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진실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이상했다.”
환상을 뒤집어쓴 허상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에도
우리에겐 아직 명랑한 최선이 남아 있다
환상을 뒤집어쓴 허상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에도
우리에겐 아직 명랑한 최선이 남아 있다
강나윤 소설가의 첫 소설집 『남은 건 명랑한 최선』이 걷는 사람 소설 17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평온한 삶 속에서 느꼈던 불안하고 막막한 마음을 이번 소설집에서 빠짐없이 꺼내놓았다고 말한 강나윤 작가는, 경쾌한 문체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삶의 불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시대의 풍속도를 재기 넘치게 그려냈다. 강나윤은 여덟 편의 이야기에서 저마다 개성 있고 다채로운 인물들을 선명히 그려내지만, 그들은 언제나 이방인처럼 겉돌며, 남다른 사고방식과 언행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눈빛을 받아 내거나 좀처럼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때로는 소외감을 느낄 법도 한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그들이 결백한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꿰뚫어 본 현실은 온통 부조리하며 의뭉스러운 것투성이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여간해서 좁혀지지 않는 그들과 세상 간의 거리는 웃음과 울음 사이를 왕복하며 얼마간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독자들에게는 방심을 유발할 만큼 유쾌하며 더없이 재미있고 사랑스럽게 다가갈 것이다. 그 속엔 삶을 겹겹이 둘러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깊은 통찰이 곳곳에 스며 있어서, 언젠가 삶에서 분주함과 불안감을 마주할 때마다, 강나윤의 인물들이 지난한 고군분투 끝에 내린 용기와 확신에 찬 결심들이 하나둘 떠오르게 될 것이다.
표제작 「남은 건 명랑한 최선」의 화자 ‘나’는 대학생으로, 휴학 후 코딩에 전념하는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내던져져 백수로 남을까 봐 두려워하며 닥치는 대로 자격증을 따고 있다. 취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동시에 끝없는 불안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무언가를 막연히 기대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 학원의 홍보 영상을 운명처럼 마주하고 홀린 듯이 수강 등록을 하게 된 그는, 불행이 일찌감치 대비해 놓은 새로운 사건에 간파당해 “간단히 리셋”(「남은 건 명랑한 최선」)되고 만다. 그러나 원점으로 회귀하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지금까지의 실패를 딛고 앞으로 더욱 씩씩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하는 기발하면서도 기이한 술책이 되어준다.
책의 첫 문을 여는 「방금 있었던 일」 속 ‘보람’은 아스퍼거 증후군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병리적 증상을 한사코 거부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위해 결국 현실과 타협하며 끝끝내 고수하던 정체성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세계를 단단히 구축하는 이야기를 생생히 그려낸다.
「카피라이터, 김 과장」 속 ‘나’는 출근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죽상일수록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곤 입꼬리를 슬쩍 올리는 더할 수 없이 세속에 물든 자본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정작 본인 스스로는 자신의 과욕적 기질과 면모에 대한 자각이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김 과장이 말했던 ‘진정성’의 의미를 곱씹으며, 그 역시 시스템을 깊이 체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우체국 여자」는 등단 작가이자 우체국 직원인 ‘나’는 문예 창작 교실에 다니는 학생들이 투고하는 원고를 남몰래 빼돌려 심상한 표정으로 읽고는 상습적으로 판단하는 일을 일삼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마지막 장을 찢은 원고를 우편 봉투에 넣어 매번 다른 신문사에 응모하며 그들의 운을 시험하는 기행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네 찌찌를 찾고 싶다면 신도림역 4번 출구로 와라」에 등장하는 ‘윤’은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안정된 삶의 한가운데서 갑작스레 젖꼭지가 사라지는 일을 겪는다. ‘윤’에게 젖꼭지는 사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남들 다 있는 젖꼭지가 없다는 건 너무하다고 느끼는 모순된 감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결국 ‘윤’은 자신의 젖꼭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의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기 위해 신도림역에 간다.
「오늘의 해시태그」의 ‘희재’는 사회적 가치를 수호하는 행위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며,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학생회 참여부터 여성 인권 운동의 일환으로 삭발까지 감행하는 것으로 대단히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를 사상적으로 감화시킨 사람들의 삶을 분석하고 해부한 끝에 그들의 위선과 허위를 기어코 들춰낸다.
