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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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승훈

저자:양승훈

양승훈제조업과산업도시,기술혁신과엔지니어를연구하는사회과학자다.마산에소재한경남대학교에재직하며사회조사방법론,통계학,데이터사이언스,디지털과학기술학을강의한다.학부에서정치학을,석사과정에서문화인류학을,박사과정에서과학기술정책(혁신연구)을공부했다.조선소에서5년간근무하며관찰했던경험을담아산업도시거제와조선산업에대한이야기《중공업가족의유토피아》(2019)를썼고,이듬해한국사회학회학술상과한국출판문화상교양부문을수상했다.산업도시울산을살펴보며50년전중화학공업화로형성된한국의주력제조업과소멸위기에놓인지방이디지털에너지전환,수도권쏠림을딛고생존가능할지고민한다.《추월의시대》(공저,2021),《문턱의청년들》(공저,2021)을함께썼고《데이터과학을활용한통계》(2023)를옮겼다.

목차


프롤로그:산업도시울산,어디로가는가

1부울산은어떻게산업수도가되었나
1장산업도시울산,기로에서다
2장미라클울산,울산산업60년약사

2부대한민국제조업의심장박동이꺼져간다
3장한국경제의특수성과제조업
4장제조업발전의중심에서말단생산기지로추락하는울산
5장울산노동자가국민의눈에서사라진이유
6장정규직을뽑지않는엔지니어의공장
7장생산성동맹의파열,하청구조로연명하는울산

3부산업가부장제의그림자와중산층의꿈
8장청년이떠나는생산도시
9장생산도시를기피하는여성
10장노동자중산층사회의꿈은폐기해도좋은가

4부산업도시와대한민국의미래
11장디트로이트와피츠버그,두도시이야기
12장RE100과굴뚝산업의미래
13장메가시티론,무엇이문제인가
14장생산도시와대한민국의미래

에필로그:다시,산업도시울산의꿈을위하여
부록:연구조사방법론및연구참여자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이도시를보라”
대한민국호의성장엔진이꺼져가는이유

울산,한반도의동남쪽해안가에위치한이공업도시에는‘대한민국의산업수도,중산층노동자도시’라는여러수식어가붙어있다.울산은지난60여년간동아시아에서가장발전한산업도시다.그런데이도시에쇠락의징후가뚜렷하게나타나고있다.
인구115만의울산은여전히외형적으로는지역내총생산(GRDP)전국1위의부자도시이고,수출액기준으로경기도와충청남도에이어전국3위의광역시이지만,도시의활력이떨어지기시작한지오래다.울산은청년층신규고용이거의이루어지지않는장년노동자,퇴직자중심의늙은도시가되었다.지역대학은자동차,조선,중화학등울산3대산업을뒷받침할인재공급처역할을못하고힘을잃고있으며,기술혁신의주역인연구소와엔지니어링센터는일찌감치천안이북의수도권으로떠났다.또청년과여성이도시를빠져나가고인구감소에직면했다.4차산업혁명,기후위기,그린뉴딜이라는퍼펙트스톰이몰려오는데,전통제조업을가진울산이어떤대책과해법을찾아야할지지자체,지역주민,대기업,하청과부품업체의이해관계가저마다다르다.

기후위기가울산3대산업에기회가됐지만산업고도화와신사업진출의전망을열어주지않고있다.친환경전기차와수소경제는현대자동차에기회를주지만울산의자동차부품생태계는이에대응하기에취약한상태이고개선책도뚜렷하지않다.자동차부품업계가고용하는5만개의일자리는곧위기에노출될공산이크다.탈탄소전환을요구하는IMO의규제는조선업계에선박수주의기회를제공한다.하지만고착된노동시장이중구조로인한원하청간임금격차와불황기의임금하락문제를풀지못하면서질좋은일자리를창출하지못하고있다.기후위기에대응하기위해친환경자동차생태계에필요한정밀화학의전환역시정책역량과기존석유화학산업의보수성때문에속도를내지못하고있다.-345쪽

