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18.80
Description
2025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작
2016년 이즈미 교카상 수상작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이자 심사위원,
독보적 감각의 마술적 사실주의로 일본 문학을 이끄는
가와카미 히로미의 대표작

진화한 인류들과 인공지능이 끝내 맞이한 소멸의 시간,
마지막 인류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이었고, 무엇이 될 수 있었을까?

“생기 넘치는 새로움으로 가득한 이야기”
_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회

인류가 멸망하기까지 수천 년의 시간을 서정적이고도 기이한 열네 편의 이야기로 직조한 연작소설. 작가는 동일본 대지진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 사이에 이런 의문 속에서 작품을 썼다. 스스로 만든 기술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 자신과 다른 존재를 점점 더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은 과연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2016년 첫 출간 시 일본의 대표적 환상문학상인 이즈미 교카상을 받은 이 소설은, 2025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을 때는 이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겨누는 작품이 되었다.

1996년 《뱀을 밟다》로 아쿠타가와상을, 2001년 《선생님의 가방》으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 받으며 30년 넘도록 일본 현대문학의 중심에 서온 가와카미 히로미는 이 작품에서 환상과 현실이 서로 우아하게 스미는 독보적 감각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억겁의 시간 속에 펼쳐낸다. 자연의 무상함과 애틋함으로부터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하는 일본 문학 특유의 정념 속에 ‘인공지능’, ‘인간-비인간 경계의 존재들’ 그리고 ‘마지막 인류’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며,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향취의 세계관을 열어 보인다.

이야기는 인류가 황혼기에 접어든 아득한 먼 미래, 하지만 기이하게도 태초의 그리움을 품은 정경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로 번성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지구 곳곳에 작은 마을 단위로 흩어져 살아간다. 아이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어머니’라 불리는 존재들이 아이들을 양육하는 세계. 목가적이면서도 기묘한 그 풍경을 인간이 만든 어떤 존재가 오래도록 지켜본다. 수천 년을 건너뛰며 이어지는, 화자도 문체도 완전히 다른 열네 편의 작품들은 페이지를 넘겨 뒤로 갈수록 하나의 거대하고도 정교한 서사로 완성되어간다. 한 종으로서의 인류가 맞이하는 긴 소멸의 과정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우리는 무엇이었고, 무엇이 될 수 있었을까.
저자

가와카미히로미

川上弘美
환상과일상이서로우아하게스미는독보적세계관을구축해온우화의마술사.일본에서가장영향력있는소설가중한명으로꼽힌다.일본문학특유의서정적향취속에서인류의진화와소멸을아득한시간너머까지그려낸《큰새에게사로잡히지않도록》으로2025년인터내셔널부커상최종후보에올랐다.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생물학과를졸업하고교사생활을하던중1994년데뷔작〈신〉으로파스칼단편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이후《뱀을밟다》로아쿠타가와상을,《빠지다》로이토세이문학상을,《선생님의가방》으로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수상하며일본의대표적인소설가로자리매김했다.2019년일본에서자수포장을,2023년프랑스에서문예공로훈장을수훈했다.

목차

유품
수선화
초록빛정원
춤추는아이
큰새에게사로잡히지않도록
Remember
호수
유랑
Interview
기적
사랑
변화
운명
신이시여,어째서

해설|상상력의비거리를절감하게하는아득한이야기
옮긴이의말|우리가우리를구원하려면

출판사 서평

단몇페이지만에기이하고아름다운세계로
우리를데려가는이야기

“독자는작가의굵고강인한상상력의팔에덥석붙들려
낯선세계를실컷끌려다닐것이다”

