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

$25.00
Description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 소들이 모여 사는 ‘희망 목장’을 찍은 정주하의 사진 연작 〈파라-다이스〉와 이에 응답한 백민석과 황모과의 소설 두 편을 묶었다. 외형상 ‘사진소설(photonovel/photo-roman)’로 볼 수 있겠지만, 단순한 결합이 아닌 경합을 바랐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충돌하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며 “존중하는, 그러나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생생한 장으로서.

『파라-다이스』는 2023년 가을, 재일조선인 작가 고故 서경식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해 12월 전해진 갑작스러운 비보와 함께 ‘서경식 기획’으로 기록될 마지막 책으로 남았다.

2011년 천재와 인재가 겹쳐 일어난 도호쿠 지방의 사태는 서경식에게 늘 ‘지금, 여기’의 문제였다. 서경식은 정주하의 후쿠시마 사진 프로젝트를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마이너리티(재일조선인과 오키나와 주민) 문제까지 연동시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기획자 서경식의 글은 실을 수 없게 됐지만,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고 일주일 후에 그가 쓴 에세이 「기묘한 평온, 공황의 다른 모습」을 재수록하고 관련 글을 발췌하여 정주하의 사진과 병치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저자

정주하,백민석,황모과

저자:정주하
1958년인천에서태어나,중앙대학교사진과를중퇴하고독일로건너가쾰른FH대학교FachhochschuleFreieKunst의아르노얀센ArnoJansen교수밑에서밑에서마이스터쉴러학위를받았으며,백제예술대학교사진과교수를역임했다.현재완주자연지킴이연대공동대표로활동하고있다.빌레펠트슈바르츠분트갤러리,크레펠트파브릭헤더갤러리,시카고현대사진미술관,휴스턴윌리엄스타워갤러리,오키나와사키마미술관,사이타마마루키미술관,예술의전당,아트선재센터,한미사진미술관등여러곳에서개인전및그룹전을가졌다.프랑스국립도서관,한국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한미사진미술관,전북도립미술관등에작품이소장되어있으며,사진집으로『땅의소리』,『서쪽바다』,『불안,불-안』,『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모래아이스크림』,공저로『다시후쿠시마를마주한다는것』등이있다.

저자:백민석
1971년서울에서태어나1995년『문학과사회』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장원의심부름꾼소년』,『혀끝의남자』,『수림』,『버스킹!』,장편소설『헤이,우리소풍간다』,『내가사랑한캔디』,『불쌍한꼬마한스』,『목화밭엽기전』,『러셔』,『죽은올빼미농장』,『공포의세기』,『교양과광기의일기』,『해피아포칼립스!』,『플라스틱맨』,산문집『리플릿』,『아바나의시민들』,『헤밍웨이』,
『러시아의시민들』,『이해할수없는아름다움』,『과거는어째서자꾸돌아오는가』가있다.

저자:황모과
소설집『밤의얼굴들』,『스위트솔티』,중편소설『클락워크도깨비』,『10초는영원히』,『노바디인더미러』,『언더더독』,장편소설『우리가다시만날세계』,『서브플롯』,『말없는자들의목소리』,『그린레터』등을출간했다.2019년한국과학문학상,2021년과2024년SF어워드를수상했다.

기획:서경식
1951년일본교토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났다.와세다대학불문과를졸업하고1971년‘재일동포모국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구속된형서승,서준식의구명과한국의민주화를위한운동을펼쳤다.2000년부터도쿄경제대학에서교수로재직하며인권론과예술론을가르쳤으며,도서관장을역임하고2021년정년퇴직했다.『소년의눈물』로‘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로‘마르코폴로상’을받았고,민주주의와소수자인권신장에기여한공로로‘후광김대중학술상’을수상했다.2023년12월18일72세를일기로일본나가노현에서세상을떠났다.지은책으로『나의서양미술순례』,『디아스포라기행』,『난민과국민사이』,『고뇌의원근법』,『언어의감옥에서』,『나의조선미술순례』,『시의힘』,『나의이탈리아인문기행』,『나의일본미술순례』,『어둠에새기는빛』등이있다.

