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말하지 않는 전쟁들

전쟁이 말하지 않는 전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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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뉴스는 전쟁의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생략했는가?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성실한 응답
JTBC 기자인 저자는 약 50일간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를 위해 현장에 다녀왔다. 그곳에 머무르고 있던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총 25건의 뉴스를 내보냈다. 뉴스 보도 한 건의 분량은 2분 남짓. 한정된 분량에 맞게 내용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함부로 잘려 나갔다. 커튼을 치고 숨죽인 채 아침을 기다리는 밤, 그 밤을 짓누르는 무거운 정적, 조각상 대신 바리케이드를 만들던 조각가의 망치질 소리, 함께 어울려 지내던 동네 사람들 수백 명을 묻어야만 했던 장의사의 두 손, 파편의 흔적이 가득한 놀이터에서 홀로 그네를 타던 아이의 뒷모습, 인터뷰 중간중간 찾아오던 침묵과 머뭇거림…. 전쟁의 진실은 임팩트가 부족하게 여겨져 뉴스거리는 될 수 없었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매 순간에 남아 있는 듯했다.
이 책은 전쟁의 하이라이트가 아닌 비하인드에 주목한다. 몇 명이 죽었는지 피해 규모는 얼마인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전쟁, 젤렌스키와 푸틴의 국가적 대의명분이나 세계정세를 논하는 관점들에 쉽게 가려지는 가장 낱낱의 전쟁을 담았다. 전쟁이란 선악이나 승패 같은 이분법으로 정리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늘 다수의 고통임을 환기하고, 그 숫자 하나하나를 이루는 사람들을 다시금 마주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저자

김민관

대전출생.연세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하고국방대학교에서안보정책학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2015년중앙일보에서기자생활을시작했다.2017년부터JTBC에서외교안보분야를취재해왔다.이렇다할좌우명은없지만인생을늘낙관하려노력한다.

목차

들어가며

3월
제슈프로가다
인터뷰요청이취조로
메디카국경검문소,처음마주한전쟁의소리
인간은얼마나잔인하며숭고한가
함께싸우는폴란드사람들
갑작스럽게허가된우크라이나입국
즉시안전한지역으로대피·철수하여주시기바랍니다
고장난체르니우치
교실에선소총소리가들리고
바리케이드를만드는조각가
밤10시,모든가로등이꺼질때
전쟁이끝난다고해도그이전의삶은돌아오지않는다

7월
털어내지못한우크라이나의기억
다시우크라이나로
키이우에들어가다
찢겨진도시이르핀
너무많은구덩이들
떠난이의말을듣는사람
저는언제나이아이를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발곡물위기의현장을가다
어느무명용사의장례식
전쟁에관찰자는없다
키이우에떨어진미사일,러시아인예카테리나는가족을잃었다
시와사진에담긴마음
오토바이소음하나에모든게멈추는도시
우크라이나에서의마지막날
무기가되어가는사람들

나가며
감사의말
추천사

출판사 서평

★언론인손석희추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23중소출판사콘텐츠창작지원사업선정도서★

