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님아 옥님아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 | 유강희 산문집)

옥님아 옥님아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 | 유강희 산문집)

$15.00
Description
“한밤중 잠이 깬 나는 어머니, 하고
가만히 불러 본다”

영혼의 부뚜막 위에 정화수 한 그릇 떠 놓듯
여든일곱 어머니와 나눈 다복다복한 이야기들
시인 유강희의 에세이 『옥님아 옥님아−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가 걷는사람 에세이 2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강희 시인은 동시집도 활발하게 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변의 작은 존재들이 품은 온기를 포착하고, 천변에서 오리 보기를 즐기는 유강희 시인의 천진한 동심과 깊은 서정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책의 부제가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인 것처럼, 이 산문집은 독자들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를 향해 바치는 헌사다. 주름 많은 어머니의 손바닥에 아들의 손을 포갠다는 것은 어머니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행위인 동시에 하나의 심장에 또 하나의 심장을 포개는 일처럼 거룩하게 여겨진다.
시인이 2009년 무렵부터 틈틈이 어머니의 말을 받아쓰기 시작하여 십여 년 동안 쓴 글들이 이 산문집에 담겼다. 아들과 어머니가 나눈 생생한 대화의 순간들, 어머니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무지개색 같은 언어를 보자기에 싸서 담는 심정으로 시인은 글을 써 내려갔다. 더불어, 어려서 떠나온 고향의 아련한 기억, 전주공단이 있는 가난한 팔복동 사람들, 쓸쓸함도 포근히 품었던 천변 풍경, 사춘기의 끝없는 울분과 눈물도 이 책엔 한데 뒤섞여 있다. 뱀을 쫓고 쥐를 잡으며 안달복달하던 시절 얘기며, 추운 겨울 국수를 삶고 싱건지를 담그던 풍경이며, 삼신과 조앙신을 모시며 끊임없이 기도하던 옛사람들의 모습들. 유강희 시인은 “끝끝내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일들도 한식구처럼 따숩게 가슴을 맞대고 있”기를 바랐다고 쓴다.
시인이 들여다본 어머니는 “나물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나물 캐러 이 세상에 온 사람처럼 신이 나”는 분이었다. 스물한 살에 소금바우로 시집을 온 어머니는 봄이면 없는 살림에 산과 들로 나물을 캐러 다녔다. 물 만난 골에서 어둥굴로, 한개바우, 평풍바우로 혹은 박주지에서 캐 온 산나물들은 그 이름을 읊는 것만으로도 풍요롭고 따사롭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숭개(냉이), 돈너물(돌나물), 머심둘레(민들레), 망초대, 구실둥이, 깐밥둥이, 강대쟁이, 도리깨너물, 멜라초(면래초), 쑥부쟁이, 달롱개(달래), 싸낭부리(씀바귀), 꼬치뱅이, 보리뱅이(박주가리) 같은 쌉싸래한 나물들이 입안에 향기롭게 퍼지는 것만 같고, 나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곁에서 소곤소곤 옛얘기를 들려주는 기분마저 든다.

어머니는 나물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나물 캐러 이 세상에 온 사람처럼 신이 난다. 스물한 살에 소금바우로 시집을 온 어머니. 봄이면 없는 살림에 산과 들로 나물을 캐러 다녔다. 물 만난 골에서 어둥굴로, 한개바우, 평풍바우로 혹은 박주지에서 캐 온 산나물들의 이름을 줄줄 꿴다.
−「취너물 뜯어 골짝 물에 설렁설렁」 중에서

문득 아득하다. 벌써 저만큼 흘러가 버린 것들, 흘러간 만큼 기억의 풀은 돋아나고, 시시때때로 바람에 흔들려 통째로 그 뿌리가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최대한 몸을 낮추고 그 풀의 속 깊은 흐느낌을 들어야 한다. 그 흐느낌에 귀를 기울이고 제 자신을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내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지독한 풀의 수렁에 의해 누구든 순식간에 삼켜질 것이다.
−「천변 풍경 2−여름밤의 손님」 중에서

“어머니가 건강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다시 그런 날이 오지는 않겠지만 요양원 이 층 담벼락 아래서, 나는 어머니? 어머니? 하고 대답 없는 어머니를 이 봄날 애타게 불러 본다.”라고 시인이 마지막에 쓴 것처럼 구수한 전라도 말로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머니는 어느덧 여든일곱에 접어들었고 지금 요양원에 머물고 있다.
먹을 게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그리운 맛’은 항시 가슴속에 존재하기에 “취너물 뜯어다 골짝 물에 설렁설렁 씻어서 갖고간 된장허고 보리밥을 쌈 싸 먹으면 그러케 달 수가 업서.”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더없이 살갑다. 허기진 일상을 그 목소리로 보상받는 기분이다. 조금 지친 마음이 들 때 이 책을 펼치면 달고 시고 따뜻하고 뭉클한 ‘어머니’가 온다.
저자

유강희

전북완주에서태어나1987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동시집『오리발에불났다』『지렁이일기예보』『손바닥동시』등,시집『불태운시집』『오리막』『고백이참희망적이네』를냈다.

목차

작가의말

1부새벽마다떠놓는한사발의정화수
국수와부시개
옥님이어릴적
조앙신삼시랑신
천변풍경1
−오리와망원경
−가난한사람들

2부꿀을따서쌀도바꾸고뭣도바꾸고
무서운외갓집
소와벌이야기
천변풍경2
−병사와새와꽃과
−여름밤의손님
−야생오리를잡다
천변풍경3
−뱀쫓은이야기
−나무다리건너면

3부새까만베르베또치마와양단저고리
스물네살,어머니가부른노래
쥐이야기1
쥐이야기2
쥐이야기3
쥐이야기4
쥐이야기5
천변풍경4
−냉동탑차와뚱딴지
−새를찍는사람
−반가운오도개

4부나의시도어질고눈밝은산나물같기를
팔복동배불뚝이담벼락집
취너물뜯어골짝물에설렁설렁
천변풍경5
천변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