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17.50
Description
미식과 예술, 자연의 도시 다카마쓰
그곳에서 한 달을 살다
일본 소도시 여행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
2019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2024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는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에는 여행 정보에 구글 지도와 연동된 QR코드가 추가되었고 마루가메 추천 코스와 메기지마와 사나기지마 여행기를 다룬 두 편의 새로운 에세이와 5년 만에 다시 쓰는 에필로그도 수록되어 더 풍성한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저자

이예은

저자:이예은
2015년부터일본에살고있다.와세다대학교국제커뮤니케이션연구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코로나시대일본여행사에서근무한경험담으로9회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에선정되어『콜센터의말』을펴냈다.『도쿄근교를산책합니다』와『다카마쓰를만나러갑니다』,『일본에서일하며산다는것』(공저),『걸스인도쿄』(공저)를썼다.
인스타그램:fromlyen
브런치:brunch.co.kr/@leeyeeun

목차


프롤로그/005

Part1푸드테라피:마음을채우는음식

고향의음식은고향의재료로
다카마쓰우동보우다카마쓰본점/022

와산본을만드는달콤한공간
다카마쓰마메하나/034

에도시대농민의소확행,안모치조니
다카마쓰부도노키/043

현지인의소울푸드호네츠키도리
다카마쓰·마루가메잇카쿠/050

커피와책,후르츠산도의시간
다카마쓰나카조라/060

섬에서발견한나만의리틀포레스트
오기지마도리마노우에/069

Part2아트테라피:소도시에꽃핀예술

동서양의경계에선조각가,자연을품다
다카마쓰이사무노구치정원미술관/080

문단대부의따뜻한인간애
다카마쓰기쿠치간기념관/088

어린이를위한예술이라는놀이터
마루가메마루가메시이노쿠마겐이치로현대미술관/097

일본화와서양화의푸르른만남
사카이데가가와현립히가시야마가이이세토우치미술관/106

지상보다아름다운땅속미술관
나오시마지추미술관/114

캔버스를채우는여백의의미
나오시마이우환미술관/122

예술의집을찾아가는스탬프랠리
나오시마이에프로젝트/128

살아움직이는물방울의즉흥예술
데시마데시마미술관/137

Part3워킹테라피:자꾸만걷고싶은길

옛영주의낙원을걷다
다카마쓰리쓰린공원/148

절을지키는너구리수호신
다카마쓰야시마지/160

빨간등대와나이든사진사의추억
다카마쓰세토시루베/168

바다의신을향한1,368개의계단
고토히라고토히라궁/175

도시와자연이만나는경계
만노국영사누키만노공원/186

일본의작은그리스,올리브섬산책
쇼도시마올리브공원/196

일년에이틀만건널수있는행복의다리
미토요쓰시마신사/207

추천여행코스
추천숙소/218
여행팁/219
다카마쓰1박2일코스/220
나오시마당일치기코스/232
고토히라당일치기코스/244
마루가메당일치기코스/252

에필로그/258

개정판에덧붙여
메기지마:아무것도하지않아도좋을나의섬에서/264
사나기지마:세상에서가장순수한위로/274
두번째에필로그/284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우동현’이라고불릴만큼수두룩한우동집과기업가후쿠타케소이치로를필두로한아트프로젝트도가가와현만의독특한매력이다.그러니까천혜의자연과특색있는미식,예술이조화롭게생동하는작지만옹골진지역인셈이다.
---p.8

면반죽하는법을가르치는우동학교와우동집을탐방하는우동버스는기본이고,우동국물이나오는수도꼭지,애완견도먹을수있는우동,뇌가우동으로된캐릭터등때로는기발하고때로는기괴한우동에대한모든것이있다.‘우동현’이라는애칭이무색하지않다.
---p.22

