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 성심당의 도시, 대전이 만들어진 이유 - 북저널리즘 104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 성심당의 도시, 대전이 만들어진 이유 - 북저널리즘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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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노잼도시가 늘어 가는 동안, 서울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위세를 떨친다.
한국의 지방 도시들은 어쩌다 노잼이 됐을까?
성심당밖에 들를 곳이 없다는 대전의 오래된 소문은 노잼도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재미없는 도시는 궁금하지 않다. 궁금하지 않은 도시는 매력이 없다. 매력이 없는 도시에는 이야기가 없다. 그런데, 이야기가 없으니 또 재미없는 도시가 된다. 서울은 이와 정확히 반대에 위치한다. 서울은 찍기만 해도 콘텐츠가 된다. 동네마다, 건물마다 이야기와 경험이 쌓인다. 지역 소멸 시대의 한국 도시에는 그렇게 한 가지 생존 전략이 생겼다. 바로 ‘서울 같은 도시’가 되거나, 지역만의 고유성을 발명하는 것이다. 대전의 노잼도시는 이 둘 사이에 놓여 있다. 그런데 그 둘 어디에도 실제 도시의 경험과 모습, 감각이 없다. 노잼은 도시를 감싼 무감각함에서 태어날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대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

주혜진

저자:주혜진
주혜진은지방정부가만든정책연구기관인대전세종연구원에서일한다.사회학박사학위를취득하고,연구원에서대전사람들의삶이조금더괜찮아질방법을고민해왔다.사람과삶을생각하다보니자연스럽게그들을품는공간과장소에관심을두게됐다.요즘엔대전이란도시를규명할수있는아카이빙작업과장소정동(Affect)형성을주제로한연구를‘재미있게’하려고애쓰는중이다.

목차

프롤로그;성심당갈때대전한번들를게

1_지금은지방(소멸)시대
‘디나이얼지방출신’을아십니까
지방도시의쪼그라드는역사
도시를잘팔고싶은사람들

2_사람들은검색창앞에서가장솔직해진다
소셜미디어가매긴우리도시성적표
‘좋아요’가쌓이면장소를잃는다
지리적능력은장소를만든다

3_언제부터대전은‘노잼도시’였나
지인이대전에온다는데,어떡하지?
비로소완성된밈,노잼도시
성심당빵과칼국수만먹고떠나는사람들

4_여기는왜힙하지않은가
힙과핫은카페에있다
사진이되는장소가힙하다
힙과핫은이미서울에있다

5_있습니까,나만의도시를만드는방법?
도시앤솔로지
도시해킹하기
2030여성,스마트폰을든탐험가

에필로그;당신의#가짓는도시



북저널리즘인사이드;김포와대전을제대로묻는법

출판사 서평

서울이되고싶은지역도시들

대전이노잼도시로이름을떨쳤다면,지금한국의지역도시중가장주목받는건김포다.경기도김포로남느냐,서울시김포로승진하느냐가시험대에올랐다.쓰레기매립지를위한서울의검은속내라는진단,혹은정치권의표심을위한무리수라는이야기가오간다.이논의에서조차김포는중심을차지하지못했다.

김포는남쪽으로는서울강서구,인천과접하고북쪽으로는북한을접하는도시다.인구대부분이서울과인천에서경제활동,소비활동을이어나가는데,정부에서는이를생활권이겹친다고표현한다.그생활권때문에2기신도시였던김포는‘베드타운’이라는오명을얻기도했다.이문제의신도시는현재서울시에일부편입된‘양천’과겹치는자리인데,한강신도시라는새로운이름을얻었다.이름이바뀐이유는간단했다.고려시대부터이어져왔던양천이라는이름은신도시라는단어앞에붙기에는지나치게시골스러웠기때문이다.김포가일궈낸이한강이라는이름.여기에한국지역도시들의초상이담겨있다.서울스러움을지향하는것.그것이현재한국지역도시의생존전략이다.

서울에는중력이있다.서울은블랙홀처럼모든도시의이야기와땅,사람들을긁어모은다.그렇게김포도,대전도,울산도모두서울을지망하는도시가됐다.어쩌면이미그들은지망생의단계를넘어이미명예서울이되어가는지도모른다.서울이라는현상은번진다.바이러스처럼자신의모습과표현을바꿔가며말이다.

“세세하고다양한정보의양이서울을키운다.우리가‘크다’라고생각하는도시의크기는사실행정구역의실질적크기와는상관없다.지리적크기가아니라서울에대한지식과정보의양이크다.다양한매체와방법을통해전달된서울에대한지식은서울을다채롭게인식하게하고입체적으로기억하게한다.알면알수록서울은머릿속에서시작과끝을알수없을만큼부풀어오르고,길어지고,커진다.”(22~23쪽)

서울은이야기를독점한다

서울은무겁다.그런데번지기까지한다.정치권이말했던김포한강신도시시민의생활권만이아니다.서울은이야기를독점하고,문화를독점하고,도시를향한한국의상상력에보이지않는천장을만든다.심상지도(mentalmap)는물리적크기와무관하게,지도를그린사람의세계관을표현하는상상적지도를말한다.조선시대제작된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서일본이중국과한국에비해작은크기로그려져있는게대표적인사례다.이심상지도의원리를지금의한국에대입하면어떨까?우리는성수동의좁은골목을,이태원의인센스가게를,광화문교보문고의향기를그릴수있을지는몰라도대전의그것은성심당매장하나남짓의크기에지나지않을것이다.

