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17.80
Description
한국 최초 전미도서상 후보, SF 작가들의 작가
김보영 첫 창작론!

핵심이 틀려야 시작되는 이야기 《종의 기원담》 《쿼런틴》부터,
이중 스토리라인으로 독자를 놓치지 않는 〈0과 1 사이〉 〈인터스텔라〉까지
김보영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세계를 사로잡은 SF 서사의 비책!

“내가 집필하며 체화한 방식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했다”
SF의 상상력이 필요한 현대의 모든 작가를 위한 필독서
한국에 SF 출판시장이랄 것이 없던 십 대 시절부터 작품을 쓰기 시작한 저자가 2000년대 초반 구상한 로봇 이야기는 2021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다. 그사이 저자는 SF어워드에서 두 번 대상을 받았고, 청혼을 위해 소설을 써달라는 독자의 부탁으로 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추진 중이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시나리오에 자문역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요컨대 김보영은 한국 SF의 기원과 성취를 동시에 품은 작가다.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는 ‘SF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저자가 데뷔 이후 직접 체화한 창작의 방법론만을 엮어낸 책이다.

신인 시절 “읽을 마음이 조금도 없는 사람에게 내 글을 읽히려면 어째야 하는가”를 고민했던 저자는 작법에서 길을 찾고자 했다. 작법서를 섭렵하기 시작했고, 이 분야의 충실한 독자로서 지금껏 그가 읽어온 작법서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을 이 책에 담고자 했다. 과학을 몰라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이중 스토리라인, 하드SF의 ‘모범작’으로 호출되지만 알고 보면 가장 핵심적인 것이 틀리기에 서사가 시작되는 그렉 이건의 《쿼런틴》 등 폭넓은 예시와 함께, 저자는 그간의 집필 과정을 돌이켜보며 체득한 원칙들을 어떤 문학이론에도 기대지 않고 힘 있는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준다.

창작의 어려움과 그 본질, 그 끝에서 만나는 아이러니의 풍경들 속에서 촌철살인의 명언과 대가의 유머를 마주하며, 결국 이 실질적 조언들의 연원이 문학의 본질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장르 이전에 작가가 있다”는 저자의 선언에서 드러나듯, SF는 형식의 범주로 판단하기 이전에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고 재현하는 문학의 한 갈래로 보아야 한다. 그 서사에서 세계는 인물만큼 중요하다. SF적 상상력이 더욱 필요해지는 현대의 모든 작가들뿐 아니라, 이 장르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더 깊이 즐기기 위해 읽어야 할, 김보영 작가의 ’작법 에세이’다.
저자

김보영

한국의대표적인SF작가중한사람이다.
《종의기원담OntheOriginofSpeciesandOtherStories》으로2021년전미도서상후보에,같은해발표한단편〈고래눈이내리다WhaleSnowsDown〉로로제타상후보에올랐다.《당신을기다리고있어I’mWaitingForYouandOtherStories》는세계적SF거장의작품을펴내온미국하퍼콜린스에서출간된이후,할리우드에서영화화추진중이다.봉준호감독의영화〈설국열차〉의시나리오자문을맡기도했다.'SF작가들의작가'로평가받으며,2000년대이후신진SF작가들에게여러영향을끼쳤다.
게임시나리오작가및기획자로활동하다가2004년〈촉각의경험〉으로제1회과학기술창작문예중편부문에서수상하며작가활동을시작했다.《7인의집행관》으로제1회SF어워드장편부문대상을,〈얼마나닮았는가〉로제5회SF어워드중단편부문대상을받았다.
지은책으로장편소설과중편소설《7인의집행관》《저이승의선지자》《천국보다성스러운》《역병의바다》등이있고,소설집《얼마나닮았는가》《다섯번째감각》외공동작품집과공동SF논픽션다수가있다.J.김보영이라는필명으로웹소설《사바삼사라서》를연재한후종이책으로펴내기도했다.

