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인터뷰

문어 인터뷰

$13.00
Description
나를 지키는 가장 용감한 먹물, 『문어 인터뷰』

김순영 동시집 『문어 인터뷰』
김순영의 동시집 『문어 인터뷰』가 청색종이 동시선 10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어린이의 감각과 사유의 폭을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넓혀 간다. 시인은 동시가 지닌 형식과 언어의 틀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사물의 성질과 관계의 미묘한 움직임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이 세계 안에서 어린이는 누군가에게 보호받거나 교훈을 들어야 할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이미 온몸으로 세계를 감각하고, 스스로의 논리로 반응하며 자라나는 주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무엇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일상 속에 존재하지만 쉽게 흘려보냈던 찰나의 감정들을 정확한 시어로 불러낸다. 「가르치는 눈치」에서 타인의 행동을 살피는 ‘눈치’를 착착 가르쳐 주는 배움의 원동력으로 긍정하고, 「거짓말 밥상」에서 상대의 성의를 헤아려 보태는 “맛있어요”라는 거짓말을 “밥을 맛있게 먹여 주는” 관계의 윤리로 읽어내는 지점은 인상 깊다. 이처럼 ‘눈치’, ‘밥맛’, ‘고집’ 같은 생활어들은 이 시집에서 감정의 미묘한 결을 드러내며, 관계의 온도를 가늠하는 정교한 언어로 기능한다.
저자

김순영

1968년경북상주에서태어남.2006년《오늘의동시문학》에동시가당선되어등단.2020년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받아동시집『열살짜리벽지』펴냄.올해의좋은동시집으로선정됨.한국동시문학회회원,글쓰기학원‘글꼭지’운영.

목차

시인의말5

1부용감한꼬리

용감한꼬리12
트램펄린놀이14
주걱이야기16
뽁뽁이18
놀러나간공책20
가르치는눈치22
빨간하루24
성냥한개비26
운동화지키기28
고집이가두었다30
웃음약32
거짓말밥상34
낡은축구화36
강당은38
장단맞춤40



2부주저앉은항아리

문어인터뷰44
물티슈의성질46
자동문48
친구되기50
넓적사슴벌레일기52
국수의성격54
꼬리56
주저앉은항아리58
옷도속상하면60
발의허물벗기62
일하는끈64
쓸모66
욕심울타리68
꽃싸움70
기우는우산72



3부다독다독포클레인

다독다독포클레인76
하나78
봄바람막내80
풀밭다툼82
눈치없는소매84
멀리보기86
낯가리는장미89
간이보이나?90
놀러갈땐92
꽃의생일94
콩걸음96
잠의맛98
울타리어깨100
물결102
멋대로살기104



4부품충전소

품충전소108
차를들어올렸다110
춤의길이112
1회용맛114
차곡차곡116
눈치보는말118
글목소리120
가짜를접고122
슬리퍼124
화난물순한물126
손약128
콧방귀130
밥맛132
녀석들134
벌써136

출판사 서평

사물과생명을다루는태도또한각별하다.「뽁뽁이」가곧버려질운명앞에서도손가락의누름에“동그란대답”을돌려주는모습이나,「주걱이야기」에서밥주걱의삶을‘열심히살았다’고증언하는대목은사물을교훈의장치가아닌자기몫의삶을살아내는독립된존재로격상시킨다.시인은사물의고유한성질을섬세하게드러내며,어린이가세계를이해하는감각의폭을자연스럽게확장한다.

특히표제작인「문어인터뷰」는자기보호와용기의본질을설교없이보여주는수작이다.적앞에서먹물을뿌리고도망가는행위를비겁함이아니라“나를잃지않는”지혜이자용기로재정의한다.이는「기우는우산」에서내어깨가젖더라도친구쪽으로우산을기울이는마음과도맞닿아있다.이시집에서용기란타인을앞질러이기는힘이아니라나를지키고타인과나란히걷기위해물러설줄아는판단으로나타난다.

4부로구성된시집의흐름은놀이와몸의감각에서출발해관계의윤리,자연과시간의감각을거쳐,「다독다독포클레인」이나「품충전소」와같은공동체의언어로유연하게확장된다.그러나이확장은성장의결론을미리정해두고달려가는직선적인구조가아니다.경험하나하나가다음장면을열도록내버려둠으로써어린이를조급하게밀어붙이지않고머무름과되돌아봄의시간을충분히존중한다.

무엇보다이시집의가장큰미덕은절제에있다.김순영은감동을성급히완성하지않고,판단을독자의몫으로남겨둔다.부끄러움과망설임,화해와기쁨의순간들은모두낮은목소리로놓인다.그덕분에이시들은단숨에소비되기보다곁에두고다시읽을수록매번다른표정과의미로다가온다.

『문어인터뷰』는동시가도달할수있는감각의깊이와언어의품위를동시에증명한다.어린이의세계를단순화하지않으면서도동시의언어를끝까지밀고간시인의성취가이한권에고스란히담겨있다.오늘의동시문학이도달한사유의한지점을확인하고싶은독자들에게이시집은다정하면서도단단한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