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님아 옥님아(큰글자도서) (유강희 산문집 |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

옥님아 옥님아(큰글자도서) (유강희 산문집 |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

$32.00
Description
“한밤중 잠이 깬 나는 어머니, 하고
가만히 불러 본다”

영혼의 부뚜막 위에 정화수 한 그릇 떠 놓듯
여든일곱 어머니와 나눈 다복다복한 이야기들
시인 유강희의 에세이 『옥님아 옥님아−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가 걷는사람 에세이 2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강희 시인은 동시집도 활발하게 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변의 작은 존재들이 품은 온기를 포착하고, 천변에서 오리 보기를 즐기는 유강희 시인의 천진한 동심과 깊은 서정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책의 부제가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인 것처럼, 이 산문집은 독자들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를 향해 바치는 헌사다. 주름 많은 어머니의 손바닥에 아들의 손을 포갠다는 것은 어머니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행위인 동시에 하나의 심장에 또 하나의 심장을 포개는 일처럼 거룩하게 여겨진다.
저자

유강희

전북완주에서태어나1987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동시집『오리발에불났다』『지렁이일기예보』『손바닥동시』등,시집『불태운시집』『오리막』『고백이참희망적이네』를냈다.

목차

작가의말

1부새벽마다떠놓는한사발의정화수
국수와부시개
옥님이어릴적
조앙신삼시랑신
천변풍경1
−오리와망원경
−가난한사람들

2부꿀을따서쌀도바꾸고뭣도바꾸고
무서운외갓집
소와벌이야기
천변풍경2
−병사와새와꽃과
−여름밤의손님
−야생오리를잡다
천변풍경3
−뱀쫓은이야기
−나무다리건너면

3부새까만베르베또치마와양단저고리
스물네살,어머니가부른노래
쥐이야기1
쥐이야기2
쥐이야기3
쥐이야기4
쥐이야기5
천변풍경4
−냉동탑차와뚱딴지
−새를찍는사람
−반가운오도개

4부나의시도어질고눈밝은산나물같기를
팔복동배불뚝이담벼락집
취너물뜯어골짝물에설렁설렁
천변풍경5
천변그집

출판사 서평

시인이2009년무렵부터틈틈이어머니의말을받아쓰기시작하여십여년동안쓴글들이이산문집에담겼다.아들과어머니가나눈생생한대화의순간들,어머니만이표현할수있는무지개색같은언어를보자기에싸서담는심정으로시인은글을써내려갔다.더불어,어려서떠나온고향의아련한기억,전주공단이있는가난한팔복동사람들,쓸쓸함도포근히품었던천변풍경,사춘기의끝없는울분과눈물도이책엔한데뒤섞여있다.뱀을쫓고쥐를잡으며안달복달하던시절얘기며,추운겨울국수를삶고싱건지를담그던풍경이며,삼신과조앙신을모시며끊임없이기도하던옛사람들의모습들.유강희시인은“끝끝내기억하고싶지않거나쓰지않으면견딜수없었던일들도한식구처럼따숩게가슴을맞대고있”기를바랐다고쓴다.
시인이들여다본어머니는“나물이야기만나오면마치나물캐러이세상에온사람처럼신이나”는분이었다.스물한살에소금바우로시집을온어머니는봄이면없는살림에산과들로나물을캐러다녔다.물만난골에서어둥굴로,한개바우,평풍바우로혹은박주지에서캐온산나물들은그이름을읊는것만으로도풍요롭고따사롭다.책장을넘기다보면나숭개(냉이),돈너물(돌나물),머심둘레(민들레),망초대,구실둥이,깐밥둥이,강대쟁이,도리깨너물,멜라초(면래초),쑥부쟁이,달롱개(달래),싸낭부리(씀바귀),꼬치뱅이,보리뱅이(박주가리)같은쌉싸래한나물들이입안에향기롭게퍼지는것만같고,나의어머니혹은할머니가곁에서소곤소곤옛얘기를들려주는기분마저든다.

어머니는나물이야기만나오면마치나물캐러이세상에온사람처럼신이난다.스물한살에소금바우로시집을온어머니.봄이면없는살림에산과들로나물을캐러다녔다.물만난골에서어둥굴로,한개바우,평풍바우로혹은박주지에서캐온산나물들의이름을줄줄꿴다.
−「취너물뜯어골짝물에설렁설렁」중에서

문득아득하다.벌써저만큼흘러가버린것들,흘러간만큼기억의풀은돋아나고,시시때때로바람에흔들려통째로그뿌리가흔들릴때가있다.
그럴때면최대한몸을낮추고그풀의속깊은흐느낌을들어야한다.그흐느낌에귀를기울이고제자신을그자연스러운흐름에내맡겨야한다.그렇지않으면그지독한풀의수렁에의해누구든순식간에삼켜질것이다.
−「천변풍경2−여름밤의손님」중에서

“어머니가건강했던그시절이그립다.다시그런날이오지는않겠지만요양원이층담벼락아래서,나는어머니?어머니?하고대답없는어머니를이봄날애타게불러본다.”라고시인이마지막에쓴것처럼구수한전라도말로이야기를들려주던어머니는어느덧여든일곱에접어들었고지금요양원에머물고있다.
먹을게넘쳐나는요즘이지만‘그리운맛’은항시가슴속에존재하기에“취너물뜯어다골짝물에설렁설렁씻어서갖고간된장허고보리밥을쌈싸먹으면그러케달수가업서.”라는어머니의말씀은더없이살갑다.허기진일상을그목소리로보상받는기분이다.조금지친마음이들때이책을펼치면달고시고따뜻하고뭉클한‘어머니’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