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산다면야

영화처럼 산다면야

$22.00
Description
영화 말고 내 말 좀 들어줘!!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와 17시간 시차를 두고 벤쿠버의 동선 작가와 서울의 이연 작가 사이에 오간 영화 수다집, 《영화처럼 산다면야》!

서로에 대한 팬레터인 양, 블로그 댓글인 양, T와 F의 교환 일기인 양, 전혀 다른 듯, 한 방향을 바라보는 두 작가의 수다 향연!

진즉에 한국을 떠나놓고도 마음만은 떠나지 못한 츤데레 동선 작가와 자기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살다 암에 걸리고 나서야 눈 뜬 늦된 욕망을 불태우고 있던 금사빠 이연 작가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서 만나 영화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로의 방식에 호감을 느끼고 열여덟 편의 영화를 함께 보고 영화 이야기를 해보기로 합니다. 수다가 쌓일수록 영화는 뒷전이고 자기 얘기에 몰두하면서 동선‘다운’, 이연‘다운’, 자기만의 색과 맛을 드러낸 글 수다 중 서른여섯 꼭지를 골라 담았습니다.

장르로는 에니메이션부터 뮤지컬, 작가주의 영화까지, 주제로는 무지와 차별, 황금만능주의, 노년의 사랑, 인간다움, 자아발견, 인간과 자연의 공생 등등. 두 사람은 열여덟 편의 영화를 가져다 놓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집니다. 잊힌 기억을, 당연한 물음을, 마땅한 품음을. 이야기마다 이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한테 눈빛을 보냅니다. 깜빡임 없는, 은은하고도 끈끈한 눈빛을. 눈을 감지 말자고. 손을 내밀자고. 목소릴 내자고. 그리고 나란히 걷자고. 다정히 팔 두르고.

두 작가의 글을 토대로 재해석한 영화 포스터와 수다를 엿들을 수 있는 이 책은 얼핏 영화 얘길 하는 듯 보이지만, 그보단 우리 삶과 사람들에 집중합니다. 이들은 영화 속 한 장면, 대사 한 마디에서 뽑아낸 실오라기를 붙들고 늘어지며 우리 눈길이 미치지 않는 그늘진 구석구석에 불빛을 들이댑니다. 그리고 잊힌 기억과 여태 보지 못한, 혹은 외면한 삶의 뒷면을 끌어와 글 타래를 풉니다. 이들의 수다가 범상치 않게 들리는 건 그들이 경계인이기 때문입니다. 암 환자인 이연 작가와 이민자인 동선 작가가 바라본 세상과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너머’의 세상을 보여주며 지금껏 맛보지 못한 책 읽는 맛과 영화를 보는 새로운 눈뜸을 선물합니다. 알싸하고도 시린.

책 속에 숨은 스캐니메이션은 덤!

저자

동선,이연

저자:동선
F호소인.고층건물시설관리기사
과민성대장증상때문에차기작기획으로'아무튼똥'을추천받았습니다
<나의이민기>,<그래도캠핑>을썼습니다.

저자:이연
읽고보고씁니다.<암과살아도다르지않습니다>를썼습니다.(세종도서선정)

