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기쁨 - 걷는사람 시인선 105

겨울의 기쁨 - 걷는사람 시인선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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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눈사람처럼 사라진 날들을 이해할 수 있다
눈사람처럼 사라질 나를 꿈꿀 수 있다”

비가시화된 존재들의 세계를 감싸는 겨울의 흰빛
다정함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순백의 풍경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202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숙현 시인의 첫 시집 『겨울의 기쁨』이 걷는사람 시인선 105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과 전개”(강원일보 심사평)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백숙현이 품어 온 60편의 시가 『겨울의 기쁨』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몹시도 소중한 비밀처럼 아껴 적는”(성현아, 해설) 시인의 시편이 모여 지금 이 계절과 어울리는 환한 시집으로 탄생한 것이다.
백숙현의 시는 “온통 하얀 세상”(「특급열차」)으로 가득하다. 이 세계를 이루는 것은 차갑고 상쾌한 바람, 때로는 일렁이는 겨울의 흰빛과 닮아서, 제자리를 지키다가도 “기억 저편으로”(「커밍 쑨」) 사라지고는 한다. 마치 “겨울나무와 눈사람 위로 촛농이 떨어”(「한밤의 초코케이크」)지듯이. 다만 시 속 화자들은 “눈사람은 가야 할 곳이 있”(「겨울의 기쁨」)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작은 생을 그저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듬는다. 비가시화된 이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담담히 애쓰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사려 깊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고요하고 평온한 세계에 다다른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자신만의 속도로 걸음을 옮기는 화자의 시야가 일순 뚜렷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백숙현의 화자들이 지금 이곳에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한 까닭이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눈사람 나라」) 마음으로 “돌아갈 수도/돌아올 수도 없는”(「조각 그림 맞추기」) 길을 대면하는 순간에도, 인물들은 “날마다 해가 뜬다”(「꽃과 꿈」)는 사실을 기억하며 자신의 움직임에 몰두한다. 이때 시인의 명확한 사유로부터 생동하는 언어들은 일상적이고도 달콤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이 섬세한 시선 끝에서 부풀어 오르는 감정은 “함부로 말해지지 않기에 귀히 여겨야 할 무엇이 되어 가는 생(生)의 기록”(성현아, 해설)으로 귀결된다. 백숙현이 손끝으로 가만히 더듬어 보는 포근한 정경들, 다정함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순백의 “문장 아래에는 오롯이 씻긴 풍경과 소소한 사건들이 넘실”(장석남, 추천사)거리며, 그 풍경은 과연 “조금 슬프고 많이 아늑하다”(「오션시티호텔」).
백숙현의 시를 구성하는 작은 생들이 가진 잠재력은 존재 자체로 우리를 위로한다. “그 깊고 고요한 눈 속”(「사원 밖의 노인」)에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남겨 보려는 애틋한 마음이 여기에 있다. 그러니 가장 따뜻한 겨울의 풍경이 이곳에 고스란히 마련되어 있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풍경을 읽어 내리다 보면 “내일은 자라날까 사라질까”(「숲의 얼굴」)를 골몰하다가도, “이 재난 속에 묵묵히 살아 있다”(「전염병」)라는 진실을 기억하며, 결국 “나는 빛을 향해 손을 내민다”(「언덕 너머 마트에 가는 길」)라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게 될 테니.
문학평론가 성현아가 주목하듯, “백숙현은 자신이 기른 한 나무를 지켜내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으며 “그 옆에 나란히 선 나무들에도 다정한 시선”을 나누는 시인이다. 성현아는 해설을 통해 “이 시집에 늘어놓는 이미지는 우리가 본 적 있는 흔히 아는 일상의 소재들을 경유한 것임에도, 우리가 본 적 없는 것들이다. 독자들에게도 ‘비천하고도 거룩한, 그 모순적인 생활의 양면’(「너와 나 사이에 물방울이」)을 모두 볼 수 있게 만든다”라는 점을 짚어낸다.
천천히 잊혀 가는 것들에게 가만히 숨을 불어 넣어 주고, 세계에 존재하는 작은 것들을 새하얗게 감싸는 일을 겨울의 기쁨이라 부를 수 있다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이곳이 마음에 든다”(「사라진 열쇠」)라는 충만함으로 가득 차오르는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백숙현

저자:백숙현
강원도원주에서태어나2023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두고온사람
귤이웃는다
특급열차
우아한오후
아이스크림탑
전염병
내가좋아하는작가가멕시코시티에서죽었다
빨간일요일
일본매미
봄날의공원
아침에는고양이세수를해요
고양이선생님
지붕에오르기
종소리
링링
밤과아침

2부겨울나무읽기
겨울나무
렌트하우스
이렇게멋진셔츠는처음이야
유령의결혼생활
구름을공부하면
스노볼
조각그림맞추기
하염없이하루하루
한밤의초코케이크
사라지는것
좋은곳
너와나사이에물방울이
망각의의도
투명한날
먼곳

3부날아가는돌멩이
구불구불한밤
숲의얼굴
명동슈퍼옥수수
안녕,티라미수
마태수난곡
마루광
태풍이지나가고
약속
돌멩이의노래
손톱깎는밤
꽃을찍는사람
비자림
밤기차
겨울의기쁨
검은개