《울산디스토피아,제조업강국의불안한미래》는‘대한민국산업수도’울산의과거와현재를살펴보며미래를모색하는책이다.울산의산업구조와노동시장,사회적관계를면밀하게분석하는목적은제조업과수출을기둥으로성장해온한국경제에닥친위기의본질을살피고종합하여대안을모색하는데있다.그러므로이책은울산이라는대표적산업도시에관한종합보고서인동시에4차산업혁명의시대에‘저물어가는산업’으로치부되는제조업의현실과성장동력을잃은대한민국의미래에관한고찰이다.
저자양승훈은2019년조선소에서5년간일하며관찰했던경험을토대로산업도시거제와조선산업에대한사회학적분석을시도한《중공업가족의유토피아》를내놓았다.이책으로산업현장의경험을겸비한‘조선소출신산업사회학자’로주목받았고,이듬해한국사회학회학술상과한국출판문화상교양부문을수상했다.5년만에출간하는이번책은거제에서울산으로,울산에서대한민국으로논의를확장했다.이는단순히공간지리적인확장에그치지않는다.제조업국가한국이현재직면한곤혹스러운질문을에두르지않고정면돌파하는것이책의목적이다.

미라클울산,
모두의정성과노력이모인‘좋았던’시절

책의1부는울산이그간어떻게산업수도로급부상했는지,울산의60년간산업역사를돌아본다.
1961년5.16군사쿠데타로집권한군사정부는1962년1월13일경제개발5개년계획을발표하고,같은달27일울산을특정공업지구로결정공포했다.2월엔울산공업센터기공식을거행했다.6월엔울산군울산읍,방어진읍,대현면,하상면,청량면두왕리,범서면무거리와다운리,농소면송정리와화봉리를통합해울산시승격을발표했다.이후뒤에서다룰현대자동차와현대중공업이진출하여지금의울산3대산업을구성했다.이러한서사를단순하게이해하면산업도시울산의형성이박정희와현대그룹이이룬성과처럼보일수있다.하지만근대적산업도시울산은일제강점기혹은그이전부터누적된경로의존과다양한우여곡절속에서탄생했다.산업도시울산의역사를거슬러올라가면이케다스케타다라는인물과제국주의일본의대단위병참기지건설계획을만나게된다.

이모든요소를종합해산업도시울산을구상하도록했던선구자는이케다스케타다池田佐忠라는사람이다.이케다는부산지역에서1920~1930년대개발사업을했던인물이다.헌병중사출신이라는특별하지않은이력에도동양척식회사와정군관政軍官계와의인연으로빠르게사업의규모를확장했다.(…)1942년12월,울산개발계획이조선총독부로부터최종적으로허가받았다.1943년5월11일,지금의학성공원에서기공식이거행됐다.이처럼울산은이케다에의해일제강점기태평양전쟁을위한공업도시이자석유비축기지로서설계됐다.울산은‘공업항,어항,연락항,무역항,공항’의다섯가지키워드로분류됐다.다섯가지키워드를엮으면일본의태평양전쟁수행을위한‘병참기지’로서울산의역할이중시됐음을알수있다.(…)이케다스케타다의산업도시계획은1945년8월15일일제가항복하면서70퍼센트완공단계에서멈추었다.그러나일제가구상했던석유비축기지이자정유공장의흔적은결국산업도시울산의경로에큰영향을끼쳤다.-48쪽

1962년대한석유공사법이제정,공포되면서울산정유공장의복구사업이본격적으로시작된다.이어1970년대에는현대중공업의조선소설립이이루어지는데,정주영회장이1970년12월그리스리바노스사로부터유조선2척선박수주를먼저따내고,부지조성(1971년4월),조선소기공식(1972년3월)이그뒤에진행된것은잘알려진일화이다.현대자동차의울산공장준공은이보다뒤인1975년의일이다.수출주도산업인울산의3대산업은1990년대에들어큰호황을맞는다.조선산업은10년초호황기슈퍼사이클에들어섰고현대자동차는2000년대에오면서‘생산량기준글로벌Top5’로올라섰다.이후2017년서울에1위를빼앗기기전까지울산은근20년동안한국에서일인당GRDP1위를놓치지않았다.바로울산의호시절이었다.

