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 (시인의 아내 김현경의 사랑과 그 오랜 기억들)

시인 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 (시인의 아내 김현경의 사랑과 그 오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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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68년 6월 16일. 시인 김수영이 우리 곁을 떠났다. 불의의 교통사고였다. 온몸으로만 시를 써야 한다고 외쳤던 외로운 자유주의자 김수영의 56주기(2024. 06. 16) 즈음에 그의 특별한 서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중심 내용은 한 여인을 향한 김수영의 처절하고도 맹목적인 사랑이다. 그 사랑이 향하는 곳은 아내 김현경 여사였고, 김현경은 시인의 소리에 아방가르드한 사랑으로 화답했다. 해서 이 책 제목이 『시인 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이다. 이 책은 시인 사후 56년이 되도록 여전히 시인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김현경 여사의 구술(口述)을 바탕으로 ‘김수영기념사업회’ 홍기원 이사장이 재구성했다. 특별히 백수(白壽)를 눈앞에 두고 있는 김현경 여사의 97번째 생일(2024. 06. 20)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오래된 기억들이 버무려진 기념비적인 시간이다.
저자

홍기원

경남진해출생.고려대재료공학과를나왔다.도봉구현대사인물자료를만드는과정에서김수영유족과인연을맺은후김수영문학관운영위원장을역임했고현재는김수영기념사업회이사장을맡고있다.또한1992년부터한국문화유산답사회활동을하면서전국의문화유적지를누비고있으며한국문화유산답사회카페지기로활동하고있다.저서로는『성곽을거닐며역사를읽다』(살림,2010),『길위의김수영』(삼인,2021),『김두황평전』(어나더북스,2023)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국가폭력트라우마위에꽃피운처절한사랑,두사람의재결합에는“가자.”라는말만필요했을뿐!!
1장사직동의당돌한소녀
보름날에태어난갓난아기/경기도진위에서서울사직동으로/집에서봉변을당한다섯살소녀/“현경아,언니숙제좀해줘!”/팔방미인외할머니/선머슴언니의화려한변신/걸출한사업가아버지와두명의작은어머니
2장문학소녀와시인의만남
시인김수영과의첫만남/태평양전쟁의와중에서선생이되다/위기일발,체포령이떨어진새내기교사/해방된나라에서시를써야지/어디서든빛이나는여대생/시로는당해낼수가없겠네/박인환과임화그리고배인철
3장마침내시인과의사랑이익어가던날
충격적인총격사건과희대의스캔들/한줄기구원의빛,“문학하자!”/누구도흉내못내는아방가르드여자/나는또이별을하는구나/가장로맨틱한프로포즈,Mysoulisdark/동거,운명적인사랑에모든것을/시어머니는언제나든든한언덕
4장전쟁이남긴것,그상처가배태한것
전쟁의소용돌이속에서/끝내돌아오지못한사람들/몰살을피한아찔한피란길/피란시절의웃지못할이야기들/어둠뚫고사선넘어귀환한시인/전쟁이끝났지만다시엇갈리는두사람/불편한동거로번민이깊어지고
5장운명보다지독한사랑이었다
깊은상처는짙은그리움이었다/그날부터다시부부가된사연/선천적으로타고난연극쟁이/멋진양옥집으로탈바꿈한구수동안식처/김수영문학이피어오른구수동시절/10년간양계를하면서얻은것들/구수동을떠올리는일상의조각들
6장눈부신광휘가햇살처럼비치던날들
전란의혼돈속에서도학업을이어간동생들/꼬마기자와엔젤양장점/신문로에새롭게단장한양장점을냈지만/위대한시인이떠나가던날/잠파노의울음보다더한반성의울부짖음/마지막꿈,“서사담은생활문학관짓겠다!”
발문어떤후기(後記)-고은(시인)

출판사 서평

반드시함께있어야만했던두사람의운명적서사!
그어떤영화로도연출하기어려운지독한사랑,고통,그리움

시인김수영과그의아내김현경이주고받았던사랑과그서사는일반사람들의통념,가치관,윤리의식등에서크게벗어나있다.심지어상상력으로도두사람의위험한선택과그언어를떠올리기쉽지않다.두사람의동행에는늘삶과죽음의경계를수시로넘나들었던시대의아픔이따라다녔다.그들의첫만남은부잣집딸16세문학소녀가행색이남루하기짝이없는22살의시인나부랭이지망생을우연히만난1942년5월이다.이후편지를주고받으며문학을교류했지만,김수영은소녀에게있어그저시를잘쓰는아저씨일뿐이었다.태평양전쟁이끝나고맞이한해방정국,이화여대생이된소녀는꿈에서그리던‘백마탄왕자’같은청년과짧은연애를하지만총격사건스캔들에휩싸이며어둠에갇히고만다.이때김수영은그소녀에게“문학하자!”라고위로했고,그소리는한줄기구원의빛이되어두사람은마침내연인이된다.

