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인문학회 2024년 ‘올해의 좋은 시’를 펴내면서
① 세상의 모든 딸들은 모두 어머니에게 불친절하다/ 어머니는 불풀이 대상/ 다 받아 주는 어머니들도 어머니에게 불친절했던/ 그 시절에 대한 보속으로/ 딸들의 화풀이를 참아 낸다
-송영숙 「세상의 딸들에게」 중에서
② 살다 보면 사랑도 낡아진다/ 오래된 가구처럼/ 여기저기 헤어지는 것이다// 모든 사랑이 그런 건 아니다/ 엔틱가구는 오래될수록 애착이 간다/ 딱히 흡족하지는 않아도/ 내 놓을 정도는 아니다
-양창식 「사랑의 감도」 일부
③ 재작년 추수한 오래된 쌀이 있다/ 누르띵띵한 쌀 몸은 누린 때가 묻었다// 물에 담가 팍팍 문지르고 비비고 닦아내어/ 하얀 뜬 물이 나오고 말갛게 씻어내니/ 제법 만난 밥이 되었다// 무거운 내 나이/ 내 생도 오래된 쌀처럼/ 누렇고 색 바랜 때가 묻었다/ 폭풍, 비바람에 간간이 씻기지만/ 물속에 풍덩 빠져 쓰고 짜고 텁텁한 내 피를/ 닦고 닦이며// 누구에게나 주는/ 배부르고 등 따스한/ 맛있는 밥이 되겠지
-홍보영 「쌀을 씻으며」 중에서
④ 말빨은 화려한데 행동은 없으니 후덜덜/ 정의는 어디 가고 불의가 판치고 있으니 후덜덜/ 사랑은 가뭄인데 미움 다툼 넘쳐나니 후덜덜/ 생각은 가득한데 몸은 이불 속이니 후덜덜/ 함성은 요란한데 배는 맨날 산으로 가니 후덜덜/ 나눔 부르짖어도 부자들은 돈잔치 후덜덜/ 늙기 싫어 발버둥쳐도 다가오는 마지막 후덜덜/ 아무리 따져봐도 허물만 가득하니 후덜덜
-이한센 「인생은 후덜덜」 전문
⑤ 항상 단아하게 가꿨던 삶은 네 삶이/ 가슴 미어지도록 서럽게 스치는 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는 말이/ 끝내 벗어나지 못할 죄 아니더냐// 다 털어 버려야 가벼워진다고 하니/ 힘들었던 이 세상, 다 잊어버려라/ 여윈 가슴에 얹힌 네 자리 맴돌며/ 끊이지 않는 눈물꽃으로 기다리마
-송일섭「보내지 못한 편지」 중에서
어떻습니까? 이 시들이?
원고를 정리하며 만났던 시들 중에서 눈길 머무는 대로 골라 본 다섯 편입니다. 어떤 작품에는 한 평생 살아온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또 어떤 작품에는 우리 시대의 사회상을 풍자하되 날카로운 직접화법 대신 짐짓 딴청을 부리듯이 유머러스하게 풍자의 날을 숨겨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로 소개한 작품에는 딸을 여읜 아버지의 진한 슬픔이 읽는 사람에게 더 큰 밀물로 다가와 참척을 겪은 시인의 마음이 선명한 문신처럼 전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송영숙 「세상의 딸들에게」 중에서
② 살다 보면 사랑도 낡아진다/ 오래된 가구처럼/ 여기저기 헤어지는 것이다// 모든 사랑이 그런 건 아니다/ 엔틱가구는 오래될수록 애착이 간다/ 딱히 흡족하지는 않아도/ 내 놓을 정도는 아니다
-양창식 「사랑의 감도」 일부
③ 재작년 추수한 오래된 쌀이 있다/ 누르띵띵한 쌀 몸은 누린 때가 묻었다// 물에 담가 팍팍 문지르고 비비고 닦아내어/ 하얀 뜬 물이 나오고 말갛게 씻어내니/ 제법 만난 밥이 되었다// 무거운 내 나이/ 내 생도 오래된 쌀처럼/ 누렇고 색 바랜 때가 묻었다/ 폭풍, 비바람에 간간이 씻기지만/ 물속에 풍덩 빠져 쓰고 짜고 텁텁한 내 피를/ 닦고 닦이며// 누구에게나 주는/ 배부르고 등 따스한/ 맛있는 밥이 되겠지
-홍보영 「쌀을 씻으며」 중에서
④ 말빨은 화려한데 행동은 없으니 후덜덜/ 정의는 어디 가고 불의가 판치고 있으니 후덜덜/ 사랑은 가뭄인데 미움 다툼 넘쳐나니 후덜덜/ 생각은 가득한데 몸은 이불 속이니 후덜덜/ 함성은 요란한데 배는 맨날 산으로 가니 후덜덜/ 나눔 부르짖어도 부자들은 돈잔치 후덜덜/ 늙기 싫어 발버둥쳐도 다가오는 마지막 후덜덜/ 아무리 따져봐도 허물만 가득하니 후덜덜
-이한센 「인생은 후덜덜」 전문
⑤ 항상 단아하게 가꿨던 삶은 네 삶이/ 가슴 미어지도록 서럽게 스치는 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는 말이/ 끝내 벗어나지 못할 죄 아니더냐// 다 털어 버려야 가벼워진다고 하니/ 힘들었던 이 세상, 다 잊어버려라/ 여윈 가슴에 얹힌 네 자리 맴돌며/ 끊이지 않는 눈물꽃으로 기다리마
-송일섭「보내지 못한 편지」 중에서
어떻습니까? 이 시들이?
원고를 정리하며 만났던 시들 중에서 눈길 머무는 대로 골라 본 다섯 편입니다. 어떤 작품에는 한 평생 살아온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또 어떤 작품에는 우리 시대의 사회상을 풍자하되 날카로운 직접화법 대신 짐짓 딴청을 부리듯이 유머러스하게 풍자의 날을 숨겨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로 소개한 작품에는 딸을 여읜 아버지의 진한 슬픔이 읽는 사람에게 더 큰 밀물로 다가와 참척을 겪은 시인의 마음이 선명한 문신처럼 전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올해의 좋은 시 2024)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