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scription
30년 전 김남주는 떠났지만 그가 은박지에 새긴
사랑을 기억하며 101명의 시인이 바치는 헌정시
−시인으로서의 다짐이자 순정한 사랑의 고백
사랑을 기억하며 101명의 시인이 바치는 헌정시
−시인으로서의 다짐이자 순정한 사랑의 고백
김남주 시인 30주기를 기리는 앤솔러지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권민경·유병록·황지우 외)이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서거한 지 삼십 년이 흘렀으나 김남주는 여전히 시인들의 의식 한가운데에 살아 있다. 현실 세계의 끝까지 나아가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였던 절대정신의 표상으로서 우뚝하기 때문이다.
김남주의 정신을 기리는 이 시집은 우리 현대 시단을 이끄는 시인 101명의 다짐을 담은 것이기도 하고 김남주를 향한 순정한 사랑의 고백이기도 하다. “벽을 보면 나는 치고 싶다/주먹이 까지도록/벽을 바라보면 나는 들이받고 싶다/이마가 깨지도록”(김남주, 「벽」)이라고 노래했던 시인을 떠올리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걸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사회 정의, 평화, 노동, 사랑 등을 주제로 김남주의 유산과 삶을 성찰하는 다양한 작품을 썼고, 불안하고 너저분한 현실 바깥으로 출구를 찾아 나가고자 분투한다.
해설을 쓴 홍기돈 문학평론가는 이 책이 여러 시인이 제각각 쓴 시의 묶음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의 증발에 대응하듯 주체의 부재(不在)가 반복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를 테면 작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이름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이름이 없었던 사람들처럼 죽고”(안현미, 「노동의 미래」), “표준화”된 세계를 사는 “나는 이제 나 없는 슬픔에” 빠져든다(김경인, 「올해의 슬픔」). “대연각호텔에 불이 났을 때”는 “팔힘이 없는 사람부터 하나둘 떨어졌지요 타닥 다다다다 버티다가 못 버티면” 떨어졌다고 진술되는(이용임, 「택시」) 등, 현실 작동의 주체 부재와 연동하여 역사(歷史)는 표류하는 양상으로 제시된다.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차를 타고 미끄러지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황인찬, 「보는 것을 보는 것을 보기」)라는 진술 또한 표류를 나타내는 진술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우리가 맞닥뜨린 2024년 현실”이라고 홍기돈은 강조한다.
깨어 있는 시인에게 현실은 언제나 ‘캄캄한 어둠’일 수밖에 없다. 완전한 세계로 비상하는 데 걸리적거리는 현실의 모순이 발목을 잡아채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중력이 ‘외롭고 쓸쓸한’ 시인의 정서를 자아낸다. 하지만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을 묶고 보니 시인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똥벌레로 환생한/시인”을 길잡이로 삼은 면모가 확인된다. 그런 점에서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은 시인의 고립감을 탈각할 근거를 내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다시 일어서야 한다.
− 홍기돈 해설, 「개똥벌레와 함께 어둠의 시대를 건너는 시인들」 부분
가자 지구에 폭탄이 떨어지고, 노동자가 과로사하고, 슬픔조차 빠르게 냉동 상태로 배달되는 현실을 보면 자본주의라는 덫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세계 시민의 계급화는 더 치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인들은 스스로 자유로우며 스스로 직립하는 인간이 되려는 움직임을 계속한다. 껌 종이에 시를 쓰며 고된 옥살이를 버틴 김남주가 그러했듯이 느리지만 포기를 모르는 자세로, ‘그에게 물려받은 것들’을 미래에 전하기 위하여.
서거한 지 삼십 년이 흘렀으나 김남주는 여전히 시인들의 의식 한가운데에 살아 있다. 현실 세계의 끝까지 나아가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였던 절대정신의 표상으로서 우뚝하기 때문이다.
김남주의 정신을 기리는 이 시집은 우리 현대 시단을 이끄는 시인 101명의 다짐을 담은 것이기도 하고 김남주를 향한 순정한 사랑의 고백이기도 하다. “벽을 보면 나는 치고 싶다/주먹이 까지도록/벽을 바라보면 나는 들이받고 싶다/이마가 깨지도록”(김남주, 「벽」)이라고 노래했던 시인을 떠올리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걸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사회 정의, 평화, 노동, 사랑 등을 주제로 김남주의 유산과 삶을 성찰하는 다양한 작품을 썼고, 불안하고 너저분한 현실 바깥으로 출구를 찾아 나가고자 분투한다.
해설을 쓴 홍기돈 문학평론가는 이 책이 여러 시인이 제각각 쓴 시의 묶음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의 증발에 대응하듯 주체의 부재(不在)가 반복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를 테면 작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이름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이름이 없었던 사람들처럼 죽고”(안현미, 「노동의 미래」), “표준화”된 세계를 사는 “나는 이제 나 없는 슬픔에” 빠져든다(김경인, 「올해의 슬픔」). “대연각호텔에 불이 났을 때”는 “팔힘이 없는 사람부터 하나둘 떨어졌지요 타닥 다다다다 버티다가 못 버티면” 떨어졌다고 진술되는(이용임, 「택시」) 등, 현실 작동의 주체 부재와 연동하여 역사(歷史)는 표류하는 양상으로 제시된다.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차를 타고 미끄러지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황인찬, 「보는 것을 보는 것을 보기」)라는 진술 또한 표류를 나타내는 진술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우리가 맞닥뜨린 2024년 현실”이라고 홍기돈은 강조한다.
깨어 있는 시인에게 현실은 언제나 ‘캄캄한 어둠’일 수밖에 없다. 완전한 세계로 비상하는 데 걸리적거리는 현실의 모순이 발목을 잡아채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중력이 ‘외롭고 쓸쓸한’ 시인의 정서를 자아낸다. 하지만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을 묶고 보니 시인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똥벌레로 환생한/시인”을 길잡이로 삼은 면모가 확인된다. 그런 점에서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은 시인의 고립감을 탈각할 근거를 내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다시 일어서야 한다.
− 홍기돈 해설, 「개똥벌레와 함께 어둠의 시대를 건너는 시인들」 부분
가자 지구에 폭탄이 떨어지고, 노동자가 과로사하고, 슬픔조차 빠르게 냉동 상태로 배달되는 현실을 보면 자본주의라는 덫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세계 시민의 계급화는 더 치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인들은 스스로 자유로우며 스스로 직립하는 인간이 되려는 움직임을 계속한다. 껌 종이에 시를 쓰며 고된 옥살이를 버틴 김남주가 그러했듯이 느리지만 포기를 모르는 자세로, ‘그에게 물려받은 것들’을 미래에 전하기 위하여.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 : 김남주 30주기 헌정시집 - 걷는사람 테마 시선 14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