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 앙투안 볼로딘 선집

작가들 - 앙투안 볼로딘 선집

$17.00
Description
2018년 『미미한 천사들』, 2020년 『메블리도의 꿈』, 2022년 『찬란한 종착역』을 통해 한국에 소개된 프랑스 작가 앙투안 볼로딘의 단편소설집 『작가들』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조재룡 옮김). 『작가들』은 앙투안 볼로딘의 이름으로 발표된 열여덟 번째 작품이자 『바르도 오어 낫 바르도』(2025년 한국어판 출간 예정)에 이은 두 번째 단편소설집으로 작가의 자전적인 면이 반영되기도 한 작품이다.

『작가들』 속 일곱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작가들은 죽음과 실패의 문턱을 오가며 소진되어 가는 자들로, 이들이 반추하는 각자의 삶은 실패하는 글쓰기를 통과하면서 소외된 소수의 문학으로 수렴한다. 책의 부록으로는 『작가들』 출간 당시 공개되었던 앙투안 볼로딘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저자

앙투안볼로딘

저자:앙투안볼로딘(AntoineVolodine)
1950년에프랑스에서태어났다.러시아문학을가르치고번역했으며,프랑스어로글을쓴다.40여편에이르는소설을통해문학적평행우주‘포스트엑조티시즘’을구현했다.『미미한천사들』(1999)로베플레르상과리브르앵테르상을,『찬란한종착역』(2014)으로메디시스상을받았다.

역자:조재룡
서울에서태어나성균관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파리8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며,문학평론가로활동하면서시학과번역학,프랑스문학과한국문학에관한논문과평론을집필한다.시와사상문학상과팔봉비평문학상을수상했다.저서로『앙리메쇼닉과현대비평:시학,번역,주체』『번역의유령들』『시는주사위놀이를하지않는다』『번역하는문장들』『시집』등이,역서로앙리메쇼닉의『시학을위하여1』,제라르데송의『시학입문』,장주네의『사형을언도받은자/외줄타기곡예사』,레몽크노의『떡갈나무와개』『문체연습』,조르주페렉의『잠자는남자』『어렴풋한부티크』,알로이시위스베르트랑의『밤의가스파르:렘브란트와칼로풍의환상곡』등이있다.

목차


마티아스올반
유목민들과죽은자들에게보내는연설
시자카기
감사의말
보그단타라셰프의작품속침묵의전략
마리아300-10-3의이미지이론
내일은어느아름다운일요일이리라

옮긴이의글
부록
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일곱편의단편,일곱편의투쟁선언문

실패한작가들에대한이야기는언제나매혹적이다.이책의일곱작가들은작품활동과삶모두에서명백히실패해있다.누군가에게좀처럼읽히지않는작품을꾸준히생산하며살아가는이들의삶은죽음과맞닿아있는형태다.

“요양원에보내진마티아스올반은총을들고마음속으로정해놓은숫자를천천히세어가며자살을미룬다.감옥에갇힌린다우는포스트엑조티시즘과작가들의정치적참여를환기한다.마리아300-10-3이라는이름의벌거벗은여인은감옥에서즉흥적으로이미지이론을강연한다.동료수감자들에게고문을당하는‘나’는폭력에서벗어나기위해어린시절을떠올리며종말이다가왔음을깨닫는다.수상소감을말하는자리에서‘저’는작가로서자신이성공하는데이바지한사람들에게유머러스하게감사를표한다.보그단타라셰프는성공과는거리가먼작품을발표하고여러건의살인을저지르며,자신을낳고죽은어머니의죽음에대해죄책감을품고있던니키타쿠릴린은실종사건의진실을조사하며절대로출간될수없는소설을구술로쓴다.”(「옮긴이의글」중에서)