‘전쟁’은없다‘전쟁들’이있을뿐
역사에는기록되지않을얼굴들로낯설게비춰보는전쟁의진실

오랜기간,우리에게전쟁은다지나간일로여겨져왔다.종교적,인종적갈등이심한몇몇지역에서만일어나고있는극도로예외적인사건이거나영화나역사서에나오는관념에불과했다.2020년대에탱크와장갑차가동원된대규모재래식전쟁이벌어지리라고는아무도생각지못했다.그런만큼우크라이나전쟁은특종이었다.2022년3월,JTBC기자인저자는현장출장을준비하며설레는마음이들었다고회고한다.그러나우크라이나국경에도착한지얼마지나지않아설렘은곧머뭇거림으로바뀌었다.군생활과국방부취재이력으로전쟁을조금은안다고생각했는데,머릿속에자리하던전쟁과실제로마주한전쟁은전혀달랐다.여전히사람들이살아가고있는우크라이나땅이곳저곳에서전쟁은젤렌스키와푸틴의대의명분에,뉴스에보도되는피해규모나사상자의수에,이기고지는데에있지않았다.전쟁은오히려“모두가커튼을치고숨죽인채아침을기다리는밤,그밤을짓누르는무거운정적,병사의관위로흙이떨어지며만들어내는건조한울림,국경앞에서딸과작별인사를나누며애써짓는엄마의웃음,그리고바리케이드를만들기위해뜨거운철을내리치는조각가의망치질과칼바람을맞으며난민들에게구호물품을나눠주는자원봉사자들의외침까지”역사에는기록되지않을지극히평범한사람들의매순간에있는듯했다.
저자는취재를다녀온후전쟁이무엇이냐는사람들의물음에“도무지적합한단어를찾을수가없었다”고고백한다.간단한몇마디로는형용불가능했기때문일것이다.이책은그때는답할수없었던‘전쟁이란무엇인가’에대한아주성실한응답이다.결론을내리는대신펼쳐서보여주고자한다.때로는두서없고이상하며논리적으로맞지않기도했던여러인터뷰이의말들,그목소리들의떨림과울먹임,종종말보다더많은것을말해주던인터뷰사이사이의침묵을담았다.이를통해전쟁이란선악이나승패같은흑백논리로정리될수있는사건이아니라늘다수의형태라는것을,만일전쟁에휘말린사람이백명이라면그들각자가겪은바가서로다르기에거기에는백개의전쟁이있는것이나다름없음을,그리고그각각의전쟁을전부헤아렸을때전쟁이품고있는슬픔과절망의크기를간접적으로나마겨우가늠해볼수있을것임을이야기한다.

뉴스는무엇을보여주고무엇을생략하는가?
기성언론의문법에맞지않는다고간주되던자투리기록들,
뉴스가잘라낸목소리들로다시마주하는우크라이나전쟁

뉴스보도한건의분량은2분내외이다.기자의일은하루종일혹은그이상의시간을들여취재한내용을한정된보도분량에맞게편집하는과정을수반한다.긴내용을최소한으로압축하는과정에서많은장면들이잘려나가고만다.이때선별의기준이되는것은“상황을가장명징하게보여줄수있는핵심”인지여부이다.소위“얘기가되는”뉴스가되기위해서는팩트중심이되,임팩트또한있어야하는것이다.약50일간의취재기간동안저자는손에익은기성언론의문법대로취재내용을자르고붙여총25건의뉴스를내보냈다.그러나이것만으로는그곳에서자신이마주한좌절과분노,슬픔을충분히전달할수없다는사실을절감한다.폴란드의메디카국경검문소에서모녀의가슴절절한이별장면을40초분량으로편집해성공적으로보도했지만그런후에도“목구멍어딘가에서무언가탁하고걸린느낌이사라지지않았다”고말한다.생방송을준비하며정신없이원고를쓰던중에무심코고개를들었다가마주한장면이마음에남았기때문이다.저자는딸이탄차가사라지는걸가만히서서바라보는어머니의얼굴에서전쟁을발견한다.그리고이처럼카메라가꺼진후남겨진표정들,임팩트가덜하다고여겨져보도되지못하고잘려나간수많은장면들이전쟁이라는현상의진실을오히려더잘전달할수있다는생각으로복원을결심한다.취재당시의기록을다시살피고카메라에녹화된원영상을여러번돌려보면서스스로의기억과비교·대조해최대한세밀하게보고들은것들을되살려냈다.여기에더해기성언론의문법이어떻게작동하고있는지,취재내용에서무엇이보여지고무엇이생략되었는지를살펴볼수있도록당시실제로보도된뉴스내용을부록으로첨부했다.
우크라이나전쟁이시작된지도500일이넘었다.전쟁의장기화와이스라엘-하마스전쟁발발로우크라이나에관한관심은점점더줄어들고있는상황이다.이제는민간인거주지역에서일어나는폭격에대한보도는찾아보기힘들고,보도가되더라도사망자00명,부상자00명이라고간단하게수치화돼언급되는경우가대부분이다.이책은단순히숫자로만전달되는전쟁보도를넘어그숫자하나하나를이루는사람들을다시금마주할수있도록우리를이끈다.또한포탄이터지고총알이날아드는그곳에서지금도여전히살아가는사람들이있음을환기한다.“죽은자의다른편엔언제나살아남은자가있다.전쟁으로만들어진무한한슬픔과절망이이야기의끝이아닌시작이되는이들이있는것이다.누군가는슬픔으로무너지고,누군가는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가려애를쓴다.누군가는도움의손길을내밀고또다른누군가는이들의절망을이용하려든다.이모든뒤엉킴이보통의사람들이마주하는전쟁의얼굴일것이다.”몇명이죽었는지피해규모는얼마인지숫자로환산되지않는전쟁,젤렌스키와푸틴의국가적대의명분이나세계정세를논하는관점들에쉽게가려지는가장낱낱의전쟁을담았다.

