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구청 화장실 앞 한 평짜리 법률 상담소
그곳에서 만난 찡하고 짠한 사람과 세상 이야기
그곳에서 만난 찡하고 짠한 사람과 세상 이야기
리어카를 끌며 폐지 줍는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그 리어카로 비싼 자동차를 긁어 재판까지 가게 됐다. 판사가 제발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타령을 하듯 그간 본인의 고단한 삶을 다 토해 냈다. 급기야 상대측 변호사에게 거짓말쟁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참다못한 판사도 같이 소리쳤다. “자꾸 이렇게 소란 피우면 감치할 겁니다!” 할머니가 그게 뭐냐고 물었다. 어차피 설명해 봤자 말만 길어진다고 생각한 판사는 이렇게 답했다. “엄청 무서운 거예요!” 심각한 분위기와 그렇지 못한 대사에 웃음이 터지려는 그때, 할머니가 다시 물었다. “얼마나 무서운 거예요? 돈 드는 거예요?”
사회복지사의 요청으로 엉겁결에 할머니의 재판에 동행한 변호사는 그 말을 듣고 10톤 화물 트럭에 실려 있던 돌들이 가슴 위로 떨어지는 듯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할머니를 모시고 법정에서 나왔다.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난 터라 밥이라도 들고 가시라고 하자, 집에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묶어 놓고 와서 얼른 가 봐야 된다고 하신다. 할아버지가 젊어서 바람피운 일이나, 늙어서 아픈 것도 다 감당할 수 있는데, 날씨가 궂은 날에 폐지를 줍지 못하면 벌이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할아버지를 미워하게 만드는 돈이 할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한다. 평생 게으름이나 낭비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돈의 무게에 짓눌려 있을 삶은 어떻게 감당해 내야 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할머니를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리고, 식사라도 챙기시라고 수중에 있는 현금을 몽땅 털어, 한사코 거절하시는 손에 쥐여 드렸다. 저희 할머니가 생각나서 그런다고, 손녀가 주는 용돈이라 생각하고 맛있는 고기반찬 사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들어 주는 변호사가 있다. 법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고, 살면서 변호사를 만날 일 같은 건 없기를 바라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닥치는 불행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려고 법이 있다지만, 안타깝게도 그 법조차 내 편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 법보다 사람 편에 서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 같은 변호사가 곁에 있다면 어떨까. 당장 명쾌한 법적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 해도, 내 억울한 처지와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심정을 헤아려 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지금은 신림동이라고 불리는 난곡 달동네에서 나고 자란 천수이 변호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달동네 판자촌에서 사회운동에 헌신한 부모님과 달리, 그는 누구보다 가난이 싫어서 돈 잘 버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또다시 어려운 사람들 곁에 머물며 그들을 돕는 자리에 가게 됐다. 구청 복도 화장실 앞 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가 그곳이다.
공짜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노숙자,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 일용직 건설 노동자, 유언장을 쓰려면 한글부터 배워야 하는 할머니 등 가장 법의 보호가 필요하면서도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어서 그저 손 한번 지그시 잡아 드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의뢰인들의 무력한 모습에서 어린 시절 이웃들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고, 별 도움도 못 되는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게 맞나 고민이 깊었다. ‘의뢰인들이 나보다 더 훌륭한 변호사를 만났다면 더 좋은 답을 얻어 가지 않았을까?’
그런데 상담을 거듭할수록 이 자리는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들어 주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뢰인들은 속 시원한 답을 원해서만 그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변호사의 돈이 되는 백 마디 조언보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관심이 더 절실하고, 그것만으로 힘이 날 때가 있다.
난생처음 듣는 별의별 사연들 앞에서 의뢰인보다 더 황망해하던 초짜 변호사를 누구의 어떤 이야기에도 맞장구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운 건 오히려 의뢰인들이었다. 학교나 책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인생 경험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고 가는 이들 덕분에, 다른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답을 줄 때, 저자는 의뢰인에게서 자기 인생의 답을 배웠다. 그렇게 사람 사이에서 사랑을 배우고 사람이 되어 가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복지사의 요청으로 엉겁결에 할머니의 재판에 동행한 변호사는 그 말을 듣고 10톤 화물 트럭에 실려 있던 돌들이 가슴 위로 떨어지는 듯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할머니를 모시고 법정에서 나왔다.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난 터라 밥이라도 들고 가시라고 하자, 집에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묶어 놓고 와서 얼른 가 봐야 된다고 하신다. 할아버지가 젊어서 바람피운 일이나, 늙어서 아픈 것도 다 감당할 수 있는데, 날씨가 궂은 날에 폐지를 줍지 못하면 벌이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할아버지를 미워하게 만드는 돈이 할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한다. 평생 게으름이나 낭비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돈의 무게에 짓눌려 있을 삶은 어떻게 감당해 내야 하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할머니를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리고, 식사라도 챙기시라고 수중에 있는 현금을 몽땅 털어, 한사코 거절하시는 손에 쥐여 드렸다. 저희 할머니가 생각나서 그런다고, 손녀가 주는 용돈이라 생각하고 맛있는 고기반찬 사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들어 주는 변호사가 있다. 법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고, 살면서 변호사를 만날 일 같은 건 없기를 바라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닥치는 불행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려고 법이 있다지만, 안타깝게도 그 법조차 내 편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 법보다 사람 편에 서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 같은 변호사가 곁에 있다면 어떨까. 당장 명쾌한 법적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 해도, 내 억울한 처지와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심정을 헤아려 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지금은 신림동이라고 불리는 난곡 달동네에서 나고 자란 천수이 변호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달동네 판자촌에서 사회운동에 헌신한 부모님과 달리, 그는 누구보다 가난이 싫어서 돈 잘 버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또다시 어려운 사람들 곁에 머물며 그들을 돕는 자리에 가게 됐다. 구청 복도 화장실 앞 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가 그곳이다.
공짜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노숙자,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 일용직 건설 노동자, 유언장을 쓰려면 한글부터 배워야 하는 할머니 등 가장 법의 보호가 필요하면서도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어서 그저 손 한번 지그시 잡아 드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의뢰인들의 무력한 모습에서 어린 시절 이웃들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고, 별 도움도 못 되는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게 맞나 고민이 깊었다. ‘의뢰인들이 나보다 더 훌륭한 변호사를 만났다면 더 좋은 답을 얻어 가지 않았을까?’
그런데 상담을 거듭할수록 이 자리는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들어 주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뢰인들은 속 시원한 답을 원해서만 그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변호사의 돈이 되는 백 마디 조언보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관심이 더 절실하고, 그것만으로 힘이 날 때가 있다.
난생처음 듣는 별의별 사연들 앞에서 의뢰인보다 더 황망해하던 초짜 변호사를 누구의 어떤 이야기에도 맞장구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운 건 오히려 의뢰인들이었다. 학교나 책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인생 경험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고 가는 이들 덕분에, 다른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답을 줄 때, 저자는 의뢰인에게서 자기 인생의 답을 배웠다. 그렇게 사람 사이에서 사랑을 배우고 사람이 되어 가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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