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

$18.50
Description
세상의 어떤 인간도 신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믿지 않아도 연결되는 사회’를 향한 인류학적 상상! 일본 논픽션계의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이라 불리는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과 명성 높은 가와이 하야오 학예상을 동시 수상하여 큰 화제를 부른 인류학 명저. 일본에서 17쇄 넘게 증쇄를 거듭하며 ‘새로운 인류학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78년생 문화인류학자 오가와 사야카는 23세부터 탄자니아를 드나들며 스와힐리어를 익히고 길거리 상인들에게서 중고옷 파는 장사를 배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홍콩의 청킹맨션에 체류하던 도중에 자칭 타칭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를 만나게 되면서 수상쩍은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청킹맨션 주민들의 일과 놀이를 참여 관찰하게 된다.

홍콩의 ‘마굴’, 비공식 경제, 아프리카계 브로커들, 무정부적 시장, SNS를 활용한 상거래, 밤 문화, 지하 은행 등, 이 책은 독자의 호기심과 눈을 사로잡는 키워드들로 가득하다. 청킹맨션이라는 중간지대를 바탕으로 호혜, 증여, 분배, 공유경제, 커먼즈, 나아가 삶의 본질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파헤치며 고정관념을 뒤엎어, 일본에서 출간 직후부터 “이런 인류학도 있구나”, “압도적으로 재밌다”라는 반응과 함께 수많은 매체의 주목을 받아왔다.

수없이 배신을 경험한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와 탄자니아인 주민들은 “세상의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정작 이들은 아무도 배제당하지 않고, 그 무엇이든 공유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고 있었다. 저자가 목격한, ‘아무도 신용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커먼즈적 삶의 방식이란 무엇일까? 제도에 조금도 기대하지 않는 인간들이 끝없이 확장되는 네트워크 속에서 찾아낸 공존의 회로를 엿볼 수 있다.
저자

오가와사야카

저자:오가와사야카
1978년출생.전공은문화인류학.교토대학지역연구박사,일본학술진흥회특별연구원,국립민속학박물관연구전략센터기관연구원,같은센터조교,리쓰메이칸대학대학원첨단종합학술연구과준교수를거쳐현재같은연구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대학원생이었던23살부터탄자니아를드나들었고,마칭가라고불리는영세상인들에게서장사기술과스와힐리어를배우며그들의삶과관습을참여관찰했다.그후동아프리카국가들에서의중고품·위조품유통및소비,홍콩·중국과아프리카국가간의비공식교역의구조등을연구했다.홍콩의청킹맨션에체류하며청킹맨션에사는탄자니아인들의비즈니스와삶의방식을참여관찰하고펴낸『청킹맨션의보스는알고있다』로2020년제51회오야소이치논픽션상,제8회가와이하야오학예상을동시수상했다.그밖의저서로2011년산토리학예상을수상한『도시를살아가기위한교활한지혜:탄자니아의영세상인마칭가의민족지(都市を生きぬくための狡知:タンザニアの零細商人マチンガの民族誌)』와『하루벌어살아도괜찮아(「その日暮らし」の人類?:もう一つの資本主義??)』등이있다.

역자:지비원
연세대학에서국어국문학과사회학을전공했으며같은대학원에서국어국문학을공부했다.현재출판기획과번역을하고있다.지은책으로『왜읽을수없는가』,옮긴책으로『지(知)의관객만들기』,『흙을먹는나날』,『그많은개념어는누가만들었을까』,『독해력수업』외여러권이있다.

