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달래는 사람 - 걷는사람 시인선 99

중력을 달래는 사람 - 걷는사람 시인선 99

$11.34
저자

휘민

충북청원에서태어나200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시,2011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동화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생일꽃바구니』『온전히나일수도당신일수도』,동시집『기린을만났어』,동화집『할머니는축구선수』,그림책『라벨라치따』등을냈다.‘시힘’동인이다.

목차

1부수목한계선
손쓸수없는아름다움
평일의슬픔
호랑가시나무를생각하는밤
무심천
헬리콥터
한로
수목한계선
스크래치
라이브플러킹

어머니와개와쥐가있는잠포록한보름치의풍경안에서
다시,봄
살아있는동안
무릇
매향리바다

2부겨울다음에오는것
나를지켜보는나
신분당선
겨울다음에오는것
송곳니
견갑
발굴지에서
물의심장
팝업하우스
적도
상고대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그밖의계절에는다소어두운
부정맥
눈사람과몽당비
시인
겨울다음에오는것

3부코끼리에게
농섬의노래
가위
우는화살
비밀의책
잠복기
비올확률
코끼리에게
테트리스
고스트라이터
응달
배꼽혹은깊이에대하여
아무것도기록하고싶지않았던아무날의일기
미분
백미리에서
타투이스트

4부얼굴없는당신들앞에서
견인
드림렌즈
첼로
옮겨다니는산
라운드업레디
장다리끝에매달린여린꽃하나보자고
점보롤티슈
씹던껌
다정한애인
제2외국어를떠올리는밤
패키지투어
역류성식도염
플롯연습

5부아름다운오만
먼시간에대한반응
얼굴
아름다운오만

해설
‘어긋남의리듬’으로,사라지는당신과함께
―김수이(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한사람이지나간뒤에야나는
그의눈빛을기억해내려애썼다

순간의현재성으로부터매번미끄러지던어리석은질문들

삶이라는생생한현재에닿지못한채나는
뒤늦은변명처럼원문에도없는주석을달고있었구나

네줄의찰현악기로아르페지오네의선율을복원하려는
음악가처럼

금이간거울에나를비추며
끝내미완으로남을고통의노래를부르고있었구나

2023년늦가을
휘민

책속에서

간절함의끝을붙잡고있었다고생각했는데
운명은번번이예상치못한샛길로방향을튼다
자일인줄알았는데내가절벽끝에걸어둔것은
불안의사슬이었나

올라가기에는정상이아득하고
방향을틀어내려오는건더까마득하다
―「헬리콥터」부분

―아무도구하러오지않을거야.
우리는해수면으로부터너무멀리떨어져있거든.
주머니가있었다면빵조각이라도넣어왔을텐데…….

우리가찾으려했던나무의이름이기억나지않았다
그사이태양은더뜨거워졌다
―「수목한계선」부분

유리잔속에담긴
수많은탄식과비명

어떤목소리는
깨진유리잔의공명이되고

어떤목소리는
유리잔이깨지는순간움츠러드는
고통의맥놀이로마음에새겨진다

내일을먼저보고온자의
불안일까

어제를잊으려는자의
고투일까

아홉번의겨울을함께살고도
데면데면하던우리는

제가슴을치며실컷울고나서야
서로를바라볼수있었다

지켜보는달빛이없어
울기좋은밤이다
―「삭(朔)―시절인연」전문

당신은알고있을까
당신이나를등지고떠나갈때
차마당신의심장만은보낼수없어
흙묻은심장을직박구리와참새몰래
내등골에묻어둔것을

내가당신을그리워하는것이아니지
나를그리워하는당신심장의두근거림으로
오늘도내가살아있으니
―「살아있는동안」부분

당신은시작을말했지만끝을말하지않는사람
나는대답없는당신의손끝을어둠속에서응시한다

어는점과녹는점이같은온도라면
영도로낮아진마음은
액체와고체중어느쪽에더가까운것일까
―「나를지켜보는나」부분

믿음은우리를구원할수있을까
환승역이보이지않는다
―「신분당선」부분

어디서부터잘못되었을까당신과나는서로의반대편에머물뿐가까워지지않는다점이지대를추가하면지도가바뀔수있을까물결위에떨어뜨린한숨으로본초자오선을흔드는상상을해본다아주가끔물속에서눈동자가붉은열대어들이튀어올랐으나바다는잠잠하다불안은미래의편이어서나는
―「적도」부분

싹둑,
차가운금속이목덜미를스친다
열지어서있던눈빛들이땡삐처럼날아와
내머리에꽂힌다

실핀이라도꽂지그랬니
교무실로불려간내가안쓰러웠는지
담임이한마디거든다
머리칼이아니라머리를통째로자르고싶어요
(……)
눈이녹아질척거리는운동장에서
신발바닥에묻은검은피를닦아낸다
―「가위」부분

끝내번역하지못한당신의유언

바닥까지내려가는슬픔은절벽의깊이가아니라
그끝을딛고버티는발등의두께로기억될것이다

마마마마
까만밤수직의세계속으로휘어져들어오는허리가긴슬픔
숨이빠져나간자리가오래도록환하던

마마마마
우리는더운숨을식혀가며탁성으로울었다

달빛이어룽거리는창으로슬픔이새어나가지않도록조심하면서
―「제2외국어를떠올리는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