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없이계약서에서명하지마라!”
100만창업자가궁금해하는초보사장의협상분투기가펼쳐진다
창업은결정의연속이다.어떤사업아이템을선택할지부터사명은무엇으로할지,누구와함께일할지,그리고어느시점에확장을시도할지까지,창업자는매일같이크고작은선택의기로에선다.
그중에서도‘투자유치’는단한번의실수로창업자의향후경로와경영의방향까지송두리째바꿔놓을수있는갈림길이다.흔히투자유치는창업초기의일로여겨지지만,실제로는일정규모의매출을달성한뒤에도성장자금을마련하거나경영권을방어하기위한관문이되기도한다.문제는자금사정이급박해질수록창업자의판단이흐려지기쉽다는데있다.
당신이이제막사업을시작했다고가정해보자.간신히잡은투자자와의미팅자리는일생일대의기회처럼다가올것이다.장밋빛미래를꿈꾸며사업아이템의시장성을자신있게설명하던찰나,투자자가이런제안을한다.“운영자금5억중3억이부족하다고하셨죠?제가그금액을투자할테니,지분도60%가져가는걸로하면어떨까요?”순간머릿속이하얘지는와중에,어느새테이블위에놓인계약서초안이눈에들어온다.전환비율,상환청구권,양해각서….
익숙하지않은계약용어앞에서당신은눈앞의투자금을먼저떠올린다.돈이급한창업자에게협상은거래가아닌투자자의통보로다가온다.그렇게뭔가에홀린듯투자자에게협상의주도권을넘겨준채,회사와지분,창업자로서의권한까지흔들리는결정을하게된다.
《창업1년차김사장은어떻게투자유치에성공했을까》는바로그런초보창업자들을위한책이다.김앤장,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어프레미아에서법률,투자,창업이라는각기다른세분야를경험한저자이응진은,투자자의마음을읽고,조건을유리하게이끄는의사결정능력과협상력을키우는것이지분도회사도지키는창업자의진짜무기라는사실을일깨운다.
그렇다면이런의문이들수있다.협상을연습할수있을까?실전말고는경험할기회가없는협상이라는영역을창업자는어떻게준비해야할까?이책은실전시뮬레이션이라는스토리텔링방식을취해창업자의고민과한계를해결해나간다.가상의회사MGK를창업한상훈,MGK의투자여부를고민하는투자자영민의협상과정을따라가며,실제투자계약에서어떤질문이오가고,계약서의조항들이어떤필요에따라등장하는지를자연스럽게익히게만든다.
계약서의한문장이회사의운명을바꾼다
앞서투자자에게지분60%를넘겨준창업자의사례를책속상훈과영민의협상과정에빗대어상상해보자.“지분은제가60%를가져가지만,대표이사는상훈님이그대로맡으세요.”이처럼협상과정에서투자자가건네는말은겉보기에호의처럼느껴질수있다.하지만‘그래도대표이사는나잖아’라는안도감에덥석제안을받아들였다면,그순간상훈은돌이킬수없는실수를저지른것이다.창업자보다더많은지분을가져가겠다는건결국회사의모든중대한사안에대해투자자인영민이의사결정권을쥐겠다는뜻이다.지분율이높아이사회를구성할힘이있는영민에게는대표이사조차마음만먹으면바꿀수있는대상이다.하루아침에상훈은투자는받았지만,회사는잃는신세가되어버릴수있는것이다.
이모든사태가마치갑을관계처럼투자자의제안을거절할수없었던창업자의어쩔수없는선택으로빚어진일이었을까?애초에문제는상훈이영민의불안감에제대로대응하지못한데있다.‘기업가치’를간과한것이다.
투자자는어디까지나회수가능성을기준으로투자조건을설계한다.상훈이자금출자비율에따라지분을나누자는영민의제안을받아들인순간,그는스스로MGK의기업가치를5억원으로축소하는전제를받아들인것이나다름없었다.사업의가능성과수익구조를근거로기업가치를10억원이상으로평가했다면,그에맞춰투자조건을제안했을것이다.핵심은투자자의제안을곧이곧대로받아들이는것이아니라,그요구뒤에숨겨진투자자의본심을파악하고,이를계약조건으로조율하는창업자의판단력이다.