“이게정말현실인가?묻고또물었습니다…”
잊혀서는안될전쟁범죄에대한기록

2022년4월말,우크라이나수도키이우의위성도시인부차에서450여구의시신이발견됐다.가정집,슈퍼마켓,공원등도시곳곳에시신이놓여있었다.대다수가민간인이었고,시신곳곳에고문의흔적이남아있었다고한다.러시아는이에대해“이모든것은우크라이나의조작”이라며민간인에대한학살자체를부인했지만,저자가그해7월경방문한민간인거주지역곳곳에는공격당한흔적이남아있었고,그렇게폐허가된장소에서사랑하는이를잃은사람들이하루하루를살아가고있었다.기록이업인사람으로서저자는남겨진이들을만나며자신이할수있는유일한일을한다.있었던일이없었던것처럼사라지기전에붙잡아두는일.“희생당한사람들의목소리는힘이약하다.희생자는말할수가없기에그들의목소리는이내사라져버리거나왜곡되기쉽지만가해자의목소리는끝까지남아그것이마치사실인것처럼역사로기록되곤한다.그렇기에학살을목격한이들의증언을,즉전쟁범죄가벌어진바로그순간을기록으로남겨놓는것이중요했다.”부차를비롯해민간인학살이일어났던이르핀과모티즌사람들의목소리를있는그대로담아내고자애쓴이책은잊혀져서는안될전쟁범죄에대한기록이기도하다.
증언을듣는동안저자는기자의기본인객관성을잃어버리는순간이많았다고고백한다.그곳사람들이느꼈을무력감과분노,슬픔앞에휘청거리며동요할수밖에없었다.관찰자의입장으로간현장이었지만“전쟁에선그누구도관찰자가될수없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고말한다.이솔직한자기고백은타인의슬픔과고통을마주한사람이지녀야할태도에대해서도다시금생각해볼수있게한다.기록자를따라,독자들의마음에도파문이일기를기대한다.

■추천사

인류사를통틀어지구상에완전히전쟁이없던날이단3일이라고했던가.그3일마저도지금의우리세대와는상관이없으니,우리는늘어디선가전쟁이계속되는삶을살아왔다.전쟁의일상성은그래서역설적으로전쟁을잊게만드는지도모른다.전쟁을취재하는기자는그‘일상성’에의한‘역설’에도전한다.김민관의책은이를위한‘감성’과‘디테일’로가득차있다.
나는그가다녀온곳을반년쯤뒤에다시갈기회가있었다.메디카검문소,르비우,프셰미실등의이름들이그래서낯설지않다.물론그에비하면나는지극히짧은시간동안그곳에머물렀기때문에내가감히그의‘감성’과‘디테일’을흉내낼수는없다.다만우크라이나를떠나는날메디카검문소를거쳐폴란드에들어섰을때,밤하늘에불던휑한바람에느꼈던그형언할수없는기분은그가느꼈을그것과크게다르진않았을것같다.―손석희(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