이런모든점을고려할때울산의역사를미라클이라고표현하지않을수없다.우연과필연,기획자와실행자모두의노력이있었다.일제강점기석유비축을위한기지로출발해,그밑천으로정유공장을짓기위해군사정부와기업가들의고려로공업센터로지정됐다.눈이밝은정부의기술관료가중화학요충지로울산을꼽았다.그렇지만그걸실제로실행했던1970년대의모험자본가정주영의현대가있었고,잠을설치면서눈썰미를가지고도면과기술을베껴오던엔지니어들이있었다.최종적으로저임금을받으며열악한안전요건속에서위험을무릅쓰며배를짓고자동차를만들어냈던울산의노동자들이있었다.만화《드래곤볼》의원기옥처럼모두의정성이모여노동자도시이자부자동네울산의기적을써낸것이다.-68쪽

지식기반경제시대의도래,
제조업강국의깃발은내려도좋은것일까

울산의위기가표면에드러나지는않았지만호황의한복판을거치며내부에서형성되기시작했다.석유화학산업은국제수급사이클이바뀔때마다수익이출렁였고,자동차는1998년의대규모정리해고를둘러싼노사충돌을비롯해크고작은분규에휩싸였으며,호황기가끝난조선산업은2010년대에들어서구조조정에직면했다.이를전후로제조업전반에대한위기감이우리사회에퍼져나갔다.
이책의2부는울산과한국경제가처한제조업위기론의심층분석이다.‘제조업시대가저물어가고있으니지식기반경제로이행해야한다’는진단은과연적절하고타당한가?이제한국은제조업강국의깃발을내려도괜찮은시점일까?울산과같은산업도시의쇠퇴를방치하고서도한국은기후위기와4차산업혁명으로대표되는‘퍼펙트스톰’을뚫고새로운활로를찾아나아갈수있을까?
이런무거운질문에대해우선저자는한국에서제조업이차지하는비중과역할부터다시환기시킨다.한국은제조업으로지탱되는국가다.제조업세계5대강국일뿐아니라국민총생산의27.1퍼센트를제조업을통해번다(2020년기준).GDP중제조업비중이한국보다높은국가는아일랜드밖에없다.고용관점에서보아도한국은총고용에서제조업의비중이25퍼센트로OECD국가중독일(27%)과이탈리아(26%)다음이다(2019년기준).

서울이나분당,일산같은수도권신도시에사는사람들은공장이어디에있냐고물을수도있겠지만실제로는지천이공업지대다.서울에서경부고속도로를타고남쪽으로내려가면수원,평택으로시작하는산업벨트가나온다.수도권의상습정체구간으로악명높은서부간선도로를타고내려가다보면독산,소하,시흥,안양모두가공단지역이다.4호선도시철도를타고남쪽으로평촌만지나면곧군포산업단지나안산의반월국가산업단지까지공단지대가펼쳐진다.1호선경인선을탄다면?서울만빠져나가면부천에거대한산단이있고,인천에도착하면작업복을입고출퇴근길에쏟아져나오는남동공단과부평GM대우자동차노동자들을발견할수있다.-74쪽

더중요한것은기술혁신이산업현장과동떨어질수없다는점이다.저자는한국의성장동력이었던제조업을방치하고서기술혁신을논하는허망함을경계한다.‘제조업의위기’이슈가불거질때마다되풀이되는‘탈추격혁신담론’만봐도그렇다.이담론은다음과같이요약할수있다.
“대한민국은산업화초부터당시의제조선진국인미국,독일,일본등에서도면을베끼거나완제품을분해하고다시조립해원리를익히는역설계방식으로기술을따라잡으며이자리까지왔다.그런데한국의제조업이기본설계역량이나원천기술이없다보니여전히양산을위한사고나소재부품장비(일명소부장)하도급업체를쥐어짜는방식으로만산업을영위하여혁신의한계에부딪힌다.이대로라면고부가가치를창출하는제조선진국의원천기술을따라잡지못하고중국을위시한개발도상국의저렴한원가경쟁에쫓기는샌드위치신세를면할수없다.그러므로창의적인‘최초의질문’을갖고기본설계를해내면서‘빠른추격자fast-follower’에서‘최초의선도자firstmover’로변화해야한다는충고가따라붙는다.”
그러나‘추격자에서선도자로변하라’는일견공자님말씀처럼지당해보이는이담론역시생각보다현실성이없다고저자는지적한다.