계약서의문구하나로회사의운명이바뀐다는사실은실전에서도입증된다.2019년12월금호건설과HDC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이아시아나항공인수를두고체결한2조5000억원규모의계약이대표적이다.이계약에는‘중대한부정적변화(MAC)’조항이포함되어있었는데,이는계약체결후회사에중대한부정적변화가발생하면,투자자가계약을철회할수있다는내용으로,투자자의리스크를방어하는역할을한다.문제는그‘변화’의범위가모호하다는데있다.코로나19팬데믹이닥치자HDC는이를근거로투자를철회했고,금호는계약해지를통보하며계약금2500억원을반환하지않았다.결과를가른건계약서의단한줄이었다.“천재지변으로인한중대한부정적영향은예외로한다.”법원은금호의계약해지가정당하다고판단했고,결국HDC는계약금을몰수당했다.
만약금호측이위와같은단서를계약서에포함시키지않았더라면,금호는계약해지의정당성을인정받지못했을것이고,결과적으로HDC에게계약금2500억원도돌려주어야했을지모른다.이처럼계약의언어는창업자와투자자를포함한이해관계인모두의리스크를결정짓고,거래의향방을좌우한다.결국투자협상의주도권은돈을가진자가아니라계약의흐름을설계하는자에게달려있다.
투자자의돈은회사를살리는혈액이될수도,회사를망치는독이될수도있다
대부분의초보창업자에게투자계약서는그자체로하나의장벽이다.겉보기엔평범한단어처럼보여도,그안에는수억원의투자금보다무서운조건이숨겨져있다.
‘상환청구권’이라는단어는그저‘상환’만을말하는듯보이지만,실상은회사가어려워지면‘창업자개인이책임지는부채’로전환될가능성을내포하고있다.‘풋옵션’이라는용어로더알려진‘주식매수청구권’역시,겉보기엔투자금을회수하기위한정당한장치처럼보이지만,회사가파산할정도의위기에처했을때투자자가이권리를행사한다면,창업자의개인재산까지빼앗겠다는전형적인투자자갑질의사례로작용할수있다.그만큼투자자의돈이가진무게와리스크는크다.
“‘투자자의돈’은창업자와그가세운회사에있어혈액과같은존재입니다.하지만혈액에독소가섞이면몸이병들고결국사망에이르게되는것처럼,계약서에치명적인독소조항이들어있는투자금은회사를병들게하고결국파국으로이끌수있습니다.”(183쪽)
투자자의돈이회사계좌에들어오는순간,그돈은단순한자금이아니라수많은권리와조건,감시와개입을동반한계약으로바뀐다.따라서계약서를읽는다는것은그안에담긴권력의구조,책임의분배,그리고미래의갈등가능성까지간파할수있음을뜻한다.그렇게창업자는투자자의심리와계약서의법적효력이라는링안팎에서고군분투해야만투자유치와더불어유의미한사업성과를낼수있다.
실리콘밸리의연쇄창업자가아닌이상,대부분의창업자는대개단한번의실패만으로도되돌리기어려운타격을입는다.투자유치에실패하거나계약서를잘못이해한대가로,사업뿐아니라삶전체가흔들릴수도있다.
그런데문제는,그런위기를막기위해필요한시간,돈,전문성모두영세한개인사업자에겐턱없이부족하다는점이다.그래서법률사무소를오가며계약서를분석할시간도,수백만원의자문료를감당할여유도없을만큼절박한이들에게,저자이응진의경험은그자체로든든한울타리가된다.법률,투자,창업의세현장을모두거친그는협상의전과정을기업투자전문가의언어로해설하고,계약서행간의의미하나하나를파악해실전감각을깨우치게한다.이책과함께라면,최소한계약서앞에서만큼은당신곁에든든한안내자가있다는걸느낄수있을것이다.
“창업자들에게는돈이없지만,투자자들에게는돈이아주많습니다.그리고투자자의돈은계좌에머물러있는대신,꿈을실현할준비가된기업으로옮겨가자신의역할을다하고싶어합니다.”(16쪽)
투자자는자본을통해새로운가능성을찾고,창업자는그가능성을실현할기회를원한다.때로는창업자에게일방적으로불리한조건이지배하는투자시장에서도,근거있는데이터와자신감을바탕으로협상을주도할수있다면,창업자와투자자모두가원하는결과에도달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