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하양 - 걷는사람 시인선 101

미래의 하양 - 걷는사람 시인선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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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101
안현미 시집 『미래의 하양』 출간

“낯설고 두려운 세계로 초대된 우리들
내 불행은 내가 알아서 할 것”

빛의 파장을 모두 반사한 색, ‘하양’의 세계 안에서
물음과 울음 뒤섞인 시가 파도친다
저자

안현미

저자:안현미
강원도태백에서태어나2001년《문학동네》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곰곰』『이별의재구성』『사랑은어느날수리된다』『깊은일』을냈으며,신동엽문학상과아름다운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그것밖에없어도그러하듯이
탁구
귀래
사과술
주천강옆겨울
인생국숫집
테라인코그니타
날아다니는꽃
생계
초생활
노동의미래
거돈사지
탐매
울프

2부괴로워도괴로웠다
변신마스크
안개와당국
비상시
마스크드레스
벚꽃대국
흰,국화옆에서
유령들
마스크유령들
여의사
글쎄가물음처럼쌓여가는여름밤이었다
취향없음
뛰어다니는비
장마

3부매달려있다,삶에
가계도
복잡한피
가정식눈보라
눈물경고등
빈집
파란혼
고척동고모
고척동고모의풍선
누누더기시
빌라에산다
엄헬레나

4부이생이나에게탁구공을던졌다
천남성
울릉도
횡성
빨간실

구룡포
장미
사월
비두리옛집
탁구장
(나의)/탁구론

해설
사랑과반복,반복과사랑
―김태선(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걷는사람시인선101
안현미시집『미래의하양』출간

“낯설고두려운세계로초대된우리들
내불행은내가알아서할것”

빛의파장을모두반사한색,‘하양’의세계안에서
물음과울음뒤섞인시가파도친다

강원도태백에서태어나2001년《문학동네》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곰곰』『이별의재구성』『사랑은어느날수리된다』『깊은일』등의시집을출간하며작품활동을해온안현미시인의다섯번째시집『미래의하양』이걷는사람시인선101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
구원없는세계에서삶의비애를자기만의방식으로풀어내는안현미시인이『깊은일』이후4년만에49편의시를모아낸시집이다.이전시에서보여준언어유희,부조리한현실에서벌어지는비극,전망없는미래에도달하기위한시적모험은보다극대화되었고,완전한절망과죽음의상태에서도비극에함몰되지않으려안간힘쓰며‘하양’으로상징되는새로운미래를보여주려한다.그의시는박장호시인의말처럼“들숨과날숨,구원없는불행과부조리,삶과죽음이뒤섞”여있고,“아픈유희의극치를쓴다.”
안현미의시적화자는현실과초현실을반복하며살아간다.시를쓰기위해,혹은생을견디기위해죽은사람으로출근하고퇴근후에는시인으로되살아난다.시인으로되살아남으로써죽은사람으로출근할수있고,죽은사람으로출근함으로써시인으로되살아날수있는순환고리속에서,무엇이현실이고무엇이초현실인가.“주제넘게도정규직을때려치우는모험을하며시대착오를즐기며산다번뇌를반복하고번복하며”(「빌라에산다」),“가난과시를섞”(「누누더기시)」으며그는살아간다.그러면서도자신이어디에있는지도모르며어머니가전화해‘어디니이껴’묻는다해도어디에있는지대답하지못한다.그는지금현실에밀착해있지도않고초월해있지도않은,그러면서현실에밀착해있고시공간을초월해있는아이러니한존재로살아가기때문이다.시공간을초월해‘과거와현재와미래의나’는서로대화하고간섭한다.
첫시집에서부터줄곧그를따라다닌가난과운명의실타래에매여있지만그는그것을“부끄러워한적은없고부끄러워하며죽지도않을계획이다”(「사과술」).내일지구가멸망한다해도그는한항아리의사과술을담그며술에취해잠들것이다.고아는아니었지만고아같았(「거짓말을타전하다」,『곰곰』)던인생을살았으므로,그는누구에게도움받으며살수없는존재였기에“낯설고두려운세계로초대된우리들//내불행은내가알아서할것”이라당당하게말한다.그것은타인을향한목소리이며동시에스스로를타이르는자기암시이다.시인이기때문에세상의모든고난은자신에게도래할것이라생각했고,시인이기에그것은모두견딤과극복과승화의대상이었다.그래서“여자도남자도극복해야한다”고생각하며남자도여자도아닌시인으로“삼만살처럼피곤”한인생을살며“동문하고서답하자//내물음과내울음은내가알아서할것”(「뛰어다니는비」)이라고매순간중얼거린다.
“삶을이해하는것이본질적으로불가해하듯”(「날아다니는꽃」)‘구직도구애도구원도없는’밤을견디며,타자들의죽음을목도하며그는이것을어떻게넘어설것인가질문한다.“매일밤삶의비애를견디려민생국숫집에나와혼자술을”마시는한시인이있던그자리에서그는술을마신다.지금은사경을헤매고있는그시인의“외상값을대신갚으면사경을헤매고있는시인이벌떡일어”날까(「인생국숫집」)하는염원의마음으로외상값을대신갚는다.지금신이지구를떠나고있으므로…신이사라진시대,신이갚아줄수없는외상값을시인이대신갚아준다.
“배고픈신이//고달픈신이//과로사한신이”,“신발도신지못한신이//빨간실로친친엉켜있는신이//마이너스통장도없는신이//이름도없이사망하는신이”(「빨간실」)여기있을뿐이다.시인은죽어가는인간하나하나가곧신이며신성성을지닌존재라고강조한다.그리고불행한운명을살다간사람도“가만히들여다보면//누구나환한구석이있기마련”(「흰,국화옆에서」)이라고말하며그들의삶에의미를부여한다.
그리하여시인은끊임없이탐구한다.인간에대해,엄마에대해,고척동고모와숱한‘그녀들’에대해.“어디로도갈수있으면서아무데도갈곳이없는방범창안여자가//대추들처럼매달려있다”(「대추」)는증언은스스로아름다웠던존재들에대한찬사이며,이때‘아름다운존재’란무엇인가를건설하고개발하며미래의시간을서둘러당겨쓰는사람들과는다른존재이다.
시인이오랜만에찾아간고향‘비두리옛집’은과거의모습을간직한채“자신으로죽고있었다”.이는존재의소멸인동시에이미지부활이다.시와인생에있어뒤로물러서지않고그자신으로살아내는것,그렇게부끄럽지않게죽어가는것,그것이바로해탈지경이요하양의세계이다.그래서그는말한다.“(더이상)//새도노래하지않고/꽃도피어나지않아도//(끝끝내)//돌아와라켓을잡듯/사랑을붙잡겠다고”(「(나의)/탁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