4부불씨를품은눈사람
눈사람나라
아키카우리스마키
커밍쑨
꽃과꿈
우울이길다
네얼굴이생각나지않아
사원밖의노인
바람개비
숨은꽃
언덕너머마트에가는길
부서진발자국들은어디로갔니?
수목원
새로운생활
오션시티호텔
사라진열쇠

해설
비로소보이는겨울
―성현아(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백숙현의시는“온통하얀세상”(「특급열차」)으로가득하다.이세계를이루는것은차갑고상쾌한바람,때로는일렁이는겨울의흰빛과닮아서,제자리를지키다가도“기억저편으로”(「커밍쑨」)사라지고는한다.마치“겨울나무와눈사람위로촛농이떨어”(「한밤의초코케이크」)지듯이.다만시속화자들은“눈사람은가야할곳이있”(「겨울의기쁨」)다는사실을알기에자신으로부터멀어져가는작은생을그저자기만의방식으로보듬는다.비가시화된이들이저마다의자리를지키기위해담담히애쓰는세계를들여다보는시인의사려깊은시선을따라가다보면,우리도어느새고요하고평온한세계에다다른다.

그런가하면우리는자신만의속도로걸음을옮기는화자의시야가일순뚜렷해지는순간을목격하게된다.백숙현의화자들이지금이곳에서스스로가할수있는일에충실한까닭이다.“속절없이무너져내리는”(「눈사람나라」)마음으로“돌아갈수도/돌아올수도없는”(「조각그림맞추기」)길을대면하는순간에도,인물들은“날마다해가뜬다”(「꽃과꿈」)는사실을기억하며자신의움직임에몰두한다.이때시인의명확한사유로부터생동하는언어들은일상적이고도달콤한상상력을불러일으키며,이섬세한시선끝에서부풀어오르는감정은“함부로말해지지않기에귀히여겨야할무엇이되어가는생(生)의기록”(성현아,해설)으로귀결된다.백숙현이손끝으로가만히더듬어보는포근한정경들,다정함으로켜켜이쌓아올린순백의“문장아래에는오롯이씻긴풍경과소소한사건들이넘실”(장석남,추천사)거리며,그풍경은과연“조금슬프고많이아늑하다”(「오션시티호텔」).

백숙현의시를구성하는작은생들이가진잠재력은존재자체로우리를위로한다.“그깊고고요한눈속”(「사원밖의노인」)에조심스럽게발자국을남겨보려는애틋한마음이여기에있다.그러니가장따뜻한겨울의풍경이이곳에고스란히마련되어있노라고이야기할수있을것이다.그풍경을읽어내리다보면“내일은자라날까사라질까”(「숲의얼굴」)를골몰하다가도,“이재난속에묵묵히살아있다”(「전염병」)라는진실을기억하며,결국“나는빛을향해손을내민다”(「언덕너머마트에가는길」)라고용감하게말할수있게될테니.

문학평론가성현아가주목하듯,“백숙현은자신이기른한나무를지켜내는일에만몰두하지않”으며“그옆에나란히선나무들에도다정한시선”을나누는시인이다.성현아는해설을통해“이시집에늘어놓는이미지는우리가본적있는흔히아는일상의소재들을경유한것임에도,우리가본적없는것들이다.독자들에게도‘비천하고도거룩한,그모순적인생활의양면’(「너와나사이에물방울이」)을모두볼수있게만든다”라는점을짚어낸다.

천천히잊혀가는것들에게가만히숨을불어넣어주고,세계에존재하는작은것들을새하얗게감싸는일을겨울의기쁨이라부를수있다면.이한권의책을통해“이곳이마음에든다”(「사라진열쇠」)라는충만함으로가득차오르는경험을만끽할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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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말

시가나를데려온곳에서있다

내가찾고있던당신이
나를찾아냈다
2023년12월
백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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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거의모든시들이현재진행형인까닭을생각해보았는데답이쉽지않다.모든생은결코끝나지않는,끝낼수없는여행이라는뜻일까?모든시들이살아온내용들로,감상섞인단어를쓰자면‘추억’으로이루어졌음에도(모든시는그럴수밖에없고!)문장은늦가을냇물처럼흘러만간다.투명하게살아진행한다.문장아래에는오롯이씻긴풍경과소소한사건들이넘실거린다.한모서리도훼손되지않은,있는그대로의시공(時空)에그러나아무나볼수없는무늬가있으니백숙현시인의탁월한안목이발견해낸무늬일것이다.
여행자로서그의발길은세계전체로열려있으나그발자국은내울타리안의그것과같이실감있다.“사막을오래걸어온얼굴”(「한밤의초코케이크」)을알아채고“구름을공부하면”“더좋은생활을하게될것같”(「구름을공부하면」)다는그의조용한고백을따라서독자는‘구름공부’를해볼수밖에없다.
그의시는‘밤기차’와같아서그는원주에내리지만기차는원주지나‘좋은곳’도지나‘천년숲’을가로질러갈것이다.이승과환상과음표들,겨울과울음과사원들위를오가는소금쟁이의발자국은얼마나아름다운가.그의시를그소금쟁이의발자국에비유해본다.
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