목차

시작하며

쓰기전에
당신이먼저있고그다음에장르가있다
왜내가쓴글은잘쓴것같을까
아이디어란(도대체)무엇인가
아이처럼공부하기

쓰기
SF서사의주역은둘이다-인물과설정
타인에게는주관이있다
세계는이어져있다
핵심을틀려라-그리고쓸데없는것은정확하라
시간은상대적으로흐른다
이중구조로전달하기
독자의기억력과집중력을배려하기

쓰고나서
퇴고와평가듣기의기술
악플에상처받지않는법
중요한것은눈에보이지않는다

여담
SF의독법은따로있는가
‘아쉬발꿈’은왜사랑받지못하는가
‘시각적인묘사였다’
루틴

마지막으로

출처
주석

출판사 서평

SF?우선그대의글을쓰라
“만약그대가한껏자유로워진다면
그글은어쩌면SF에가까워질지도모른다”

“인간과비인간의인간적초상을나란히그려냈고동시대사회적,환경적이슈들에관해사유한다.”
_《종의기원담》에대한전미도서상심사위원단의심사평

“김보영의소설은그자체로숨막히는영화적예술작품이다.〈매트릭스〉〈인셉션〉〈다크시티〉에서경험했던세계를떠올리게하면서도전혀새로운구조로우리를이끌며획기적이고신비로운문학적,영화적경험을선사한다.정말로강렬하면서도우아하다.”
_《당신을기다리고있어I'mWaitingForYouandOtherStories》에대한봉준호영화감독의서평
“김보영의책은레이브래드버리와어슐러르귄,무라카미하루키의책옆에놓일것이다.”
_《고래눈이내리다WhaleSnowDown》에대한〈퍼블리셔스위클리〉의서평

이처럼기념비적SF작품들을써온작가이지만,그역시신인시절SF가뭐냐는질문을받을때마다공부해서답을해야했다.그건마치처음외국에간한국인이“한국은어떤나라인가?”“한국인의특징을설명해달라”고질문받은것과같다는것이다.지금은어떨까?베스트셀러최상위권에서SF소설을심심치않게만날수있고,‘(SF적)세계관’이뚜렷하고매력적인작품들이전세계넷플릭스관객들을사로잡는시대이지만SF는여전히,어쩌면더욱종잡을수없는개념이되었다.

종잡을수없는SF에도전하는예비소설가들에게저자는“당신이SF를쓰고싶다는마음만으로글쓰기를시작하지는않기를바란다”조언한다.SF도다른소설과마찬가지로구체적이고실체가있는개인적관심사에서출발해야한다는것이다.경쟁교육에문제의식을느낀저자는자신의학창시절을재현한다는분명한목적으로〈0과1사이〉를썼다.어슐러K.르귄은아나키즘적인공동체사회의사고실험을위해《빼앗긴자들》을썼고,도리스레싱은괴물을임신하는여성을통해출산의공포를그린작품《다섯째아이》를썼다.무엇보다중요한건‘당신의관심사를,당신을웃고울고설레게하는것을,자유롭게쓰는것’이다.

“무엇이당신의당면한관심사인가.
무엇이당신을웃고,울고,설레게하는가.
그것을표현할적절한방법이SF에속한다면SF를쓰라.그렇지않다면그저자유롭게쓰라.아마도SF라는폭넓고너그러운장르는그대의자유로움을포용할수있을것이다.만약그대가한껏자유로워진다면그글은어쩌면SF에가까워질지도모른다.”(본문에서)

저자는SF를쓰려는이들에게그개념에갇히지말고자유로워지기를독려하면서도,SF에는그만의고유한매력이있음을강조하며,SF를쓰기위해자신이체화한방법론을명쾌하게제시한다.그렇다.SF를정의하는것과는별개로분명한점은,어떤경이로운SF작품은인식의지평을넓혀주고황홀경에가까운체험을선사하기도한다는것이다.그런매력에빠져본이들은열렬한독자가되고,나아가작가를꿈꾸기도한다.그러면어떻게해야좋은SF를쓸수있을까?

