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와 물방울 요정

토토와 물방울 요정

$13.00
Description
숲과 마음을 다시 밝히는 이야기
선영 작가의 동화는 말없이 흔들리는 작은 존재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존재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햇살이 들지 않아 시들어가는 상수리나무, 덫에 걸려 울던 물방울 요정, 이마의 점을 가리기 위해 앞머리를 길게 내린 채 사람들 사이를 맴도는 아이. 선영 작가는 이처럼 조용한 이들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토토와 물방울 요정」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생태 동화다. 숲이 어지러워진 원인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이다. 잣나무에 생긴 떨림병 역시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를 회복하기 위한 열쇠는 토토와 친구들의 손에 쥐어진다. 작가는 기적 같은 힘을 등장시키지만, 그 힘은 아이들의 손길 없이는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다. 물방울 요정이 전해준 햇빛을 품은 버섯가루는 사실 돌봄과 책임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환상적으로 가시화한 장치다. 요정은 버섯가루를 뿌린 후 버섯들이 마르지 않도록 정성껏 돌봐야 한다고 말했으며, 땅에 쓰레기를 치우고, 물이 부족한 곳에는 샘물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동화의 아름다움은 기꺼이 손을 내미는 토토의 행동과 멧돼지 할아버지와 숲속 친구들처럼 함께 숲을 살리는 공동체의 마음에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모두의 노력을 이야기하는 토토의 말처럼 진짜 숲을 살린 것은 바로 이들의 마음이었다.

「필수와 해적 선장 할아버지」는 좀 더 도시적이고 현실적인 동화다. 주인공 필수는 이마에 있는 커다란 점이 놀림감이 될까 걱정되어 앞머리를 길게 내려 감추고 살아간다. 그러나 우연히 들어가게 된 놀이공원의 분장실에서 흉터를 지닌 해적 선장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반전된다. 탈을 쓴 채 무대 위에 서게 된 필수는 오히려 그 탈을 통해 자기 자신을 처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재미있는 거울’에 비친 모습은 현실보다도 더 진실했다. 거울에 비친 탈을 쓴 필수의 모습은, 사실 스스로 만들어낸 모습이라는 할아버지의 설명은 필수가 콤플렉스를 부끄러워하는 대신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두 이야기 모두 결국 한 가지 진실로 향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누군가와 함께 이룰 수 있다는 희망. 숲이 다시 살아나고,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그 순간, 작가는 조용하지만 깊은 확신을 건넨다. 진짜 변화는 마법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

이 동화집은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이지만, 자신을 감춘 채 살아가는 수많은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한때는 토토였고 필수였기 때문이다. 회복과 성장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우리가 다시 한 번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 눈을 마주치고 미소 지어주는 일, 그것만으로도 세계는 조금씩 환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