요컨대경제지리를전혀고려하지않고있다.제조업경쟁력이나혁신문제에서생산과정,산업과기업간연결망,그리고지역사회에서제조업의중요성을결합해서사고하지못한다는것이다.실제로삼성전자나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중공업등의제조대기업은‘최초의질문’과함께세계시장에서이미‘최초의선도자’위치에서있다.당연히기본설계도수행할수있다.심지어최초의선도자기업에소부장을제공하는기업들중1차협력업체의역량도점차세계최고수준에이르고있다.연구개발도세계최고수준이다.대한민국의GDP대비연구개발투자비율도세계1등이다.제조대기업이주도하는경제에서그들의경쟁력자체는문제없으므로문제제기의방향이틀릴때가많다.-80쪽

R&D투자율1위국가인한국이20년이다가도록앵무새처럼혁신과선도담론만되뇌며여전히위기론을탈출하지못하고있다면이제문제를내부구조에서부터파악해야한다.울산-제조업-대한민국은세포-조직-인체처럼상호유기적관계망속에서파악해야비로소총체적진단이가능하다.이것이울산을제조업이나한국경제전반과의산업연관관계및공간지리적분업구조를통해살펴보는문제의식의출발점이다.

울산의딜레마,
공간분업과생산성동맹의와해

산업현장내부로깊숙이파고들어관찰하면울산과한국제조업이위기에빠진여러원인이있지만저자는이를크게‘노동의공간분업과생산성동맹의와해’로압축한다.

그런데1990년대를지나면서두가지층위에서구상과실행의지리적분리를추동하는일이벌어졌다.우선제조대기업은적대적노사관계때문에파업이나다양한쟁의에서도생산량과생산성을유지하기위해노동자의숙련에의존하지않는체제를만들어내기시작했다.5장에서상세히설명하겠지만1987년이후노사관계가적대적으로흐르면서기업은노동자와엔지니어가현장에서협업하기보다,엔지니어가현장에서노동자와일상을공유하지않는생산방식을채택했다.(…)현대자동차는점차IT기반공정관리기술과NC가공기계도입을극대화하여자동화를촉진시키고로봇도입을진행했다.노동자가반복작업을덜맡아개개인은편했지만현장에서노동자의중요성은점차줄어들었다.이른바‘숙련절약형혁신’이라고표현하는것이다.-101쪽

‘공간분업’은산업혁명중심지였던영국의여러도시에서관찰된다.일례로근대방직산업과기계산업의메카였던영국맨체스터지역에는원래공장과설계실이함께있었지만20세기중반을거치면서본사와설계실이분리되어금융과정치의중심인런던으로향했다.1970~1980년대의불황과마거릿대처시절의강경한노조정책을거치며맨체스터의공장은점차쇠퇴했고본사에서는생산거점을인건비가싼아시아나아프리카,인도등으로옮겼다.런던에서근무하는엔지니어는전세계지도를펼쳐놓고오직최적의이윤을염두에두고다양한구상을세웠으나모공장인맨체스터공장은그들시야에서사라졌다.
이와유사한일이시차를두고울산에서도재현되었다.더구나그근저에는노사의뿌리깊은상호불신이자리잡았다.요컨대미라클울산의원동력으로작용했던기업인,관료,엔지니어,노동자,지역민들간‘생산성동맹’이와해된것이다.

이에비해현대자동차,좀더넓게는한국의제조업체는II유형으로생산방식이구성됐다.노사간극도의불신이생산직을배제한채엔지니어링에기반을둔혁신을강제한것이다.요컨대모듈화,자동화,정보통신기술의도입등이노동자를배제하기위한수단으로도입됐다.모듈화를통해싼하청업체의노동력으로인건비를절감하고,자동화를통해노동자의숙련을높이기보다는단조로운작업커뮤니케이션만높이는방식으로생산기술의혁신이주도된것이다.-161쪽

수차례의강도높은노사대결은양측에커다란트라우마를안기며결과적으로담합적노사관계를형성했다.이담합으로울산의대기업노조는높은임금과복리후생,고용안정을얻었지만미래자녀세대의신규고용을잃었고,회사는분규를줄였지만노동자를생산성향상파트너에서배제하는기조를본격화했다.언제부터인가대기업노조가국민의신망을잃기시작한이유도이와무관하지않다.

울산노동자들이1987년노동자대투쟁을할때나,그이후1991년골리앗투쟁을할때만해도회사와정부와보수언론이비난하더라도노동자를지지하는우군이사회곳곳에있었다.하지만2000년대를지나면서현대자동차를위시한울산대기업노동자의파업에더이상연대의시선이별로보이지않는다.-126쪽

결과적으로2000년대들어울산의노사는각자의입장에서분주히살길을찾았으나그결과로남은것은생산성동맹의와해와치열한각자도생의싸움뿐이다.영국맨체스터가겪었던쇠락의길을울산이답습하고있는셈이다.

