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더욱더닮아가는기계
2024년5월14일오픈AI가사람처럼듣고말할수있는생성형인공지능을선보였다.플래그십모델인‘GPT-4o’다.새로운GPT는텍스트를통해대화하던기존모델과는달리,청각과시각으로도추론하고이를곧바로음성으로표현할수있다.사람이오감을활용해정보를얻고,다양한방법으로의사를표현하듯,인공지능모델이사진이나그래픽을보여주며,심지어는다양한말투로대답한다는의미다.
그뿐만아니다.인공지능은이제사람의표현과감정까지분석한다.우리가대화하며상대방이건네는말의속도와높낮이,작은눈의떨림까지지각하듯,인공지능도인간을상대로,인간처럼생각하며,인간처럼행동한다.인공지능은빠르게발전하고있다.발전의방향이라는게‘점차더인간을닮아가는것’이라면말이다.
“안정적인데이터만대량으로주어진다면,기계는모든것을학습할수있다.인지기계에서사고기계로의전환이실현되는것이다.2011년TV퀴즈쇼‘제퍼디!’에서인간챔피언에승리한인공지능‘왓슨’,2016년인간바둑챔피언을꺾은‘알파고’등은심층학습의힘이얼마나심오한지를과시했다.이후에등장한챗GPT,미드저니,스테이블디퓨전등생성인공지능은읽고,쓰고,듣고,그림을그리고,인간과대화하거나코딩을할줄안다.인공지능은알고리즘이라는인지기계에기계지능을장착한,신체없이사고하는로봇이다.”(147쪽)
인간은자신과닮은무언가에서동질감을느끼기도하지만그동질감이때로는불쾌함과두려움으로번지기도한다.특히그것이일자리,즉삶의경계와관련돼있을때는더더욱그렇다.로이터통신의보도에따르면전세계2000개대기업고위임원중41퍼센트가인공지능기술로인해일자리가감소할것으로예측했다.이미기술기업들은움직이고있다.1분기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등의기술기업은미국내1분기전체감원의16.5퍼센트를차지하는비중으로해고를주도했다.
“인공지능이자본주의적생산양식에본격적으로도입된다면문화산업뿐아니라지식경제전체에걸친일자리충격이찾아올것은자명하다.제조업과육체노동영역에서지구산업은이미자동화로인해실업과경제성장둔화가장시간지속돼왔다.지적이고창조적인산업부문도이미풍전등화상태다.생성인공지능의강력한자연어및기계언어구사능력,이미지·텍스트·사운드의능동적인문해와출력능력으로인해디자인,창작,컴퓨터공학,의학,법률과관련된업무뿐아니라사무나기획과관련된모든분야도대체될수있다.”(152쪽)
인공지능시대,사람들은노동하지않게될까?
정말인공지능시대에서사람들은노동하지않게될까?문제는그리간단하지않다.《알고리즘자본주의》는알고리즘과인공지능의시대가그러한유/디스토피아의모습을하고있지않음을보인다.이미우리의노동은알고리즘을타고인지와주목으로대체돼왔다.우리는우리자신의즐거움을채운다는상상위에서구글에돈을벌어다준다.끊임없는추천영상과좋아요,구독의소용돌이위에서사람들은조용히노동하고,조용히착취당한다.무엇보다문제적인것은우리시대가그에대해어떠한문제의식도제기하지못했다는점이다.우리는노동하지않는다는착각위에서노동하고있다.