목차

살고
더리더:책읽어주는남자
밑줄만-이연
자각약(自覺藥)-동선

정복자펠레
리셋버튼-동선
도망가자(feat.선우정아)-이연

남색대문
이여름끝자락엔-이연
(평생)성장통-동선

박쥐
우주의조화-동선
우주는혼돈-이연

체리향기
씨큐…씨큐…제목소리들려요?-이연
라면냄새-동선

파라노만
생각만이나를살릴수있어-동선
나랑같이혼자있자-이연

보고


삶은모험-동선
끼리끼리-이연

공각기동대
난사랑이에요-이연
난착각이에요-동선


아름다움-동선
까발림의미학-이연

바베트의만찬
강강술래-이연
각자말이김밥-동선

라라랜드
영화를(사랑)한다는것-동선
영화로운…-이연

밤과낮
연좌제-동선
개같아져요!…-이연

맺고
죽어도좋아!
그네타고갈래요?-이연
시소를타더라도-동선

씨민과나데르의별거
등을맞대고-동선
알려는마음-이연

토니에드만
니인생살어-이연
조언의조건-동선

500일의썸머
박치기-동선
난사랑을아직몰라-이연

바그다드카페
나의야스민,선희언니-이연
아줌마의길-동선

굿바이레닌
한번있었던것은없어지지않는다-동선
깜장비닐봉다리-이연

출판사 서평

두작가의글을토대로재해석한영화포스터와수다를엿들을수있는이책은얼핏영화얘길하는듯보이지만,그보단우리삶과사람들에집중합니다.이들은영화속한장면,대사한마디에서뽑아낸실오라기를붙들고늘어지며우리눈길이미치지않는그늘진구석구석에불빛을들이댑니다.그리고잊힌기억과여태보지못한,혹은외면한삶의뒷면을끌어와글타래를풉니다.이들의수다가범상치않게들리는건그들이경계인이기때문입니다.암환자인이연작가와이민자인동선작가가바라본세상과그들이내는목소리는이책을읽는독자에게‘너머’의세상을보여주며지금껏맛보지못한책읽는맛과영화를보는새로운눈뜸을선물합니다.알싸하고도시린.

책속에서

곤경에처한사람을모른척한적있나요?
…전있어요.
---p.20

그나저나,저는언제까지골방에처박혀밑줄만그으려는지.쪼잔하게.
---p.27

당신은당신을다아나요?저는이나이에도매일새로운구석을발견하는재미로사는데요.어디에이런게숨어있었지?새로만난나와의반가운악수.'
---p.57

지금은아무것도보이질않아깜깜해도이계절이끝나갈즈음엔분명남은게있을거예요.우릴성장시킬무언가가.이여름끝자락엔.
---p.58

어른이된다는건어쩌면,나자신과나를둘러싼세계에대한굳건한확신이매번흔들리는과정일수도있으니까요.
---p.62

혐오가피해의식,공포에서나온다면,그렇다면공포는어디서나오는걸까요?영화[올드보이]에서는“있잖아.사람은말야,상상력이있어서비겁해지는거래…”라고했는데,어떤상황이나상대에대해정확히알지못하는상태에서의괴로운상상력이공포로다가온다는말이겠죠.
---p.100

우리는우리와‘다른’누군가로인해우리의행복을망쳤다고하는데,정말그런가요?정작우리행복을망친건우리자신이아닐는지요.우리와‘다른’이들을틀렸다고몰아세우며그들에대한두려움을숨긴채그들을제대로알아보려고도하지않는우리자신.
---p.108

노만처럼여태아무도해보지않은걸해보기.이를테면,어깨를내어주고마음으로들어주기.당신이랑닮고,당신을걱정하는사람이어딘가있다는걸기억나게.그리고곁에있어주기.몸과마음으로.이렇게말하면서.

“나랑같이혼자있자.그러고나란히걷자.”
---p.110

복권을사지도않고복권에당첨되기를바라는사람처럼,그림이나글쓰기에아무런연습도준비도하지도않고짐처럼쌓아두고만있는건꿈이라고할수없을거예요.그냥미련이겠죠.
---p.120

영화따위하지않더라도하루하루가충분히영화같은날들이었어요.
---p.122

쓰면서알았어요.현실에선그렇게만나기힘들던사람들이노트북안에죄모여있다는걸.나랑표정이,걸음걸이가,보폭이,걷는방향이닮은이들.좋았어요.글만생각하고글로꿈꾸는내가,그런날들이,그길이.그길가에드는볕이.그볕을함께보고쬐는이들이.
---p.137

내가겪고,내주변에서발생한모든사건들을모은블랙박스영상들이있다고해서그게과연내인생의복제품이될수있을까…하는의문이떠오르더군요.내삶의시간의객관적사실만을모아서재편집했다고했을때,그것이내인생과같을수있을까하는.
---p.140

