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눈은 전쟁을 동경한다 - 걷는사람 시인선 110

남자들의 눈은 전쟁을 동경한다 - 걷는사람 시인선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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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사람

저자:김사람
경북의성에서태어나2008년《리토피아》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나는이미한생을잘못살았다』『나는당신과아름다운궁에서살고싶었을뿐이다』『DNA』,장편어린이소설『은하』등을냈다.

목차

Ⅰ.아무일아니라는듯말했다
Ⅱ.과거의비는그칠줄모른다
Ⅲ.꿈에도예의가필요하다
Ⅳ.남자들의눈은전쟁을동경한다

해설
이율배반의세계를주시하는시
―임지훈(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아무나가질수는없다
사랑했던
사랑하게될
그림자만이
너를발견하리라
무심한하늘아래
또하나의생이저문다
비겁한자유다
한마디말없이
하루를보낸날이면
집으로돌아와
너를슬퍼한다
그럼에도너는없다
우울하지않은척
아무렇지않은척
슬쩍웃어본다
꽃은어제피어났고
사랑은내일유전된다
2024년봄을앞두고
김사람

책속에서

손목을긋고싶다고
아무일아니라는듯말했다

나는병원에가보라고
아무일아니라는듯침묵했다

밤새심장이
아무일아니라는듯두근거렸다
―「아무일아니라는듯말했다」부분

정기적으로찾는동네정신과에는
화분이또하나늘었다
화분속화초는무럭무럭자란다
환자수만큼화분이많다

인간의우울을먹고사는화초도우울할까
의사앞에서환히웃어본다
―「아무일아니라는듯말했다」부분

젊은교수는낡은교재를읽어주고
학생들은필기를했다

햇살이불어와책을태우고
난그룹사운드에가입했다

록은젊음자유낭만이라던
선배들에게정기적으로빳다질을당했다

복종과질서속에서헤드뱅잉을하며
미래를규칙적으로연주했다

우리는그렇게어른이되고
선생이되어버렸다
―「아무일아니라는듯말했다」부분

눈앞에서아이들이죽어가는데
세상은그래도아름답다말한다

꽃은나의피가필요하다말한다
그래
적어도나는아름답게살줄알았다
―「과거의비는그칠줄모른다」부분

난슈퍼마켓주인이되고싶었고
뽀빠이가되고싶었고
택시기사가되고싶었다
경찰이되고싶었고
(중략)
개그맨이되고싶었다
의사가되고싶었고
나무가되고싶었고
검사가되고싶었다
기자가되고싶었고
(중략)
청소부가되고싶었고
가수가되고싶었다
기타리스트가되고싶었고
(중략)
철학자가되고싶었고
책상이되고싶었고
휴대폰이되고싶었고
시인이되고싶었고
신이되고싶었고
그리고마지막으로
사람이되고싶었다
―「과거의비는그칠줄모른다」부분

바람을타는자는의지가없어
너는시대너머에사는사람이잖아

봄에지는꽃은
기억의가장아픈부위를베며

떨어진다
―「과거의비는그칠줄모른다」부분

언제끝맺을수있을지
내모든시는미완성으로끝난다
끝없는끝을향해다가가는것
닿을수없는그곳
그의눈을말없이한참들여다보고싶다
혹사하지않는삶에무슨시란말이냐
―「꿈에도예의가필요하다」부분

넌기본기가더필요해
넌기본기를닦다죽을거야
종교와역사예술과학우주가가득들어찬잡동사니속에서
모든것에전문가가되려면
몇번의생을더살아야할까
그래서영생을원한다
세상은배움으로가득찬곳이니까
―「남자들의눈은전쟁을동경한다」부분

너를보다가도
나도모르게
초점을잃어간다

남자들의눈은전쟁을동경한다
―「남자들의눈은전쟁을동경한다」부분

언제부터인가
남은것은쓸모없는것이었다

맞다가기절하고
술먹다가기절했다

남자들의자부심
누가시키지않았는데
아무도기대하지않는데
알아서기는남자들
―「남자들의눈은전쟁을동경한다」부분

별이사라진밤
나는너를환상한다
가장누추하고보잘것없는고백이
서러운심장에뿌리내려
너를위로해줄추억이될때까지
바다품은빙하를향해걷는다
―「남자들의눈은전쟁을동경한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