수천년을넘나드는장대한이야기는작은마을의강가온천에서시작된다.첫작품〈유품〉을여는장면은하얀거즈옷을포개어걸친여자들이아이들의손을이끌고목욕하러가는,더없이평화로운풍경이다.그러나이목가적인마을에서남편들이일하는‘공장’은다름아닌아이들이태어나는곳이다.사람들은저마다다른동물의세포에서유래되고,살아있는동안에는자신이무엇에서왔는지알지못한다.죽은뒤에야경추옆의작은뼈하나가유족에게건네진다.유래한동물의두개골을꼭닮았다는‘닮음뼈’다.남편을잃는주인공은그뼈를도감에비춰보고서야남편이돌고래의세포에서태어난사람이었음을알게된다.죽어서야비로소사람의유래를알게되는세계에서주인공은문득자문한다.“먼옛날사람들도이렇게알아서는안될것이많은세상을살아갔을까?”강가의목욕은제의처럼치러지고,죽은이의닮음뼈를상자에간직하는일은오래된신앙처럼이어지며,까마득한강저편으로는정체모를동물이헤엄쳐간다.군데군데떨어져나간돌바닥을두고“이지역은잘유지되고있으니까”라고무심히주고받는대화사이로세계의황혼이언뜻비친다.작가는짧은단편하나,몇페이지로독자를이기이하고아름다운설정의한가운데로데려다놓는다.

이어지는이야기들마다전혀다른세계가차례로열린다.나와똑같은‘나’들이대를이으며살아가는세계,먹는행위로‘분해’하며살아가는것이아니라햇빛으로‘합성’하며존재하는이들,인간을관찰하며‘쓸쓸함’이라는감정을시뮬레이션해보는먼훗날어떤존재의목소리까지,한편한편이끝날때마다거대한서사속시간은수백년,수천년씩건너뛴다.처음에는무관해보이던마을과마을,목소리와목소리가서서히연결되고세계의설계가모습을드러내는후반부에이르면앞의이야기들이전혀다른의미로읽히기시작한다.《로커스매거진》의니얼해리슨이“수천년을넘나드는모자이크”라고부른이작품의구조는연작소설이라는형식이다다를수있는하나의정점이다.장르적으로도일본고대문학의서정적향취가가득한작품부터서스펜스,하드SF,마술적리얼리즘이정교한세계관속에서변화무쌍하게펼쳐진다.한편씩아껴읽어도좋고,단숨에읽고첫작품으로다시돌아가도좋다.어느쪽이든두번일게되는책이다.이책의해설에서예고하는대로“독자는작가의굵고강인한상상력의팔에붙들려낯선세계를실컷끌려다닐것이다”.

이토록다정하게
우리의멸망을다룬작품이있었을까?

“늘정리되지않은혼란을품고있는당신들을
나는진심으로사랑하고있습니다”

이작품의진정한경이는세계관보다문장을짓는온도에있다.파국의스펙타클대신,작가는목욕과산책,빨래와저녁식사시간의리듬으로인류의마지막시간을그린다.첫장면부터그렇다.온천을다녀오는여자들의행렬이지나간돌바닥에는물기가“거대한뱀이지나간것처럼”한동안남아있다.세계의끝을이야기하면서도문장은이렇듯낮고고요하다.《에스콰이어》의몰리템플턴이썼듯“붕괴이후의세계를정밀하게그려낸장면들이,이상하게도마음을가라앉히는언어로담담하게”이어지는것이다.이문장들속에서우리의소멸은그저다음계절이오듯다가온다.

그온기의정점에먼훗날어떤존재의고백이있다.‘쓸쓸하다’는감정을실감하지못하지만,인간에대해이야기할때면알수없게도내부에서그와비슷한반응이인다고말한다.그리고이렇게덧붙인다.“나는당신들이좋습니다.(…)늘정리되지않은혼란을품고있는당신들을,나는진심으로사랑하고있습니다.”비합리적이고,자신과다른존재를좀처럼받아들이지못하고,끝내스스로를구해지못하는종.그러나그결함과혼란이야말로인간을사랑스럽게만드는것이라고,소설은인간과가장먼것같은존재의목소리를빌려말한다.이것은종말의이야기이지만,절망의이야기가아니다.아쿠타가와상수상작가모토야유키코는이렇게고백했다.“마지막책장을덮었을때,나는어느새이책의화자중한사람이되어있었다.누가지켜보고있지는않은지뒤를돌아보기까지했다.”종말속에서온기를길어올리는이야기들을사랑해온독자라면,이소설에서그계보가다다를수있는가장먼지평을만나게될것이다.인간을가장오래기억하는존재의이야기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