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생일 꽃바구니』 『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동시집 『기린을 만났어』, 동화집『할머니는 축구 선수』, 그림책 『라 벨라 치따』 등을 냈다. ‘시힘’ 동인이다.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휘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중력을 달래는 사람」이 걷는사람 시인선 99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세계는 간절함을 배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릴수록 내게 소원을 걸어 둘 “크리스마스트리”가 없다는 사실이 선연해지듯이, 구원을 소망할수록 “해수면으로부터 너무 멀리”(「수목한계선」) 있어 아무도 오지 못할 거라는 사실만을 깨닫게 되듯이, “간절함의 끝을 붙잡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운명은 번번이 예상치 못한 샛길로 방향을”(「헬리콥터」) 틀고야 마는 것이다. 꿈이 외려 나를 찌르는 파편으로 돌아올 때, 그 안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휘민의 시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슬픔이라는 말 속에는 너무나 다른 슬픔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휘민의 시를 읽다 보면 나의 슬픔과 당신의 슬픔이 얼마나 다른지를 실감하게 된다. 나와 당신이 다른 슬픔의 존재자이기에, “당신과 나는 서로의 반대편에 머물 뿐 가까워지지 않는다”(「적도」). 그러나 시인은 오히려 이러한 어긋남에서 당신과 내가 ‘우리’로 불릴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해낸다. “제 가슴을 치며 실컷 울고 나서야/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삭(朔)」)는 진술에서 알 수 있듯, 화자에게 눈물은 그 자신의 슬픔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눈물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외면하지 않고 나의 슬픔을 마주한다면, 당신에게로 다가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안에서 시인은 슬픔 너머 내일의 가능성을 엿본다. 슬픔은 늘 우리를 초과한다. 눈물은 감정이 존재의 임계점을 넘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존재를 초과하는 것이 슬픔의 특성이기에, 우리는 눈물의 다른 이름이 된다. “어는점과 녹는점이 같은 온도라면/영도로 낮아진 마음은/액체와 고체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것일까”(「나를 지켜보는 나」). 마음이 얼어 버린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없기에 소멸한다. 어는점은 녹는점에 다르지 않다. 그러나 어는점이 녹는점과 같은 온도라면, 당신이 당신이라는 고체의 형상으로 존재하기를 시인은 바라는 듯하다. 우리의 슬픔이 이토록 다를지언정, “당신 심장의 두근거림으로/오늘도 내가 살아 있”(「살아 있는 동안」)기 때문이다. 어긋난 심장의 만남이 서로가 소멸되지 않도록 건너편에 제 손길을 건네기 때문이다. “슬픔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제2 외국어를 떠올리는 밤」) 반대편의 안부를 묻는 이 미련한 수용성 공동체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 눈물에 녹아 사라지지 않도록, 눈물 끝에 볼 수 있는 서로의 얼굴에 희망을 거는 이 마음을, 사랑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있을까. 어쩌면 도처에 널린 슬픔 속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건너편을 믿어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믿음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신분당선」),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나 서로 다른 슬픔을 껴안은 당신과 내가 ‘우리’로 존재할 수만 있다면 “바닥까지 내려가는 슬픔은 절벽의 깊이가 아니라/그 끝을 딛고 버티는 발등의 두께로 기억될 것이다”(「제2 외국어를 떠올리는 밤」). 추천사를 쓴 이현호 시인의 표현대로 이 시집은 “슬픔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플롯 연습」)지를 집요하게 캐묻는다. 그 질문들은 섣부른 해답이나 어설픈 위로 같은 “거짓의 마음”(「상고대」)을 버린 이의 표현법이라서 진실하고 또 미덥다.
중력을 달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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