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의 한 가족 - 제안들 29 (양장)

브뤼셀의 한 가족 - 제안들 29 (양장)

$14.15
저자

샹탈아케르만

저자:샹탈아케르만(ChantalAkerman)
벨기에브뤼셀출신의영화감독,작가.아케르만의부모는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기이전에벨기에로이민온폴란드출신의유대인으로,어머니나탈리아는아우슈비츠생존자이다.어머니는자신의과거에관해함구했지만,그의침묵은아케르만의삶과작품세계전반에큰영향을미친다.
아케르만은평생파리,브뤼셀,뉴욕세도시를오가며어느곳에도정착하지않고살았다.노마드적이면서순환하는양상을띠는그의삶의궤적은다채로우면서반복적인모티브를특징으로하는그의창작활동과맞닿아있다.1968년단편영화「내도시를날려버려」로데뷔한이후2015년자살로생을마감하기전까지아케르만은실험영화,다큐멘터리,극영화등을넘나들며40편이상의작품을남겼다.대표작으로「나너그그녀」,「잔딜만,코메르스가23번지,1080브뤼셀」,「집에서온소식」,「안나의랑데부」,「동쪽에서」,「갇힌여인」,「노홈무비」등이있고,생전에발간된문학작품으로는희곡『밤의로비』와자전적소설『브뤼셀의한가족』,『어머니가웃는다』가있다.

역자;이혜인
연세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과파리3대학에서석사과정을마쳤다.파리8대학에서아니에르노,엘렌식수,샹탈아케르만의애도하는글쓰기에관한박사논문을썼다.엘렌식수의『아야이!문학의비명』을한국어로옮겼다.

목차


작가에대하여
이책에대하여

브뤼셀의한가족

부록
파자마인터뷰

옮긴이의글
샹탈아케르만연보

출판사 서평

말과글

『브뤼셀의한가족』은제목그대로브뤼셀의한가족에대한이야기이다.소설은이이야기의중심이되는인물을카메라의렌즈를통해들여다보듯바라본다.글은이렇게시작된다.

“그리고나는다시브뤼셀의거의텅빈넓은아파트를바라본다.통상가운을입고있는여자한명만있는그곳을.얼마전에남편을잃은여자.”(11쪽)

‘나’는‘여자’를계속바라본다.내가바라보는여자는텔레비전앞소파에누워서누군가와통화를하는모습이다.마침오늘은가족모임이있는날이고,문장은자연히가족의이야기로이어진다.여자는남편을잃었고두번째수술을앞두고있으며딸이둘있다.그리고가깝고먼친척들과오가며지낸다.이어지는문장들은이가족을둘러싼이런저런서술을조금씩흘려가는데,누군가가기억나는대로또는말이나오는대로쓴듯한,구어체에가깝게진행되는글은떠오르는대로말하다보면종종횡설수설하게되듯이뒤섞이고길게늘어진다.그러다어느새화자가바뀌어있기도하다.‘나’와‘그녀’는때로는딸이되고때로는어머니가되는데,이러한화자의변화를따라가다보면가족이라는관계에대해곱씹게되기도한다.이렇게말이글이되어가는과정을그대로보여주는듯한문체의흐름속에서누군가의남편이자아버지였던한남자의죽음이,홀로코스트의여파에서여전히벗어나지못하는가족의면면이부분적으로드러난다.

소설과영화

브뤼셀의한가족에대해제법많은이야기를들려주는것같지만,이소설의글쓰기는“많은이야기를털어놓으면서도정작중요한이야기는하지않는듯한인상”(「옮긴이의글」중에서)이다.작가의자전적인이야기라고알려진만큼이미존재했다고알려져있는서사를조각내듯펼쳐지는문장들은앞서언급했듯이말과글이혼재한인상을준다.그런데글은한때실제로존재했다고알려진가족의이야기를바탕으로하지만분명히소설의양식을취한다.내밀하면서도보편적일수있는가족의이야기,그양극단을오가며“종종꾸민듯들리지만가끔은진짜같기도”(11쪽)한진술이쓰여가며,“내생각에는내딸이이이야기를모두지어낸것같았다”(76쪽)는말은“내딸이하는수많은이야기중모두가진실은아니지만개중진실인것도있고그건보통웃음을자아내는이야기보다는슬픈이야기가대부분이고,그애는우리가함께모여있고기억이날때면웃긴이야기도하는데그이야기들도항상진실은아니지만가끔진실이기도하다.”(76쪽)는열린문장으로이어진다.소설의픽션적인속성을이용해필요할때한발짝뒤로물러나는듯보이는글은이를테면가까이들이댔던카메라의렌즈를다시뒤로빼듯이움직이고,이렇게좀처럼가까워지지않고대상과거리를두는시선은“도입부에서만영화「잔딜만」을연상시키는게아니라(…)서술방식에서도표면적인묘사에머물면서인물과의거리를없애지않는다는측면에서아케르만의영화와닮았다”(「옮긴이의글」중에서).

『브뤼셀의한가족』은말,글,소설,영화등이야기를담는여러매체에대해다각도로생각해보게만드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