「하루」는 오전엔 병원에서, 오후엔 은행에서 하릴없이 떠돌며 해가 지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한 노인의 심경 변화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기나긴 하루가 거듭되어 완성되는 찰나같이 짧은 세월을 회고함으로써, 그가 그저 살아내기만 했던 삶도 기꺼이 인정받고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 인생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주인공인 ‘보람’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스스로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병리화하며, 자신이 고수하던 정체성을 내려놓고 결국 밥벌이를 위한 선택으로 마음을 굳히는 이야기 「방금 있었던 일」부터,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이 늙고 쇠약한 노인이 된 ‘나’가 기나긴 하루 끝에 자신의 죽음 이후를 맡겨야 하는 아들 내외에게 결국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로 결심하는 마음의 경과를 다루는 「하루」에 이르기까지. 강나윤의 인물들은 인생이 두서없고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마다, 그 속에서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는 정체성과 밥벌이라는 영원한 딜레마에 끊임없이 봉착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조차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저 허상으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는 삶의 무서운 실체를 마주하며, 그것이 동반하는 깊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더욱 끌어안는 방식으로 명랑하게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환기한다. 『남은 건 명랑한 최선』은 삶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지탱하고 있다고 믿었던 토대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현실을 조명하는 동시에, 앞으로 그것을 딛고 마주할 불안 너머의 아득한 세계를 환한 불빛으로 비춰줄 것이다.
표제작 「남은 건 명랑한 최선」의 화자 ‘나’는 대학생으로, 휴학 후 코딩에 전념하는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내던져져 백수로 남을까 봐 두려워하며 닥치는 대로 자격증을 따고 있다. 취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동시에 끝없는 불안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무언가를 막연히 기대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 학원의 홍보 영상을 운명처럼 마주하고 홀린 듯이 수강 등록을 하게 된 그는, 불행이 일찌감치 대비해 놓은 새로운 사건에 간파당해 “간단히 리셋”(「남은 건 명랑한 최선」)되고 만다. 그러나 원점으로 회귀하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지금까지의 실패를 딛고 앞으로 더욱 씩씩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하는 기발하면서도 기이한 술책이 되어준다.
책의 첫 문을 여는 「방금 있었던 일」 속 ‘보람’은 아스퍼거 증후군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병리적 증상을 한사코 거부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위해 결국 현실과 타협하며 끝끝내 고수하던 정체성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세계를 단단히 구축하는 이야기를 생생히 그려낸다.
「카피라이터, 김 과장」 속 ‘나’는 출근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죽상일수록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곤 입꼬리를 슬쩍 올리는 더할 수 없이 세속에 물든 자본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정작 본인 스스로는 자신의 과욕적 기질과 면모에 대한 자각이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김 과장이 말했던 ‘진정성’의 의미를 곱씹으며, 그 역시 시스템을 깊이 체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우체국 여자」는 등단 작가이자 우체국 직원인 ‘나’는 문예 창작 교실에 다니는 학생들이 투고하는 원고를 남몰래 빼돌려 심상한 표정으로 읽고는 상습적으로 판단하는 일을 일삼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마지막 장을 찢은 원고를 우편 봉투에 넣어 매번 다른 신문사에 응모하며 그들의 운을 시험하는 기행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네 찌찌를 찾고 싶다면 신도림역 4번 출구로 와라」에 등장하는 ‘윤’은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안정된 삶의 한가운데서 갑작스레 젖꼭지가 사라지는 일을 겪는다. ‘윤’에게 젖꼭지는 사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남들 다 있는 젖꼭지가 없다는 건 너무하다고 느끼는 모순된 감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결국 ‘윤’은 자신의 젖꼭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람의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기 위해 신도림역에 간다.
「오늘의 해시태그」의 ‘희재’는 사회적 가치를 수호하는 행위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며,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학생회 참여부터 여성 인권 운동의 일환으로 삭발까지 감행하는 것으로 대단히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를 사상적으로 감화시킨 사람들의 삶을 분석하고 해부한 끝에 그들의 위선과 허위를 기어코 들춰낸다.
「하루」는 오전엔 병원에서, 오후엔 은행에서 하릴없이 떠돌며 해가 지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한 노인의 심경 변화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기나긴 하루가 거듭되어 완성되는 찰나같이 짧은 세월을 회고함으로써, 그가 그저 살아내기만 했던 삶도 기꺼이 인정받고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 인생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주인공인 ‘보람’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스스로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병리화하며, 자신이 고수하던 정체성을 내려놓고 결국 밥벌이를 위한 선택으로 마음을 굳히는 이야기 「방금 있었던 일」부터,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이 늙고 쇠약한 노인이 된 ‘나’가 기나긴 하루 끝에 자신의 죽음 이후를 맡겨야 하는 아들 내외에게 결국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로 결심하는 마음의 경과를 다루는 「하루」에 이르기까지. 강나윤의 인물들은 인생이 두서없고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마다, 그 속에서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는 정체성과 밥벌이라는 영원한 딜레마에 끊임없이 봉착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조차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저 허상으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는 삶의 무서운 실체를 마주하며, 그것이 동반하는 깊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더욱 끌어안는 방식으로 명랑하게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환기한다. 『남은 건 명랑한 최선』은 삶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지탱하고 있다고 믿었던 토대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현실을 조명하는 동시에, 앞으로 그것을 딛고 마주할 불안 너머의 아득한 세계를 환한 불빛으로 비춰줄 것이다.
남은 건 명랑한 최선 (반양장)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