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그래, 이곳도 서울
아직 뱉어내지 못한 징그러운 삶이 있는”
여성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삶
서울이라는 환상 이면을 살아내는 일인칭 ‘나’들
아직 뱉어내지 못한 징그러운 삶이 있는”
여성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삶
서울이라는 환상 이면을 살아내는 일인칭 ‘나’들
오래전 절판되어 더는 서점에서 찾을 수 없었던 우리 시대 대표 시집을 선보이는 걷는사람 ‘다시’ 열한 번째 시리즈로 김사이 시인의 첫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이 출간되었다. 시인 김사이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시를 공부하며 2002년 《시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성이자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에 꾸준히 골몰해 온 김사이는 “가리봉의 시인”(해설, 방민호)이라는 명명처럼 가리봉의 주변부와 그 삶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시인의 화자들은 가리봉이라는 공간에 산재한 채로 존재하며, 서울이라는 환상의 이면을 살아내는 일인칭 인간으로 상징된다.
김사이의 시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생이라는 유한함 속에서 꿈틀거리며 절절히 살아 숨 쉬는 이들을 응시하게 된다. “어느 곳에도 온전하게 속하지 못하”는 존재들은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이력서를”(「이력서를 쓰다」) 쓰는 행위를 반복하며 저마다의 생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사회는 “이제 한 명 죽는 건 뉴스거리도 되지 않”(「목숨값은 얼마일까」)으며, 이웃 공동체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무심한”(「숨어 있기 좋은 방」) 상태가 되어 버렸다. 차츰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은 세계에서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혹처럼”(「카타콤베」) 자라나는 것은 우리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비극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노동에 대해 사유하는 김사이의 화자들은 보란 듯이 끈덕지게 살아내고야 만다.
시인은 “노동하는 육체”를 통해 몸소 체화한 언어를 담대한 목소리로 끄집어낸다. 여성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체감한 일인칭 화자의 발화는 자본의 구원이 “개인의 욕망과 능력”(해설, 장은영)에 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기에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그저 그러려니 사는 게 그러려니 하면서” 체념하기에 그치지 않는 인물들의 태도는 “한낮에도 깜깜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 가느다란 빛”(「머물기 위해 떠나다」)이 우리 곁에 늘 머무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벌레 같은 것들이” 자신의 ‘살아 있음’을 증명하듯 “계속 톡톡 튀어 오르는” 것처럼, 우리도 결국은 살아남아 “생의 반란은 이렇게 찾아”(「초록눈」)온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마리라는 것을, 시인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여성 노동자의 삶으로부터 시작된 시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가 되고,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의 확장이 가능해진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김사이의 시 세계에서 주요한 의미를 함축하는 가리봉이 “삶이라는 것의 물질성이나 육체성 같은 것이 헐벗은 채로 드러나는 곳”이자 “인간은 벗은 채 와서 벗은 채 돌아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시집 전반에 산포된 “서울이라는 찬란한 이름의 배수구가 보여 주는 기이한 삶의 국면을 가능한 한 폭넓게 포착하려는 의도”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동시에 “가리봉 연가가 아니라 존재의 불안정성을 딛고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 나가려는 여성 화자의 자기 응시를 담은 시집으로서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음을 조명하며 시집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십오 년 만에 복간된 시집을 기념해 오늘날의 시선을 더한 장은영 문학평론가는 이 시대의 노동이 여전히 “공론장에서 밀려나 개인의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떠넘겨”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김사이 시인이 가진 “죽은 노동을 거부하는 언어”가 “자본이 몰수하는 인간성을 되찾고 절망의 감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을 드러내기 때문”에 “절망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포착하며 또 하나의 희망을 본다. 이 시인은 언제까지나 가장 인간다운 빛을 향해 용감히 나아갈 것만 같다.
김사이의 시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생이라는 유한함 속에서 꿈틀거리며 절절히 살아 숨 쉬는 이들을 응시하게 된다. “어느 곳에도 온전하게 속하지 못하”는 존재들은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이력서를”(「이력서를 쓰다」) 쓰는 행위를 반복하며 저마다의 생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사회는 “이제 한 명 죽는 건 뉴스거리도 되지 않”(「목숨값은 얼마일까」)으며, 이웃 공동체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무심한”(「숨어 있기 좋은 방」) 상태가 되어 버렸다. 차츰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은 세계에서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혹처럼”(「카타콤베」) 자라나는 것은 우리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비극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노동에 대해 사유하는 김사이의 화자들은 보란 듯이 끈덕지게 살아내고야 만다.
시인은 “노동하는 육체”를 통해 몸소 체화한 언어를 담대한 목소리로 끄집어낸다. 여성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체감한 일인칭 화자의 발화는 자본의 구원이 “개인의 욕망과 능력”(해설, 장은영)에 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기에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그저 그러려니 사는 게 그러려니 하면서” 체념하기에 그치지 않는 인물들의 태도는 “한낮에도 깜깜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 가느다란 빛”(「머물기 위해 떠나다」)이 우리 곁에 늘 머무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벌레 같은 것들이” 자신의 ‘살아 있음’을 증명하듯 “계속 톡톡 튀어 오르는” 것처럼, 우리도 결국은 살아남아 “생의 반란은 이렇게 찾아”(「초록눈」)온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마리라는 것을, 시인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여성 노동자의 삶으로부터 시작된 시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가 되고,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의 확장이 가능해진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김사이의 시 세계에서 주요한 의미를 함축하는 가리봉이 “삶이라는 것의 물질성이나 육체성 같은 것이 헐벗은 채로 드러나는 곳”이자 “인간은 벗은 채 와서 벗은 채 돌아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시집 전반에 산포된 “서울이라는 찬란한 이름의 배수구가 보여 주는 기이한 삶의 국면을 가능한 한 폭넓게 포착하려는 의도”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동시에 “가리봉 연가가 아니라 존재의 불안정성을 딛고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 나가려는 여성 화자의 자기 응시를 담은 시집으로서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음을 조명하며 시집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십오 년 만에 복간된 시집을 기념해 오늘날의 시선을 더한 장은영 문학평론가는 이 시대의 노동이 여전히 “공론장에서 밀려나 개인의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떠넘겨”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김사이 시인이 가진 “죽은 노동을 거부하는 언어”가 “자본이 몰수하는 인간성을 되찾고 절망의 감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을 드러내기 때문”에 “절망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포착하며 또 하나의 희망을 본다. 이 시인은 언제까지나 가장 인간다운 빛을 향해 용감히 나아갈 것만 같다.
반성하다 그만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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