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밀어낸별점과‘좋아요’
‘가격’은전통적으로경제학의핵심개념중하나였다.시장경제에서수요와공급은가격을매개로상호작용을하며균형점을찾아나간다.가격이소비자에게미치는영향이그만큼크기때문에한동안온라인쇼핑몰들은저마다‘최저가격’을제시하기위해애를썼다.그런데언제부터인가온라인쇼핑몰에서최저가정보는뒷전으로밀려났다.당장인터넷쇼핑몰에접속하면화면에먼저뜨는것은가격정보가아니라‘오늘의쇼핑제안’‘최근구매상품’‘좋아할만한상품’등사용자의검색및쇼핑데이터에기반한추천들이다.구체적인상품을입력해도소비자들의평가데이터에근거해랭킹을매긴상품이순위대로화면에나타난다.
세상이변했다.지금은가격보다리뷰,별점등의‘데이터’가구매의사결정에더중요하게작용하는시대다.이뿐만이아니다.데이터는경영학의주요관심대상인‘브랜드’도밀어내고자영업자와골목상권을되살리기도한다.“동네맛집의유행은2000년대후반부터본격적으로시작되었다.그리고이들은인스타그램같은SNS열풍을타고외식문화를선도하는트렌드로자리를잡았다.동네맛집이떠오르는동안패밀리레스토랑의인기는사그라졌으며일순간시장에서밀려난신세가되었다.”
우리가인지하지못하는사이에경제와경영,기업전략,사회구조와사람들의행동패턴에이르기까지기존에통하던방식과법칙이크게흔들리고있다.이모든변화의근저에‘데이터’가존재한다.요즘가장핫한이슈인챗GPT,AI,플랫폼기업,빅데이터,사물인터넷,제4차산업혁명등을보라.모두‘데이터’라는공통분모를지닌다.
탄소자원을가공하여가치를만들어내던산업화시대가이제비트에담긴데이터를가공하며가치를폭발시키는데이터시대로넘어가고있다.데이터가몰고온이거대한변화의물결을어떻게헤쳐나갈것인가?《데이터는어떻게세상을지배하는가》는이러한질문에답하기위한통섭적성찰이다.
주가를결정하고국부를뒷받침하는‘데이터이코노미’
현재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기후변화대응과개발도상국경제발전업무를맡고있는저자는데이터가‘앞으로다가올10년의변화를좌우할주제’임을강조하며여러일상적사례를통해알기쉽게풀어나간다.특히경제지형의변화가가장크다.앞에서언급한가격외에도데이터는이미화폐의기능을상당부분대체하고있다.
예컨대소비자에게서비스를제공하지만아무런대가를요구하지않는기업들이늘어나는중이다.바로카카오톡,페이스북,아마존,구글같은플랫폼기업들이다.이들은돈대신고객의데이터를받는다.플랫폼기업들은화폐를대체한재화인데이터를활용하여광고,헬스케어,온라인쇼핑등의비즈니스를운영하는수익모델을갖추었다.
그렇다면,돈대신데이터를많이축적한이들기업에대한주식시장의평가는어떠한가?우버,리프트,트위터,스냅등유명글로벌플랫폼기업은모두현금(화폐)흐름의관점에서는적자이지만,주가는고공행진중이다.한국도마찬가지로2021년쿠팡은1.8조원에달하는사상최대의적자를기록했지만그해에기업가치는사상최고인100조원을돌파했다.매년순이익을내고있는전통제조기업LG전자의시가총액이15조원전후에불과한것과극명히대조된다.쿠팡은국내에서가장많은소비자들의온라인쇼핑데이터를가지고있는데이터부자기업이다.순이익보다데이터의축적이더주가에잘반영되는이런현상은과거의경제관점으로는이해하기쉽지않지만,데이터이코노미에서는너무나자연스럽다.“데이터가곧주가라는설명은비단페이스북에만국한되지않는다.오늘날세계에서가장잘나가는기업은모두데이터를수집하는플랫폼기업이다.‘매그니피센트7’이라불리는미국의대표IT기업들은모두데이터를통해비즈니스를영위하는곳이다.돈이기업의주가를설명하지못한다는사실은,이제는돈이오랫동안누려온그신성한자리를데이터라는새로운도전자에게내주고있다는사실을보여준다.”
데이터가토지,현금등전통적인자산보다더중요하게평가받는현상은기업이나증시에만국한되지않는다.데이터는이제국가간부의격차까지만들어낸다.저자는데이터최강국자리를차지하기위한미국과중국,EU간의한치의양보도없는글로벌데이터패권경쟁의한복판으로독자를안내한다.“미국은2018년외국인투자검토현대화법(FIRRMA)을제정한다.이법은인수합병을통해미국의데이터가중국으로넘어가도록내버려두지않는다.또2019년에는중국과러시아등경쟁국으로는미국안보에위협이되는데이터이전을제한하고자했다.2020년에는중국기업이미국의데이터를몰래(backdoor)가져간다고주장하며‘클린네트워크이니셔티브’를출범했다.틱톡,위챗,화웨이,텐센트등중국기업을미국에서아예퇴출시키겠다고선언한것이다.이처럼미국역시자국내에서중국기업의비즈니스와데이터획득을강하게규제한다.”
