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 : 김남주 30주기 헌정시집 - 걷는사람 테마 시선 14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 : 김남주 30주기 헌정시집 - 걷는사람 테마 시선 14

$15.00
Description
30년 전 김남주는 떠났지만 그가 은박지에 새긴
사랑을 기억하며 101명의 시인이 바치는 헌정시
−시인으로서의 다짐이자 순정한 사랑의 고백
김남주 시인 30주기를 기리는 앤솔러지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권민경·유병록·황지우 외)이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서거한 지 삼십 년이 흘렀으나 김남주는 여전히 시인들의 의식 한가운데에 살아 있다. 현실 세계의 끝까지 나아가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였던 절대정신의 표상으로서 우뚝하기 때문이다.
김남주의 정신을 기리는 이 시집은 우리 현대 시단을 이끄는 시인 101명의 다짐을 담은 것이기도 하고 김남주를 향한 순정한 사랑의 고백이기도 하다. “벽을 보면 나는 치고 싶다/주먹이 까지도록/벽을 바라보면 나는 들이받고 싶다/이마가 깨지도록”(김남주, 「벽」)이라고 노래했던 시인을 떠올리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걸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사회 정의, 평화, 노동, 사랑 등을 주제로 김남주의 유산과 삶을 성찰하는 다양한 작품을 썼고, 불안하고 너저분한 현실 바깥으로 출구를 찾아 나가고자 분투한다.
해설을 쓴 홍기돈 문학평론가는 이 책이 여러 시인이 제각각 쓴 시의 묶음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의 증발에 대응하듯 주체의 부재(不在)가 반복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를 테면 작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이름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이름이 없었던 사람들처럼 죽고”(안현미, 「노동의 미래」), “표준화”된 세계를 사는 “나는 이제 나 없는 슬픔에” 빠져든다(김경인, 「올해의 슬픔」). “대연각호텔에 불이 났을 때”는 “팔힘이 없는 사람부터 하나둘 떨어졌지요 타닥 다다다다 버티다가 못 버티면” 떨어졌다고 진술되는(이용임, 「택시」) 등, 현실 작동의 주체 부재와 연동하여 역사(歷史)는 표류하는 양상으로 제시된다.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차를 타고 미끄러지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황인찬, 「보는 것을 보는 것을 보기」)라는 진술 또한 표류를 나타내는 진술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우리가 맞닥뜨린 2024년 현실”이라고 홍기돈은 강조한다.

깨어 있는 시인에게 현실은 언제나 ‘캄캄한 어둠’일 수밖에 없다. 완전한 세계로 비상하는 데 걸리적거리는 현실의 모순이 발목을 잡아채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중력이 ‘외롭고 쓸쓸한’ 시인의 정서를 자아낸다. 하지만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을 묶고 보니 시인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똥벌레로 환생한/시인”을 길잡이로 삼은 면모가 확인된다. 그런 점에서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은 시인의 고립감을 탈각할 근거를 내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다시 일어서야 한다.
− 홍기돈 해설, 「개똥벌레와 함께 어둠의 시대를 건너는 시인들」 부분

가자 지구에 폭탄이 떨어지고, 노동자가 과로사하고, 슬픔조차 빠르게 냉동 상태로 배달되는 현실을 보면 자본주의라는 덫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세계 시민의 계급화는 더 치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인들은 스스로 자유로우며 스스로 직립하는 인간이 되려는 움직임을 계속한다. 껌 종이에 시를 쓰며 고된 옥살이를 버틴 김남주가 그러했듯이 느리지만 포기를 모르는 자세로, ‘그에게 물려받은 것들’을 미래에 전하기 위하여.

저자

권민경,유병록,황지우외

저자:권민경
2011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베개는얼마나많은꿈을견뎌냈나요』『꿈을꾸지않기로했고그렇게되었다』『온갖열망이온갖실수가』를냈다.

저자:유병록
201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목숨이두근거릴때마다』『아무다짐도하지않기로해요』를냈다.

저자:황지우
1980년중앙일보신춘문예와《문학과지성》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새들도세상을뜨는구나』『나는너다』『게눈속의연꽃』『어느날나는흐린주점에앉아있을거다』등을냈다.