목차

-추천의말/한디디(『커먼즈란무엇인가』저자)

-서장
‘보스’와의만남|청킹맨션의보스와만나다|빅브러더이지만덜된인간|국경을초월하는비공식비즈니스와열린호수성

-제1장청킹맨션의탄자니아인들
청킹맨션의보스,카라마의생활사|천연석장사에서중고차장사로의전환|사려깊은무관심

-제2장‘겸사겸사’가구축하는안전망:‘플랫폼’으로서의탄자니아홍콩조합
홍콩에서커뮤니티를구축하기|탄자니아홍콩조합의결성|누구에게나찾아올수있는불행이생겼을때서로돕는다는것|유동적인멤버십이살아있는조합운영|‘무리하지않음’을기준으로삼기|‘겸사겸사’의논리

-제3장홍콩브로커의일
거래상대가나를그리워할때만나러가기|카라마를전속에이전트로삼고싶어하는파키스탄계업자|홍콩의업자와아프리카계브로커의관계|중고차대량매입투어|아바시와사미르의홍콩쇼핑내역|브로커라는직업|브로커는브로커를의지한다|고객=친구네트워크를침범하지않기

-제4장공유경제를지탱하는TRUST:‘그사람다움’으로연결되는네트워크
SNS를활용하는자생적인경매|협동형커먼즈로서의TRUST|‘안전망’으로서의TRUST|가장큰즐거움은인스타그램의라이브방송|‘신용’의결여와‘신뢰’의창출을담당하는SNS활동|전문적인경제플랫폼이아니라는점의의의|‘놀이’와‘일’의순서

-제5장배신과도움사이에서:성공하는사람,전락하는사람
휴대폰비즈니스로성공한사람|‘배신당한’천연석수입상|‘수감된’의류교역인|동료와살아간다는것과독립독행으로살아간다는것의틈새에서

-제6장사랑과우정의비결은돈벌이
서류상의아내와서류상의남편|홍콩의밤문화|슈거마미와키벤텐|언제든돌아갈수있기에돌아가지않아|홍콩생활속에내장된,모국에대한투자|요청을받고비로소결심하는날이온다면|돈벌이와인생의즐거움

-최종장청킹맨션의보스는알고있다
‘융통성’있는청킹맨션에서의생활|자신과타자의‘겸사겸사’를잘길들이기|‘낭비’와‘대단치않음’의의미|노는것이일|실제인생과‘일시적인나’|사랑받고있다는근거없는확신

-마치며

출판사 서평

★★일본논픽션계의아쿠타가와상,나오키상이라불리는
오야소이치논픽션상과
명성높은가와이하야오학예상을동시수상하여
큰화제를부른인류학명저!

세상의어떤인간도신뢰할수없다.
그렇기에오히려함께살아갈수있다?
‘믿지않아도연결되는사회’를향한인류학적상상!

홍콩의‘마굴’,청킹맨션은국제적인비공식경제의거점으로널리알려져있다.짝퉁,모조품등과관련해동아프리카와중국간의역동적인비공식경제를연구해온저자는해외연구차홍콩에가면서청킹맨션을숙소로택한다.그리고우연한계기로자칭타칭‘청킹맨션의보스’카라마를만난다.탄자니아인인카라마는홍콩에서오랫동안중고차중개업을해온브로커로,전세계도처에서모여든다양한국적의청킹맨션주민들이무슨일이있을때마다의지하는보스였다.하지만저자는곧그의다른참모습도알게된다.‘빅브러더’카라마는매사게으르고,허당미넘치고,약속따윈밥먹듯이어기는문제적인간이었다!

보스답지않은보스카라마의안내로저자는이국적인문화와정동이뒤섞인청킹맨션탄자니아인들의삶과비즈니스속으로발을들이게된다.각자다양한사정을가진이들은모두깊든얕든그레이존에걸친비즈니스나불법체류,불법노동을하고있으며,매우부유한사람이있는가하면하루한끼챙겨먹기힘든사람도있었다.그런데신기하게도,‘불신’이디폴트값인이세계에서서로매우다른처지에놓여있는이들모두가,‘겸사겸사’정신으로무장하며느슨한협동을통해커먼즈비스무리한(?)삶의방식을구축하고있는것이아닌가.과연,딱히뛰어나지않고때로는불성실한사람일지라도누군가의변덕덕에살아갈수있는분배경제의유토피아란가능할까?추천의글을쓴한디디작가의말대로이책은우리에게커먼즈와공유경제그리고,궁극적으로는그러한관계를만드는사람들의관계를완전히다르게상상하고실천하는세계로의매혹적인여행을제공한다.