‘아름다움’이라는걸처음느꼈던때를기억하시나요?
---p.147

우리는자라면서,'각자가자신에게주어진일만열심히하고사는것이성실한삶이다’라고배웠지만,사실은그게바로[더리더:책읽어주는남자]의한나처럼자신도모르게타인을죽이는일에동참하고있는걸지도몰라요.두눈을부릅뜨고,끊임없이자기주변을살피지않으면말이에요.
---p.151

제가영화[시]에서느낀아름다움은이런거예요.어린소녀가강간당해자살한이야길세상사람들한테해야겠다.이창동감독의그마음먹음.추악하고구린내진동해도,아니,그래서더불빛을들이대고어떤일이있었는지까발리자.이창동감독마음에서일어선그용기.
---p.155

여전히음식은사람들의삶이나관계를비춰주는조명과같은역할을한다고는생각합니다.상대를축하하거나격려또는위로하려고할때,상대와같이좋은시간을보내려고할때,상대와같은식탁에서밥한끼먹음으로써내가그와같은편에있다는걸알려주기위해같이식사를합니다.그래서'식구(食口)’라는말이있는거아닐까요?
---p.171

내게있어서진정영화같은삶이란,또다시미국TV애니메이션하청일의한개톱니바퀴로사는것보다가계의안정이나이민정착을더중요하게생각하는삶이었던거죠.
---p.180

복권안산지좀됐어요.왜냐고요?돈이면다되는줄아는세상에살면서설마하니돈이싫어서는아니고.음…목빠지게기다릴미래가없어서.돈으로사고싶은설렘이없어서.
---p.181

물거품이되어사라진인어공주처럼,모든세포가글자로흩어지고날아갈때까지…쓰고싶어요.
---p.183

계획도뭣도없이여기까지흘러왔어요.그렇게또흘러가지않을까요?그러고싶어요.어디로든.어떻게든,흘러가기나했으면.
---p.185

중요한건지금핸들에손올리고어딘가로가고있는게아닐까요?그길이벗어날수없는뜨거운태양열로지글거리는꽉막힌도로든뻥뻥뚫린도로든.
---p.186

요즘저는…편파적이고싶어요.어떤무리엔무조건적으로편들고싶어요.그러니까말할수없는사람들의목소리가되어주고볼수없는이들의눈이되어주고만질수없는이들의손이되어주고…나한테그럴만한능력이있는가는몰라도,자꾸만기울어요.한쪽으로쏟아지는마음.
---p.201

맨날밥먹고행복하게살궁리만하는사람들은저렇구나.저무거운상자를들고계단을올라가면서도인상한번안쓰고입을맞추네.한여름감기에걸린할머니를위해삼복더위에옥상에서땀을뻘뻘흘리면서토종닭모가지를비트는할아버지.그더운날토종닭을삶아왔다고눈물을철철흘리는할머니.맨날사랑을연구하는사람들은저렇게사랑을하는구나.저렇게땀과눈물을떨구면서.
---p.214

오히려제겐인생에있어서‘고독’은삶의기본값정도로봐야하는게아닐지생각이듭니다.스스로나자신에대해더관심을가지고,자신과더많이대화하고,사랑하고,부끄러운일을반성하고,후회하는일을곱씹고,이러면서사람은성장을하는게아닌가싶어요.
---p.221

작년에도여름은왔고내년에도올테지만방금떠난여름은아닌.
---p.263

언젠가상업영화를다시하게되면,형이랑같이이영화의리메이크를가장먼저하고싶었어요.통독과정에서변화된독일사회를,IMF를거치면서각자도생으로바뀐한국사회로바꿔서말이죠.언제쯤만들어질지,과연투자를받을수있을지모르는영화이지만….
그래도,엔딩크레딧에맨처음나오는이름은형이름이될거예요.형.정말,미안했고,고마웠어요.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