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나도 유효한 사랑 : 노포 - 좋아하세요? 시리즈 9

한참이 지나도 유효한 사랑 : 노포 - 좋아하세요? 시리즈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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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기수

저자:김기수

매거진에디터로직업생활을시작해꾸준히,가끔씩글을쓰고있다.증발하는도시속에서자신의자리를지키고있다는건굉장히멋진일이라고생각한다.사라지지않을것들을곁에두고마음껏애정을주며사는것이목표다.삶의모티프는언제나사랑.

인스타그램@k.i.su

목차


죽기전에한가지음식만먹을수있다면
숙련된뱃사공이되는길
AndJustLikeThat…
누구도아닌나를생각하는마음
굴을싫어하던소년
취미는노포
우리는분위기를사랑해
어른들의원더랜드
사랑과존경을담아
이모,아무거나주세요
계절을기억하는법
어쩌면인류의희망
여전해서다행인것들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기억에없는추억의맛
시간을흐르지않게가둬놓는법
노포를지켜야한다는믿음
자잘한모래알같은
너내동료가돼라
그래도가끔은옛이야기를

출판사 서평

“우리는많은추억을물리적공간에빚지고있다”

늘그자리에있는것만으로
힘이되는곳들에대해

하루에도신상카페가수십개씩생겨나고사라지는시대,예고도없이문을닫은가게를보며허탈하게발걸음을돌려야했던경험이한번쯤은있을것이다.그래서인지오래도록한곳을지키고있는가게를보면어쩐지고마운마음이든다.언제나그자리에있을거라는믿음이가져다주는심리적위안은생각보다크다.

노포에대한저자의애정도자꾸만사라지는단골가게들에대한아쉬움에서시작되었다.겨울이면석화를만원에팔던경리단길의횟집,그가일했던가회동의투고커피와광화문의이탈리안레스토랑지오리꼬,서교동과망원동의카페들과좋아했던빈티지숍과종로의피아노거리와서울극장과단성사…한시절의배경이되어주었던공간들이이제는기억속에만남았다.그것이시간의흐름에따른자연스러운변화만은아니라는걸안다.“무언가를지켜내는건생각보다더외롭고고된싸움이라는것”도.그래서그는오늘도노포로향한다.산책코스의마무리로들르는책방<풀무질>이앞으로도그자리에있기를바라는마음으로갈때마다책한권씩을사서나오고,이제는더맛있고분위기좋은레스토랑을많이알지만옛친구와계속<뽐모도로>를찾고,오후9시면손님을내쫓는칵테일바<다희>에과자한봉다리를사서놀러가고,노가리골목의원조를응원하고자투쟁중인<을지OB베어>의현장을찾는다.

점점더입지가좁아지고있다는종이잡지를만드는에디터였다가이제는편지쓰는법을따로배워야할정도로편지가생소하다는시대에편지가게에서일하고있는저자김기수가노포에마음이쏠리는건어찌보면당연한일같기도하다.그는가치있다고여기는무언가를기꺼이지키려는사람이아닐까.새것의말끔함과편의성도좋지만오래된것의풍요로운정서가인간을보다인간답게한다는사실을누구보다잘알고있을것같다.

이책은과거의기억으로현재와미래를살아가게하는힘에대해이야기한다.다만무턱대고오래된것을추앙하려는무신경한태도는경계한다.저자가사랑하는노포는단순히오래된곳이아니라긴시간쌓아온단단한무엇이하릴없이묻어나는공간이다.변함없는국물맛을내기위해몇시간이고불을지핀다는100년넘은설렁탕집처럼.

함께나이들어가는가게가
많아졌으면하는마음

단골가게가언제까지고같은자리에서나를반겨준다면좋겠지만,모든게빠르게교체되는한국사회에서지금내가즐겨찾는곳이나와함께나이들어갈가능성은거의없다.오래된친구같은공간을자꾸만떠나보내는일에익숙해질수밖에없는걸까.그런점에서머리희끗한어르신들이유독종로에모여드는이유가있을것이다.연령이높아질수록그들만의아지트는빠르게줄어들테니까.

“노인들이종로를찾는이유야많겠지만그중에서도강력한하나를꼽자면동질감이아닐까.이마에팬주름이,색을잃은홍채가,손에쥔지팡이가어색하지않은공간.나와비슷한사람이모여있고,그래서탁한목소리를높여웃고떠들어도이상할것없는곳.젊은이에게는그런곳이아주많지만,서울에사는노인에게는어쩌면종로뿐일지모른다.노인을위한나라는되지못하더라도노인을위한동네하나정도는있어도괜찮지않을까.”(130쪽)

함께세월을보낸다는건서로의증거가되는일일테다.그러므로함께나이들어가는가게가많을수록우리는“조금덜외롭게늙을수있을것”이다.노포많은사회가되기위해서는무엇보다지속적인관심이필요하다.지켜야마땅한노포에대해,다음세대의노포가되었으면하는곳들에대해계속해서이야기해야할것이다.한참이지나도유효할우리들의사랑을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