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영 (장다혜 장편소설)

탁영 (장다혜 장편소설)

$19.00
Description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 원작자
장다혜의 조선 미스터리 메디컬 서스펜스
죽은 자의 땅을 파는 남자와 금박 장식을 비단에 새기는 여인
끝내 치명적인 독이 되어버린 기이한 숙명

악의 본성을 해부한 조선 의학 서스펜스

“죽음이란, 누군가에게 그림자를 맡기는 거라고.
그걸 탁영이라 한다고…”

조선 후기, 한양. 시체를 묻으며 살아온 천민 백섬은 누이 막단의 기일에 들른 훈룡사에서 목을 맨 도령을 목격한 뒤 뜻밖에도 조선의 어의 최승렬 댁 노비로 팔려간다. 외딴 별채 구곡재로 보내진 백섬은 종치고는 이상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약재 배달을 온 금박장 희제, 매를 찾으러 온 장헌과 은밀한 벗이 된다. 하지만 그 호의에는 끔찍한 이유가 숨겨져 있었음이 드러난다. 여기에 얽히고설킨 인물들 사이 펼쳐지는, 우정과 연모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랑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처절한 복수가 시작된다!
저자

장다혜

저자:장다혜
1980년생.조선시대를동경하여눈과마음은늘과거를향해있다.『탄금』으로시작하여『이날치,파란만장』,『탁영』까지줄곧시대극을다루었다.남의인생을쓰고또책임지는작가의업이가쁠때도있으나아직이보다근사한일을찾진못했다.문학과오락의경계에서의미와재미를아우르는글을쓰고싶다.현재프랑스에살고있다.『탄금』은넷플릭스시리즈제작방영중이며『이날치,파란만장』은현재TV드라마제작중에있다.

목차


1장-푸를청靑
재수좋은날/매꾼과종놈/쌈닭/구곡재의귀인/
무신년동짓날묘시생/명명/쌍룡검/설중방우인불우
2장-누를황黃
부적의쓸모/깽깽이풀/베한필의의미/인삼주와꿩백숙/
쌍룡은구름안에서쉬는법/경국비서/경의로운숙배/금불초
3장-붉을적赤
변심과결심/은자석냥/담벼락의약속/측은지심에도권태가온다/
해부형/천기누설/붉은송엽지/그믐밤,자시
4장-검을흑黑
곡하는찌르레기/귀대기/바람서리도아니되거늘/불목지기/
홀로마주안는다는것/그림자마저참한여인/묵은사연/엉킨실타래
5장-흰백白
탁영/희한한고문/가지않은길/쏘지도못할거면서/그누구도아니어야하는연모/
쪽배/금빛시치미/망초,냉이꽃그리고찌르레기

출판사 서평

조선왕실을뒤흔든독살미스터리,
뒤틀린사랑과처절한복수로말미암은끔찍한결말

『탁영』은당쟁에서비롯된단순한독살이아닌,삼사(혜민서,전의감,내의원)를통솔하는수어의首御醫가왕족과동일사주인천민을임상실험체삼아비밀리에타국의맹독을연구한다는독특한설정으로시작한다.그결괏값을활용하여위중한병증을만들어내고기막힌의술을행하는듯치료를반복하며대대로왕실을쥐락펴락길들이는것이다.그러나이야기는구중궁궐에서암투를벌이는수어의가아닌,세자와한날한시에태어났단이유만으로가혹한운명에처한매골자埋骨者,백섬의시선을따라간다.