좋은SF를쓰기위한비책1
-SF의서사의주역은둘이다

첫번째핵심은‘소설의3요소’인인물/사건/배경가운데SF에서는‘배경’이인물만큼이나중요하다는것이다.더정확히말하자면‘설정’이다.저자는주인공과마찬가지로설정은보편적으로하나이기에‘주설정’으로정의한다.이주설정은주인공과함께서사를이끌고,역시주인공과함께갈등의중심에있어야하며결국그해결도주인공과함께해야한다.영화‘캡틴아메리카’시리즈의주설정은‘방패’다.이이야기는유약한주인공이유약한방패인쓰레기통뚜껑을여는것으로시작된다.‘어벤져스’시리즈의주설정은‘모임’이며,그많은영웅들이모이는결말은적을물리치는장면보다도더중요한순간이다.

나쁜예로는조스웨던감독판본의〈저스티스리그〉를들수있다.이영화는중간에배트맨이죽은슈퍼맨을되살리기로했을때서사의힘을잃는다.이작품역시주설정은‘모임’이며,한명의강한인물이모든것을해결하는것이아니기에,그러한결정은마치주인공이사망한것처럼이야기의흥미를잃게만든다.저자의경우는어떨까.《저이승의선지자》에서저자는‘사후세계가실상모든생물이하나의생물인세계’라는상상에서출발하여‘세계는하나의생물이고우리는그파편이다’라는주설정을도출한다.따라서서사의갈등은‘합일’하느냐‘분열’하느냐이고,이둘을각각대변하는인물이주요인물이된다.그리하여이야기는이렇게시작된다.‘주인공나반은분열하려는아만과합일하고자한다.’

좋은SF를쓰기위한비책2
-가장핵심적인것을대놓고,뻔뻔하게,빼째라며틀려라

‘좋은SF는과학적으로엄밀해야하는가?’이논쟁에저자는다음과같은명쾌한답을제시한다.

ㆍ소설에서가장핵심적인것은틀려라
ㆍ그외의쓸데없는것들은과학적으로엄밀하라

하드SF의정수로불리는《쿼런틴》은양자역학에기반한소설이다.입자수준의미시세계에서일어나는불확정한가능성이거시세계에서도일어날수있다는상상에서출발한다.과학적으로아예틀린상상이전제되는것이다.하지만그부분이틀리지않으면?소설은시작도할수없다.역시세계적인SF작가테드창의〈바빌론의탑〉은우주가원통형이라는전제에서시작된다.당연히도사실이아니다.저자의《종의기원담》에는의식과자아를가진로봇들이등장한다.현재로서는상상의영역이지만이를전제하지않으면이소설은태어날수도없었다.

여기서핵심은틀린것들이모두이야기에서중요한역할을한다는점이다.‘스타워즈’시리즈에서팬이라면모두좋아하는초광속우주선팔콘은주인공이위기에빠졌을때탈출시켜주는중요한역할을한다.그런데만약팔콘이아무쓸모가없는배경중의하나라면?초광속으로날지말아야한다.과학적으로엄밀해야한다.저자는이를‘체호프의총’원칙의맥락에서설명한다.이야기에서총이나왔다면반드시사용되어야한다는것이다.

그러나이원칙은또다른한가지원칙으로보완되어야한다.핵심외의중요하지않은모든것들이엄밀해야한다는것이다.《쿼런틴》에서핵심이외의다른모든것들은최대한과학적인근거하에진행된다.〈바빌론의탑〉은원통형우주를발견하기까지탑을쌓아올리는동안중요하지않은모든부분,즉벽을뚫고,쌓는건축적인모든과정이매우현실적이다.핵심적인것외의모든부분에서는독자들이소설을읽는동안몰입할수있을만큼개연성을확보해야한다.개연성의해상도가높은만큼몰입감도커진다.