무모할정도의동거생활이잠시이어졌지만현실의벽은높았다.만신창이가된김현경은“이제다시이별을하는구나!”라며절망했지만두사람은운명처럼다시만났다.바이런의시〈Mysoulisdark〉프로포즈앞에김현경은모든것을버리고가난한시인의아내가되었다.그들은마음이향하는곳으로만의지를발동했고모든편견과타자의시선에개의치않았다.절대자유,절대사랑을향한‘발칙한’발걸음에만시선을고정시켰다.두사람은‘허락되지않는사랑’을깬시대의전위였다.
하지만두사람이겪어야했던시대는혹독했다.첫아이임신때전쟁이터졌고,김수영은어느날갑자기의용군으로끌려갔다.몇차례나죽을위기에처하고매일토막난시체가나뒹구는포로수용소생활을간신히이겨내며기적처럼생환했지만,2년3개월야만의시대를감내했던김수영의상처를보듬어줄아내김현경은없었다.다른남자와살고있었던것이다.가공할국가폭력의트라우마를감당할수없었던시인김수영은밤마다술에취해짐승처럼울부짖었다.긴기다림이필요했고그것은짙은그리움이었다.오직한사람에게로만향하던그들의시선은결국재결합을만들어냈다.2년6개월의이별뒤,두사람이만나다시부부가되는데에는“가자!”라는김수영의한마디가필요했을뿐이다.

구수동시절에꽃피운김수영문학의정화!
김현경의사랑과헌신은어떤힘으로작용했을까?

이책『시인김수영과아방가르드여인』에서저자가가장강하게눈길을보내는지점은구수동시절이다.구수동시절은시인김수영을있게한안식처였다.“창작의자유는100퍼센트의언론자유없이는도저히되지않는다.창작에있어서는1퍼센트가결한언론자유는언론자유가없다는말과마찬가지다.”라고외쳤던불굴의시인,어두운시대에앞장선저항시인의아이콘으로성장하게했던곳이바로구수동이기때문이다.늘새로운시를쓰기위해몸부림치고술에취한밤이면야만의시간에겪었던전쟁의상처를단말마의울부짖음으로토해냈던시인김수영의일상에그나마온기가채워졌던시기였다.

그는아내김현경과함께양계를하면서난생처음노동의땀을흘렸고한강이내려다보는언덕에서빨래하고돌아오는아내를기다렸다.어느덧광기어린주사(酒邪)는잦아들었고국가폭력의트라우마가조금씩치유되었다.그렇게김수영문학의정화가꽃피우기시작했다.그렇지만‘영원한아웃사이드’시인에게허락된그시간은많지않았다.가혹한운명탓이었을까.그의대표작〈풀〉을발표한지17일만에세상을떠났다.오랜시간이지난후에도아내김현경은“이제살만하니떠났다.”라며그때의상실을얘기한다.
저자는이렇게얘기한다.“엄청난국가폭력에시달리면서도굴하지않고일어나‘절대자유’를향해쉼없이나아갔던시인의삶이무척이나궁금했고,그힘이어디서생겨났는지를살피고싶었다.또한시인김수영과그의작품에대한문학적평가와찬사는넘치도록많지만,그의내밀한삶에대한기록은그리많지않다는사실에주목하게되었다.”이책을통해저자는시인의고단한삶을버티게했던생명력의근원을찾고자노력했다.그러면서열정의사랑없이는위대한시인이탄생할수없다는믿음을드러내며,그믿음이이책의출발점이라말한다,즉,재결합이후교통사고로사망하기까지구수동에서의13년동안온갖주사를다받아주었던아내김현경의헌신과사랑없이는김수영문학을얘기할수없다는것이다.

일제강점기,해방정국,전쟁,4·19로이어지는격동의시대,
생생한기록으로전하는두집안의가족사와그험난한여정

김수영과김현경의젊은시절은현대사최고의격동기였다.일제강점기,해방정국,한국전쟁으로이어지며시대의칼날은두집안을예리하게후비며큰상처를남겼다.김현경의아버지는9·28서울수복의혼란기에동창생의고발로성북서에끌려가구타사를당했고,나머지가족도‘인민군부역자’로낙인찍혀몰살위기에놓여버선발로피란을가야했다.부유했던가산을모두잃고절대빈곤에신음하며고통스러운피란생활이오랫동안지속되었다.김수영의집안역시전쟁의직격탄을피하지못했다.김수영의의용군징집에이어셋째와넷째동생이인민군에끌려가다시는돌아오지못했다.기적적으로사선을넘어생환한김수영역시만신창이가되어평생의치로살아야했고밤마다전쟁의공포와싸워야했다.

너무나혹독했던두집안의가족사는오로지온몸으로만견뎌야했던현대사의질곡을단적으로보여주는생생한기록이다.이책『시인김수영과아방가르드여인』에는두사람은물론가족들과주변인물들의눈물겨운분투와삶의애환그리고그속에서피어났던뜨거운가족애와인간애를빼곡하게담았다.그중에서8남매를홀로키우며모진세월과정면으로싸웠던김수영의어머니(김현경의시어머니)의헌신과관용은뭉클한감동으로다가온다.

저자가서문에서지적한것처럼김수영작품에대한문학적평가와찬사는넘치도록많지만,그의내밀한삶에대한기록은빈약한게사실이다.그런의미에서이책이두사람(시인김수영과아내김현경)의파란만장한삶의내면을살핌으로써김수영시세계에대한이해의폭을넓히는데소중한자료가될것으로보인다.동시에그어떤여성에게서도찾을수없는독특한캐릭터의아방가르드한여인,1세기종주직전에있는김현경의거침없는대서사와뒷이야기를살피는것은이책을읽는또하나의관전포인트가될것이다.더불어평생김현경에게집착했던대학교수이종구와얽힌이야기를비롯해그시대를풍미했던임화,정지용,고은,박인환,조병화,김순남,설정식,고은,백낙청,모윤숙등의당대문인들의옛이야기는이책을읽은색다른즐거움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