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주술 (닿지 않은 채로 이미 닿아 있는 세계에 관하여)

감각의 주술 (닿지 않은 채로 이미 닿아 있는 세계에 관하여)

$29.00
Description
메를로퐁티의 현상학, 발리 샤머니즘, 언어의 풍경, 인간-너머 세계의 신화, 마술사들의 이야기, 하이데거의 시간론…. 철학과 마술을 넘나드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기존의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삶을 변화시키는 매혹적인 주술이 펼쳐진다. “상상되기는 했어도 서술된 적은 없는” 획기적인 사상으로 생태 담론과 인간 삶의 철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데이비드 에이브럼의 대표작 『감각의 주술』은 20년 넘게 사랑받아온 현대 고전이자 필독서다.

‘철학자이자 마술사’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게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그는 대학 시절 내내 클럽과 식당 등에서 마술 공연을 하며 학비를 벌었고, 유럽을 떠돌며 거리의 마술사로 활동하기도 한 흥미로운 이력을 지녔다. 이후 연구자이자 마술사로서 발리, 네팔 등의 오지 마을을 떠돌며 토착민은 물론 샤먼, 치료사, 예언자 등과 깊이 교류했다. 이때 저자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 있고 생동하는 세계에 참여하고 ‘인간-너머’ 세계의 타자들과 관계를 맺는지 직접 목도했다.

이 책의 진가는 시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겉보기에는 무관해 보이는 여러 사상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기발하게 엮어 근사한 하나의 그림으로 제시하는 순간들에 있다. 현상학을 바탕으로 인간을 세계 밖의 관찰자가 아니라 몸을 통해 세계에 얽혀 있는 존재로 재정의하고, 고대 신화와 토착문화들을 들여다보며 언어가 인간과 세계 사이의 비언어적 교환, 즉 ‘감각’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밝힌다. 나아가 ‘감각’을 통해 다시 세계에 참여할 때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가 새롭게 열리며, 이는 환경 윤리와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고 주장한다.

“분류에 저항하고 틀에 박히지 못하는” 『감각의 주술』은 출간 직후부터 막스 욀슐래거, 제임스 힐먼, 린 마굴리스, 게리 스나이더, 크리스토퍼 메인스, 하워드 노먼 등 세계 유수의 학자들에게서 “시적 열정에 지적 엄밀성과 대담함이 결합한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철학, 환경,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학계와 수업에서 사랑받았다. 또한 존 버거, 리베카 솔닛, 아룬다티 로이 등 세계적 지성들에게 수여된 권위 있는 상인 국제 래넌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자

데이비드에이브럼

문화생태학자이자지구철학자인데이비드에이브럼은거리위의마술사라는독특한이력을지녔다.대학시절학비를마련하기위해5년동안클럽과식당,거리에서마술공연을했고,이를계기로마술사로서발리,네팔등오지를떠돌며마을의치료사,주술사,예언자들과교류하며언어가통하지않아도몸짓과감각만으로관계가만들어지는순간들을직접체험했다.이강렬한경험은훗날그의사유전체를관통하는핵심이된다.
웨슬리언대학교를최우등생으로졸업하고뉴욕주립대학교스토니브룩에서철학박사학위를취득했고,왓슨재단및록펠러재단연구원지원을받았으며,이책『감각의주술』은래넌문학상논픽션부문에서수상했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혁명적”이라고,과학저널사이언스에서“대담하고진정으로독창적”이라고극찬받은그의저서들은감각지각과언어가인간과생동하는지구사이의관계를어떻게바꾸는지탐구해왔다.그는자연을인간을포함하면서도넘어서는살아있는영역으로설명하기위해‘인간-너머세계(themore-than-humanworld)’라는개념을제안했고,이용어는오늘날생태사상의핵심어휘로자리잡았다.