현란한테크닉도,별다른양념도없이흰면만덩그러니올라간우동한그릇은무엇이든화려하고자극적인것을추구하는현대사회에본질의중요성을다시금일깨워준다.
---p.24

나는자루우동이맛있다는현지인의추천을받아우동보우를찾았다.판에올린차가운면을간장소스에찍어먹는자루우동은탱글탱글한면발을고스란히느낄수있는메뉴다.냉기를머금은면은눈부실정도로희며,씹으면특유의밀가루향을퍼뜨리며요동치다,물결처럼넘실거리며목구멍으로내려간다.
---p.27

이설탕을예쁜틀에넣어사탕처럼굳힌것도똑같이와산본이라고부르는데,우동과함께가가와현을대표하는음식중하나다.작고앙증맞은모양새를자랑하는와산본은입에서톡깨트리면눈처럼녹으며오묘한풍미를선사한다.씁쓰름한커피나차와함께라면더욱환상적이다.
---p.36

모르고보면그저낯설고기이한음식일수있지만,그안에담긴옛사람들의마음을알고나면정감이간다.힘겨운노동의굴레속에서도특별한요리한그릇에살아갈힘을얻었던모습은지금과크게다르지않다.신분제도가남아있던시대에거창한인생역전보다는그저새로운한해도별탈없이지나가기를바라며귀한재료로끓였을안모치조니는그시절의‘소소하지만확실한행복’이었을것이다.
---p.48

다카마쓰나마루가메에있는이자카야에들어가면어디서나제대로된호네츠키도리를즐길수있고,그중원조로유명한잇카쿠입구는매일밤대기행렬이늘어선다.소울푸드의힘이다.
---p.56

맛집이나카페를꽤좋아하는내게단골가게가별로없는데는조금특이한이유가있다.우선은사는곳을자주옮기는탓이고,결정적으로는누군가가나를알아보는일이낯부끄럽기때문이다.
---p.60

그곳은빈티지카페나술집,책방중무엇으로불려도어색하지않은모호하고사적인공간으로,한적한골목길,눈에띄지않는건물2층에숨어있었다.‘커피와책과음악,나카조라커피&바’라고적힌자그마한간판을발견하고들어가지않을이유가없었다.
---p.61

언젠가일본어에조금더자신이생기면,나카조라문학상에출품할글을써서카페를다시찾고싶다.그때는한번도내게말을건적이없었던오카다씨에게혹시나를기억하냐고넌지시물어보고싶다.어느해여름,일주일에한번씩찾아와커피와후르츠산도를먹으며한국어로된책을읽던여자를…….
---p.67

도망치듯떠난일본에서후회없이대학원생활도하고관심있는분야에서일도해보았지만,다시그만둔상태였다.적어도박사학위를받았거나이름있는기업에서과장쯤되어있을것이라기대했던서른살,나는아무것도이룬것이없었다.그러다돈과시간에얽매이지않은채자연과호흡하며사는미요코씨의모습을보니무엇을위해그토록조급하게살았나싶은생각이들었다.삶의방식에는정답이없다.학위도직장도결국나를과시하고자하는수단이었을뿐이다.정작중요한내면의행복은아무에게도증명할필요가없다는사실을잊고살았다.
---p.74

그녀와함께오기지마에서보낸하루는기억속에서보이지않는작은숲이되었다.다시도시로돌아가고군분투하며중심이흔들리고미래가불안하게느껴질때,언제든지그편안한기억에기대어쉬었다갈것이다.
---p.76

작품들은하나같이으스대는기색없이관람객이마음껏체험하고사유해주기를기다린다.전문적인지식이없어도괜찮다.어차피우리는모두한때누가시키지않아도벽에추상화를그리고,상상속친구와즉흥연극을즐기며,자연에대한호기심으로넘쳐났던작은아티스트였으니까.그때의순수한감성으로자유롭게해석하고사유하며,예술이선사하는즐거움에흠뻑빠져보자.
---p.79

