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기억 저편에 남은 아버지의 헛기침, 아궁이의 연기, 둠벙배미의 풍경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 느림과 비움의 시학
사람과 사람 사이, 느림과 비움의 시학
김춘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상수리나무 책방』이 걷는사람 시인선 124번째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오랜 시간 삶의 뒷면을 들여다보며 써 온 언어를 통해, 기억과 체온이 묻은 풍경들을 고요하고 단정하게 그려낸다. 이 시집에서는 우리가 오래 잊고 살았던,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풍경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이병철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이 말하듯, 이 시집은 “시간에 풍화되어 가는 기억을 소환하고, 자본 도시의 욕망에서 비켜선 느림과 비움의 미학으로 사람을, 사람 속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노래한다. 그렇게 유행이나 경향을 좇지 않으면서 관습화된 기성의 서정을 타파하려는 김춘기의 시는 “다른 언어”라는 고유한 방법론으로 서정의 본령을 회복하고자 한다.”
김춘기 시인은 오랜 시간, 기억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가족과 고향의 장면들을 시로 써왔다. 그의 첫 시집에는 유년 시절의 냄새, 부모의 손길, 사소하지만 가슴 깊이 남아 있는 장면들이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펼쳐진다. 「대화」에서는 인기척도 없이 들르시는 외할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소주병을 꺼내서 제단에 술을 따르듯이 / 투박한 사기잔에 술을 가득 따르”시기도 하고 그 시간은 지나서 우리 앞에서 사라졌지만 “벽장의 소주병”은 그 시절과 함께 여전히 그대로다. 「저녁의 감촉」과 「아궁이 신발장」에서는 군불 피우는 새벽, 아버지가 신발을 아궁이에 넣어 따뜻하게 데워 주던 날들이 시 한 줄 한 줄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그의 시에서는 “장마에 떠내려간 작은 미나리밭”(「작은 미나리밭을 생각했다」)이 다시 우리 앞에 소환되고 “더는 우리 땅이 아니게 된 둠벙배미”(「둠벙배미전傳」)도 눈 앞에 펼쳐진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그곳’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시인은 “봄비는 계속 이유를 묻지 않았고/ 하릴없이 찾아드는 통증”에 가슴이 시린 마음을 시에 담는다. 잊은 줄 알았던 풍경이 한 줄의 시에 담긴 이번 시집은 고향의 언어로 과거의 시절을 되돌아본다.
『상수리나무 책방』은 단순한 회고의 시집이 아니다. 시인은 “천년의 속도로 지나던 벌레”나 사소한 통증처럼 익숙하게 멈춰 있는 풍경 속에서, 일상을 견디는 사람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처럼 김춘기의 시는 유행이나 경향을 따르지 않되, 누구보다도 ‘지금 여기’의 삶에 깊숙이 닿아 있는 시적 실천이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저 물방울이 얼마나 많은 사연을 쌓아야 /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까” (「다른 언어를 사용하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은 스며든다.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천년이 지나도 / 벌레의 껍질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 (「시골 버스 정류장」)은 시골 풍경, 이것은 우리 역사 속에서 사라질지라도 기억의 한 부분으로 시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상수리나무 책방』은 바쁘게 살아온 나날들 속에서도 어딘가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그 시절’의 조각들을 다시 불러낸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일지라도, 이 시집 속 언어는 그곳의 공기와 감촉을 우리 곁으로 데려온다. 이 책은 이제는 어른이 된 우리 모두에게,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다. 인간적인 서정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정갈한 언어의 집 한 채가 되어줄 것이다.
이병철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이 말하듯, 이 시집은 “시간에 풍화되어 가는 기억을 소환하고, 자본 도시의 욕망에서 비켜선 느림과 비움의 미학으로 사람을, 사람 속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노래한다. 그렇게 유행이나 경향을 좇지 않으면서 관습화된 기성의 서정을 타파하려는 김춘기의 시는 “다른 언어”라는 고유한 방법론으로 서정의 본령을 회복하고자 한다.”
김춘기 시인은 오랜 시간, 기억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가족과 고향의 장면들을 시로 써왔다. 그의 첫 시집에는 유년 시절의 냄새, 부모의 손길, 사소하지만 가슴 깊이 남아 있는 장면들이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펼쳐진다. 「대화」에서는 인기척도 없이 들르시는 외할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소주병을 꺼내서 제단에 술을 따르듯이 / 투박한 사기잔에 술을 가득 따르”시기도 하고 그 시간은 지나서 우리 앞에서 사라졌지만 “벽장의 소주병”은 그 시절과 함께 여전히 그대로다. 「저녁의 감촉」과 「아궁이 신발장」에서는 군불 피우는 새벽, 아버지가 신발을 아궁이에 넣어 따뜻하게 데워 주던 날들이 시 한 줄 한 줄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그의 시에서는 “장마에 떠내려간 작은 미나리밭”(「작은 미나리밭을 생각했다」)이 다시 우리 앞에 소환되고 “더는 우리 땅이 아니게 된 둠벙배미”(「둠벙배미전傳」)도 눈 앞에 펼쳐진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그곳’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시인은 “봄비는 계속 이유를 묻지 않았고/ 하릴없이 찾아드는 통증”에 가슴이 시린 마음을 시에 담는다. 잊은 줄 알았던 풍경이 한 줄의 시에 담긴 이번 시집은 고향의 언어로 과거의 시절을 되돌아본다.
『상수리나무 책방』은 단순한 회고의 시집이 아니다. 시인은 “천년의 속도로 지나던 벌레”나 사소한 통증처럼 익숙하게 멈춰 있는 풍경 속에서, 일상을 견디는 사람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처럼 김춘기의 시는 유행이나 경향을 따르지 않되, 누구보다도 ‘지금 여기’의 삶에 깊숙이 닿아 있는 시적 실천이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저 물방울이 얼마나 많은 사연을 쌓아야 /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까” (「다른 언어를 사용하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은 스며든다.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천년이 지나도 / 벌레의 껍질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 (「시골 버스 정류장」)은 시골 풍경, 이것은 우리 역사 속에서 사라질지라도 기억의 한 부분으로 시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상수리나무 책방』은 바쁘게 살아온 나날들 속에서도 어딘가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그 시절’의 조각들을 다시 불러낸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일지라도, 이 시집 속 언어는 그곳의 공기와 감촉을 우리 곁으로 데려온다. 이 책은 이제는 어른이 된 우리 모두에게,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다. 인간적인 서정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정갈한 언어의 집 한 채가 되어줄 것이다.
상수리나무 책방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