“내가널도우면‘누군가’가날도울거야”
기존의호혜·증여·분배이론을뒤흔드는
‘겸사겸사’의철학

“왜나만도와야하지?”,“저사람은왜늘받기만해?”오늘날한국사회전반에도퍼져있는이런불만은혐오와복지제도에대한비난,서로에대한강박적인평가로이어지고있다.우리는‘받으면그만큼갚아야하고,준다는확약없이는줄수없는’악순환의호수성(호혜)속에서압박을받으며살아간다.

그런데청킹맨션의탄자니아인들로말하자면,우선이들은타인의사정에깊게파고들지않고서로를신뢰하지않으면서도가볍게서로를‘겸사겸사’돕는다.낯선이를재워주거나,비즈니스를돕거나,국경을넘어동포의시신을운구하는대형프로젝트까지‘겸사겸사’의느슨한연대로이루어진다.나아가모두가‘겸사겸사’에편승하고있음을표명하기에도움을받아도갚지않고,도운사람도보답을기대하지않는다.친절에즉시답례하지않기를지향함으로써누군가에게부담이나권위가집중되지않아다시‘상호부조’가촉진되는사회를구축하고있는것이다.이들의모든일상적인활동과비즈니스에녹아들어있는‘겸사겸사’정신은호수성(호혜)이나증여의불균형이문제가되지않는세계를만들어냈다.

한편이들이애당초타인을‘겸사겸사’돕는이유는동포이기때문이아니라,타인의알수없는참모습을‘미지의가능성’으로받아들이기때문이다.타인을돕는행위에는쾌락이있다.그리고내가준도움이돌고돌아나중에어떤기회로이어질지도모른다.뼛속까지장사꾼인이들은그쾌락과나중에돌아올지도모르는기회에대한느슨한기대를바탕으로‘무리하지않는선에서’타인을돕기로한다.따라서이들에게중요한건낯선타자들의다양성속에서자신의‘기회’를발견하는감각이다.고위관료나부자만이아니라‘비합법적인’일을하는사람들과도‘겸사겸사’도움을주고받으며선뜻연결되려하는이러한실천은,우리가이질적인타자를배제하지않고도함께살아갈수있는,새로운공존의모델을제시한다.

“이렇게비즈니스에관한이기적인관심과타자에대한이타적인행동을분간하기어렵게맺어져있는구조가구축되면,누군가가내게베푼친절에직접갚아주지못하더라도이게그사람의기회로이어질수있으며,내가다른누군가에게제공한친절에상대방이직접갚지않더라도나는이미기회를붙잡았을지도모르는세계가구축되어간다.즉,여기에도‘부담’을애매하게만들며자발적인도움을촉진함으로써‘분명누군가가도와준다’라는,국경을초월한거대한안전망을형성하는장치가있는것이다.”_본문에서

단순한자본주의경제의대안을넘어
설령완벽한‘좋은시민’이아니어도
환영하는공유경제시스템,
청킹맨션브로커들의‘TRUST’

최근10여년간테크놀로지가발전하고자본주의경제가초래한문제들이더욱두드러짐에따라공유경제와커먼즈가자본주의경제의대안으로주목받기시작했다.하지만이에관한논의들이나탄생한공유경제플랫폼들은대체로시민사회의논리에기초한다.에어비앤비나우버,음식배달등의공유경제플랫폼은‘주기’,‘받기’,‘갚기’를제대로수행하지못하는자를배제하는평가경제시스템을채택하고있다.하지만이러한‘좋은시민들’간의공유경제나커먼즈에서누락된사람들은어떻게하면좋을까?저자는“예금0원,주소불명,직업은사기꾼,취미는방랑”이라고회원가입란에써도받아들여질수있을지의문을제기한다.

