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과 제이드

영숙과 제이드

$17.80
Description
“나는 엄마가 죽은 뒤 그녀의 삶으로 건너가 보기로 결심했다.
무엇이 그 뒤에 숨겨져 있든 간에.”

피해자이자 생존자 그리고 나에게 전부를 준 당신의 인생이 지나간 자리
오직 소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이 외면한 그들의 삶을 감싸고 쓰다듬는 책, 202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기대되는 한국 여성 작가의 등장”으로 주목받은 장편 소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작품인 『영숙과 제이드』가 리프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딸 제이드가 엄마 영숙의 죽음 이후, 엄마의 옷장 깊숙이 숨겨져 있던 상자에서 나온 사진 한 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젊은 시절의 엄마가 한 동양인 남자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미국인인 아빠일 리는 없는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어쩌면 엄마가 가슴속 깊이 묻어둔 첫사랑이 아닐까? 사진 뒷면에는 남자로 추측되는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다. 그 주소는 심지어 엄마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제이드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엄마의 삶을 더 알아보기 위해 그곳으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제이드에게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존재였다. 알코올 중독에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게도 일평생 화 한번 내지 않으며 헌신적이었고, 영어가 서투르고 워낙 소극적인 성격 탓에 미국인과 어울리지 못했다. 의아하게도 미국에 사는 한인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엄마는 타인과 자신 사이에 얇은 벽을 쳐놓고, 그 벽 너머의 자신을 결코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딸 제이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가 낯선 남자와 찍은 사진이 낯설고 생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엄마가 숨긴 삶의 조각을 찾아 맞추다 보면, 어쩌면 엄마라는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자료를 정리하고 집필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데다 여전히 망각하고 외면되어,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한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혹 왜곡으로 비칠까 봐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준비한 까닭이다. 이 책 『영숙과 제이드』는 역사가 지운 이들의 삶을 한 올 한 올 풀어헤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진다.
저자

오윤희

저자:오윤희
소설가이자기자.픽션과논픽션을넘나들며살고있다.20년차기자로국내주요일간지와온라인경제매체등에서근무했으며동유럽을거쳐미국뉴욕특파원으로활동영역을넓혀왔다.국내외곳곳을오가며여러사건과다양한사람을경험하던중,우연히읽게된한재미교포의책에서역사가외면한여성들의이야기를접하게된것이이책『영숙과제이드』의시작이었다.
미국에서존재감없는유령처럼살던엄마의죽음으로시작되는이소설은,엄마의삶을돌아보고숨겨진과거를좇는딸의목소리를통해이민자의삶그리고우리가지우고외면한이름들을하나씩불러와마침내역사의맨얼굴을마주하게만든다.치밀하고탄탄한구성으로이어지는전개는책을읽고난뒤에도오래도록가슴을저릿하게할것이다.
쓴책으로는『금붕어룰렛』,『수상한간병인』,『삼개주막기담회』,『정반합』등이있다.

목차

제이드1:2019년10월
제이드2
제이드3
제이드4
제이드5
영숙1:1971년4월
영숙2
영숙3
영숙4:1972년
영숙5:1973년
제이드6:2019년11월
영숙6:2019년9월
제이드7

출판사 서평

“엄마가죽었다.그런데유령이죽을수있을까?
엄마는살아있을때도유령같은존재였는데.”

『영숙과제이드』는딸제이드와엄마영숙의시점이교차되며이야기가펼쳐진다.이민2세대로정체성의혼란을겪으며살아가는제이드의시점에서,한국전쟁이후무너진삶을살아야했던영숙의시점에서쓰였다.두시점이교차하며드러나는영숙의비밀스러운삶은어떤모습을갖고있을까.

제이드의엄마영숙은말그대로유령같은사람이었다.주변에가까운사람도없었고,바깥외출을하지도않았다.대신늘집이깨끗하도록치우고,딸이먹을한국음식을정성스레준비하는게전부였다.그리고제이드가엄마를외면하는순간조차도조용히감내하며딸이다시돌아오기를기다리고,남편과이혼한제이드가손녀와함께돌아올때도묵묵히받아들인다.“넌나처럼살지않았으면해”라고하면서.

그렇게살다보면엄마도자신에게세운벽을허물거라고믿은제이드.하지만시간은그들의편이아니었다.치매에걸린영숙은딸을알아보지못하고,제이드를“경아”라고부른다.엄마의입에서나온낯선이름,경아는대체누구일까.그리고엄마가죽은뒤발견한상자에서나온사진속남자는누구일까.그렇게제이드는숨겨진엄마의삶속으로걸어들어가게되는데……

“누군가는타락한여자라불렀고,
또다른누군가는피해자라고했다.
하지만그의진짜이름은불친절한운명과용감히싸운‘생존자’이다.”

이책은우리나라의역사를배경으로써낸르포형소설로,실제사건과그장면을눈앞에서바라보는듯한촘촘하고섬세한묘사를선보인다.다만그장면들은너무나처절해읽는것만으로도괴로움이일게된다.

이를테면집살림에보탬이되고자식모살이하다업자에게속아서미군기지촌으로가게되는여성들의기구한삶이라던지,일반의료기관에서는쓰지않는,통증이심하고과민성쇼크로사망에이를수도있는페니실린주사를성병치료목적으로무차별적으로맞게하는장면,그보다더끔찍한것은가족조차그들에게등을돌리고손가락질하는대목이다.그들에게있어여성들은가엽고죄없는피해자가아닌정절로표상되는여성상의파괴자이기때문이다.

인권을유린당하면서도저항할수없고,잘못한것이없음에도불구하고숨죽여살아야했던여성들의삶이책속에서한겹씩드러날때,독자들은자연스럽게죄책감과불편함을마주하게될것이다.지금까지도그들은제대로된사과도보상도받지못한채세상에서지워지고있는존재들이기때문이다.『영숙과제이드』는소설의이름을빌려세상에서지워진그들의이름에숨결을불어넣고그로써누군가한명이라도이들을기억하기를,이들의삶이글로남아퍼트려지고기억되기를바라며출간되었다.

“어떤이는엄마를타락한여자라불렀고,
다른이는엄마를가리켜피해자라고했다.
하지만내게있어엄마는불친절한운명과용감히싸웠던생존자였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