여행자의눈에는많은것이들어온다.낯선장소에서잔뜩예민해진감각이일상에서지나치기쉬운존재도단숨에포착해내기때문이다.우연에기댄사소한발견은종종삶을풍성하게하는새로운경험을낳는다.다카마쓰출신의문학가기쿠치간(1888~1948)을알게해준것도그런여행의선물중하나였다.
---p.88

하지만기쿠치간이지금까지다카마쓰에서존경받는이유는단순히그가가졌던직함만이아닌,그의행적에서드러나는인간에대한뜨거운애정덕분이다.기쿠치간이만든문학상은천재소설가이자일찍요절한두벗아쿠타가와류노스케(1892~1927)와나오키산주고(1891~1934)를추모하는의미를담고있으며,잡지나협회활동을통해초기일본문단을형성한것도후배들에게더나은환경을물려주기위함이었다.
---p.90

스승이었던앙리마티스나동시대를산파블로피카소의유명세에는미치지못했을지몰라도,마루가메에서태어나고자라는이들에게는한단계높은문화를선물하며누구보다고귀한유산을남겼다.성공은‘세상을조금은더나은곳으로만들어놓고떠나는것’이라고정의내린랄프월도에머슨의시는화백을위한말이아닐까.그가바란대로가가와현에서태어난아이들의잠재력이현대미술을만나저마다의색으로꽃피리라믿는다.
---p.104

즉흥적으로그린미완성스케치는무궁무진한가능성을품고있었으며,바다를그린작품에는마음을정화하는힘이있었다.검은바위에부서지는코발트블루색물살,그리고모래사장을덮는에메랄드그린빛파도는금방이라도액자밖으로흘러내릴것만같았다.평화로운청록색의향연덕분인지동화속한장면을여행한기분이들었다.
---p.109

다카마쓰에서한달을지내는동안에는고작대여섯벌의옷을매일빨아가며입어도부끄러운줄몰랐다.노면전차와페리를타고시골마을을여행하는데고급스러운시폰원피스나명품가방은거추장스럽기만하니까.게다가손에쥔것보다내면의풍요가중요함을아는주민들앞에서도시의허울은속수무책으로무너지는법이다.
---p.114

정말삶이한폭의그림이라면,한군데도빠짐없이골고루채움만이정답은아닐것이다.누구나관심있는부분에조금은치우치기마련이고,어떤곳은끝내공백으로남기기도한다.나는인생의모든즐거움을누리기위해쉼없이달려가는사람보다조금더뎌도여유있게걸으며주변이들에게곁을주는사람이좋다.
---p.123

원형적인점과선을단순하게배열한이우환화백의그림은내쪽에서말을걸고싶게만드는매력이있다.캔버스밖으로끝없이생각을팽창하다보면결국그림보다내안의세계를탐험하고있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어둡고고요한미술관을나왔을때긴명상에서깬듯한기분이드는것은그때문이었는지도모르겠다.
---p.125

나는여행의즉흥성을사랑한다.촘촘하게짠계획을보란듯이헝클어뜨리는변수와늘우연을가장하고나타나는선물같은발견처럼,내예상을무너뜨리는놀라움과환희를마주할때비로소여행이여행다워진다고믿는다.
---p.137

매순간변하는햇빛과바람에맞춰흐름을달리하는미술관의물방울처럼,그때그때의상황과감흥에충실한나의여행스타일은당분간바뀌지않을것같다.
---p.142

오랜세월을함께한사람에게서서히물드는것처럼,같은길을여러번걸으면나도모르게그풍경을닮게될까.그렇다면나는리쓰린공원을걸으며그격조높은정취를닮고싶다.
---p.148

낮에달구경은할수없지만,마루에가만히앉아있으면잎사귀에부서지는햇살과신선한바람,그리고새와풀벌레소리가도시생활에무뎌진감각을일깨운다.다다미에벌렁누워한숨자고싶어지는것도무리는아니다.
---p.152

