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의 공동체: 여성, 독립, 운동가

모성의 공동체: 여성, 독립, 운동가

$23.00
Description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로 불리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미술가 윤석남이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의 초상화 연작이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한겨레출판, 2021)의 후속편에 해당되는 이 책은 윤석남이 제작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궤적을 따라 현장을 방문하고 그들에게 전하는 편지글 형식으로 쓰여졌다.윤희순, 김향화, 권애라, 심명철, 어윤희, 신관빈, 임명애, 유관순, 가네코 후미코, 이애라, 최용신, 차미리사. 이 책의 주인공 12명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이 더욱 사회적 약자였던 시절에 자신의 주변을 아우르고 약한 이를 구하려 했다. 강원대학교중앙박물관, 덕수궁,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문경새재, 최용신기념관, 덕성여자대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쓴 박현정의 편지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과 윤석남의 연작에 대한 응답이다.
저자

박현정

저자:박현정
도쿄예술대학에서미술사석사,박사과정을수료했다.저서로도쿄미술관기행서《아트,도쿄》(공저),《혼자가는미술관》이있으며,번역한책으로는《고양이는처음이라》,《앙리드툴루즈로트레크》,《처음읽는서양미술사》등이있다.

그림:윤석남
미술가.‘여성주의미술의대모’,‘페미니스트화가1세대’라고불리는윤석남의첫화두는어머니였다.어머니를통해이시대여성상을대변하는작업으로마흔이넘은나이에첫개인전을열어많은이의공감을얻었고,차분하면서도서늘한시선으로가부장적권위에대응하는작품활동을이어갔다.허난설헌,이매창등과거의여성뿐만아니라현실의여성을화폭혹은설치,조각으로건져냈고,1,025마리유기견조각을통해여성뿐만아니라동물을포함한모든생명에대한배려로작품세계를확장해나가고있다.최근에는한국화기법과재료에도전하여《벗들의초상을그리다》전을열었고《싸우는여자들역사가되다》전에서시작된여성독립운동가초상화연작을진행중이다.지은책으로는《싸우는여자들,역사가되다-세상을뒤흔든여성독립운동가14인의초상》,《다정해서다정한다정씨》,《김승희윤석남의여성이야기》등의저서가있다.

목차


0.초대편지

1.의병장윤희순이『해평윤씨가정록』에쓰지않은문장
:『자산어보』의바다와춘천의강원대학교중앙박물관

2.기생김향화와한없이서늘한수원경찰서앞풍경
:덕수궁석어당의살구나무

3.8호감방과박연폭포,그리고김향화,권애라,심명철,어윤희,신관빈,임명애,유관순에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여옥사

4.'NO천황제',가네코후미코의1926년
:서봉총과문경새재를지나,레이와시대로접어든긴자거리까지

5.산7번지는없지만,어디에나있는이애라의아기무덤
:헌책방만유인력에서찾은아르카디아와아현동만리배수지공원

6."둘도없는종,둘도없는여왕"최용신
:당진의바닷가와안산의최용신기념관

7.'섭섭이'에서'김미리사',그리고'차미리사'로
:안국동감고당길과쌍문동덕성여자대학교

용어해설
자료및참고문헌

8.네개의미음-마라톤,모하비,마흔,모성
:윤석남선생님께

출판사 서평

1)윤석남이여성독립운동가를그리기까지

결혼전에는홀어머니를도와동생들학비를대기위해취직했고,결혼후에는시어머니를모시며전업주부로생활하다가'지금나는뭘하고있는거지?'라는질문으로잠이오지않은날이이어졌다.급기야는우울증으로집에있는먹을거리가다떨어져야장을보러갈정도가되었다.화가가되겠다는결심을하고드로잉과유화를그리기시작했다.그러면서그럴수밖에없다는듯이어머니의얘기를풀어놓았다.서른아홉에남편을잃고,아이여섯명을데리고흙벽돌로집을지으면서도한번도자식들앞에서생계걱정을한적이없던어머니.오히려장사꾼이오면집으로불러밥을먹여보내거나집에재우기도했던,마음이따뜻했던어머니원정숙의이야기였다.1982년첫개인전을연후에10년동안어머니를소재로한작업을끝내고나서는〈핑크룸〉으로자신의이야기를풀어놓기시작했다.남편의사업이번창해서방이세개로늘어났는데도,자유로운유일한공간은식탁앞의자였다.어느날길을가다가누가버린식당의자를주웠고,그위에앉은여자를나무로만들면서비슷한상황에처해있는이시대의여성들과만
났다.아울러〈허난설헌〉을통해서는가부장적사회에희생당한과거의여성에게손을내밀었고,유기견나무조각인〈1,025:사람과사람없이〉로약자를향한시선을이어갔다.