“전이제그무엇에도의미를두지않으려고요.소중한걸굳이곁에두려고도,행복해지려고애쓰지도않으려고요.그냥자드락길에핀망초마냥흔들리면서서있으려고요.오늘도,내일도그저아무일도안일어나기만을바라면서그렇게아무의미없이살려고요.”(p.326)

평생음지에서시체묻는일을했으나각양각색의압화를만드는순수의결정체백섬과온세상과맞설듯당당함을가진여인,희제.이두사람의우정과핏빛으로얼룩지는연모,거기에희제를갖기위해의관의양심마저저버리며악을자처하는장헌과과거에발목이잡혀첫설렘앞에서좌절하는칼두령의관계가얽히고설키면서각각잔인하고,투박하며또처연하게어긋나는우정의생로병사가펼쳐진다.동시에수어의최승렬과그의아들이며세자의전담의관인장헌이의학드라마적흥미를더한다.그외에도역병의시체를묻는매골승埋骨僧,이마를땅에대어대신절하는상비?婢,나라에서고용하는맹인악사인현맹絃盲등생소한조선의업들도소개된다.그이면엔부유한상인이득세하고엄혹한박해에도천주교가번성하는등자본주의와인본주의에눈뜨는조선후기가생생하게재현되고,중인인의관집안에서정승이배출되고,인간취급못받던백정이상인으로성공하는가하면,양반집규수가천노의업인금박장을자처하는등신분이붕괴되고뒤섞이는사회상도조명된다.

“비밀까진아닌데……난매골자라고소금을맞기일쑤였어.영가들이내어깨에매달렸다고,재수없다고면전에침을뱉는사람도숱하게많았어.몸에항상시취가배어있었고엄동엔땅이얼어서시체더미에불을지르는게예사니시체태운누린내가배었고.일이많아씻을수도없는날엔밭뙈기한쪽에있는두엄더미속에서잠을잤어.시취가아니라거름냄새가나면기껏머슴으로보일테니까.그러면진휼청에가서풀죽이라도한그릇얻어먹을수가있었으니까.”
말의무게가희제를짓눌렀다.상상의범위를한참넘어선비밀이었다.희제는기껏해야어느댁누구와몰래서신을교환했다든지,부모님몰래밤마실을다녀왔다든지하는정도의비밀을들어봤을뿐이었다.한데백섬의것은중량이달랐다.먹먹하게고개가끄덕여졌다.덩치가산만한사내가꽃을띄워목욕을한다했던것은이런곡절에서비롯되었던것이었구나…….정작담담하게비밀을말하는백섬의눈빛은뾰족한가시밭길을걸어온사람이라곤믿어지지않을만큼영롱하였다.그의머리위로어룽어룽해그늘이쏟아져내렸다.(p.51)

이재욱,조보아주연넷플릭스시리즈<탄금>원작『탄금-금을삼키다』와
현재TV시리즈로제작중인『이날치,파란만장』에이은
장다혜작가의신작,조선미스터리메디컬서스펜스『탁영』

“정말제가벽사라고요?제가요?그럴리가……없는데…….”
“아이다!니맞다!팥죽뿌리고소금치는것보다천배만배강력한인간부적!그니까아홉번꺾어지야들어올수있는구곡재에고이모셔놓고으르신이직접근강까지살피시는거아이가.근데부적이막바깥으로나돌믄되긋나안되긋나?온갖때만인간들한테부대끼믄부정이타긋나안타긋나?”(본문p.104)

“너,남얘긴전혀안듣는못된버릇있어.알아?나이얘기,너한테열번은더한것같은데?나정인따위필요없어.네가임금,아니하늘님이돼도난혼인이니뭐니그딴거안해!”
“기다릴게.네가나랑,그딴거한번해보고싶어질때까지.”
“잘해야기껏갑자넘기는게인생이야.그것마저언제어디서반토막날지모르는거고.내어미,내오라비!너도봤잖아.난누군가의무엇같은건안될거라니까?철딱서니없이그냥,윤희제로살다죽을거라고!”(본문p.122)

“의관으로서신념만저버린게아니라,아예인간이길포기했구나?”
“구계며매새끼며!그건그저의술을위한도구일뿐이야!난첨단의술을행하는의관이고!”
정의라고착각할때인간은가장잔인해지는법이다.작금장헌이그것을여실히증명했다.희제는이따위인간말종과제가한때벗이랍시고말을섞었던것이소름끼치도록끔찍했다.
“의관좋아하시네!넌그저목숨으로장난이나치는악귀야!인간의도리조차모르는개망나니라고!그정도면광증이야!너미쳤다구!”(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