연이은실패가빤히예견된다면,이를우회하는선택을할수도있다.그러나이들은그러지않는다.이들은왜읽히지않는글을쓰고들리지않는말을해야만했을까?이책의작가들중한명인보그단타라셰프가자신의책을위한신간안내문으로밝힌대목이하나의힌트가될수있다.타라셰프는제책을“글쓰기자체에대한적극적인경멸의표시이자,책이라는개념,작가라는개념과작가와관련된잘못된가치들을조롱하고비하하기위한일종의자해표시”라고소개하며,이를“글쓰기에대한혐오와공식출판계에대한증오가혼합된적대감의선언으로받아들여야한다”(93~94쪽)고밝혔다.글쓰기를반박하기위한글쓰기.읽히지않는다는예정된결과를개의치않고써내려갈수있다는것,그것은그자체로글쓰기에대항한투쟁이되고선언이된다.또한이책의부록으로실린인터뷰에서저자앙투안볼로딘이직접밝힌것처럼,“이들은게다가글을쓰는것보다는오히려말을해야한다는절박함에의해움직”이기도한다(174쪽).들리든들리지않든무관히말을해야만하는이들의실패는행동의산물이다.시도하고선언하고분투한결과다.그리고그것은이책의작가들중또다른한명인린다우가감옥에서힘겹게이어가고있는,“소진된자들혹은죽은자들에의해,그리고죽은자들을위해발성된,쓸모없고몽환적인최후의증언”(32쪽)으로남는다.이“무관심과실패로막다른골목에익명으로남겨진작가들의초상화를전시한갤러리”(「옮긴이의글」중에서)는쓸모없는말들이이루는미완의공동체로서스스로의실패를전시한다.그리고이를개의치않는다.

이미지와목소리

『작가들』은이미지와목소리의관계에대해다시금생각해보게하는소설집이기도하다.이는특히단편「마리아300-10-3의이미지이론」에서직접적으로드러난다.

사망판정을받아감방에서안치실로이송되었지만자신의몸구멍을막아줄라마승역시사망하는바람에삶과죽음어딘가에서달리고있는여인,마리아300-10-3은“우리포스트엑조티시즘세계”에서는“오로지이미지만이중요”하다고단언한다(108쪽).그의말에따르면“이미지는처음부터모든중요성을가지고있”으며,“목소리는덤으로”온다(108쪽).이미지에뒤따라오고덧붙여지는그목소리는결국“이미지에속하는목소리,(…)이미지의언어적표현자체인목소리”로,이“무성(無聲)의목소리”는“이미지고유의자연적인힘들을전제”하기에그리고“이미지안에존재하는것”이기에,“자연스러운목소리”가된다(109쪽).“모든이미지가말을하지.모든이미지가언어없이,무성의목소리로,자연스러운무성의목소리로말을하지.”(116쪽)“이미지가나타나면거기에는침묵이있을수없습니다.”(116쪽)

마리아300-10-3은이미지에목소리가뒤따라온다는주장을증명하고자여러영화의어떤장면들을경유한다.잉마르베리만의「제7의봉인」과「수치」,벨라타르의「파멸」,데이비드린치의「이레이저헤드」,프리드리히무르나우의「노스페라투」,왕자웨이의「동사서독」,안드레이타르콥스키의「잠입자」,구로사와아키라의「살다」,베르너헤어초크의「난쟁이도작게시작했다」,세르조레오네의「옛날옛적서부에서」,안드레이타르콥스키의「이반의어린시절」과「거울」이주요한예시가되며,이는이책의저자인앙투안볼로딘이어떤이미지들을주목하고있는지부분적으로보여준다.실제로볼로딘은예의인터뷰에서다음과같이말한다.“글을쓸때제머리에떠오르는것은항상이미지입니다.(…)반드시그렇지는않더라도촉각이나냄새의질서에대한감각또한포함되어야하기에,다수의장면이어둠속,그게아니라면절대적인어둠속에서발생합니다.”(178쪽)그렇다면앙투안볼로딘이라는작가의글은이미지에서시작되거나,어둠이라는이미지에서시작된다.자신은책을읽는사람인동시에영화를보는사람이라고말하는볼로딘은“이미지와영화를외면하기란불가능”하다고고백한다(178쪽).이렇게『작가들』은이시대의독자와함께살아가고있는작가의책임을스스로증명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