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술들 : 개항에서 해방까지 (개항에서 해방까지)

한국의 미술들 : 개항에서 해방까지 (개항에서 해방까지)

$38.00
Description
미술사학자이자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낸 김영나의 『한국의 미술들: 개항에서 해방까지』가 출간되었다. 조선이 서구 국가들과 수교를 맺는 1880년대부터 일제강점기가 막을 내리는 1945년까지, 그 격동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 미술이 걸어온 길을 담아낸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의 기원을 회화, 삽화, 사진, 건축, 전시, 교육, 제도 등을 망라해 서술하는 동시에,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졌음에도 부분 부분 공백으로 남아 있는 한국 근대미술사를 비평적으로 조망하는 개설서이다.

“근대는 단순히 가까운 과거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근대라는 용어에는 전(前) 시대와 분명히 구분되는 새로움이 내포되어 있다. 근대는 서구에서 시작되었고 근대성과 근대미술은 글로벌한 현상이었지만 그 전개 과정은 지역마다 달랐다. 한국 근대미술의 기점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 서막을 동아시아의 문화권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발을 내디디는 1880년대부터 서술했다.” 조선 문헌에 ‘미술’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1881년 이래 서화, 상, 도자 등 전통적인 구분은 점점 와해되기 시작했고, 조선 시대의 직업 화가였던 화원과 사대부 문인화가로 이루어졌던 미술계 역시 붕괴되었다. 또한 이 시기는 서양 문화가 동아시아에 밀려오면서 세계 질서가 재편되던 시기였다.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나타나면서 근대미술은 회화, 조각과 같은 순수미술에서보다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축, 사진이나 인쇄 매체에서 시작되었고 점차 화단으로 확산하게 된다. 이 책은 그동안 근대미술이 주로 회화와 조각을 중심으로 서술되었던 점을 보완해 건축, 공예, 사진, 전시, 수집 등의 부분을 강화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한국 근대미술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그 격동하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한국미술을 서술한 개설서가 있었으면 했던 저자의 아쉬움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성,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개인과 군중이 공존하던 이 혼성의 시기에 미술가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활동했는지, 또 당시의 문화 정체성은 무엇이었는지 밝히는 일은 미술사학자에게 하나의 도전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해방 후 8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로 다른 길을 간 남과 북의 미술이 점점 공통점을 찾기 어렵게 된 오늘날, 이 책은 한국의 미술들을 하나로 완결해 내는 데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저자

김영나

저자:김영나

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명예교수,전국립중앙박물관관장.미국펜실베이니아주뮬렌버그대학교를졸업하고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덕성여자대학교와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교수로재직했고도쿄대학과하버드대학교객원연구원으로활동했다.서양미술사학회,미술사와시각문화학회,미술사교육연구회,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회장,서울대학교박물관관장을역임하는한편,2011년부터2016년까지국립중앙박물관을이끌며연구,전시,교육분야에서박물관을세계적인수준으로끌어올리는데기여했다.저서로『조형과시대정신』,『서양현대미술의기원』,『20세기의한국미술』,『1945년이후한국현대미술』,『TwentiethCenturyKoreanArt』,『ModernandContemporaryArtinKorea:Tradition,ModernityandIdentity』,『韓國近代美術の100年』등이있다.

목차

1부근대미술의서막
새로운시각미술
전통회화에서근대회화로
서양미술의간접적인수용
전시의시작:공진회,박람회,박물관

2부서화에서미술로
서화에서미술로
전시와관람객
새로운화단의성립
조선프롤레타리아미술운동

3부근대성과모더니즘미술의탐구
도시와근대성
모더니즘미술의시도
유럽과미국으로간화가들
사진과건축
미술시장과미술품수집

4부민족주의와식민주의의회색지대
한국미술의정체성모색
전시체제하에서의미술
해방전후의미술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지난20~30년간근대미술연구는그동안주가되었던회화에서부터삽화,전시,제도등으로확장되었고,주요작가들의카탈로그레조네구축,구술채록,개인소장품조사등이진행되고있지만아직도개개미술가의생애사,제작연대,작품제목등에서불확실한부분이남아있다.미진한부분의연구가더진전되어야함을인정하면서도이제대학에서도근대한국미술사과목이개설되고있어,세계미술사속에서한국근대미술의흐름을서술할필요가있다고생각했다.

