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집달팽이

엉뚱한 집달팽이

$13.00
Description
신이림 시인의 동시집이 청색종이에서 출간되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황금펜아동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이림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엉뚱한 집달팽이』는 시적 상황이 매우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그저 단순히 배경으로만 그치지 않고, 곧잘 어떤 대상에 대한 은유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세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시편들은 관념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정황과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해설을 쓴 평론가 황수대는 “감정의 과잉 없이 절제된 언어로 담백하게 표현해 마치 잘 그려진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시의 본질, 즉 여백의 미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

신이림

1996년〈서울신문〉신춘문예동화당선
2011년황금펜아동문학상동시당선
동화책『염소배내기』『싸움닭치리』『소리로만나는어머니』외
동시집『발가락들이먼저』『춤추는자귀나무』
한국불교아동문학상수상

목차

시인의말3

1부엉뚱한집달팽이

힘12
꼼수14
엉뚱한집달팽이16
지렁이18
길동무20
화석22
자원봉사자23
무료급식24
홍수26
도시비둘기28
소리알30
도둑눈32
줄타기하는해34


2부언제쯤알까

언제쯤알까39
나무가되려면40
말소금42
내친구대준이44
대왕딱지46
이상한눈48
마음리모컨50
롤모델52
츠메이꽃54
빗방울운동회56
여름방학58
과자의집60
사라진토끼장62
걸음마의힘64

3부돌아온수다쟁이

덤벙이68
건강검진70
어리보기72
다나왔다74
돌아온수다쟁이75
찍히다76
나무젓가락78
다달라80
봄82
인터뷰84
밤비86
눈사람이해를만나면88
살래살래90

4부양파는궁금해

보나마나92
양파는궁금해94
돌탑96
단짝98
작별인사100
부자나무102
하룻밤사이104
재개발106
장기이식108
소원분수대110
반반111
봄풍경112
엄마생각114
오르막길115

평론|세심한관찰력과배려의미학황수대117

출판사 서평

신이림시인의동시집이청색종이에서출간되었다.〈서울신문〉신춘문예에동화가당선되었고,황금펜아동문학상에동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신이림시인의세번째동시집『엉뚱한집달팽이』는시적상황이매우구체적이고생동감넘치는것이특징이다.특히시에등장하는사물들은그저단순히배경으로만그치지않고,곧잘어떤대상에대한은유나상징으로사용되기도한다.세심한관찰력이돋보이는시편들은관념적이지않고구체적인정황과메시지를잘전달하고있다.
해설을쓴평론가황수대는“감정의과잉없이절제된언어로담백하게표현해마치잘그려진한폭의동양화를보는듯하다.”고말하고있다.그래서시의본질,즉여백의미학을잘이해하고있다고설명하고있다.

밤사이
도둑이다녀갔다.

어지러운발자국
몽땅훔쳐갔다.

새하얀숫눈길만
남겨놓은채.
-「도둑눈」전문

이시는눈내린어느겨울날의풍경을노래하고있다.3연6행의짧은분량이지만,군더더기없는표현과선명한이미지가인상적이다.제목에서보듯이이시는밤사이몰래내린눈을“도둑”에빗대어표현하고있다.또한,“새-”와“숫-”같은접두사의사용과“어지러운발자국/몽땅훔쳐갔다.//새하얀숫눈길만/남겨놓은채”와같은구조의뒤바꿈을통해눈내린겨울날의아침풍경을묘사하고있는데,직접적인감정의표출없이도화자의마음이고스란히느껴진다.

나무가꽃받침에
꽃봉오리솥을내걸었다.

봄볕은모락모락
불을지피고

봄바람은살랑살랑
부채질하고

어느새뜸이든
향긋한밥.

배고픈벌과나비
여기저기서찾아든다.
-「무료급식」전문

시인은어떤시적상황을통해자신의사상과정서를표현한다.이시는그대표적인예로,어느봄날시인이목격한장면을형상화하고있다.이시에서주목해야할것은“나무”이다.“나무가꽃받침에/꽃봉오리솥을내걸었다.”“배고픈벌과나비/여기저기서찾아든다.”에서보듯이,나무는단순히자연물이아니다.배고픈벌과나비를위해자신의몸을아낌없이내어주는존재이다.즉,희생과나눔의상징으로그려진다.이는신이림시가전반적으로따뜻하게느껴지는까닭이어디에서비롯되는지알게해준다.
시는함축과리듬,이미지같은다양한요소들로이루어진다.따라서같은소재라도시인이그것을어떻게인식하고표현하느냐에따라작품의수준및감동의크기가달라진다.그때문에시인은내용이나형식에있어작품의완결성을높이기위해부단히애를쓰는데,그러한노력은작품을통해고스란히독자에게전달된다.이는신이림의경우도예외가아니다.실제로그의시를읽다보면그가얼마나진정성있는자세로창작에임하고있는지를알수있다.

겨우겨우찾은
네잎클로버

벌레가잎을
반이나갉아먹었다.

에이,속상해.
하다가

아니지,
벌레가행운을반이나남겨두었네.

생각하나살짝바꾸니
고마워지는벌레.
-「반반」전문

이시는행운을의미하는네잎클로버를소재로하고있다.이시에서화자는어렵게네잎클로버를발견하지만,“벌레가잎을/반이나갉아먹”은것을알고는속상해한다.그러다가“아니지,/벌레가행운을반이나남겨두었네.”하고생각을바꾼다.그러자조금전까지밉게만느껴졌던벌레가새삼고맙게느껴진다.이처럼이시는화자가사고의전환을통해깨달은바를형상화하고있는데,실로공감되는바가크다.사실네잎클로버는그동안시에서단골로등장한탓에,소재면에서그다지새로울게없다.그런데도이시가특별하게느껴지는것은시인이지닌철학적깊이때문이다.

누구나시를쓸수는있지만,그렇다고누구나좋은시를쓸수있는것은아니다.기본적으로좋은시는발상과표현이새롭다.또한,삶에대한깊은통찰과세계에대한폭넓은이해를보여준다.앞서살펴본것처럼신이림의시는좋은시가갖추어야할조건을두루충족하고있다.더욱이그의시는“염소는/뒤에서고삐를잡아주면/길을잘도찾아간다,//울엄마는/아직도모른다,/내가염소라는걸.”(「언제쯤알까」)처럼아이부터어른까지공감할수있는내용이많다.
흔히시는언어를통해시인의내면세계와존재의미를드러내는하나의도구라고말한다.따라서시를읽는행위는곧독자가그와같은시인의사상이나감정을공유함으로써세상을이해하고,자신의존재의미를탐색하는과정이라고할수있다.이처럼시는일상어와달리정보전달을넘어서는어떤힘을지니고있는데,이것이우리가시를읽는가장큰이유가아닐까싶다.
“우리동네분수대에는/밥주는동전이산다.//소원하나씩품에안고/물속에잠들었다가//연말이면물에서깨어나/배고픈사람들을찾아간다.//따끈한밥이되어/따끈한국이되어.”(「소원분수대」)는4부에수록된작품으로신이림이지향하는세계가어떠한지잘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