피츠버그와디트로이트,
기후위기와동남권메가시티구상까지

그렇다면울산과한국제조업에다른길은없는것일까?공간분업과생산성동맹와해,인구감소라는삼중고트릴레마속에영국의맨체스터나글래스고,스웨덴말뫼등의도시가걸었던몰락의길을걸을수밖에없는것일까?저자는해외의여러선발사례들을검토한다.세계최대자동차도시였던디트로이트와1970년대까지철강도시로명성을떨치던도시피츠버그의사례는흥미롭다.
GM(제너럴모터스),포드,크라이슬러까지3개자동차회사가있었던디트로이트는1950년대에인구150만명으로정점을찍었고,1970년대부터일본자동차에밀려고전하다가2009년GM의파산까지겪으며쇠락했다.피츠버그는철강산업패권을일본(일본제철)과한국(포스코)에게차례로넘겨주게되자1985년기업,시정부,대학등이함께참여해산업의다각화를위한보고서‘전략21’을제출하고기업의본사와금융,보건의료와교육,첨단연구개발중심지로발전시킨다는구상을채택했다.덕택에생산직일자리대신에서비스산업과하이테크부문의일자리를유치하는데성공했다.그러나도시재활성화를40년가량진행한지금피츠버그의인구는감소했고,도시전체관점에서인종분리와소득격차는더욱심해졌으며,‘노동계급중산층’모델의해체를막지못했다.반면에디트로이트는지금도생산직비율이20퍼센트를넘길정도로노동자의기존일자리를지켜냈다.하지만세수감소로도시재개발과적절한재구조화를이루지못하고도심이슬럼화됐다.

디트로이트와피츠버그의사례가울산에주는함의는크게두가지다.우선주력제조업의위기상황을전환의관점에서적극대응하지않을경우도시자체가쇠퇴할수있다는것이다.디트로이트는자동차생산기지로서의입지가약화되는상황일때재정문제를겪으면서적극적으로도시전환에나서지못하고슬럼화와인구유출을겪게됐다.다른하나는도시를고도화하더라도단단한중산층을육성할수있는제조업일자리는여전히중요하다는점이다.(…)3대산업이여전히건재한울산에서는울산의현위치에서대안을찾아내야한다.즉세계1위조선소,세계최대규모의양산이가능한자동차공장,여전히견고한석유화학콤비나트가만들어내는역동성을반드시고려해야한다.-304쪽

저자는해외선발산업도시의과거사례를넘어앞으로다가올RE100,수소경제,기후위기등새로운글로벌환경변화가울산3대산업과한국경제전반에미칠영향력을폭넓게검토한다.국토균형발전의관점에서부산,울산,경남의3개광역을연결하고통합하여수도권쏠림에대응하자는‘동남권메가시티구상’역시신중하게필요성을따져본다.이책의4부는이처럼한국의산업도시들과우리나라제조업의앞날,대한민국호의미래비전까지당면한과제를시공을넘나들며살펴본다.
맨체스터가일방적쇠락,디트로이트와피츠버그가하나를얻지만다른하나를잃는저진로전략이라면저자는울산과한국산업도시들의‘고진로전략high-roadstrategy’을제안한다.최근진행되는미국의제조업부활정책이많은시사점을제공한다.제조업고용비중이1979년22퍼센트에서2019년9퍼센트까지하락한미국은정리해고가빈번하게이루어지고숙련노동자가현장을떠나면서생산성이떨어졌다.하지만기업은그럴수록노동자를훈련시키기보다는자동화설비등생산기술에대한투자를늘려해결하려했다.결과적으로미국제조업은경쟁력을잃었고산업도시가모인중서부러스트벨트는노동자정리해고와공장철수로황폐화되었다.금융위기이후미국은제조업을부활시키며첨단산업의성과를연계시키는전략으로기조를바꾸고있다.

