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

$19.00
Description
극작가이자 연출가 구자혜가 지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쓴 희곡 가운데 일곱 편을 엮은 희곡집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이 출간되었다. 표제작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부터 「기다린다는 것, 멈춘다는 것」까지, 이 책에 실린 희곡들은 그동안 새로운 형식과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받아 온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떤 궤적을 따라 여기에 도달했고,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저자

구자혜

저자:구자혜
희곡을쓰고연출을한다.객석과무대사이의환영을인정하면서도언어가극장안에머물지않게하기위해인물들의발화를고안한다.가해자연작으로불리는희곡들을지나,존재의목소리를듣는쪽으로모퉁이를돌았다.그후,세월호참사이후천착해온무대위재현의논리를다루는희곡과동물의고통과동물재현의윤리를다룬희곡을썼다.

목차


1부
그로토프스키트레이닝

Commercial,Definitely?마카다미아,검열,사과그리고맨스플레인

타즈매니아타이거

가해자탐구-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

2부
21세기어느날밤코트니심슨박사는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앉아생각한다.제4의벽을뚫으려했던여당극의연극만들기전략이란무엇인가.개가사라졌다.개를찾는연극을할것인가.개를찾기위해연극을할것인가?이연극의부제는,나는퇴장했지만보고들으며무대위에있었다,가될것이며영업전략노출의리스크,가디렉터스컷이될것이다.클라이맥스템포갈등이없는데도바삐달려가는이연극에서우리는어떻게되는걸까?2014년이후의연극말이다.

오직관객만을위한두산아트센터스트리밍서비스공연

기다린다는것,멈춘다는것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개가사라졌다.개를찾는연극이시작된다.

개의실종으로시작되는연극.사라진개의이름은‘델마’라고불러도오지않고,‘그로토프스키’라고불러도오지않는‘델마혹은그로토프스키’.사라진개를찾는캐롤과그뒤를쫓아바닥아래로향하는그의친구들이있다.책첫머리에실린「그로토프스키트레이닝」은구자혜의희곡에진입하는입구이자,종국에는전혀다른출구로이어지는통로역할을한다.

입구를지나면질문들이기다린다.빛,소리,움직임,배우,무대,혹은그들모두가얽힌질문들이중첩되어쌓이기시작한다.기존연극의관습과문법에대한질문,결국재연이거나재현일수밖에없는연극이무엇이될수있는지묻는질문들이무대를뚫고현실을향해던져진다.많은사람에게충격을주었던문화계블랙리스트부터예술계내성폭력사태를계기로확산한미투운동,잊을만하면불거지는갑질논란,여전히편협한시각에머무는성소수자문제까지,그는“세계를훑어보고,강박적으로취합하고,허용되지않는논리를재조합”하며압도적인현실을정면으로다룬다.

그질문한가운데고통받는존재들이있다.아마도그가현실을외면할수없는이유는그들이추상적이거나관념적인것이아닌,실체를지닌존재이기때문일것이다.그에게“세월호참사이후그전의연극만들기방식”이더이상작동하지않았던이유역시마찬가지다.코로나팬데믹동안연극계를휩쓴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에관한문제의식에서출발한「오직관객만을위한두산아트센터스트리밍서비스공연」에서보듯연극은환영이아닌현실의일부이며,사라진개가다시돌아와열어젖힐암전이다.그리고우리에게는다행히그개를환대할장소가존재한다.현재들의사건을똑똑히“목도하고겪으며세계와시대의눈치를보면서”쓴한국연극의증거가여기있기때문이다.

책속에서

개의이름은길고긴,델마혹은그로토프스키!그러다죽어요.혀를내밀고강렬하게한번헐떡거리더니개는죽어요.저는가만히있어요.무릎을꿇고,개를안은채로.개는하수구에어떻게들어간걸까요.그렇게개가죽습니다.개를안아들고경비실로가요.“개로군요.개가죽었군요.”경비는며칠전부터103동주민들이개를찾고있었다고,캐롤이개를찾고있었다고.계속.혹은.

특히그장면.손에피가생기더라.진짜피같았어.폭력적이라고할수도있겠지.그런건연극이뭔지도모르는새파란놈들이나하는말이야.제대로할줄도모르면서입만살아서.철저하게현실을반영하면서도우리를새로운세계로데려가는거,그게쉬운일인줄아나보지?50년이흘러도여전히과감한시도.50년간매번새로운연극.그정신을고수하면서도새로운시대의,새로운연극의언어와감각을제시한,잔혹하리만큼예술적인,연극.아,요새그게유행이래.재현과회상이없는거.재연은당연히불법.그놈의유행.

이움직임이끝난후,정확하게10초후.회전무대가시속80킬로미터의속도로돌기시작해야한다.정확하게10초후.회전무대가시속80킬로미터의속도로돌기시작한다.정확하게31초후.완전한어둠이찾아온다.관객들은한호흡을들이쉬고박수를쳐야한다.빛이사라지기전에박수를치는관객은경멸한다.완전한어둠이찾아온다.너희들은숨을참고물속에서영원히박수를쳐야한다.

이세계를기록하고자이곳에선다마침표괄호열고타인의고통을견디지못해괄호닫고세상을향해울었고쉼표세상을썼다쉼표그리고사랑했다마침표울고쓰고사랑했다마침표우리는타인의고통을사랑하느라평생을울면서보낸사람들말줄임표마침표그래서우리는참회하는마음으로쉼표앉아서쓰지않고쉼표이곳에서서쓰고쓴다말줄임표마침표진심으로사과가도달하기에는상처가깊었으리마침표이책은참회하는마음으로한줄한줄적어내려갈쉼표이세계에서벌어진가해의역사마침표태어나길광인으로태어나이세계에서가해자가될수밖에없었던시인들이스스로기록하고스스로에게벌을내리는처음이자마지막단한권마침표

그나마그쪽과만나는순간만큼은지금이었어.그런데그쪽도없는채로뭐든하라고?저기요.그럼저기저비어있는객석이라도치워주든가.어디선가우리를보고있을거라고믿고,지금벌어지고있는일로막송출해주었고.또또또10개월시간이흐르니우리가하고있는걸미리찍어서보내주면,이미재현인그것의재연장면은어떻게해야하는거지?이거잘해봤자재현될수밖에없어도,그걸뚫고지금이라도하고싶은말.그때했던주어진말들만손에쥐고있지만,지금그걸뚫고하고싶은말그한마디위해,이거결국은또실패한다해도그단한마디말을하면재현속재연을구현한다할지라도그인물이그말을통해유령이되지않을수있다니까.한편함께실패하기로해서부러망할수있는이런말들을했던했던그시간.

우리는,세계와싸워야만하는사람들뒤에서서그사람들의말을전언하고자했고,그사람들뒤에서서세계와싸웠던것같습니다.이희곡이관념적으로읽힐수도있겠습니다.혹은결국메타연극으로보일지도모르겠습니다.그런데메타연극이라는것은,그러니까연극에대한연극은,그리고이렇게까지메타적으로집요하게묻는연극은,결국연극에‘대한’연극이아니라연극너머의것을들여다보고자하는연극이라고생각합니다.연극은고통을들여다보는일이라고생각합니다.타인의고통을들여다볼수는있지만,완전히들어가볼수는없기에우리는자꾸우리가맡은사람뒤에서있는수밖에없습니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