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당신이
특별한
한사람이되는순간,
그순간을
우리잊지말아요.
2023년늦가을
김태우
추천사
골목이많은동네에살던아이였을때내가꾸던‘꿈’들은도대체이골목어디에숨어있을까를생각했다.하루가지나고십년이흘러도골목에서스스로나오는꿈은없었다.아프고견뎌내는나의‘이름’따위가쓸모없어지기를간절히기도했던날들의연속이었다.그래,아이였던나의‘이름들이떨어졌’기를바라며한뼘씩자랐던꿈.슬픔의유래는아마도아이였던시대의꿈이아닐까.김태우의시를읽으면서‘아직일어나지않은기억’을기억한다.시인은그늘을닮은꿈을꾸며걷다가힐끗보이는절망과슬픔을애써지우려하는하염없는이름이다.‘네가붙여준이름’을가지고시인으로살아가는일이란‘서로가모르는이름’을부르는것이다.김태우는이시집을통해흔들리는겁쟁이에게박수를보내고있는것이아닐까.어쩌면아무말도하지않는것이‘아름다운불청객’이한시인의처음을응원하는것이며,이제그늘의슬픔을걷어내려하는첫시집에손바닥의온기를덧대고싶은마음을드러내는것이다.
유현아시인
책속에서
세상의얼룩인당신,울음에서격리된채첫눈물을분실했나요더이상울지못해울음마저배설했나요당신이쏟은세상에는얼룩하나없네요당신의방향에서우리만나요출출한애착이선택한텅빈울음에서당신을찾을게요얼룩이흐려지면좀더울수있을까요당신에게적응하면흔적이될수있을까요세상에서당신을지울테니당신의자국도함께숨겨요처음본울음의이름은당신,잉태한대가는눈물인데아무것도할수없네요차라리세상에서우리가마르면당신의결말을지울게요삭제된세상의얼룩에서,당신이뱉은내가당신을뱉을때까지.
―「고고(呱呱)」전문
나보다늦게작명소에서태어난이름이있었다.
보자기에곱게싸인채
이집저집기웃거리던이름이었다.
한번은학교에서나와다른옷을입고있는
내이름을처음보았다.
친구들은내이름주위에몰려와
내이름을귀찮게했다.
나는내이름을구하려친구들에게다가갔다
친구들은내이름을데리고흩어졌다.
나는내이름과점점멀어졌다.
선생님이내이름을불렀다.
내가일어나기도전에
낯선아이가선생님앞으로걸어갔다.
친구들이손뼉을치며나를흘깃쳐다보았다.
나는내이름을보자기에싼채
선생님과낯선아이옆을
조용히지나교실문을나섰다.
나를잡는이들은없었지만
내이름을연신부르는소리가복도끝까지울렸다.
―「동명이인」전문
비가오면
젖는것은무섭지않아요.
비가와도
젖지않는사실이
무서울뿐이죠.
―「폐소공포증」부분
우리는폐교에모여서로의별명을불렀다굳이서로의이름을부르지않아도운동장에서빈그네가우리를불렀다운동장에는아무도없었다끊어진그네가있었다우리는학교를학교라읽지않았다수업종이울렸다
나는출석부에있는이름들을지웠다처음으로칭찬을받았다버려진이름들로휴지통이넘쳤고칠판에는끊어진낱말들이보였다분필을보자부러진모음들이떨어졌다우리는고개를숙이고서로의이름을생각했다
―「소문들」부분
우리는예쁜옷을입고
절대로찾지않을사진을찍었다.
사랑이이루지못한사랑으로완성되었다.
―「벌3?감정기계」부분
우리는사랑을할때
이별노래를들으며
서로가모르는이름을부른다
밤이앉은골목을홀로걷다
우연히다음생의이름을들었다
그것은부르는사람이없는이름
나도모르고아무도모르는이름
그래서좋은이름
―「내가모르는나의이름들」부분
인간은사랑에취약한종족이다.
(중략)
직감은얼마나울어야가질수있는감각인지
얼마나간직해야벗어날수있는육감인지
인간을사랑한죄가이별앞에서선명해진다
나는이별에가장익숙한족속이다.
―「늙은애인」부분
지금도전당포입구에는긴줄이줄어들지않는다.이시간에도저멀리서그림자무리들이다가와기나긴줄이된다.긴줄은지금까지찾아가지않은그림자다.아직도전당포에가면그앞을기웃거리는그림자가있다.비닐봉지를싣고도출발하지못한자전거들도있다.
―「전당포에가면」부분
눈물없이울어본사람들은
슬플때흘리는몸짓이있다
아무것도
담을수없는몸짓에는
슬픔을달고
떨어지는꽃잎이있다
―「눈물은슬픔이흘리는몸짓이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