개 한 리어카 밀고 끌고 지나간다/팔 걷고 밀어 주면 저녁 반찬 얻는다”라며 삶의 통찰의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고독과 가난을 평생 옷처럼 걸치고 산 이들의 삶은 신산하기 짝이 없지만 박형권은 끝내 “굴에 베인 상처로 끓인 국 한 그릇으로/나는 예순 살이 되도록 달다”(「왜 굴을 꿀이라고 하셨는지」)라고 선언한다. 어쩌면 상처로 끓여낸 조갯국 한 사발 같은 것이라서 그의 시가 이토록 미더운지도 모른다.
추천사를 쓴 정우영 시인은 박형권의 시에 대해 “가난하되 가난하지 않고 허기지되 허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절망조차 절망의 나락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시집은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하찮고 작은 것들을 보여 주며 그 안에 든 소중한 우주를 우리 함께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박형권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은 대부분 시간에 마모되거나 가난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은 힘을 내어 무언가를 해 보려는 몸짓들을 보여 준다. 세상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있는 힘을 다해 현실에 맞서는 사람들이다. 초봄의 추위 속에서 조그맣게 솟아나는 냉이 잎 같은 사람들이다.
“냉이 찾았어! 하는 순간 애가 어른 되고 어른은 늙어 버린다”라는 시 구절이 상징하고 있듯, 힘겨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간의 힘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질 ‘냉이’ 같은 운명이다. “그러므로 냉잇국은 순간의 음식”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은 쏘아 놓은 화살 같아서 향기로운 것”(「냉잇국」)이다. 추위 속에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존재이며, 순식간에 사라질 운명이기에 인생은 짧고 그만큼 간절함이 배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서로의 가난을 바라보며 성장했기에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살아간다. 시인은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를 거울처럼 보듬는 장면들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그 속에 깃든 연민과 인간애를 희망의 싹으로 부려 놓는다.
한편, 시집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바다 풍경은 박형권 시의 원천이자 정신세계의 근원이다. “갯벌은 생명의 징후와 예감으로 우글거리는 태초의 대지이자 삶과 죽음이 상호작용하는 세계, 신생과 소멸의 반복이라는 리듬으로 화음을 이룬 하나의 우주”라는 이병철 평론가의 표현처럼, 박형권이 노래하는 ‘갯벌론’은 의미심장하다. 이를테면 「그리움좌」의 주인공은 “우주를 그려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바지락조개 껍데기에 은하수와 카시오페이아자리와 북두칠성을 그려 넣어” 주고, “우주는 작을수록 크다는 걸, 블랙홀처럼 작은 것들이 우리를 빨아 당긴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가 하면 「비, 포구에서 내리는」이라는 시에서는 “조개잡이 배는 왜 이리 늦게 오나/이 바다 언제까지 우리 먹여 살리려나”라고 혼잣말하다가 “아, 행진이었다/바지락조개 한 리어카 밀고 끌고 지나간다/팔 걷고 밀어 주면 저녁 반찬 얻는다”라며 삶의 통찰의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고독과 가난을 평생 옷처럼 걸치고 산 이들의 삶은 신산하기 짝이 없지만 박형권은 끝내 “굴에 베인 상처로 끓인 국 한 그릇으로/나는 예순 살이 되도록 달다”(「왜 굴을 꿀이라고 하셨는지」)라고 선언한다. 어쩌면 상처로 끓여낸 조갯국 한 사발 같은 것이라서 그의 시가 이토록 미더운지도 모른다.
추천사를 쓴 정우영 시인은 박형권의 시에 대해 “가난하되 가난하지 않고 허기지되 허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절망조차 절망의 나락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시집은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하찮고 작은 것들을 보여 주며 그 안에 든 소중한 우주를 우리 함께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내 눈꺼풀에 소복한 먼지 쌓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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