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16.80
Description
“마민카 정식은 매일 다른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가정식입니다.
특별하진 않아도 끼니마다 달라지는 어머니의 집밥처럼 재료에 따라 바뀌는
셰프의 추천메뉴를 만나보세요.“
빨간 지붕이 늘어선 이국적인 도시 프라하. 해국은 프라하에 한식당을 차린다. 마수걸이도 하지 못하던 식당에 어느 날 한인들이 몰려온다. 해국은 어리둥절하다. 손님들은 소셜미디어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해국은 최근에 다녀간 수빈을 떠올린다.


연대를 통한 위로와 치유
저마다의 이유로 모국을 떠난 해국, 수빈, 지호, 단비. 한식당 마민카를 중심으로 4명의 한국인이 모였다. 천천히 그리고 하나씩 서로 간직한 슬픔을 꺼낸다.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프라하에서 서로에게 전한 잔잔한 치유와 위로. 겨울 프라하의 추위를 녹여낸 따뜻한 마음를 전달한다.



먼저 읽은 분들의 후기

“읽는 내내 온기가 느껴졌다. 차분하지만 난해하지 않게, 나직하게 풀어나가는 문장은 소설에 오롯이 집중하게 했다.”

블타바강, 카렐교, 마민카식당과 같은 생경한 프라하의 지명들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낯선 땅에서 인물들의 결핍과 아픔이 찬찬히 드러나고 치유되어 가는 이야기가 마음을
붙드는 결 고운 힐링 소설이다.

저자

조수필

저자:조수필

목차

카렐교의구원9
마민카식당15
겨울에온손님23
주변인들의식사30
왜빨간지붕일까39
소문의위력46
선밖으로걸을용기59
올드타운69
프라하6구역78
화이트모닝87
공간이주는의미94
블타바강의휴일101
주말은쉽니다109
보통의겨울날116
별거없는하루끝에126
새구두를사야해132
사사로운과거139
에블린의초대149
파티,그후164
벽을허물어야할시간172
시나브로,봄187

출판사 서평

디아스포라에서경험한따스한연대

한인디아스포라는치열한생존의세계다.여행으로가는프라하는좋지만,생존의장으로프라하는또다르게느껴진다.한인디아스포라에는한국에서상처를입어쫓기듯떠나온사람부터,여행을왔다가눌러앉은사람까지다양하다.하지만생존을위한치열함은같다.

이국땅,특히한인이적은지역에서한인을만나면특히반갑다.그리고함께연대하게된다.해국,지호,단비,수빈은반가움에서로연대한다.서로를통해따스함을경험한다.겨울이긴프라하,이국땅과따스한연대는대조를이룬다.모국(母國)을벗어난사람들이마민카(Mother,체코어)에모인것은우연이아니다.

<마민카식당에눈이내리면>은우리에게따스한연대가필요하다고다정하게제시한다.결국사람이사람을위로하기때문에.프라하의카렐교에찬바람이불어도,빨간지붕위로눈이쌓일수록,마민카식당에모인사람들은따뜻한한식을매개로서로의온기를느낀다.

책속에서

5월이었다.세상의모든불행을녹일듯이영롱하게쏟아지던햇살과바람직하게푸르던하늘빛.그의품처럼따스하던공기의농도까지,그날은생애가장완벽한봄날이었다.카렐교의상징인열여섯개의아치.그사이로유유히흐르던블타바강의고혹한자태와그위에누워있던몇척의유람선.그모든생김이지나치리만큼또렷한데.여전히눈이부시게생생한데...완전무결한줄로만알았던그림에돌이킬수없는흠집이생겨버렸다.-12쪽

그렇게스무걸음정도멀어지니‘Maminka’라적힌간판이한눈에담긴다.‘마민카’는체코어로‘엄마’라는뜻이다.처음보는것도아닌데간판에새겨진글자들이묘하게생경하다.마민카.엄마.어머니…멀찌감치떨어져서식당을바라보는해국의눈빛이그윽하게무겁다.그런그를그냥지나칠리없는옆가게사장님,에블린.그녀가해국옆에나란히섰다.-19쪽

음...마민카정식으로할게요.”
수빈이마민카정식을고른데에는부연으로적힌깨알같은설명글이한몫했다.‘마민카정식은매일다른메뉴를맛볼수있는가정식입니다.특별하진않아도끼니마다달라지는어머니의집밥처럼그날그날재료에따라바뀌는셰프의추천메뉴를만나보세요.’라고쓰여있는소담한글귀가그녀의마음을붙들었다.그래서궁금해진다.해국이고심해서준비했을오늘의메뉴가무엇인지.정갈한글씨를쓰는남자의정갈한밥상은어떤그림일지.빨리보고싶어진다.-26쪽

‘마음이꼭풍선같아.’
어젯밤일기장에끄적였던짧은문장하나가종일수빈의주위를맴돈다.마음이풍선같다는얘기는,그러니까끈이떨어진부유물처럼불편하게떠있다는얘기다.-31쪽

“밤의성질이라는게원래그런거잖아.어둡고차가운거.캄캄하고시린거.억지로빛을들이대서밝힌다는게...그게다인간들이좋자고,편하자고그러는건데밤의정령도그걸원할까해서.”-41쪽

‘오늘밤에는기필코찾아내고야말겠어.과거로부터자유로워질수있는방법,슬픔으로부터벗어날수있는방법을말이야.’-46쪽

스물아홉이면다큰성인이지만해국은여전히엄마가필요하다.하는일이엉킬때나풀릴때나.사는게지루할때나재미있을때에도.모든날모든순간에그이름을찾게된다.돌아가신엄마가어디선가지켜보고계실거라생각하면그저생각만으로도공연히위로받는다.텅빈공중에대고“엄마,어머니…”를쏘아올리고나면,어지럽게둥둥떠있던감정들이필터로곱게걸러지는것만같다.-50쪽

타인과타인이만났다.학연도지연도아닌생판모르는낯선이들이서로의인생에개입하게될확률은얼마나될까.어제까지남이었던관계가오늘의친구가될가능성은?사는동안이런경험을할일이앞으로몇번이나남아있을까.더있기는있을까.지호와단비.지금은둘중누구도이만남에정의를내릴수가없다.게다가해국과수빈이이일을두고어떤반응을내비칠지도미지수다.그럼에도지호는선밖으로슬쩍한발을뻗었고단비또한익숙한관계의틀,그테두리밖으로빼꼼히고개를내밀고있다.-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