1910년한일병합을기념하는엽서에서곤룡포와익선관차림의고종은대원수군복을입은일본천황의사진아래에배열되었다.일본천황이왕권을상징하는봉황이위에서보위하고화려한국화장식에둘러싸여있는것과대조적으로고종은소박한오얏꽃으로장식되었다.식민지배국과피지배국이대조되고일본의통치를사실화한이엽서는마치대한제국영욕(榮辱)의역사를보는듯한정치적의미가있다.

전통적인시서화의개념도붕괴하기시작했다.시서화가종합되었던문인화에서시는문학으로독립되었고,그림과글씨가같이있던서화는각각회화와서예로분리되었다.1932년조선미술전람회에서는사군자가동양화로편입되고서예는미술이아니라는이유로퇴출되었다.

서양화단이성립되기시작한것은일본에서수학한미술가들이다수귀국하면서였다.이들1세대는일본에서서양화를배우면서도관심을가지고추구한방향은조금씩달랐는데대체로세부류로나누어볼수있다.첫째는아카데미적사실주의를고수한김인승,이마동,도상봉등으로사실적인인물화,누드화,정물화를주로그렸다.두번째그룹은인상주의,후기인상주의,야수주의(포비즘)사조를받아들인오지호,김주경,길진섭,이인성등이다.세번째는소수였지만추상미술을시도한김환기나유영국,그리고표현주의나환상적인그림을그린이중섭,구본웅,문학수이다.

김환기의작품에서는서구의실험적형태를사용하면서이와는다른토속적인서정성이공존하는독특한분위기가있다.이것은섬이라는배경설정과머리에바구니를이고가는소녀에서느껴지는전근대적인주제,그리고제목이시사하는종달새가지저귀는평화로운섬의낭만적인분위기가근대적인양식과결합되어있기때문이다.이러한모더니즘적시도에서도자연에대한서정적반응이김환기작품세계의가장기본적인특징으로잉태되어있음을볼수있다.

위에서살펴본바와같이유럽이나미국에서공부한화가들이동시대에절정을이룬모더니즘미술에는별로관심을갖지않았다는사실은주목해야할부분이다.어쩌면서양미술의기본에더충실하고자했을수도있고,배운성이나임용련의경우둘다1930년대의사실주의화풍을구사한화가들에게배웠던것도그이유의하나였다고보인다.이것은한편이들이당시추상미술과재료실험이한창이던유럽의모더니즘미술의현장에는들어가지못했다는것을시사하는것이기도하다.

향토색이과연독자적인정체성이나한국의정서를보여주는민족주의의발현인지,아니면일본이기대하는식민지의이국성을보여주고자했는지,또는이국성을단지제국주의적욕망으로만보아야하는지에대한문제는당시뿐아니라해방이후의미술평론가들사이에서도논의의대상이되어왔다.평론가이경성은잃어버린고향의식을되살려민족의식을고취하려는심성의표시로보았고,오광수는“생활감정이나양식의일본화를막아준하나의구실로평가할수있으나,다른한편으로본다면진취적인창작활동을통한자유주의의고취,정신적인해방감을통한민족주의의고양을억제하는,일종의식민지정책의일환”이라고지적했다.

해방후80년가까운시간이지난오늘날에도한국은아직분단국가로남아있고,그동안남쪽과북쪽의미술활동은서로완전히다른방향으로전개되었다.남쪽에있는미술가들은해방후신설된미술대학에서교편을잡고새로운세대를양성하거나,더큰세계에서공부하기위해유럽이나미국으로떠나기도했다.미술계에서는한국인의정체성에대한주장이견고해지면서채색화는일본색에오염되었다고배척당했고전통수묵화가부각되었다.무엇이한국적인것인가에대한집착은식민지를겪은후에나타나는증후로도보이는데이후현대미술의중요한쟁점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