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협업공동체‘토론의즐거움’
“다른의견을공적으로밝히면언제,어떻게불이익을당할지”도모르는시대에‘다른의견’을각자의방식대로밝히며살아온여섯이뭉쳤다.냉소와절망을덜어낸사회비평서《지금은없는시민》의저자강남규,《한국의능력주의》를쓴독립연구자박권일,CBS뉴미디어〈씨리얼〉의PD신혜림,2003년부터기자로일하며주간지《한겨레21》편집장을맡고있는이재훈,소수자들의곁이되어주었던제21대국회의원장혜영,〈직썰〉에서다양한콘텐츠실험을했던칼럼니스트정주식이다.이들은우리편이아니면적으로규정하는세상,‘옳은나’들만사는듯한사회,건전하고상식적인비판은사라지고‘누칼협(“누가칼로위협했냐”의줄임말)’과조롱만남아폐허가되어버린공론장등에대해공통의문제의식을가지고있다.그리고대안으로서‘토론의회복’을말한다.이들은‘더나은의견’을발명하기위해서서로대화를나눠보자고2022년4월부터매주토요일오전10시에모였다.
지금까지의대한민국,그이후대한민국의모든것을담았다
이책은언제나시의적절한,우리사회의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를모두아우르는포괄적인주제들을다룬다.예를들어〈조주빈의얼굴에파묻혀버린사회〉는최근에다시논란이된‘범죄자신상공개’에대해서예리하게파고든다.범죄자신상공개는‘어떻게그런일이일어났는가’에관한관심을‘가해자는누구인가’에관한호기심으로바꿔놓는다고지적한다.이로인해“피해자의고통은은폐되고,공동의의무로서사회적성찰은증발한다”는점을강조한다.‘화성오피스텔여자친구살인사건’피의자의머그샷,‘밀양성폭행사건’가해자들의신상을공개한유튜브채널〈나락보관소〉는여전히같은패턴이반복되고있다는걸여과없이보여준다.정주식은이런경향에서조주빈같은흉악범죄자가더는나오지않기를바라지만,포토라인앞에선범죄자의얼굴을보는것을기대하는대중의심리를읽어내고우리에게성찰을권면한다.
2년동안진행했던98번의토론에서응축해낸16개의키워드는더나은세상을바란다면반드시짚고넘어가야할질문으로서독자에게닿는다.이책은‘어쩌다클릭한것들’이만들어놓은알고리즘이진짜우리의삶인지(도파민중독사회),‘지불한만큼누릴수있다’는생각이왜잘못된것인지(소비자주의),짜릿한복수에쾌감을느끼지만정작그런상황을만든일에는왜무심한지(사적복수),봄날의햇살최수연,편견없는동그라미와같은이웃을현실에서도만날방법은없는지(장애담론),배우려고하지않는세대와가르쳐주려고하지않는세대만남은사회는건강한지(꼰대론),별점0점과10점만존재하는시대에서올바름을구원할방법은없는지(PC논쟁)묻는다.
《최소한의시민》은정연한논리로자신들만의답을제시하되절대적진리라고강변하지않는다.“당신이이책의모든내용에동의할필요는없다.우리함께그저소용돌이를다스려보자.그렇게조금만더,능동적이고중요한개인이되어보자”는신혜림의권유는이책의색깔을또렷하게보여준다.열린질문을건네고싶고,그저‘다른의견’에덧댈‘또다른생각’이궁금할뿐이다.이런태도가바로‘시민의최소한’이다.
독자들은여섯필자가던진질문과그들의의견을경유하여‘나의생각’을벼리게될것이다.그리고그의견을가지고또다른사람들과대화를한다면,‘더나은의견’을함께발명하는일의즐거움을만끽할수있을것이다.그즐거움은그저싸우기위한,상대방을꺾기위한대결의언어로는결코얻을수없다.이책에는조금이라도더나은대안을찾기위해부단히노력하는‘공존의언어’가가득하다.이책은공동체적가치를실현하고사회의구석진곳으로시선을돌리게하는대화의출발점이될것이다.
모두가1센티미터만큼이라도성장하는생각의협업
《최소한의시민》의각장의첫머리에는여섯필자가토론에서제시했던의견중의일부를발췌하여수록했다.해당주제를어떤태도와관점에서써내려갔을지,쟁점은무엇일지대략적인흐름을파악할수있도록구성했다.또한각주제를여섯필자가나눠서썼지만,그들모두의다채로운견해가조금씩녹아들어있다는점을알려주기위한목적도있다.요컨대이책의모든주제와글의시작점은‘토론’에있다는것을독자들에게명확하게전한다.
이책에는토론문전문2개를함께실었다.토론문자체를수록한것은우선사유의경로를직접보여주기위함이다.그리고우리에게무척익숙해져버린,“어떻게하면상대방이할말을잃게만들지”를최우선목표로하는토론이아니라모범으로서의토론을있는그대로보여주기위한것이기도하다.“서로의부딪힘속에서모두가1센티미터만큼이라도성장하는것”(강남규),“배틀(Battle)이아니라협업”(장혜영),“대화의우발적마주침속에서대안의오솔길을넓혀가는작업”(박권일)이라고말한필자들의말에서토론에임하는태도를발견한다.
첫번째토론문〈왜우파정권들은도서관을싫어할까〉에서는현정권을비롯한보수우파의출판계,도서관탄압에대해서이야기한다.송경진전마포중앙도서관장파면사건과같은보수정권의만행을다루는데그치지않고도서관의공공성,희망도서제도의명암,사서노동자의실태,‘작은도서관’의존재의의등다양한주제로논의가이어진다.두번째토론문〈우린아직어른이안됐는데홍세화는없네〉는일종의오비추어리다.삶의마지막순간까지시대의어른이었던홍세화를추모하며그의유지를돌아보는시간을가졌다.이들이각자말하는홍세화의궤적에서‘시민의정체성’을발견할수있다.
우리가빠뜨린게무엇인지들여다보게만드는시민의언어
이책은하나의끝이자또다른하나의시작이다.여섯필자가열띤토론을거친후에거기에서얻은의견들을가지고각자의방으로들어가정제해낸결과물이라는점,그리고혐오와차별이난무하고적대와불신이횡행하는시대의흐름을‘끊어내고’싶은필자들의소망을담았다는점에서‘끝’이다.우리가빠뜨린게무엇인지들여다보게만드는시민의언어,서로를존중하며서로에게연결되려는말이가득담겨있다는점에서는‘시작’이다.‘이미늦었다’는냉소의말을따르지않는사람들이늘세상을바꿔왔다.그들은인간이하는일가운데‘불보듯뻔한일’은단하나도없다고생각한사람들이다.아주작은것부터시작하기를주저하지않은사람들이기도할것이다.이책의여섯필자가그런사람들이다.이들과같은방향으로가고싶다면이책은최소한의선택이자최선의대안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