목차

1.
백민석,「검은소」
황모과,「마지막숨」
정주하<파라-다이스>

2.
정주하,「미나미소마일기」

3.
서경식×정주하,「재난의표상(불)가능성」

편집후기
작업일지

출판사 서평

1)역설적인낙원,파라-다이스

정주하는드넓은평원위에한가로이쉬거나걷는소들을사진에담았다.2011년3월11일,대지진과쓰나미가일본도호쿠지방을덮친다음날,후쿠시마의도쿄전력제1원자력발전소에서폭발이일어났다.십수만명이집을버리고떠났다.사고지점반경20km이내는출입금지구역이되었다.동물들역시방사능에노출되었다.국가의명령을거부하여소를죽이지않고먹이를주는목부가있었다.사람들은그곳을이제‘희망목장’이라고부른다.
소들을찍은연작에작가가붙인제목은‘파라-다이스’.‘거부’혹은‘확장(~을넘어)’이라는의미를가진그리스어접두사‘파라(para-)’에‘죽음(dies)’을결합했다.인간의과오로고기가될운명에서는벗어났지만인간세상에서는거부(추방)당한아이러니.정주하가포착한‘파라-다이스’는방사능누출로십수만명이집을버리고떠나야했던인간이잃어버린낙원과도겹쳐보인다.

2)사진소설,서로를비추기

우리는이‘역설적낙원’의이미지가텍스트와어떻게만날수있을지를고민하며소설이라는장르를택했다.세계를구성하고있는요소(언어와이미지)를절취하여또다른세계를구성한다는,소설과사진의공통점을생각했기때문이다.이곳에초대받은소설가는,여전히“분노자본을간직한몇되지않는현직작가”로평가받는백민석과,SF라는장르를통해과거와현재를돌이켜보는황모과다.사진〈파라-다이스〉와소설「검은소」,「마지막숨」은마주보며서로를비춘다.
사진속검은소는유령처럼배회하는모습으로불안함을안기기도하지만,때로는따사로운햇볕을쬐는모습으로여유로움을선사하기도한다.비현실적인상황을보여주는사진처럼소설역시실재와환상,현실과미래를오가며전개된다.살처분을모면한소가불로불사의존재가되어말을하거나(황모과,「마지막숨」),2023년제2원자력발전소마저녹아내렸다는설정으로더욱가혹해진환경속에내던져진소수자의삶을보여준다.(백민석,「검은소」).독자는소설속재난과디스토피아적상황을머릿속으로그리며,불사신처럼떠도는검은소의사진과함께각자의세계를만들어나간다.

황모과,「마지막숨」
배경은2810년.2011년동일본대지진후죽음이유예된곳이된목장의소들은2023년오염수방류로죽은인어고기를먹고불로불사하게된다는설정의소설.전설과신화가되기를거부하며금식을시작하는소들이망각을통해역사를지우고싶어하는인간들에게대항하는이야기가전개된다.

백민석,「검은소」
배경은2023년.제2원자력발전소까지녹아내린상황,‘방사능벨트’다큐멘터리의내레이션원고를준비하는‘나’를화자로,무국적자처럼살아온재일조선인출신게이코를주인공으로삼은소설.남편의폭력으로부터도망쳐죽음의땅으로온게이코가화상통신단말기를통해보내오는스산한풍경이강렬하다.

3)정주하의에세이와다큐멘터리사진

1부의소설속잿빛세상과흑백사진을지나면‘컬러’로바뀌면서〈파라-다이스〉연작의작업노트인「미나미소마일기」가시작된다.여기서주목되는것은정주하가쓰고찍은글과사진,텍스트와이미지사이의큰낙차다.컬러사진을넘기다보면화창한날씨의바닷가에서서핑을즐기는사람들,목장직영의소프트아이스크림가게와같은한가로운일상이펼쳐진다.하지만텍스트로돌아와그곳이후쿠시마원전에서그리멀지않은지역이라는정보가들어오면균열이일어난다.
과거의비극이나재난을망각하고자하는국가정책은완전하게성공한것인가.방사능으로오염된바다에서서핑을즐기며웃는사람들은망각을통해쉽게행복을얻은것인가.수많은질문과의문속에서우리는갑자기현실을능가하는초현실의세계로끌려간다.조금전까지도평범해보이던사진이일순일그러져보이거나,무색무취의방사능이역한냄새를뿜어내는듯느껴진다면눈에보이지않는방사능을찍고기록하려는사진가의도전은성공한것인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