“영상클립을제작·편집하거나,1인방송을운영하거나,여행지에서사진을찍거나음식을먹고명품옷과셀피를제작하는활동은이윤추구활동으로는인식되더라도그과정이노동으로인식되지는않는다.노동의결과물이문화창조또는예술의생산,미적재현등창의성과연결되는경우,그자아실현적이고심미적인성격때문에‘좋은노동’으로생각되는경우가다반사다.이는자연스럽게열정페이및자기착취를정당화하는기제로이어진다.창의노동을하는사람들은자신이노동과정을통제하는자율적인주체라고여기지만,사실상여기에는노동소외와노동지배의현실이숨어있다.현실적으로는창의적인노동을수행하는사람중극소수만자율성과소유권을누리며,대부분이임금노동자들보다더나쁜조건에서생활하면서도이를자기합리화하는방식으로착취를내면화한다.이는OTT나음원등새로운플랫폼기반문화콘텐츠서비스국면에서더욱강화되며,각국의문화산업을지구적인네트워크환경규모에서재편한다.”(57쪽)
주목해야할것은달라진노동의형태가불러올효과다.노동이라는행위에는방향성이있다.컨베이어벨트가한방향으로돌아가고,그방향에맞춰노동자들이한정된움직임을보여야하는것처럼,행위가노동으로규정되면방향성과틀이생기게된다.알고리즘자본주의의시대에서,우리의인지와선택에도마찬가지의일이생겼다.물론그방향은알고리즘이결정한다.나의행위와시선,선택은데이터로쌓여0과1로번역된다.조합된숫자들은나의다음선택을유도하고평가한다.우리의인지는이미컨베이어벨트위에있다.
“그러나검색엔진,소셜미디어와소셜커머스의추천·홍보알고리즘,유튜브와거대언어모델에이르기까지알고리즘은2000년대초반에비해훨씬진일보한데다,벨러의생각과달리단지‘보는것’만이아닌‘느끼고,생각하고,읽어내는’모든행위에개입하게됐다.최근정보기술과미디어네트워크는청중에게콘텐츠를판매해서이윤을내는것이아니라광고주들에게제조된청중(manufacturedaudience)을판매함으로써이윤을만든다”(72쪽)
인공지능과알고리즘바깥,상상력을복원할용기
다가오는인공지능의시대는이흐름을더욱가속할전망이다.알고리즘이선택과인지에방향성을부여했다면인공지능은그나아가는힘과속도마저결정해버린다.사람들은자신의인지와행동에주체적으로속도를부여할수없다.배달라이더들이길을무시한채직선거리를내달려야하는것처럼,인공지능이수행하는인지의속도에인간은따라갈수없다.인간은언제나인공지능보다앞서인공지능의결정에도움을줘야하는보조자였지만,한편으로는인공지능의결정에완전히납득하거나수긍할수없는존재였다.알고리즘자본주의가선택의문제였다면,인공지능자본주의는속도의문제다.
“요컨대알고리즘과인공지능이추동하는인지자동화시대에블랙박스가되어가는제3섹터를읽어내고자한다면비인간의정치학혹은비인간의기술정치가요청된다.보편적기본소득이나디지털세와같은인간주의정치의해결법만으로는해결될수없다.법과규범,사회계약은인간들간의사회적관계를규정하지만,알고리즘과인공지능은프로토콜,비기표적기호계의영역이다.이비인간의층위에서작동하는제3섹터기술의기하학에직접개입할수있을때비로소실낱같은투쟁주기의기회들이마련될것이다”(192쪽)
“이책은알고리즘자본주의에대한해부도를그리고,대안이가능할뿐아니라우리가그것을꿈꿔야할수있음을역설하기위해쓰였다.알고리즘과인공지능에대한대안적이고유토피아적인상상력이창발돼야하는시점이다.다가올새로운자본주의적수탈과노예화에맞서,민주적기술의발명을위해우리가사회적대화를시작해야만하는이유다.”(205쪽)
우리는알고리즘의방향성에,그리고인공지능이속도에어떻게대처해야할까?어쩌면다른세계를상상하는상상력이그해결의단서가될수있다.구글의페이지랭크검색방식은‘검색’이라는무한한다양성에하나의모습을부여해버렸다.유동체가딱딱한박스안에갇히듯,페이지랭크시대이후의세계는검색의다른모습을상상하지못하게된것이다.미국법무부가구글의검색독점력에제동을걸기시작한즈음부터탈중앙화와개인화의바람을타고새로운검색엔진들이등장하기시작했다.틀을넓히고,방향을분산시키고,조금먼길을돌아감으로써우리는방향과속도의독재에저항할수있다.지금우리가두려워해야할것은인간의노동력을대체할인공지능이아닌,인공지능처럼생각하고내달릴인간의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