청킹맨션의탄자니아브로커들의거래방식은상상이상으로‘현대적’이다.이들이SNS를이용해구축한통칭TRUST라는시스템은돈벌이플랫폼일뿐아니라크라우드펀딩등의기능을통해개개인의최저한의생활을보장해주는안전망이다.또,‘신용을지키지못할것같은자’를배제하는것이아니라,SNS에서엿볼수있는개개인의변해가는인격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서로거래하고돕는다.탄자니아인들은인간에게‘불변의자아’란없다고생각한다.설령배신당한적이있어도상대방이처한상황에따라몇번이고다시믿어보고손을잡을수있다고여기는것이다.그리고사실이러한자세야말로현대의부조리하고불확실한세계를살아나가는데매우합리적인태도다.

“이들이말하듯이특정브로커를‘신뢰할수있는상대’와‘신뢰할수없는상대’로분류하기보다는‘누구도신뢰할수없고상황에따라서는누구라도신뢰할수있다’는관점에입각해,개별브로커가처한상황을헤아리며한번배신당했더라도상황이변하면몇번이든믿어보겠다는태도가,본인의노력여하에관계없이실패하거나재난에맞닥뜨릴수있는부조리한세계를살아가기쉽도록만드는게아닐까.”_본문에서

한편역설적으로,이들은“우리는돈벌이에만관심이있다,돈을버는건좋은일이다,우리는어떤기회도자신의이익으로바꿀수있다”라고공언하기에가볍게서로에게도움을요청할수있다.상대방의요청을어떻게해서‘윈윈’의이익으로변환할지,누군가와더불어살아가는인생의즐거움으로바꿀지는장사꾼으로서각자의기지에달린것이다.여기서저자는증여경제나분배경제를단순히자본주의경제의‘대안’으로보지않고,증여경제나분배경제에내포된부정적인측면이자본주의경제에의해잘활용될수있는실마리가있음을역설한다.

“인생은여행이다.”
삶의불확실성을적극적으로껴안고
삶을‘여행’하기위한자유의기반으로서의커먼즈

탄자니아인들은“인생은여행이다”라고말한다.이들이고향을떠나머나먼홍콩의청킹맨션에온이유는그저모국의가족을부양하거나자신의더나은미래만을위해서가아니다.이들은홍콩에서의삶을모국에서의삶과동등하게여기며,지금이곳에서다양한참모습을가진타인들과부대끼며살아가며일상생활속에묻혀있는기쁨과즐거움을발굴한다.어떤인간과도나름대로함께헤쳐나갈수있는‘제너럴리스트’가되어불확실한세상을요령있게살아나가는것이다.그리고이처럼“세계자체를커먼즈로만들어나가는”상호부조의실천속에서자신만의프로젝트를펼쳐나간다.

“장사가(끝없는경쟁이아닌)열린세계로의모험이되고,이모험속에서일확천금을얻을수도있지만쫄딱망할수도있으며,망한자리에서다시시작할수있는삶말이다.또한이들은이러한모험=삶에서누군가에게고용되거나종속되는관계가아니라서로대등한인간으로만나길바란다.즉,그들이실천하는커먼즈는삶의불확실성을적극적으로껴안고삶을‘여행’하기위한자유의기반이기도하다.”_「추천의말」,한디디

이책에서저자는반드시‘선한시민’,‘선한이웃’이아닌사람,서로가서로를‘신뢰할수없다’고단언하는사람들이서로돕는구조와논리를파헤치면서,타자의알수없음이허용되는세계,그리고단순히시민사회의논리에만기초하지않은공유경제,커먼즈,증여의방식등을살펴본다.그는이책이우리가반드시‘위험한타자’나‘이질적인타자’를배제하지않아도공유할수있음을사고하는데도움이될수있기를소망한다.새로운인간사회의가능성을제시하는동시에삶과일,자유의본질또한꿰뚫는인류학명저이기에,부조리한현대사회에서늘일에몰두하며미래의불안함에시달리는모든사람에게도추천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