“뻔뻔하게틀리라.
그런뒤에는틀렸음을알라.그걸모르면또다른측면에서문제가있다.일상생활에문제가있을것이다.그뒤에는그틀린세계를진심으로믿으라.진심으로믿고그진실함속에서세계를펼쳐나가라.(...)
얼마나뻔뻔하게틀렸는가가독자에게쾌감을주며,그틀린세계를얼마나엄밀하게펼쳐나갔는가가두번째쾌감을준다.둘은상호보완적이며어느하나만으로는SF가충분히아름다워지지않는다.”(본문에서)

좋은SF를쓰기위한비책3
-이중스토리라인으로독자를놓치지말라

사람들은왜SF를어렵다고느낄까?저자는이물음에깊이고민하면서도,다른한편으로다른문학보다정보량이많은SF가쉽기만을요구한다면그역시뭔가본질을잊은것이라고설명한다.SF는어렵다는인식이있는반면,팬이라면이장르를깊이파고드는경향이있기도하다.그렇다면SF를좋아하는사람들은과학을더잘알아서팬이될수있는걸까?최근국내베스트셀러SF의경우를보면그렇지도않은듯하다.전체시장규모가커진것은아니라는사실을보면,과학을잘아는독자들이새롭게SF시장을창출했다기보다는일반문학독자들이더관심을갖게된것으로도보인다.

저자는자신의단편〈땅밑에〉를강의자료로쓴대학강사로부터학생들의90퍼센트가마지막반전을눈치채지못한다는이야기를듣는다.어려운과학을쓰지않았는데도그렇다는것이의아한데,다른한편으로는과학을있는대로때려넣고양자역학에시간여행이론도집어넣은작품〈0과1사이〉는사람들이잘이해한다는사실에또의아해한다.저자는그이유를〈인터스텔라〉의성공에서도찾아낸다.이영화에서는〈0과1사이〉와마찬가지로두개의스토리라인이흘러간다는것이다.〈인터스텔라〉는‘블랙홀안까지들어가시공을초월하여인류를구해내는경이의이야기’이면서동시에‘아버지가딸보고싶어하는이야기’다.과학을몰라도애끓는부성애의서사에충분히값을치를만하다는말이다.

창작은모든면에서만점을향해달리는시험이아니다
한경지를이루는세계다

작법의핵심은명쾌하게제시하고,쓰기전후작가의준비과정과작품을대하는태도들도폭넓게다룬다.〈쓰기전〉과〈쓰고나서〉장들에서도저자만의창작론을깊이들여다볼수있다.가령저자는‘완벽주의가모든것을적당히하는것’이라며경계한다.창작은시험이나학교과제처럼만점이있는세계가아니다.‘점수를매기는세계가아니라,경지를이루는세계다’.모든면에서완벽한글을추구하면밋밋한글이나오기십상이다.명작은어떤부분은기이할정도로모자라지만어느부분은놀랍도록튀어나온모습으로완성된다.

‘소설을쓸때메시지를생각해야하는가’라는오래된논쟁에저자는‘창작하기전에는메시지를의도할필요가있지만,창작하는중에는의도하지않아야한다’고명확히정리한다.소설에서는강조해야할메시지,혹은윤리자체보다그것을경험하고체화하는것이더어렵고중요하기때문이다.좋은창작은메시지를진실로체험하게하며,그런체험이일어나는세계를현실처럼느끼게하는것이야말로기적같은일이다.세계를살아있게만드는방법은오직소설전체하나하나의디테일이며,그러기에창작자는이렇게말하는것이다.“나는메시지를생각하지않는다.디테일만을생각한다.”

작법도이와같다.저자는마지막으로작법을체화하되,작품을쓸때는잊으라고당부한다.걸작은결국작법에서하지말라는짓을할때나오기에.걸작을만드는그러한돌출과변칙은그저순수한몰입한가운데,지극의확인과무아지경에서나오기에.진실로SF를쓰려는이들에게저자가기꺼이나누는지혜를들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