자연이충만한길을빈손으로걸으며여느때보다자유롭게사유하고,고행속에서오히려삶에대한애착을키울수있을것같다.그러나매일숙소를옮겨다니고노숙까지불사할각오는좀처럼서지않는다.
---p.161

등대의겉모습을바꾸는일도,요즘처럼화려한효과로사진을꾸미는일도결국본질의포장에불과하다는생각이들었다.빠르게변화하는삶은과거를추억할시간조차허락하지않는다.
---p.172

다음에는목표를이루는데에만급급한도시인의습성을버리고,계단의개수에상관없이누군가의안전과행복을바라며걸으리라다짐했다.어쩌면혼자만의편익이아닌다른이의치유를진심으로바라는마음의여유야말로나와내가사는도시에꼭필요한‘힐링’이아닐까.
---p.183

만노에비하면별천지인다카마쓰로돌아오며,도시는인간이만든거대한방패막이일지도모르겠다는생각이들었다.어둠이두려워빛으로밤을밝히고,산짐승도뚫지못할견고한벽을세워무리지어사는것이다.그런인공요새에길들어있으면서도순수한자연을그리워하는것은,결국그곳이언젠가는돌아갈고향이기때문은아닐까.
---p.193

그러나담담하게견뎠다고해서,아픔을몰랐을리는없다.그저고통이지나간자리를스스로보듬고,가끔찾아오는행복을오래기억하며버틴것이겠지.낯선섬에서도햇살과바닷바람을양분삼아무럭무럭자란기특한올리브나무처럼,다시이곳에서올리브고목을마주할때는나역시지금보다단단한사람으로성장해있으리라믿는다.
---p.205

한정된기간동안낯선곳에서살아보는여행은늘탐스럽게반짝이는인생의리미티드에디션과도같다.어차피번외편이니평소와는다른일에도전해보거나,어떤역할에도얽매이지않은온전한나를여과없이드러낼수도있다.
---p.213

가가와현에서누린자유로운시간은지금껏잘버티며살아온나에게주는선물이자미래를향한응원이었다.그곳에서스스로처방한푸드·아트·워킹테라피는이처럼나를내면으로부터위로하고,삶을이어갈힘을불어넣어주었다.
---p.260

애써무언가를하지않아도괜찮다는암묵적인동의아래.화사한가을볕에칵테일잔에는물방울이송골송골맺혔고,그은피부에닿는바람은비단이불처럼시원하고도부드러웠으며,잔잔한파도소리사이로아이들의간지러운웃음소리가이따금터져나왔다.온전한쉼,무위의즐거움.구체적인이유를짚을수는없지만그시간과장소에완전히매료된우리는,도쿄에돌아온뒤에도‘그때참좋았죠’라며두고두고메기지마를애틋하게회상했다.
---p.268

아침까지행선지를고민하느라빈손으로온나는,츄르와통조림을챙겨온여행객사이에서조금은주눅이들었다.그런데이런나에게조차곁을내주는고양이가있었다.방파제에앉아쉬고있는데,잿빛털에흰양말을신은고양이한마리가폴짝뛰어올라내옆에자리를잡는것이었다.집사경험이전무한나로서는처음겪는호사였다.간식이없어쓰다듬기밖에못하는내손에얼굴을비비고꼬리를살랑이는애교에어떻게마음이녹지않을수있을까.작고여린몸으로있는힘껏나눠주는온기가나의마음가장깊은곳까지닿는듯했다.
---p.278

오카다씨가아닌다른직원이위스키를건네주던나카조라에는여전히스마트폰을보는손님보다종이책장을넘기는손님이많았다.교복을입고코코아를마시며만화책을보던옆자리남학생은,오늘도그곳에있을까.
---p.285

태어난곳은있어도진득하게살며정든고향이없는내게,다카마쓰는각별한장소다.떠올리기만해도마음이푸근하고든든한장소가하나만있어도세상이살만하다는사실을처음알려주었기에.이글을읽어주신분들도자신만의다카마쓰를만나기를진심으로기원한다.
---p.287