그외98명
강형철고영서고재종곽재구권창섭권혁소김경윤김경인김경훈김균탁
김명기김사이김선향김성규김수열김수우김안녕김완김중일김태수
김학중김해자김현김형수김호균나종영나희덕문동만박다래박두규
박석면박승민박일환박주하배창환백애송백우인서광일서수찬서안나
서재진서효인손세실리아손택수송경동신용목신준영신철규안도현
안미옥안상학안주철안지은안현미안희연양기창여한솔유현아윤석정
이동우이병국이봉환이설야이소연이승철이영광이용임이원규이정록
이종민이중기이지호이철산이학영이형권장미도장석원전호석정양주
정우신정우영조선남조성국조성웅조은영주민현최백규최승권최종천
최지인표성배피재현한여진함순례허은실황규관황인찬휘민

목차

여는글

1부새를찾으러떠난여행
사랑_이영광
이제부터조금더힘들게_권민경
탐조일지_안희연
크리올돼지들_이설야
신도시_정우신
남주야,남주씨,남주어르신_유병록
항전_유현아
대전발영시오십분을기다리는사람처럼_김안녕
압화_김균탁
소년이라는파편_김중일
땅탁구도올림픽종목에끼어있기만한다면야……_이지호
흰돌검은돌_권창섭
나는얼마입니까?_김선향
누전_신철규
미래서사_최지인
분절과영원_이종민
노동의미래_안현미
속사람에쓰네_서수찬
매미와바람_백우인
히어로_윤석정
택시_이용임
생동_안미옥
새떼는날지않는다_안주철
로켓배송_서광일
사라진세계의아름다운책들과세계의섬_김학중

2부당신이내게덮어주고간외투
재의사람_박주하
봇디창옷_서안나
창공에서쏟아지는4월의아이_장석원
비의주름_주민현
보는것을보는것을보기_황인찬
Von_전호석
인그로운_안지은
거북목_서효인
올해의슬픔_김경인
불꽃놀이_허은실
하얀사슴_김현
양아치_최백규
언제인지모르게_신용목
높은성_박다래
반신반인의오른손잡이_서재진
58분을알리는종이울리고_장미도
해밀_조성웅
전문가_휘민
전지_이병국
살아있는집_여한솔
이여름에나는_조은영
PieceHostelSanjo209_신준영
해파리에쏘인오른쪽발목이제일먼저한생각_이소연
굴뚝_김성규
천년하제팽팽문화제_이동우

3부삶이라는직업의부당함
해남집_나종영
문경사과_한여진
가장자리_박승민
저녁,산방의기록_고재종
다시,씨앗_김수우
연대_김사이
약육강식_백애송
폭우속의계백_김형수
망북화(望北花)_안상학
면앙정오르며_손택수
의자,둘_이정록
피와석유_나희덕
지랄같은봄밤_손세실리아
노래는돌아온다_문동만
가난한여행_곽재구
북천_안도현
하심_정우영
다시쓰는유서_김해자
남도기행·1_이형권
해남에서_김명기
낮은목소리_함순례
물봉은내친구_이봉환
흐른다는것_배창환
거짓말이야_송경동
안부_이철산

4부날카로움하나없는눈송이들이길을지우듯
1호관113호_최승권
풀빵한봉지_황규관
첫발자국_박일환
어머니가운다_김수열
또출네_이원규
돌속에묻은문장_이중기
히말라야詩다_고영서
개똥벌레동무삼아_김경윤
자기소개_권혁소
민주의거대한나무그늘을위하여_김경훈
김남주_박두규
눈발날리던전라도땅을걸으며_조선남
선전선동_조성국
시월이면빚쟁이가된다_표성배
팔레스타인,우리의팔레스타인_이학영
생몰(生歿)_피재현
전야(前夜)_정양주
김남주선생님께_강형철
김남주시비앞에서우리는_김완
출사(出寫),봄의대화_양기창
돌고돌아제자리_최종천
오늘,형의시론(詩論)을떠올리다_김태수
김남주는오늘어디에있는가_김호균
우리가그에게물려받은것들_이승철
김남주·5_박석면
그대,뇌성번개치는사랑의이적막한뒤끝_황지우

해설
개똥벌레와함께어둠의시대를건너는시인들_홍기돈(문학평론가)

필자약력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한사람이시대를맞는다

시대가한사람을맞는다

부둥켜안는다

둘다미쳤는데,

저렇게정확히

서로를알아본다
―이영광,「사랑」전문

무거운운명을지고가면서도
당신들은
허허웃으며가겠지요

그래서
누가당신인줄알수없으니

누구를만나든
당신을대하듯해야겠지요

남주야,남주씨,남주어르신,
다정히부르며

함께걸어가야지요
―유병록,「남주야남주씨남주어르신」부분

그와마지막으로눈을마주한건그의장례식장에서였다
딱히다른사진이없었는지평범한증명사진이영정으로쓰임하고있었다그가안경벗은모습을처음으로보았다
그는스스로마무리하는방식으로스스로를마무리를했다고들었다
검은정장을입고있는그의영정앞에국화처럼하얀돌을하나두었다
빈소에는생각보다사람이많았고우는사람들도있고웃는사람들도있었다흰옷을입은사람도있었으나검은옷을입은사람이더욱많았다
―권창섭,「흰돌검은돌」부분