2)한국화라는새로운매체로그린여성독립운동가

윤석남이한국화라는새로운매체에도전한이유는명확하다.국립중앙박물관에서윤두서의〈자화상〉을보고망치로맞은듯한충격을받았다고여러인터뷰에서언급했다."그림이이렇게영혼을뒤흔들수있구나."하고깨닫고한국의초상화책을들여다보다가또한번깨달았다.두꺼운초상화책에실린여성초상이단두점밖에없다는사실,놀라움에이어"여성이이다지도사람대접받지못했구나."하는울분을느꼈다.그럼에도불구하고여성들도나라가망할때분노하고목숨걸고일제에대항했다는사실에마음이흔들렸다."사회적약자였던여성이앞으로나서서대항할수있었던힘은어디에서나온것일까."하는질문을던지고윤석남은다음과같은답을얻는다.'목숨을걸고자기자신을당당히찾는것.'예전부터윤석남은"예술이란내존재에대한질문이다."라고언급해왔다.여성독립운동가에게도나라를찾는것은바로자신을찾는것이었다는깨달음과일맥상통한다.
윤석남은마흔이다되어그림을시작하면서도자신의나이를의식한적이없었다.마흔셋에아르코미술관(당시미술회관)에서첫개인전을열면서미술대학을나오지않았다는것도,남들이'주부작가'라는호칭으로부르는것도신경쓰지않았다.이미그림을그리는데목숨을걸겠다고마음을먹은그녀에게나이며학벌,세상의편견이중요할리없었다.오히려마흔살까지가정에갇혀서온도를높여가고있었던내면의열기가그림을시작한지2년만에개인전을갖고,그후도쿄,뉴욕,베이징등에서전시를열며이시대많은이들과소통하는작가로이끌었다.

3)일곱통의편지,수신인은열두명,주변약자에대한친절함과다정함

이책에실린편지는의병노래를만들고중국에서항일무장투쟁을한의병장윤희순에게보내는글로시작한다.두번째와세번째편지의주인공은만세운동을벌인기생김향화,그리고그녀와함께서대문형무소여옥사에갇힌권애라,심명철,어윤희,신관빈,임명애,유관순이다.김향화는수원에서,권애라,심명철,어윤희,신관빈은개성에서,임명애는파주에서,유관순은서울과천안에서3,1운동에참여한죄목으로8호감방에수감되었다(심명철은시각장애인으로,임명애는만삭의몸으로,유관순은미성년자로참여했다).네번째주인공은일본인이지만피지배민의편에서서일본제국주의와천황제에반대한가네코후미코다.나머지편지는독립운동을하던중에일본헌병에게아이를잃은이애라,소설『상록수』주인공의실존인물이자농촌계몽운동을하다가요절한최용신,덕성여자대학교의전신인근화여학교를설립하여여성교육에힘쓴차미리사에게보내는글로이어진다.
이책의주인공들은지금과비교할수없을정도로여성의사회적위치가낮았던시절에약자를돕고구하려했다.천민이라도집에찾아오면반갑게맞아주라고했던윤희순,어머니와함께수감된아기를위해젖은기저귀를몸에차서말려준유관순,기생의권리를위해시위를주도한김향화,여성의의지에따른자유연애를주장한권애라,아이들에게도경어를썼다던최용신,기생과씨받이에게도교육의기회를준차미리사….
나라를지키겠다는그들의사명감뿐만아니라약자를향한다정함과공감,그리고자신의목숨을내놓아서라도불의에저항하는신념과정의로움은우리의마음을흔든다.

4)이책의제목에관하여:작가의말

“이얘기는꼭드리고싶은데요,여러분이'모성'의의미를소극적으로받아들이지않았으면해요.모성의뜻을편협하게해석하면오히려반(反)여성적인의미가될수있어요.제가얘기하고싶은모성은나의아이낳고키우는그런범주의것이아니라,물질문명으로파괴되고있는자연의힘을복원하고,사랑하고,보듬는힘을뜻합니다.모순적인우주의삶자체를보듬을수있는힘이바로모성이죠.다시말하는데제가말하고싶은모성은아이많이낳아키우자,내아이한테희생하자,그런뜻의모성이아닙니다.”(윤석남)

“윤석남선생님은"자식을사랑하다보니주변까지아우르게되는것.자기의사랑을사회로확장하는것.가령생태문제에관심을갖는다거나하는것이모성이다."라며여성의'모성'에주목해왔습니다.'자신의사랑을사회로확장한모성'의실천자인여성독립운동가를발견해화폭에담은것도동일한연장선이겠지요.책속의주인공들은제대로된이름을갖지못했거나교육의기회가없던것이당연하게여겨지던시절에태어났습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식민지조선뿐만아니라자신과타인의'독립'까지도실현하려던'운동가'의삶을살았다는걸떠올리면,그들의용기에놀라지않을수없습니다.”(박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