2008년글로벌금융위기를거치면서미국의오바마정부와민주당및학계는‘제조업재활성화RemakingAmerica,RevitalizationoftheUSmanufacturing’를목표로하는다양한정책을진행했다.해외로나간공장을다양한혜택을제공하며국내로복귀시키는리쇼어링reshoring도시작했다.제조업의중요성을다시발견했기때문이다.제조업은가장많은이들에게고임금을제공할수있는산업이고,소수민족과저소득층으로하여금사회적계층상승(이동성)의가능성을꿈꿀수있게하는안정적산업이다.(…)더불어첨단산업에기대하는혁신역시제조업의연구개발과생산과정을제외하고이해할수는없다.-373쪽

울산의고진로전략은먼저울산이가진현재의산업,기술적역량을면밀하게재평가하여지속가능한제조업클러스터를구축하는것이바탕이다.고진로전략은생산성동맹의복원을필수적으로요청한다.노동자는높은임금과복리후생을보장받고,기업은생산성과혁신역량을보장받는사회적합의에기반을둔산업전략이기때문이다.여기에는자본과노동차원을넘는지역과정부의역할도요구된다.구상과실행의분리,연구와생산의분리라는공간분업의문제를국토균형발전및제조업부흥의관점에서정부와지자체가재검토하고지원책을찾아야한다.이를위해서는단기적이해관계를넘어정부와지자체,대자본과노동조합등모든주체가국가의미래와산업전망을함께논의하는정치적거버넌스의형성이필수이다.

21세기기후위기4차산업혁명이라는글로벌수준의전환과저출생고령화및지역소멸로대표되는한국사회미증유의재생산위기속에서,다음세대를위해제조업에너지국토계획의전환에대한열린토론의장이펼쳐지길희망한다.-417쪽

노동자중산층의꿈과산업가부장제의그늘,
청년이희망을잃는도시혹은나라에대한진단

워낙방대한주제와첨예한논쟁거리를가득담은책이기에보도자료에서는주로산업사회학,노동사회학적논의에초점을두고소개했지만,《울산디스토피아,제조업강국의불안한미래》는젠더,계층이동사다리,지방소멸등정통사회학고유의주제를중심으로읽어도많은생각할거리를제시한다.사회적갈등은구체적인역사와경로,살아숨쉬는이해당사자들의대립에서발생하는데이구체성을선명히부각시킨다는점에서도이책은좋은본보기가될것이다.
한예로책에서울산쇠퇴의한이유이자지난고도성장시대의그늘로지적하는‘산업가부장제’의문제를살펴보자.산업가부장제는특정산업이지배하고있는지역에서의불균등한성별분업구조가만들어내는가부장제를의미한다.울산은생산직노동자외벌이로도중산층수준의가정을꾸릴수있는‘노동자중산층’의꿈을실현한도시이다.그런데이러한발전경로에서울산은산업가부장인아버지들의일자리는지켰지만역설적으로그자녀들이들어갈일자리는사라졌으며,최근10년간여성고용률은전국최저수준을맴돌았다.일반적인가부장제의기준으로볼때보수정서가강하다는대구경북보다여성의노동시장진입에더냉담했던도시가울산이다.많은공단을주축으로짧은역사속에고도성장을이루며가정과사회의급속한변화를경험한한국사회에서산업가부장제에관한저자의논의는젠더와계급계층갈등에대해현실에기반해이해하도록한다.
대학은또어떠한가.세계적수준의3대산업이포진한유리한환경이지만,산학연협동의모델이될수도있었을울산의대학들은정규직을뽑지않는지역노동시장과거의대부분의R&D연구소가천안분계선너머에존재하는현실에서지방대학의한계에갇히고만다.대학을바탕으로주정부의지원과벤처캐피털이결합해첨단산업의성장을선도한실리콘밸리와극명히대조되는사례이다.KTX로두시간이면닿을좁은국토안에서지방소멸은지금도현재진행형이다.청년이발을붙이지못하고여성이떠나는도시는좀더의미를확장해보면오늘의한국에대한진단이기도하다.
각자는열심히달려왔는데결과적으로모두가힘든현실을우리는언제까지그대로두고볼것인가?아버지가젊은시절울산용접공이었고자신도대학졸업후조선소에서일했던저자는“평범한노동자도중산층이될수있는사회의꿈을포기해도좋은가”라는물음을독자들에게던진다.울산이라는한산업도시에서출발해각자도생의늪에빠진대한민국의현실과과제를묵직하게파고드는이문제적저작에독자들의많은관심을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