이유를몰라도매일새가울었고눈비가내렸고바람이불었고나무가자랐고꽃이피고졌다바닷물과산불이집들을삼켰고육지가갈라졌고용암이들끓었고잿더미를뿜어냈다세상곳곳에서폭력과살의,투쟁과전쟁이멈추지않았다피로는딴생각을말끔히씻어줄궁극의치료제같았다
―윤석정,「히어로」부분

아빠는로켓맨이야어둠속을담당하지
눈이부시도록강렬한빛의뒤편을타고가
하루가저물무렵물류창고로모여드는바람
모두잠든후에뛰면더많이벌수있을거야
(중략)
밤은조용하고아름다워누구도간섭하지않고
아무도마주치지않아아빠는로켓배송중이야
속도가너무붙었는지심장이터져나가는지
발사된로켓처럼지구를떠나별들사이를헤매
돌이킬수없는궤도로영원히이탈해버렸지
돌아갈수없도록폭발해버렸지
―서광일,「로켓배송」부분

네가너무많아서내눈에채울수없고
네가너무작아서내눈에물거품이는데

돌아오라돌아오라뇌이고뇌인다
하늘열고네가내려온다
―장석원,「창공에서쏟아지는4월의아이」부분

거북이는느리지만포기를모른다.거북이는느려빠져서오수에빠진토끼를깨울새가없다.목은언제부터거북이가된것일까.늦은점심을하러거리를걷다빈가게통창에거북이를본다.느리지도않고끈질기지도않은거북이가느릿느릿길을건너려하고파란불이7초남았으니그냥다음에건너자마음먹고느리지도빠르지도않게친구도토끼도없이……
―서효인,「거북목」부분

식탁위에휴대폰을거치해두고
딸과우동을먹는다
불꽃축제가벌어지는한강변과
미사일이건너는요르단강은
지척이다

(중략)

미국과중국과인도와필리핀의노동자가
오늘CJ가쓰오우동한그릇에서만나고
불꽃축제에가고싶은열두살은
귀신보다전쟁이더무섭다한다
―허은실,「불꽃놀이」부분

태풍이오면익지도않은사과가떨어졌다그것들을주워나무구멍에넣고당신은곧잊어버렸을것이다그리고다들한번쯤고향을떠나듯문경을떠났을것이다당신의사과나무를떠났을것이다
―한여진,「문경사과」부분

현판하나없이마을을돌아흐르던
또랑물소리,빨래소리도편액처럼걸어놓고
자신이시인줄도모르는시
자신이시인줄도몰라시인시
면앙정에오르면들린다
까막눈이새소리물소리도어엿한
행과연이되어흘러가는소리
―손택수,「면앙정오르며」부분

검은밤이모든빛과색을빨아들일때
하얀눈은자신에게쏟아지는모든빛을튕겨내지요
그렇게받아치면서빛나는설움이라니요

그러니울지말아요
당신에게다가오는모든날들은
당신이맞서싸워야하는날들이에요

날마다새롭게찾아오는아침처럼
그렇게시작할수있을뿐
끝을알수있다면그건신기루일테니
첫발자국은언제나당신몫이란걸잊지말아요
―박일환,「첫발자국」부분

오른손을펴귀가까이대어세상의모든아픈소리를다듣겠다는관세음(觀世音)하는자세로,이세상모순의한복판에서폭포처럼쏟아지던시인의목소리를잊지않겠다고다짐하며같지만다른시대의강물처럼기념사진을찍었다

인간은먼지,인생이란이렇게되고마는것,인간은계획하고신은인간을망쳐버리는것,소용돌이로견뎌왔던삶,온몸을불태워나라와민족을사랑한시인의영혼,그의존재만으로완전한역사가된위대한잠재력이누워무심한망각의시대를건너가는우리를지켜보고있었다
―김완,「김남주시비앞에서우리는」부분

그대목숨앞에서도스스로직립한자여
빤히바라보이는자기죽음앞에서그대가허허웃었을때
우리에게남아있는이구질구질한삶은한낱농담이되어버렸다
한극한(極限)을갔다온정신만이보여줄그자유가
이제우리모두를유가족(遺家族)으로불러내어
체포,고문,투옥그리고질병으로모독받은그대일생을
이저주받은대지에묻도록한다
그러므로눈덮인대지여,한많은망월이여,찾아갈곳아니었던
고향이여,여기한시인을받아들여라!
세상이아프면자기몸도아파버리는시인의거룩한숙명을다한
여기직립의인간을받아들여라!
그리하여우리가몸을묻는것이아니라
별을이땅에묻는것이되게하라!
―황지우,「그대,뇌성번개치는사랑의이적막한뒤끝」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