목차

●서문과감사의말

1.마술의생태학

2.생태학으로가는길에관한철학
-1부:에드문트후설과현상학
상호주관성|생활세계
-2부:모리스메를로퐁티와지각의참여적본질
몸의사유하는삶|몸과사물들의고요한대화|지각적세계의생동성|참여로서의지각|공감각:감각들의융합|감각의회복은지구의재발견이다|살로서의물질|만짐과만져짐:감각적인것의상호성

3.언어의살
언어의생태학을향하여|말의마술

4.애니미즘과알파벳
래퍼의리듬|변하지않는이데아의영원성|나무속의언어에관하여|공감각그리고타자와의마주침

5.언어의풍경에서
새들의언어|이야기되는대지|꿈속시절|장소와기억

6.시간,공간,그리고지구의일식
-1부:추상화
공간과시간의추상화|공간과시간이구별되지않는구술적우주|글속으로의추방|절대공간과절대시간
-2부:살아있는현재
대지에뿌리내린시간의위상|감각적인것의깊은곳에

7.공기의망각과기억
대평원의바람과영|나바호인의공기와인식|바람,숨결,말하기|글자의힘|공기의망각|막과장벽|기억하기

종결부:내부를꺼내어뒤집기

●20주년판지은이의말
●주석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이용허락

출판사 서평

“아름답게쓰이고우아하게논증된,
대단히독창적인작품이자한세대에한번나올법한걸작”

★★국제래넌문학상논픽션부문수상작

●닿지않은채로이미닿아있는세계에관하여.
마술사와시인의영혼을지닌생태철학자가
서로를얽고지탱하는감각의영역으로
우리를되돌려놓는지적역작.
‘철학자이자마술사’라는유례를찾아볼수없게독특한정체성을가진저자데이비드에이브럼은클로즈업마술공연을하며생계를꾸리는한편지각심리,치유예술,민간의학과마술의관계등을연구해왔다.그는연구지원금을받아발리,네팔등을떠돌며연구자이자순회마술사로서토착공동체들의생활을참여관찰했다.그리고뜻밖에도주술사들에게서지구상에잔존하는‘감각’적기원을발견한다.샤먼,치료사,예언자인그들은집안개미에게공물을바치거나망자를화장해자연물로‘변신’하게하는등의의식과의례를통해인간공동체와인간-너머세계를오갔다.이처럼‘경계에있는’이들과토착민들에게는,소위‘선진국’이비물질적이거나‘살아있지않다’고간주해온타자들은실체가있고,감각할수있고,소통할수있는존재들이었다.그들의눈으로새롭게바라본세계는모든감각하는존재가주위의풍경및사물과상호교류하는,생동하는세계였다.그속에서모든감각하는존재는여타유기체들과서로를해치지않을만큼섬세하게양분을주고받으며신체적,감정적안녕을유지한다.저자는현대의도처에서일어나는파괴적인재앙과정서적인고통이인간공동체와그공동체가속한지구가이루는불균형에서비롯되었음을깨닫는다.

하지만다시미국도심으로돌아온저자는토착민들에게서배운‘세계를감각하는법’과그순간느낀경이감,몰입감을금세잃고만스스로를발견하고회의감에빠진다.이는기후재난,생태위기에관심을기울이고‘환경보호’를외치다가도무력감에빠지거나편리함을누리고자소홀해지는우리의모습과도겹쳐보인다.오랜세월책과논문,다양한토론등을통해인간대자연이라는위계적질서를공고히해온인간중심적사회에서이는어쩌면당연한일일지도모른다.인류는“세계와직접몸과살로부딪히고조우하는질감,리듬,맛”을잊었으며,“인간의기술범위에서벗어난그무엇도뚜렷이혹은깊이들여다보지못하는진정무능력”한상태에처해있다.그렇다면우리는‘감각’이라는세계와의통로를어떻게되찾을수있을까?

●감각은세계가우리를건드리는사건.
인간과사물,몸과세계사이에서
잃어버린비언어적대화를다시열어보이다.
저자는현상학이라는매력적인학문을경유해인간과세계를분리해서보는익숙한이원론적사고방식을뒤집는다.인간의마음을기계처럼분석하던당대심리학에의문을품고현상학을창시한철학자에드문트후설은세상을관념론적으로바라보기보다는,실제로보고듣고느끼는경험자체에서출발해알아가야한다고주장하며‘생활세계’라는개념을제안했다.생활세계란“머리위에는구름,발밑에는땅이있는,잠에서깨어음식을준비하고수도꼭지를돌려물을트는”일상적인세계,의식하고분석하기이전에이미늘거기있는세계다.