“누군가대전에뭐있냐고물으면잠시머뭇거리게된다.생각할시간이필요하다,나와관계를맺어온지역장소와경험을추릴시간.하지만사람들은지역의콘텐츠를재빨리문제삼는다.‘그거봐,성심당말고없잖아’라며,지역의자원이그것뿐이라고점수를매긴다.그평가의기준을공유하고있는나역시할말이없다.제주만큼의바다와태백산맥과같은숲,123층높이의빌딩이나,45만평쯤되는놀이공원같은것을말해야할것같다.”(27쪽)

모두가대전은노잼도시라고말한다.때로는장난처럼,혹은당연한듯이말이다.‘대전은노잼도시’라는명제속에는모두가생각해본적없는문제가있다.이들이말하는도시의재미는어디에서나오는걸까?인스타그래머블한카페는재미있는도시의필수요소일까?거대한구조물이있다면그도시는‘유잼도시’가되는것일까?왜서울은끊임없이발명되고발견되는재미있는존재지만,대전은성심당으로설명하면충분한존재가되는것일까.《대전은왜노잼도시가되었나》는그간발명되지못했던한국의지역도시이야기를짚어간다.사실우리는대전에서도,포항에서도,울산에서도충분한재미를찾아낼수있다.

모두가만드는유잼도시

왜한국의지역도시는‘서울처럼’되지못할까?질문이잘못돼서그렇다.서울이목표이자목적이되니이야기와문화가없는도시는자연스레오목해지는것이다.서울의공원은뉴욕의센트럴파크를지향하고,지역도시의‘힙한플레이스’는서울의성수동을따른다.한방향그래프를그리는도시에는어쩔수없는원본과복제품의간극이,점수와순위가생긴다.모든도시가랜드마크와거대한고층빌딩을만들게된다.모든도시가똑같이생긴도시는그자체로디스토피아와닮아있다.

“이러한노력과발견은도시를하나의소비재로규정해버린다.사람들은소비자가되고도시는소비재가된다.소비자는싸게사서비싼값어치를느끼고싶다.그래서도시를가성비로평가하게된다.도시란사람과공간과정서가버무려진복합체인데,그안에사는우리와도시사이엔소비자와소비재관계만남는다.이건괜찮지않다.이런관계만있다면,‘꿀잼’대전이되기위해,인구유입을견인하는도시경쟁력을위해,여의도에있는큰쇼핑몰이나랜드마크가될고층빌딩만을원하게될것이다.이역시도괜찮지않다.”(12~13쪽)

《대전은왜노잼도시가되었나》는서울로직진하던화살표를각자가매일거니는거리에,이따금올려다보는하늘에,익숙하게여겼던콘크리트에던져보라는제안이다.나만의도시를인식하고나면질문은바뀌게되어있다.대전이재미없어노잼도시가된것은아니다.한국이서울이되고싶어서울이된것도아니다.그렇다면누가우리를서울의중심부로밀어넣는지를탐구해볼때다.

도시를탐구하는것은그자체로‘나자신’이선곳과위치,자리를탐구하는일이다.도시에는다양한모습이존재한다.도시는모두를환영하는듯하지만분명한배제가작동하는정치적공간인동시에,개인의역사와감정이서린사적역사의공간이기도하다.이복잡한감각과감정에대해질문할때비로소이장소와개인은관계맺게된다.그관계는질문으로부터출발한다.‘이동네에는왜모과나무가많을까?’.‘지금은빈저상가는과거에어떤곳이었을까?’사소해보이는질문들은나와도시의관계를형성하는데좋은첫걸음이된다.

“도시기록의본질은수동적인‘구매’가아니라능동적인‘체험’이다.요약본을구매하지말고,작은부분이라도도시를느끼고이해하고마침내소유하자.도시의이공간이좋았다면,아름답다고생각했다면,왜그렇게느끼는지생각해보자.타인의평가와수식을당연하게받아들이지말고나만의느낌을솔직하고용기있게들여다보자.소수의사람들이만들어놓은특정한멋짐과아름다움,공간규정으로부터독립하려애써보자.”(149~150쪽)

요즘과같은소셜미디어시대를적극적으로활용해볼수도있다.우리는이미모두가사진가이기때문이다.이미주어진‘힙한사진’의규칙을따르거나남들이멋지다고판단하는도시에갇히지말고나자신의도시를만들어보자.때로는떨어진전단에서,굉음을내며무너지는건물의잔해속에서문득도시의재미와이야기를찾아낼수있을지모른다.그렇게만들어진지역은결코사라지거나소멸할수없다.이야기가담긴장소는특별하기때문이다.지금한국의지역도시에필요한건납작한브랜딩이아닌복잡하게얽힌이야기덩어리다.

책을덮은뒤주위를둘러보면온통새로운것으로가득차있다.지겹게다녔던동네인데도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