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현장, 의사가 집으로 옵니다. (통합돌봄 길라잡이)

통합돌봄 현장, 의사가 집으로 옵니다. (통합돌봄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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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누군가의 요청이 있었고,
문을 두두리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처므부터 방문진료를 했던 건 아니다. 나도 병원이란 울타리, 진료실이란 공간에 익숙했다.
책상 위의 청진기, 컴퓨터 화면 속의 검사결과, 차트 안의 병명, 환자가 들어오고, 앉고, 증상을 이야기하고, 나간다. 내가 배웠던 의료의 일상이었다. 시범사업에 선정 된 2023년 6월 방문진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지던 날. 의정부 구도심에서 방문진료 요청이 있었다. 치매 노모를 위해 딸이 요청한 것이다. 반지하 집에 들어가니 할머니는 도둑이 왔다고 소리를 지른다. 빗자루를 들고 휘두른다. 딸이 설득해도 안 된다. 진료는 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딸의 간곡한 요청으로 윗층 처마 밑에서 진료를 봤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확신이 들었다. 진료란, 어디서 하느냐보다 구구 곁에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방문진료를 한다는 건, 의사가 밖으로 나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의사가 환자의 삶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방문진료를 시작한 건 생계를 위해서였다. 요양병원을 폐업하면서 정리해야 할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진료를 하면서 눈에 밟히는 환자가 있었고, 누군가의 요청이 있었고, 문을 두두리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첫걸음이 내 삶을 바꿨다.
-〈책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