이개념은모리스메를로퐁티에게로이어져더욱흥미롭게발전한다.그는인간이정신보다는‘몸’을통해세상과만나고타인과연결되는존재라고보았다.우리가바람을느끼고,누군가의손을잡고,사물의질감을알아차리는모든순간이바로몸을통해이루어진다고말이다.메를로퐁티는이를‘살(flesh)’이라불렀는데,인간과세계가서로끊임없이영향을주고받는하나의살아있는관계망이라는뜻이다.우리가세상을만질수있다는사실은,동시에세상역시우리를직접만질수있다는놀라운진실을품고있다.

저자에이브럼은어렵기로소문난후설과메를로퐁티의철학을세상의그어떤입문서보다쉽고아름답게설명하며,마술사로서의자신의경험과흥미롭게엮는다.그는마술사의손에서동전이사라졌다가나타나는작은찰나에관객이시선으로서적극적으로참여함으로써마술이완성된다고설명한다.그공연에자리한마술사와관객모두가감각을통해하나의현상에참여하는것이다.이러한서술들을통해우리는세계는바로나의참여로돌아간다는깨달음을얻게된다.생활세계,그러니까우리를둘러싼풍경은멀리떨어진대상이아니라,우리가보고듣고만지고응답하는순간마다새롭게생성되는,살아있는사건임을이책은매혹적으로보여준다.

●언어의공감각적마력을회복하기위해.
가장심오한형태의애니미즘으로서의언어.
감각의단절과관련해가장중점적으로다뤄지는것은‘언어’다.본래초기문자체계는인간-너머의타자들이남긴흔적으로부터생겨난그림문자체계였다.그러나고대그리스인들이초기셈어알레프벳을수정해받아들이면서구술문화와그림문자의시대가서서히저물고,표음문자인알파벳이주도하는사회가도래했다.알파벳은이전의문자가지녔던인간-너머세계와의공감각적연결을상실한문자였다.알파벳에기반한문자문화가자리를잡자언어는점차다른동물,식물등생동하는존재들의목소리를잃어갔고,인간의참여적이고경험적인성향은비물질적이고추상적인행위로축소되었다.그리고오직문자에만기반한소위‘합리적인’지성,알파벳식이성만을떠받들게되었다.놀랍게도현재지구상에서가장널리쓰이고있는알파벳이인간이주변을둘러싼세계와단절되는데매우큰역할을한것이다.심지어강대국들의침략과식민주의를통해알파벳식이성은구술문화를간직해온토착공동체들속으로도침투해,이들이지켜온대지(풍경)및타자와의연결고리를파괴해왔다.

저자는고대설화나신화및기록에담긴구술문화의흔적을탐구하며,본래언어란대단히신체적인현상이며생동하는풍경의몸짓과소리로이루어진상호의존적인산물임을밝힌다.또한인간만의전유물도아니며,우리의감각하는‘살’과세계의‘살’사이에서진행되고있는비언어적교환에뿌리를두고있음을보여준다.북아메리카대평원,호주,아프리카의수많은토착민족은자신들이태어나자란대지와의연결성을매우중요시한다.이들은살아가는데필요한가르침과지침을나무,돌,바위등과같은타자로부터구하며,이를‘머나먼시절’설화나‘꿈속시절’신화같은이야기로대대로구전한다.그이야기들속에서땅과타자들은중요한역할을수행한다.세상이어떻게창조되었는지,동물이나식물의기원은무엇인지,살만한거주지는어디인지알려주거나,비도덕적인행위에대한교훈을전해준다.심지어사람이앞으로올바르게살아가도록감시하기도한다.따라서이러한토착민족들의언어역시대지및인간-너머세계의타자들과불가분의관계에있으며,이들의세계관에서동물이나식물같은타자들은인간의말을알아듣고인간과소통한다.이책은수많은토착문화가공유하는언어에대한근원적인인식을바탕으로,인간을대지와의깊은관계속에‘잠겨있고’,그속에서균형을잡으며끊임없이생성되는이세계를헤쳐나가는,타자에게열린존재로정의한다.