데이터최강국인미국과이를추격하는중국,자체적인데이터규제정책을마련에고심중인EU등의숨가쁜각축을보면,이미세계는경제적,군사외교적경쟁이전에데이터를놓고국경을넘나드는패권경쟁에먼저돌입했음을알수있다.필연적으로데이터는경제영역을넘어정치외교적문제를낳는다.이책은‘데이터의국적,데이터주권,데이터현지화,디지털무역질서,국경을넘나드는데이터클라우드’등많은새로운개념을알기쉽게설명한다.아직생소하지만데이터가지배하는세상에서시민권을획득하려면상식이되어야할주제들이다.
‘데이터리치’가될것인가,‘데이터푸어’로전락할것인가
《데이터는어떻게세상을지배하는가》는경제적변화못지않게데이터가가져오는개인과사회의변화상을폭넓게포착한다.앞으로는데이터에대한이해와활용도가개인의경력과성취,사회적평가와인간관계를좌우하는주요한요소가될수밖에없다.과거재산이부자와빈자를나누는기준이었다면,데이터가지배하는세상에서는데이터리치(Datarich)와데이터푸어(Datapoor)간격차문제가대두될것으로저자는전망한다.
당장데이터푸어들의입지는점점좁아지고있다.이미금융권은개인의각종금융데이터를취합한‘신용점수’를만들어고객을차별대우한다.일본구직사이트1,2위를다투는취업플랫폼리쿠나비(rikunabi)는자사고객의정보를조합해‘중도퇴사율’이라는데이터를만들어기업에5,000만원씩받고팔아사회적문제가되기도했다.사용자가제공한데이터가오히려사용자를불리하게만드는사례는점증하지만데이터푸어는자신이손해를보고있다는사실을인식하기도쉽지않다.
반대로데이터가만드는사회변화를제대로파악하면훨씬많은기회의창이열린다.데이터시대에는축적된데이터에의한빠른검증으로실패의비용은낮아지는반면성공으로가는경로는다양해진다.따라서시장의반응을읽어가며작은규모의다양한시도를빠르게벌이고반응이좋은것을확대해가는방법이성공에다가가는지름길이다.요즘유행하는‘부캐’‘에자일조직’‘린스타트업’‘약하지만넓은연결이중요한인간관계’등이모두데이터가주도하는사회의시대상을반영한다.“빠른피드백은애자일(agile)조직이라는말을유행시켰다.애자일은신속하다는뜻이다.하나의거대한프로젝트에집중하는것이아니라여러가지사업을시범삼아벌이고간을본다.그중가장반응이좋은사업에집중하는전략이다.린스타트업(leanstartup)이라는말도유행이다.린(lean)은날씬하다는뜻이다.처음부터원대한계획을가지고시작하는것이아니라,조그마한일을이것저것벌이면서간을보는것이성공의지름길이라는뜻이다.”
데이터가개인을압도하는시대가되면,가뜩이나과학기술과정보에취약한문과출신은지극히불리한위치에서게되지않을까하는염려도드는데,이에대한저자의답은흥미롭다.오히려데이터공급자로서문과출신의역할이커진다는것이다.데이터에관한논쟁은일과노동의개념에대한재성찰로확대된다.‘데이터가가장중요한사회적자원이된다면,데이터를생성해내는사람들의권리는무엇인가’하는묵직한질문이기도하다.“우리는지금새로운형태의노동을하고있다.SNS와유튜브를하고댓글을다는행위가놀이가아니라새로운일이었던셈이다.오늘날일자리가부족하다는주장도잘못되었다.그동안일자리라는개념을너무좁게정의했기때문에생긴일이다.사람들은댓글(데이터)을생산하는새로운직업을가지고있었던셈이다.”
이처럼《데이터는어떻게세상을지배하는가》는데이터에의해새롭게재편되고있는사회구조,부의기회와성공방정식,문화,직업,정치,글로벌데이터전쟁에이르기까지그물처럼얽힌관계를세밀하게독자들에게전하면서도멀리숲을보는시각을놓치지않는다.현대인은잠자리에서눈을뜨는순간부터다시잠들기까지수많은데이터를소비하는동시에스스로생성한다.우리는데이터소비자이자생산자이기도하다.우리자신의권리를지키고가능성을확대하기위해서도데이터가지배하는사회에대한이해는필수적이다.
데이터의폭발,그너머에는과연어떤세상이펼쳐질까?이책은그풍경을우리에게조망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