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시인선114
이병초시집『이별이더많이적힌다』출간
“반딧불은별의혼(魂)이니이슬기서린
처마그늘에헹궈다른별에부치겠다고”
우리가거기,그시간속에두고온것들
적막과상처속에서도간직해야할사랑의꽃자리
전북전주에서태어나1998년《시안》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이병초시인의네번째시집『이별이더많이적힌다』가걷는사람시인선114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저자가8년만에낸이시집을펼치면고단한삶의행군은여전하고긴세상살이에따듯한아랫목하나못찾았어도“성냥불켜주”(「가만히」)는마음이면,“긴겨울잠을털어버린듯/는실날실봄바람타는버들가지들”(「버들가지」)다시만날수있을것같다고노래하는59편의시를만나게된다.시인이평생토록가슴에품은사랑(시에서‘옥이’라는이름으로등장한다)이누구인지몰라도시집을넘기는독자들누구나옥이가되어,옥이를목메어부르는마음이되어,봄바람에날아든한장의연서(戀書)같은시를발견하게되리라.
이번시집에서도그의언어는고향(전라북도)의토속언어와서정에크게기대어포근한어머니의품,첫사랑의따스함같은감정들을시로풀어내고있는한편,‘농성일기’라는부제를단3부에서는대학비리를고발하는주체로서천막농성을하며느낀감회를뼈아픈세상살이에빗대어써내려간기록이이어지기도한다.
전라북도방언은부드러우며된소리가별로없는특징을지닌다.또한말을할때마치노래하듯‘겁~나게’,‘포도~시(겨우)’등과같이늘여빼는가락을넣는특징이있는데이러한리듬감이이병초의시에서는그리움을증폭시키는기저로작용한다.간조롱히(가지런히),짚시랑물(낙숫물),눈깜땡깜(얼렁뚱땅),깜밥(누룽지),당그래질(고무래질)같은말들이되살아나우리의귀를저편으로트이게하고,입술을쫑긋거리게한다.뿐만아니라시인의맑은눈으로발견한“오디별”,“시냇물벼루”같은표현들이그림처럼선연히그려지며우리앞에한자락의시냇물을데려다놓기도한다.
해설을쓴정재훈평론가는“아무리“내몸과마음이처음부터유배지”(「코스모스」)였다고해도지금껏살아남을수있었던것은“쌀알”처럼작은빛때문이었습니다.연약한것으로부터나오는일용한양식들은하나같이둥근모양을하고있었고,이것들은계속해서살아있으라는신호가되어내머리위로똑똑떨어집니다.”라고짚으며,이병초의시가품고있는온기를‘사지(死地)에서온편지’라고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