“결국언어의심층구조를제공하는것은인간의몸만이아니라감각하는세계전체다.우리가언어속에머물고움직이듯이,궁극적으로는세계의다른동물들과생동하는사물들도그러하다.“언어는삶이다.우리의삶과사물들의삶이다….”우리가말한다는것만큼이나,사물과생동하는세계가우리안에서말한다는것역시사실이다.”_본문에서

이책의또다른흥미로운논의는,공간과시간을구분하지않는문화와하이데거의시간론을연결하는부분이다.시간과공간이구별된다는개념은당연한것이아니며,인간의감각이세계와단절된이유중하나로꼽을수있다는것이다.세계곳곳의다양한토착민족은설화를이야기하거나노래하는행위등을통해시공간을초월해살아간다.일반적으로이들의설화는‘과거’를가리키지않는다.오히려‘현재의주변풍경(대지)’에잠재적으로깃들어있는힘이자세계자체이며,따라서이들에게시간은선형적으로흐르는것이아니다.예를들어배핀섬의이누이트의말‘우바티아루’는과거와미래를동시에지칭한다.이처럼세계가비선형적으로‘현전’한다고보는저자는마르틴하이데거의사유를경유해감각적풍경속에과거와미래를위치짓는다.하이데거의초기걸작『존재와시간』,말년의논문「시간과존재」를바탕으로그가설명하는과거는놀랍게도지면아래,미래는지평너머에놓인힘이다.즉우리인간은주변을둘러싼풍경(지면과지평)과떼려야뗄수없는존재임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

●우리가감각을통해다시세계에‘참여’할때
윤리와정치도달라질것이다.
삶의의미는당신이밟고서있는
세계에서솟아난다!
기술혁신은세계를인간만의안락한요람으로만들수있다는믿음을안겨주었다.그러나인위적창조물이범람하는온통추상적인영역에스스로갇힌우리에게돌아온것은기후재난과생태위기라는전지구적부작용이다.인공지능이나뇌과학에기대어모든문제를오로지내부적으로만해결하려하는사이인간과비인간사이의직접적이고‘감각’적인관계는빠르게소실되고있다.

그렇다면수많은타자가깃들어사는생동하는풍경앞에서멀어버린눈과귀를되찾을방법은무엇일까?이책이전하고자하는바는간단하다.“우리는오직인간아닌존재들과접촉하고어우러짐으로써만인간이된다.”인간으로존재한다는것은,우리를이루고지탱하는모든비인간과접촉하고감각하는것이다.

감각적관계를새롭게되살리기위한변화는우리가뿌리내리고있는구체적인장소와의관계맺기로부터시작된다고저자는말한다.토착민들이특정장소가지닌힘과개성을존중하고노래나이야기로표현하듯이,우리도자신이거주하는장소를감각하고익히며그곳에진정으로속해야한다는것이다.실제로이미해외에서많은공동체와개인이‘재거주’라고도불리는이생태적수련행위를실천하고있다.이들은자신이사는동네의동식물을관찰하고생애주기및행동양식을알아가고서로에게미치는영향등을차근차근꾸준히배워간다.말하자면땅의‘수련생’이되는것이다.이로써자신이속한땅에어울리는민감하고책임감있는인간공동체를꾸리며새로운환경윤리의발판을마련해나가고있다.

『감각의주술』을다른언어로가장먼저번역한곳은농업식민화의위기에놓인페루안데스지역의소농민연합이었다.글을아는사람들이장별로한자한자번역해다른공동체멤버들과공유해읽어온것이다.이후로도파괴되어가는행성을지키려는사람들사이에서손에서손으로전해지며널리읽히게된이책은생태담론과인간삶의철학에새로운바람을불어넣으며20년넘게꾸준히사랑받았다.저자가20주년판후기에서말하듯이,지금이야말로야생적인타자성의회복이라는마술이필요한때다.이책은주위를둘러싼풍경에대한감각을되찾고삶을변화시키고싶은인류에게“기운이들끓는”마술같은순간을선사할,이시대에가장널리읽히고토론되어야할책이다.

“어쩌면우리는마치마술사처럼,또는다른집단틈에서살다보니더는원래속한곳으로온전히돌아갈수없게된사람처럼문명의가장자리에자리잡을수있을지도모른다.그는절반은자기공동체의내부에,절반은바깥에머물며,도시의매끈한거울벽들너머에서날고기는변화무쌍한목소리들과소란한형상들에자신을열어놓는다.”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